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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 이기용 “기타는 확실한 마음의 치료제"

『아무튼, 기타』 이기용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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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소리를 직접 몸으로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자신이 그 소리를 듣는 것이에요. 몸과 마음의 신경을 집중해 조금씩 기타를 치다 보면 어느새 깨끗한 감정으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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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뮤지션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이자 실력파 기타리스트인 그가 ‘기타’에 대한 책을 썼다. 언뜻 다른 악기 입문서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기타』 에는 ‘기타’로 묶이는 다채로운 내용이 담겼다. 뮤지션 이기용이 처음 기타의 세계로 빠져든 순간부터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홍대 인디신에 대한 생생한 기록, 12개의 기타에 대한 사연까지 긴 음악 생활만큼이나 그가 풀어내는 기타 이야기는 깊다. 기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거나 나만의 곡을 창작하고 싶다면, 이기용 저자가 기타와 걸어온 긴 여행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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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것』  이후 2번째 책이에요. ‘기타’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음악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우리 마음의 확실한 치료제인 것 같아요. 3분 안팎의 짧은 음악 하나로 우리는 지금 있는 장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할 수 있잖아요. 작년 이 즈음에 나온  『듣는다는 것』 이 음악을 ‘듣는’ 행위가 우리를 어떻게 행복하게 하고 위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무튼, 기타』  는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저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번 책을 쓰면서 되돌아보니 기타와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상당히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연주하는 사람’이 될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어릴 적 기타를 처음 치던 날 알게 된 것은 기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기타를 두 팔과 가슴으로 안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무렵이었는데 뜻밖에도 저는 이 부분에 이끌려 기타와 가까워졌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타 소리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앞서 말한 대로 기타와 내가 물리적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제가 기타에 더 애착을 가진 이유가 된 것 같아요. 그 후 뮤지션으로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기타를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혼자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이 내게 특별한 위안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사람들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을 때, 혼자서만 슬픔을 이겨야 할 때 돌아가 쉴 곳이 있어야 해요. 저는 그럴 때 음악과 기타에 기대어 쉬었습니다. 기타를 연주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소리를 직접 몸으로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자신이 그 소리를 듣는 것이에요. 몸과 마음의 신경을 집중해 조금씩 기타를 치다 보면 어느새 깨끗한 감정으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필요할 때 스스로 그런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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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위한 녹음, 솔로 연주(스왈로우), 밴드 공연(허클베리핀)의 기타 연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둘의 차이는 감성의 차이이기도 하고 공간의 차이이기도 해요. 간단히 말하자면, 스왈로우의 음악을 할 때는 어쿠스틱 기타(통기타)를 주로 연주하고, 허클베리핀으로 연주할 때는 일렉트릭 기타를 주로 연주합니다. 두 악기는 그 연주 방식과 감성 모두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보통 작은 공간에서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때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좋은 것 같아요. 그 자연스러움 때문이겠죠. 


반면 일렉트릭 기타는 앰프에 연결하면 엄청 크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서 더 넓은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허클베리핀으로 기타를 칠 때에는 좀 더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스왈로우로 연주할 때는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기타를 치는 편입니다. 마치 ‘낮’의 나와 ‘밤’의 내가 조금은 다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작가님이 기타를 마치 사람처럼 여기고 아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은 기타’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내가 좋아하는’ 기타가 ‘가장 좋은’ 기타입니다. 책에서 썼듯이 저는 정말 좋아하던 기타를 잃어버린 후 오랫동안 어느 기타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계속 떠돌았어요. 그간 거쳐 간 기타들 모두가 좋은 기타들이었지만 내가 그 기타를 마음으로부터 좋아하지 않으면 결국 점점 그 기타들과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내가 좋아하는 기타’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닌 끝에 얼마 전에야 그 잃어버린 기타를 10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 책에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홍대 인디신의 역사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또, 작가님은 여러 뮤지션들을 인터뷰하시기도 하셨는데요. 한국 인디신의 과거와 현재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인디신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지만 아쉽게도 그 이전의 음악 환경들과는 여러 이유로 단절돼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뮤지션들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과 에너지를 받쳐줄 여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무대에 모니터 스피커라는 것이 아예 없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음악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맨 앞자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그 뜨거운 열기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요즘의 뮤지션들은 기술적으로 훨씬 더 진보된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더 적은 인원으로 훨씬 더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때는 밴드 음악이 대부분이었고, 요즈음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수가 더 많아진 것도 차이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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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낙원상가’에 가서 악기를 샀죠. 요즘엔 발품을 팔아서 기타를 사는 문화도 사라져간다는 말도 들려와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악기를 구매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 방식의 차이일 텐데요, 온라인으로 알아보면 훨씬 더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악기를 천천히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기타의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죠. 그러나 낙원상가에서 모든 기타를 실물로 보고 또 직접 만져보면서 직접 연주해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해요. 기타의 색깔부터 촉감, 소리까지 전부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으니까 온라인에서 사진과 글로만 기타를 보는 것하고는 큰 차이가 있겠죠. 


꼭 구매를 안 하더라도 낙원상가에서 기타를 둘러보고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보는 것만으로도 기타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쌓이게 됩니다. 또 우연히 인생의 기타를 만나게 되는 일도 낙원상가에서 생기게 되죠. 책에도 썼듯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렉트릭 기타도 낙원상가에서 구매한 것이고, 가장 아끼는 어쿠스틱 기타도 우연히 낙원상가에 들렸다 발견해서 지금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타들이 그곳에서 거래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책에는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가 되기까지의 경험이 나와요. 과연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망설이는 미래의 창작자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어려운 이야기네요. 우선 창작자로 사는 것은 불안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으로만 말씀드리자면 자신에 대해 확신도 없고 위축되어 있을 때 저는 바깥에 있는 멋진 음악들에서 답을 찾기보다 반대로 내 안의 것들에 귀 기울여보면서 돌파했어요. 대중 예술의 장점은 여러 개성들이 존중받는다는 데 있잖아요. 꼭 나 자신이 만능일 필요도 없고. 내 안에 표현하고 싶은 뜨거운 것이 있다면 그걸 표현하는 데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들이 있어요. 저는 그 ‘다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에너지가 생겨난다고 믿습니다.

 

 

 

*이기용


뮤지션. 밴드 ‘허클베리핀’과 솔로 프로젝트 ‘스왈로우’로 지금까지 총 아홉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밴드 ‘허클베리핀’에서 기타를 치며 작사와 작곡도 함께 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삼촌이 선물해 준 기타에 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함께 자란 형의 영향으로 세상의 말 없는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허클베리핀’으로 ‘18일의 수요일’, ‘올랭피오의 별’, ‘오로라 피플’ 등의 음반을 발표했고 개인 프로젝트인 ‘스왈로우’로도 종종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교양도서 『듣는다는 것』을 썼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기용의 뮤직 액츄얼리’에서 매주 한 곡씩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튼, 기타이기용 저 | 위고
가장 힘든 순간들을 음악과 함께 버티며 넘어왔다는 그의 기타 이야기에는 “좋은 곡은 어떻게 해도 그 좋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음악과 함께하는 삶의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기쁨이 담겨 있다. 한 연주자의 성실한 배움의 이야기이자 음악이라는 친구, 연인, 삶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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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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