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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게르크 “아픈 마음에 책을 처방해요”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안드레아 게르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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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상담치료를 받는 것처럼 효과적입니다. 우리가 시나 소설 등을 읽거나 들을 때 치료는 시작됩니다.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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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에 빠져 있던 사춘기 소녀를 다시 일으킨 것은 헤르만 헤세의 책이었다. 문학 비평가, 편집자, 작가, 진행자로 활동하며 평생 책을 읽어온 안드레아 게르크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독서 치료’를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는 저자가 독서를 통해 사람들이 잠시나마 진정한 자신의 존재와 마주하고, 치유되기를 바라며 쓴 책이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는 문학의 이러한 치유 효과와 함께 상황별로 읽으면 좋은 독서 처방 책, 각계각층 인사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즐겁고 위로가 되는 책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몽테뉴, 토마스 만, 올리버 색스, 조앤 롤링 등 시대를 초월해 마음의 약이 되는 책, 독서의 비밀스런 효과가 담긴 책들을 소개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치료할 뿐 아니라 자유와 해방감을 주는 독서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었다. 안드레아 게르크 저자에게 독서와 치유,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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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라는 단어는 많이 들었지만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독서치료’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정말 책을 읽는 것만으로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는 건가요?


상담치료를 받는 환자의 뇌를 찍어보면, 좌우 전전두엽 피질이 활기를 띠는 걸 볼 수 있어요. 이곳은 뇌의 집행부로서 두려움을 줄이고 감정을 조율하고 안정시키는 곳이죠. 그런데 책을 읽을 때도 동일하게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됩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이 상담치료를 받는 것처럼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문학적 언어와 이야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독서치료는 이 힘을 활용하는 치료법이죠. 시나 소설 등을 읽거나 들을 때 치료는 시작됩니다. 

 

독서가 상담의 효과를 준다면, 독서치료사는 심리상담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겠군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네, 맞아요. 하지만 독서치료를 이론이나 학문적으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평소에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가는데요. 그중에서도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을 제일 좋아하죠. 아무튼, 그곳에 가면 점장에게 이렇게 말해요. “중년의 위기가 찾아왔어요.” 그러면 점장은 내게 도움이 될 좋은 책을 두세 권 추천해 줍니다. 점장은 말하자면 독서치료사의 원형인 셈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에서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책을 읽는 겁니다.

 

물론, 정신병원에서 글쓰기 과정을 진행했던 미국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의 실험 결과, 우울증 환자에게는 오히려 우울한 글이 효과적이라는 것과 심리학적으로 볼 때 우울증 환자에게 쾌활한 이야기나 자살 등 극단적인 내용의 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분석은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 유용합니다. 그런 분석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담은 책이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책에 몰두한다. 그러니까 독서치료의 제1효과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거죠?

 

그렇죠. 제 출발점도 그거였어요. 저는 일을 위한 독서는 꼭 책상에 앉아서 합니다. 하지만 힐링이 필요할 때는 소파나 안락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서 책을 펼치죠. 독서는 다른 세계, 다른 분위기에 푹 잠기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주변 환경도 중요한 요소가 되죠. 저는 늘 주변에 두 종류로 책을 쌓아둬요. 더미 2개가 있어요. 하나는 실용적인 책이고 다른 하나는 욕구를 위한 책이죠. 그 사이에서 ‘아, 이것들을 읽을 시간만 있어도, 도취의 기분을 흠뻑 느낄 텐데!’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요즘은 짧은 SNS 글과 빠르게 넘어가는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독서 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독서도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요즘 단시간에 많은 텍스트를 읽는 훈련이 유행하고, 산만한 주의력을 위해 큰돈을 지불하면서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집중력을 되찾는 데 독서만한 건 없어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통찰까지 얻을 수 있죠. 스마트기기에 익숙하겠지만 저는 종이책을 선호해요. 기기의 빛 때문에 눈이 금방 피로해지고 책에 깊이 빠져들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전자책이라도 사람에 따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치료 연구 뒤에 작가님의 독서 습관이 예전과 달라졌나요?


책을 집어 들 때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어요. 예를 들어 지난주에는,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나는 약간 화가 났고, 먼로의 책들이 나를 진정시킬 거라 생각했죠. 갑자기 그 글의 톤이 다시 떠올랐거든요.

 

글의 톤과 리듬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나요?


그럼요. 리듬과 소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소리 죽여 읽더라도, 마치 귓속에 작은 요정이 계속 글을 읽어주는 것처럼, 낱말들을 듣는다는 것이 신경학적으로 입증되었거든요. 특히 시를 읽는다면 그 효과는 더 크겠지요. 내가 참석했던 리버풀의 한 독서 모임에서, 한 여자가 내게 말하기를, 그녀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었는데, 모임 덕분에 좋아졌다고 해요.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읽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텍스트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찬찬히 느낄 수 있었죠.

 

작가님께 ‘독서’란 어떤 의미인가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려요.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인간은 마침내 혼자가 됩니다. 독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존재하는 걸 허락합니다. 치료를 운운하지 않아도 갑갑한 일상 속에서 독서가 주는 해방감은 독서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드레아 게르크


타고난 독서광이자 책의 신도. 1967년 독일 에센에서 출생했으며 기센대학교에서 응용 연극학을 전공했다. 1995년부터 문학과 연극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독일 ARD 방송국의 편집자, 작가, 진행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평생 책을 읽어오긴 했지만, 처음에는 ‘독서 치료’란 단어를 들었을 때 그런 단순한 방법으로는 타인의 마음을 돌볼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춘기 때 헤르만 헤세의 도움으로 염세주의를 극복했던 일이 떠올랐다. 누구나 책을 통한 각성 경험담을 몇 개쯤 갖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독서 행위를 통해 두 개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망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 중이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안드레아 게르크 저/배명자 역 | 세종서적
단지 좋은 책의 추천이 아니라, 마치 질병의 처방전처럼 위기의 순간에 맞춤한 책들은 무엇일까? 상실과 슬픔을 극복하게 하는 법, 죄책감과 트라우마의 치유 등에 책을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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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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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안드레아 게르크> 저/<배명자>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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