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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명소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가 쓴 두 번째 책

『속초』 김영건 저자 인터뷰 "삶에 스며든 '속초'를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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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제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던 속초라는 도시의 면면들도 마주할 수 있었어요. 입맛이나 취향 같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에서조차 ‘속초 사람’의 흔적들이 제 몸에 새겨져 있더군요.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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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가면 설악산과 동해, 호수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맛있기로 유명한 먹거리도 많다. 덕분에 최근 속초는 상당히 인기 있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지만, 막상 속초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면 맛집 정보와 SNS 인증 명소 그리고 단편적인 지식뿐이다. 속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자료는 드물다. 그런 갈증과 부족함을 채워주고자 대한민국 도슨트 『속초』  편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속초 편의 안내를 맡은 도슨트 김영건 저자는 63년째 속초를 지키고 있는 동아서점의 3대 주인장이다. 속초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서점에 들러 속초에 대한 책을 찾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책은 없다는 난감한 대답을 해야 했던 그가 직접 속초 도슨트로 나섰다. 자신이 태어나고 지금도 살고 있는 도시를 다시 발로 걷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글을 썼다. 김영건 저자를 통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속초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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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태어나 속초에서 자라고 속초의 ‘도슨트’가 되어 책을 내신 김영건 작가님. 작가님께 ‘속초’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 속초는 어떤 곳인지, 속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속초』  를 집필하기 전까지, 저에게 있어 속초는 ‘고향’이었습니다. 고향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기보다는 ‘부모님이 계신 곳’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19년간 살았던 곳’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의미였죠. 이 책을 쓰기 위해 속초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동안 미처 몰랐던 속초의 여러 모습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저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했던, 제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던 속초라는 도시의 면면들도 마주할 수 있었고요. 입맛이라든지 취향 같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에서조차 ‘속초 사람’이라는 흔적들이 제 몸에 새겨져 있더군요.

 

속초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50년대 이후에는 수산업을 통해 도시의 기반이 형성되었던 반면, 현재 수산업은 눈에 띄게 쇠퇴하여 천혜의 자연에 힘입어 도시 경제의 흐름이 관광업으로 바뀐 것이죠. 그러면서 과거 수산업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의 공간과 사람들에게 남아 있어 새롭게 변화하는 흐름과 작은 충돌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충돌이라고 해서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는데, 왜냐하면 그런 충돌을 현시점에 맞게 잘 소화해 낸 공간(칠성조선소)도 있고요. 또 앞으로 그런 마찰음들을 어떻게 도시의 정체성으로서 섬세하게 연주해내느냐가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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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미니골프장

 

 

『속초』  속에는 신라 화랑도 반했던 영랑호, 세상에서 하나뿐인 코스를 가진 보광미니골프장,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있는 문천당 등 속초의 24곳이 담겨있는데요, 도서를 집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소는 어디였나요? 


가장 흥미로웠던 장소는 ‘보광미니골프장’이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이곳은 대한민국에 딱 하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보통 ‘미니골프’라고 하면 필드 골프의 축소판처럼 여겨지는데요. 보광미니골프장의 그것은 필드 골프와는 전혀 다른, 아예 새로운 영역의 게임이에요. 공간도 필드 골프처럼 인조 잔디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시공한 시멘트 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코스가 구불구불하고 굴곡이 있게 설계되어 공이 나아갈 길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보광미니골프장은 1963년에 영랑호 호숫가에 세워진 아주 오래된 곳입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2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데, 안으로 발을 딛는 순간 옛날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어요. 몇몇 공간들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흉내 내는 옛날이 아닌 진짜 옛날 말이에요. 과거에 사용하던 수돗가도 그대로 남아 있고, 이곳과 함께 오랜 세월 커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소나무들도 건물을 뚫고 하늘로 솟아 있습니다. 1대 대표께서 소나무를 그대로 보존하려고 건물에 구멍을 내서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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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서점

 

 

책 속에는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속초의 특별한 동네서점 ‘동아서점’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무려 3대째 이어온 서점이라고 하니, 속초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서점을 운영하며 느낀 ‘속초의 변화’가 있을까요?


동아서점은 2015년에 리뉴얼하여 새롭게 문을 열었어요. 당시에는 서점을 리뉴얼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였지만, 한 해가 지나면서 차츰 동네서점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동아서점은 매우 운 좋게도,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책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께 주목을 받게 되었죠.

 

저희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그저 좋은 동네서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서점을 운영해왔는데, 몇 해 전부터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유독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에요. 속초 여행 코스에 동아서점을 넣거나, 아예 동아서점을 도착지로 설정하고 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거든요. 특히 요새는 ‘속초=책과 서점’으로 인지하고 여행 오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커다란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책 속 ‘청초호’ 이야기엔 41층짜리 건물의 건립을 반대한 ‘청초호 41층 분양호텔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이야기가 나와요. 시민들이 지켜낸 철새도래지의 이야기를 담아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은 속초가 어떤 곳이길 바라나요?


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속초가 왜 관광지로서 주목받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 도시가 산과 바다와 호수(석호)라는 매우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 도시가 나아갈 커다란 방향은 그게 무엇이 됐건 간에 지금의 자연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이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새도래지이자 다양한 생물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청초호에 41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시민들이 반대한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일로 보입니다. 속초의 미래는 대자연과 시민이 공존하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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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립박물관에 재현된 옛 속초역사

 

 

속초의 이야기와 명소를 보니, 당장이라도 속초로 떠나고 싶은 독자가 있을 것 같아요. 『속초』 와 함께 주말 속초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에게 “여기는 꼭 가보세요!” 하고 추천하시는 장소가 있을까요? 


속초의 여러 명소들을 하나씩 방문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속초가 어떤 도시인지 얼마간 이해하고 방문한다면 여행이 훨씬 풍성하고 두터워질 것 같아요.  『속초』  에서 저는 이곳을 ‘인문학적 속초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로 ‘속초시립박물관’입니다. 다른 박물관과 다르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실향민 문화촌’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실향민 문화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어떻게 속초라는 도시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자 체험 공간입니다. 또한 ‘속초’에 포커스를 둔 상설 전시가 1, 2층에 걸쳐 마련되어 있어요. 속초라는 도시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 사료 등과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근처에는 한옥 마을도 있어 골목을 산책하기에도 제격이고요.

 

여행하면 맛집을 빼놓을 수 없죠. 본문 속 선물 같은 코너 ‘더 보기’에서 소개해주신 맛집이나,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소개해주고 싶은 속초의 맛집 소개 부탁드려요.


개인적으로 맛있는 요리에 술을 곁들이는 걸 좋아해서 그런 곳들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첫째는 ‘내일은 니가 쏴라’라는 동아서점 근처의 실내 포장마차인데요. 이곳은 사장님께서 그날 장 봐오신 해산물들을 주방 앞에 진열해 놓으면, 손님들이 해산물 종류와 조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곳이에요. 말하자면 한국식 ‘심야식당’ 같은 곳이죠. 또 다른 하나는 ‘유람선 야식’이라고 하는 동명항 앞의 야식집이에요. 홍게무침이 유명한데, 홍게 반 마리를 양념게장처럼 무치고 한 차례 쪄낸 게딱지를 무침과 함께 내어주는 별미입니다. 무엇보다 야외 테이블이 꽤 많아서 지금 같은 계절엔 항구를 배경 삼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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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금정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포문을 열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출간될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다른 도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속초도 이번에 책을 쓰면서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었듯이, 부끄럽게도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한국의 다른 도시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기획이 빛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소하지만 꼭 필요한 ‘도시 이야기’를 담는, 즉 인문의 시선으로 도시를 안내하는 책이니까요.

 

다 기대되는 곳들이지만 그중 가장 기대되는 곳은 ‘순천’이에요.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이 몇 권 있긴 하지만, 속초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천 이야기만으로 채워진 단행본은 매우 드물고요. 지역 특산물 중 농산물이 많다고 알고 있어서 어떤 맛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무척 기대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집필하시는 분이 저처럼 서점을 운영하는 분이에요. 가게를 병행하면서 얼마나 힘들게 취재하고 계실지 모르지 않기에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네요.

 

 

*김영건


강원도 속초에 있는 작은 동네서점에서 태어났다. 1990년대 서점 호황기의 끝자락을 서점 창고에서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보냈고, 2000년대 이후 서점 불황기에는 서점 바깥에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보냈다. 서점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r 발음과 『이방인』의 세계에서 읽고 떠들고 헤맸다. 내 삶이 어느 요절한 불란서 시인의 삶처럼 굳세고 강렬하기를 소망했지만, 졸업 후 공연기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다. 매일 보도자료를 썼고 포스터와 소책자를 만들었으며, 이따금 소책자 등을 서울에 있는 몇몇 독립서점에 배포하며 뿌듯해했다.

 

고향을 떠난 지 9년 만에 속초에 돌아와 아버지의 서점을 잇고 있다. 1956년에 개점한 서점을 지금의 시간에 이식하고자 발버둥 치지만, 녹슨 세월 앞에서 자주 고개를 떨군다. 다시 고개를 들면 수만 권의 책들이 일제히 바라보고 있다. 61년 된 서점의 2년차 서점 사람으로 주 65시간을 서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속초김영건 저 | 21세기북스
닭강정과 바다, 설악산으로 포장된 속초를 넘어 속초인의 내부적인 시선에서 쓰인 최초의 속초 안내서. 속초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의미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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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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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땅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도슨트’ 그 첫 번째 도시 속초 인문지리 시리즈 ‘대한민국 도슨트’의 첫 책이 출간됐다. 각 지역을 살고 경험한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지역의 이야기는 어느 여행서나 역사서보다도 쉽고 즐겁게 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첫 번째 지역 『속초』는 속초에서 3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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