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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김하나 작가가 1지망은 아니었어요 (G. 김하나, 황선우 작가)

김하나의 측면돌파 (71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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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 사실은 하나 씨가 1지망은 아니었습니다. 충격고백. 김하나 : 은근 기분 나쁘네, 이거(웃음). (2019. 02. 21)

[채널예스] 인터뷰_수정.jpg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김하나, 황선우 작가 편>


오늘은, 저의 동거인이죠, 황선우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20년 동안 능력 있고 열정적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다가, 저를 만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죠(웃음). 참 닮은 것도 많고, 그만큼 다른 것도 많은 두 사람이 만나서 2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담아서 책을 썼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라는 에세이인데요. 저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대화 상대이자 늘 본보기가 되어주는 사람이고,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맥시멀리스트이면서 ‘덜 자란 골든 리트리버’ 같은 친구이기도 해요. 황선우 작가입니다. 

 

황선우 : 네, 안녕하세요. 황선우입니다.


김하나 : ‘황선우 작가’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겠어요.


황선우 : 네, 들은 지 3일 됐습니다(웃음).


김하나 : 제가 오늘 녹음하러 오는 마을버스 안에서 들었는데, 좋은 소식이 있던데요.


황선우 : 네, 그렇더라고요.


김하나 : 무슨 소식이죠?


황선우 : 어제 책이 나왔는데, 벌써 재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김하나 : 이번 책이 저의 다섯 번째 책인데, 이전까지의 책들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에요. 조금 두렵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는데요. 황선우 작가님은 첫 책이시잖아요.


황선우 : 그렇죠.

 

김하나 : 아주 계 타셨네요(웃음).


황선우 : 하하(웃음). 이번 책과 이전 책들이 차이가 있다면, 김하나 작가님이 <책읽아웃>을 진행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아닐까요(웃음).


김하나 : 그것도 맞는 말씀 같습니다(웃음). 제가 재작년에 처음 <책읽아웃> 섭외를 받았을 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황선우와 같이 쓰는 책이 나오면, 황선우를 <측면돌파>에 초대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제가 드디어 그 큰 그림을 이루는 날이네요.


황선우 : 빅픽쳐, 오늘 완성이 되나요.

 

김하나 : 제가 처음으로 이 질문을 하려고 했어요. 저랑 같이 사는 건 어떠신가요?


황선우 : 아우, 행복합니다.


김하나 : 너무 가식적인....(웃음)


황선우 : 영혼 없었나요(웃음).


김하나 : 네, 1도 없었어요. 목도 메이고요(웃음). 같이 사는 건 그럴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책을 썼을까요? 어떻게 보면 TMI로 가득 찬 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치부들도 가득하고요. 특히나 제가 까발려 놓은 황선우 작가님의 치부 또한 상당하지 않습니까.


황선우 : 책에서는 제가 주로 ‘치부’를 맡고 있는 것 같고요. 사실 저도 에디터로 오래 글을 써왔기 때문에, 이전에도 책을 한 번 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글 쓰는 김하나 씨랑 같이 살게 되면서 자주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희 생활을 지켜보면서 ‘너희 참 재밌게 산다, 둘 다 글을 쓰니까 이걸 책으로 내보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줬죠. 아무래도 에세이는 작가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그 전까지 저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조금 모순적인데, 독자로서는 에세이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에디터로서 취재하고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글들과 비교할 때, 내 생활에 대해서 털어놓는다는 게 정말 TMI로 느껴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제 인생관이, 저는 조용히 살고 싶거든요(웃음).


김하나 : 그런데 책을 냈고, 지금 반응들이 정말 시끄러워요(웃음).


황선우 : 본의 아니게 그렇게 돼버렸는데요.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용기를 내게 된 건 한 가지였던 것 같아요. 제가 20대, 30대 때 결혼이라든가 앞으로 누구와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쓸데없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나에게 닥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데도 그 가능성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내가 지금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거취를 결정하고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이 복잡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기보다는 그냥 싱글인 상태로 다른 삶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모해보는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혹은 ‘어떤 강박에 쫓기지 않고 조금 더 느긋하게 지내면서 큰 그림을 지내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되게 급박한 마음 같은 게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또 여성으로서 결혼적령기가 지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여자의 몸을 값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황선우 :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후려치기를 많이 당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는 ‘우리 둘이 사는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겠다’라는 것도 있었지만, 이 책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에 있어서 뭔지 몰랐던 의문들이 해소되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은 왜 안 하니?’라는 식의 질문들이나 삶의 형태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내가 지금 잘못 살고 있는 건가? 혼자 행복하게 살고 있고 또는 그냥 친구들과 지내면서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내가 문제인 건가?’라고 생각하고 계신 여러분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쫓기는 느낌이 들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가시적인 답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남자 없이 여자 둘이서만 살면 불편하지 않느냐?’라는 질문들도 있을 수 있고요.

 

김하나 : 집필을 하는 동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질문지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집필하시는 동안 서로의 원고를 보셨나요? 같이 의견을 나누기도 하셨어요? 아니면 교정 단계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원고를 보게 되었나요?’


황선우 : 네, 당연히 집필하면서 서로 원고를 한 챕터씩 완성하면서 바로바로 서로에게 보여주고 피드백도 받았고요. 하나 작가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겠지만, 저 역시도 굉장히 팬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하나 작가가 글을 쓰면 항상 궁금해서 ‘오늘 뭐 썼어? 빨리 보여줘’라고 반응도 하고, 읽고서 ‘이거 너무 재밌다’라든가 ‘이건 내가 너무 굴욕적이야, 그런데 사실이긴 해’라고 말하기도 하고(웃음).


김하나 : 사실 둘이 싸우기는 했어요(웃음).


황선우 : 많이 싸웠죠(웃음).


김하나 : 네, 많이 싸웠고. 원고를 써서 보여줬다가 선우 씨를 너무 화나게 해서, 저희가 냉전 상태에 돌입하는 바람에 한동안 원고를 보지도 않았었죠.


황선우 : 네, 책이 엎어질 뻔한 순간이었죠(웃음).


김하나 : 하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여러 치부들은 빙산의 일각이지 않습니까?


황선우 : 자꾸 그렇게 말을 하시는데(웃음), 빙산은 자기가 빙산이라고 인정하고 싶겠습니까? 말이 되나(웃음)?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확인하시게 되겠지만, 다들 스스로는 감추고 싶은 면들이 조금씩 있잖아요, 저의 그런 면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특히 무엇에 대한 면이냐 하면, 제가 물건이 굉장히 많고 그게 정리가 잘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러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몸에서 그런 기관이 도려낸 것처럼 결여된 사람이거든요(웃음).


김하나 : ‘정리기관 상실증’이라고 부르겠습니다(웃음).

 

김하나 : 글에 대한 팬심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저는 황선우 씨의 존재를 패션 매거진 <W>에 쓴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기 때문에, 실제로 서로의 존재를 모를 때도 ‘이 사람 글을 참 잘 쓴다’고 좋아했었어요.


황선우 : 아우, 반사(웃음).


김하나 : (웃음) 저희는 트위터로 만났죠?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랑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게 참 신기하고 좋았는데, 지금 우리 둘이 같이 쓴 책이 나왔잖아요. ‘황’, ‘김’으로 구분이 돼서 글이 같이 섞여있는데, 제가 글을 한 편 읽고 나서 이어서 선우 씨의 글을 한 편 읽는 게 저한테는 아주 큰 기쁨이었어요.


황선우 : 저도 그랬습니다.


김하나 : 글 쓰는 건 외로운 작업인데 이걸 같이 쓴 거잖아요. 아침에 같이 밥을 먹다가 ‘이걸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내가 쓸까? 선우 씨가 쓸래?’ 하고, 선우 씨가 쓰기로 했으면 제가 방에 들어가서 자려고 하는데 거실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들리는 거죠. 내가 원래 좋아하던 글을 쓰던 사람이 나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글을 쓰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리고 아침이 되면 이 글을 제일 처음 읽는 독자가 내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재밌었어요. 글을 쓰는 작업 자체가 아주 즐거웠습니다.


황선우 : 그 이야기가 책에도 나오는데요. 서로 같이 목차를 짜고, ‘이 이야기는 누가 더 잘 쓸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나누고, 그런 작업들을 해서 ‘나는 이걸 쓸게’라고 이야기를 해놓고 나서 (상대가) 기대를 하고 기다리잖아요. 그러면 그냥 잘 수가 없는 거예요. 초롱한 눈망울로 내가 내일 뭘 보여줄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집에 누군가랑 같이 살고 있다는 게 그런 식으로 묘하게 사람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평소 말로는 조금 하기 힘들었던 게 글을 읽고 난 뒤에 느껴졌다거나, 아니면 이 글을 통해서 뭔가를 담은 적이 있나요?


황선 : 음...


김하나 : 우리는 너무 말로 다 하죠?


황선우 :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그게 같이 사는 데 있어서 잘 맞는 점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은 조금 직설적이고 직선적이고 직접 표현하는데, 또 한 사람은 굉장히 에두르고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참고 참고 참았다가 터뜨리는 식이라면 조금 더 힘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저희는, 물론 서로 간에 약간 상대적인 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고 하는 편이고요. 쌓아놨다가 나중에 폭발시키는 건 없죠.


김하나 : 그렇죠. 그러면 김하나와의 동거, 저의 경우에는 황선우와의 동거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뭐였을까요?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장 우려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황선우 : 책에서 하나 씨가 저에 대해서 ‘순혈 욜로’라고 표현하셨잖아요.


김하나 : 오늘만 사는 분.


황선우 : 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별로 우려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같이 살아 보고, 아니면 그냥 이사를 한 번 더 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같이 살게 된 결심이 이루어진 배경은 저희 둘에게 비슷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혼자 거의 20년을 살다 보니까 ‘이제는 누군가와 같이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혼을 하면 그렇게 될 줄 알고 기다리고 있다가, 결혼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혼자 계속 살아야 되나?’ 하고 지내다가, 비슷하게 혼자 사는 친구들의 삶을 봤을 때 서로 같이 합쳐보면 훨씬 시너지가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이 있었어요. 사실은 하나 씨가 1지망은 아니었습니다. 충격고백. 3지망이었고요.


김하나 : 저도 그래요(웃음). 은근 기분 나쁘네, 이거(웃음).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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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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