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특집] 출판인이 꼽은 맛집
월간 채널예스 2월호 특집
교정지와 보도자료에 씨름하다가도 그 집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드는’ 음식에 대하여. (2019. 02. 12)
이지은(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원래는 장사가 안 돼 접으려고 했다고 했다. 『술꾼도시처녀들』의 미깡 작가님이 동네 주민으로 우연히 도전해보기 전까지는. 작가님이 육전과 갓김치, 미나리 튀김을 올리셨던가. 한 장의 사진에 타임라인이 술렁였다. 망원동, 합정에 포진해 있는 출판계 동료들과 찾았다. 가게 단골인 지인이 책을 냈을 때는 사장님도 기쁜 마음으로 다른 손님도 마다하고 함께 축하해주었다. 앞으로도 더욱 유명해져서 사장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육전을 만들어주셨으면, 제철 재료로 생각도 못한 맛을 보게 만들어주셨으면 하고 빌어본다.
한수정(창비 마케터)
파주 출판단지 입구는 '이런 곳에 회사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게 군부대와 논밭이 펼쳐지는데, 길인지 의심되는 샛길을 하나 따라들어가면 시골집을 떠올리는 ‘진달래’가 있다. 마치 9와 3/4 승강장 같이 숨어있는 맛집! 추천 메뉴는 청국장 정식과 콩비지. 푸짐한 나물에 고추장, 들기름, 구수한 청국장을 슥슥 비비면 윤기가 촤르르르.... 금세 한 공기 ‘순삭’. 여기에 콩비지를 더하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콩맛으로 입가심까지 완벽! 1인 7천원으로, 지불한 비용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얻고 돌아가게 된다. 출판단지에 오게 된다면 (제발, 부디) 놓치지 말고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정유선(아르테 마케터)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시절 사춘기의 모든 로망은 홍콩영화에 담겨있었다. 주윤발, 양조위, 유덕화 등등 그들의 영화를 보며 대체 왜 그렇게 설레이고 좋았는지....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는 홍콩이 참 좋았다. 화려하면서도 번잡스럽고, 특유의 향과 분위기가 있는 그곳을 좋아한다. 하지만 홍콩에 매번 갈 수는 없으니까, 그곳을 떠올리며 자주 찾는 곳은 서울 무교동의 ‘청키면가’이다. 이곳에는 꼭 혼자 간다. 나만의 소울푸드 '새우 완탕면'을 오롯히 혼자 창가자리에서 즐기는 그 시간은 절대 다른 이에게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 고량주 한 잔을 함께 하면 그 시간은 더 완벽해진다. 아 안되겠다, 이번 주에 당장 가야지.
청키면가 무교점
새우완탕면 9,000원, 청키볶음밥 14,000원
서울 중구 다동길 33
02-538-3913
박혜진(민음사 편집자)
맛집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대지 위를 흐르는 간장은 닭고기의 온몸을 촉촉하게 적시고 촉촉한 닭고기 위로는 지붕을 덮은 눈처럼, 겨울밤 솜이불처럼, 고추와 파가 수북이 쌓여 있는 흐뭇한 광경. 풍요로움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맛집의 첫 번째 비결인바, 신사동 제1의 중국집 ‘송쉐프’의 유린기가 달래지 못한 편집자의 스트레스는 없었다. 비주얼 쇼크로 놀란 마음에 따르는 매콤 새콤한 맛 또한 일품이어서, 유린기가 붙잡지 못한 작가의 마음 또한 없었다고 한다.
송쉐프
유린기 30,000원, 삼선볶음밥 8,000원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길 40
02-546-1178
최장욱(알마 편집자)
연남동에서 일한다는 건 축복이다. 순전히 물리적인 위치를 말하는 거다. 일터에서 스무 걸음 남짓한 곳에 ‘101호 사케집’이라는 아늑한 술집이 있다. 그날의 일들을 저작하는 곳으로 이토록 근접한 장소를 택하는 건, 스릴을 넘어 배덕감에 가까운 묘한 감정에 담는 야유다. 이때 동료들과 찾는 메뉴는 아보카도사시미. 녹녹한 아보카도와 바삭한 김, 크래미와 무순, 고추냉이를 더한 간장의 조합이 마법 같은 식감으로 내 안의 크레바스를 메워준다. 자몽생맥주도 아름답다.
이연실(문학동네 편집자)
홍어삼합에 개구리튀김까지 못 먹는 게 없던 내가 도무지 맛을 몰랐던 게 평양냉면이다. ‘아니 이 행주 빤 것 같은 물 맛은 뭐지?’ 어느 날 김훈 선생님이 나를 옥류담으로 이끄셨다. 메뉴판에 ‘꿩냉면’이라고 쓰여 있길래 설마 ‘평냉’은 아니겠지 하고 주문했는데, 평양냉면에 꿩고기를 올린 것이었고, 내가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절망하려던 찰나… 나는 이 히스무레하고 슴슴한 육수에서 냉면의 신세계를 만났다. 꿩고기가 들어가야 진짜 평양냉면이라고들 한다. 꿩냉면과 꿩만두의 조합을 강추한다.
윤성훈(다산북스 편집자)
브루어리에서 갓 나온 신선한 수제맥주에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치킨, 소프트쉘 크랩, 옥수수알 튀김도 충격적으로 맛있다. 문제는 자유로 바로 옆에 있어 차 없이는 못 가고 대리도 부를 수 없다는 점. 그래서 회식을 할 때도 우리는 가위바위보로 그날의 운전 담당을 따로 정해야 했다. 팀에서 술을 가장 좋아하는 임 대리의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옥수수알 튀김 3,500원, 치킨 15,000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이산포길 246-11
031-912-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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