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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책읽기는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

『담요와 책만 있다면』 임성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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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자기’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어떻게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2019. 01. 10)

임성미 작가 사진.jpg

 

 

20년 넘게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일을 해온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가 중년이라는 인생의 오후에 접어든 이들을 위한 책  『담요와 책만 있다면』 을 출간했다. 34가지 주제와 60여 권의 책 이야기로 행복한 중년이 될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동안 많은 독서교육과 집필활동을 해오셨는데요,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는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아요. 성인 중에서도 ‘중년을 위한 책읽기’를 주제로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 책도 독서교육서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가 학생 때만 하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하는 평생 독서이기 때문이지요. 중년을 위한 책읽기 책을 내게 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말하자면, 첫째로는, 가장 좋은 교육자는 가장 좋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20년이 넘도록 수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을 만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부모나 교사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은 마음의 일이고, 관계의 일이기 때문에 좋은 어른 그 자체가 좋은 교육자의 표본인 것이지요.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려면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하고요. 둘째로는, 오랫동안 중년들과 독서모임을 해오면서 중년기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절실함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나 문제와 고통은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중년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몸살을 앓는 사람이 많습니다. ‘변화’는 늘 있어왔지만 중년기는 특히 더 변화나 변혁, 개혁과 같은 말에 민감하고, 그것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오십대 중반으로 중년의 강을 건너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바로 저를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오셨을 것 같은데요, 중년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라면 무엇인가요? 또 그럴 때 선생님이 해주시는 나름의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한번은 중년독서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갔는데 서른 초반의 여성이 왔어요. 깜짝 놀라서 어찌 왔냐고 물었더니, 자기 어머니가 육십 초반인데, 매일 매일 찾아오거나 전화해서는, 고생하고 살았는데 인생에 남는 게 없고, 다 소용없다면서 한탄과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보지만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며, 자신은 엄마처럼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중년기에 고민을 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니까요. 우리의 인생 문제는 제각각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그에 대한 처방을 찾아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만, 저는 많은 고민이 결국 ‘관점과 해석’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문제와 고민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돌아보려면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좋은 책을 읽는 게 좋겠지요.  

 

 ‘중년의 인간관계’를 다룬 부분이 참 와 닿았어요. 가족과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중년 같아요. 책에 언급하신 추천도서 중 하나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사실 모든 책이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도 결국, 행복이란 좋은 관계라는 것이지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자기’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어떻게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책에서 소개한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가 그것을 통찰하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나’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가 과연 진짜 나인가를 물어보고, 무엇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고통스러워하고 관계가 힘들 수밖에 없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다섯 번 정도 읽었는데요, 저자의 생각대로 살기는 쉽지 않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내면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담요와 책만 있다면 내지.jpg

 

 

자아, 인간관계, 사회 등 내게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찾아 추천도서와 이야기를 얻을 수 있는 구성이 참 좋아요. 책에 언급한 60여 권의 책을 선정하시게 된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제에 어울리는 책을 소개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소설보다는 영성이나 심리, 철학책 등 인문서가 많아졌습니다. 여기서 소개한 책들은 제가 평소 좋아하고 자주 읽은 책들입니다. 처음 책을 구상할 때는 중년을 맞은 사람들이 겪는 고민이나 갈등을 위주로 책을 골랐는데, 글을 쓰는 도중에 저와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적으면서 그에 맞는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중년기에는 삶의 본질을 돌아보고, 자신의 욕망과 환경을 조율하며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시기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 책을 읽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 책을 읽으면 젊어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전체 안에서 관계들을 조망하는 통찰력이 생기거든요. 전체적으로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법,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기술, 좋은 사회를 위한 건강한 토론문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들을 골랐습니다. 

 

 ‘마음’ ‘심리상담’에 그치지 않고 ‘건강, 복지, 노동’ 문제까지 언급한 점이 새롭고 실용적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다양하게 언급하시게 된 배경이나 이유가 있나요?


시중에 나온 중년이나 마흔에 대한 책들을 보면 소설이나 치유에 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여하고 있는 중년독서모임에서는 문학보다는 철학이나 영성, 사회과학 책을 더 많이 읽는 편이에요. 현재 중년을 맞이한 분들 대부분이 청년 때 인문학 책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관련 책들을 깊이 읽어본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중년기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모임에서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시민이 되는 방법을 배우고 나아가 직접 공유하고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책에서도 썼지만 <과학을 생각하는 시민독서모임> <소비를 생각하는 독서모임> 같은 많은 중년독서모임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중년의 독서는 어떤 독서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저는 빅터 프랑클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그는 우리의 삶은 삶에게 질문하는 게 아니고, 삶이 던지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가 보기에 삶의 물음에 답하는 것은 바로 매순간의 삶에 책임을 지는 행위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년의 책읽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돌아보고, 삶을 책임지는 용기를 얻기 위한 행위라고 봅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살아가지만 책읽기도 큰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담요와 책만 있다면』 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우연히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 안에 쓰인 한 줄의 글이 심장을 뒤흔들 수 있듯이, 그리고 한 번의 따뜻한 악수가 위로와 힘이 되듯이, 제가 소개한 여러 책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살아갈 용기와 힘으로 되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된 존재가 아니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책도 아주 좋은 친구요 이웃임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담요와 책만 있다면임성미 저 | 한겨레출판
‘현명한 주치의의 정확한 처방전’처럼, ‘내 손을 잡아주는 친절한 친구’처럼 소개되는 책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덧 60여 권의 방대한 지식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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