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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박광수, 미운 오리 새끼들의 건투를 빕니다

『참 잘했어요』 작가 박광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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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힘들고 외롭고 전부 그만둬버리고 싶은 어느 날, 이 오리 캐릭터를 보고 피식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201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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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 뗀다는 한글도 4학년이 되어서야 읽을 줄 알게 되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말썽꾸러기 친구들과 어울리며 파출소에 드나들었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결혼도, 사업도 한 번씩 크게 실패하면서 50년 가까이 세상으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라는 소리를 들어온 남자, 박광수.


25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광수생각』 의 박광수가 이번에 신작 에세이  『참 잘했어요』 를 펴냈다. 부제는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왜 하필 미운 오리 새끼들을 위한 책을 쓴 걸까? 만약 누군가 그의 인생에 성적을 매긴다면 성적표는 온통 '가'로 도배될 게 분명하지만, 지난 삶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박광수. 대한민국 대표 미운 오리 새끼 박광수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번 책의 부제가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왜 굳이 ‘미운 오리 새끼’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쓰시게 되었나요?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는 다 아실 거예요. 볼품없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던 오리가 알고 보니 아름다운 백조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동화를 지은 안데르센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였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안데르센은 가난한 집안 출신인 데다 외모까지 볼품없었다고 해요. 비쩍 마른 키다리에 눈은 움푹 파였고 코는 유난히 길었죠. 그런데 하필 그는 연극배우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땠겠어요? 어딜 가나 늘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을 밖에요.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어느 귀족의 후원을 받으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세상 사람들의 찬사와 박수를 받는 대문호가 되었죠. 그런 그가 쓴 작품이 바로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그런데 저는 안데르센 이야기를 듣고는 괜히 화가 나는 거예요. 뭐, 결국 백조가 되면 좋겠지만, 태생부터 백조가 아닌 오리들은요? 인정받지 못하고 구박이나 받는 오리들이 느낄 좌절감은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서 안데르센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누가 뭐라든 즐겁고 행복하다면 꼭 백조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냥 미운 오리 새끼여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에 감정 이입을 하셨나 봐요. 본인 스스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 뗀다는 한글도 4학년이 되어서야 깨쳤고, 공부를 못해서 언제나 ‘나머지 공부 반’ 신세였어요. 중?고등학교 땐 말썽꾸러기 친구들과 어울리며 종종 파출소에도 드나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선 “너는 커서 아주 망할 놈이 되거나, 아주 크게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당시 전 이미 ‘망할 놈’이었기에 커서도 ‘망할 놈’이 될 확률이 다분했지만, 우습게도 저는 그 말을 칭찬으로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칭찬이 너무 고팠던지라 마음대로 아버지의 말을 해석했고, 그 칭찬 아닌 칭찬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왔죠.

 

그래서 『참 잘했어요』 라는 책을 쓰시게 되었군요. 언제나 칭찬이 너무 고팠기 때문에….


네. 사실 누구나 칭찬을 받고 싶어 합니다.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어도,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쳐도, 실수투성이여도, 그냥 칭찬을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죠. 어릴 때 제가 다니던 화실의 선생님은 저를 ‘미친놈’이라는 애칭(?)으로 불렀어요. 저는 그 말도 칭찬으로 들었습니다. 제가 그만큼 남들과 다른 특별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버린 거죠. 친구들 공책에 웬만하면 찍혀 있던 ‘참 잘했어요’ 도장이 부러워 문신으로 새겨볼까 했던 적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칭찬이 고팠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그 말을, 스스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서는 책에 ‘미운 오리 새끼’로 살아온 세월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쓰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것은 못 참고 끝내 저지르고 마는 제게 어른들은 “광수야, 인생이 네 입맛대로 되는 줄 아냐?”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내가 어려서 저 말을 이해하지 못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50 가까이 나이를 먹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거 보면, 틀린 말이 아닌가 싶어요 ㅎㅎ. 저는 한 끼를 먹어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안 그래도 짧은 인생인데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사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가 뭐래도, 개떡도 내 입에 맞으면 꿀떡이니까요. “하면 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뛰어난 재능이 주어진 것도 아니고, 기회마저도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니, “하면 된다”는 말은 재능이 많거나 기회가 많은 사람들의 말일 뿐입니다. 대신 그 말을 ‘되면 하자’로 바꾸고 싶어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되는 일부터 하면서, 내가 걸어가는 길을 즐거움과 행복으로 채우고 싶어요.

 

이 책에선 인생을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눈에 많이 띄는데요.


제 인생이 평탄하게 흘러오지만은 않았어요. 결혼도, 사업도 크게 성공하기도 했지만 크게 실패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실수도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낙심하고 포기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제게 “넌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의 말처럼 잘하진 못했고, 그 말을 건넨 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따뜻했던 그 한마디가 지금의 이곳까지 저를 이끌었습니다. 거짓일지라도 그때의 저에게는 꼭 필요했던 말인 거죠. 말이란 게 작은 돌과 같아서 비틀대는 누군가를 그 돌로 맞혀 영원히 일어서지 못하도록 쓰러지게 만들기도 하고, 혹은 중심을 못 잡고 기우뚱대고 있는 빈틈에 잘 끼워 넣어서 올바르게 중심을 잡는 주춧돌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때의 저처럼 갈팡질팡 흔들리는 후배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넌 지금 잘하고 있어.”

 

책에서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오리 캐릭터입니다. 캐릭터 만들기가 여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요.


이번 책을 내면서 오리를 수백 마리쯤 그려본 거 같아요. ‘미운 오리 새끼’이지만 밉지 않게,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면서도 재미있게 사는 오리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 힘들고 외롭고 전부 그만둬버리고 싶은 어느 날, 이 오리 캐릭터를 보고 피식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마지막으로 ‘세상의 미운 오리 새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 몰래 성적표에 확인 도장을 찍어 가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가’로 도배가 된 성적표였거든요. 하지만 엄마에게 들켜버렸고 저는 수치심과 죄스러움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그때 어머니가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수’는 한자로 빼어날 수, ‘우’는 넉넉할 우, ‘미’는 아름다울 미, ‘양’은 어질 양이란다. 그리고 우리 아들이 많이 받은 ‘가’는 ‘가능할 가’야. ‘가’가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우리 아들은 가능성이 많은가보다.” 그 말은 그동안 미운 오리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시가 뾰족하게 서있던 제 마음을 울렸어요. 이제 그 말을 제가 다른 이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미운 오리 새끼들이여, 건투를 빕니다!



 

 

참 잘했어요박광수 저 | 메이븐
사람들은 나를 천덕꾸러기 취급하지만 괜찮습니다. 하늘을 날지 못해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세상엔 즐겁고 행복한 일이 넘쳐나거든요.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식대로 노래하며 즐겁게 살 겁니다. 꽥꽥! 꽥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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