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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특집! 나를 설레게 하는 한 권의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 『나는 지하철입니다』, 『알레나의 채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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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8. 10. 11)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불현듯 : 가을은 날씨도 좋고 들뜨는 계절인데요. 한편으로는 쓸쓸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 쓸쓸한 마음을 달랠 책이 필요하죠.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주제는 ‘그림책 특집! 나를 설레게 하는 한 권의 그림책’입니다.


캘리 : 그림책 정말 좋아요.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 같기도 해요.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게 그림책 같아요.


프랑소와엄 : 저는 소설은 정말 재미있지 않는 한 두 번 이상은 못 읽어요. 그런데 좋은 그림책은 최소 열 번 이상은 읽게 돼요.


불현듯 :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은 여백이에요. 한 페이지를 금방 넘길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백이 보이는 거죠. 거기서 어떤 분위기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요. 그런 여백 덕분에 그림책을 읽을 때는 마음의 짐도 덜어지는 것 같고 그래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 오현경 그림 | 이야기꽃

 

너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청취자 분들이 좋아하실 책을 가져올까, 정말로 내가 꽂힌 책을 가져올까, 고민하다가 가져온 책입니다. 두 달 전에 어린이집에서 부모를 위한 그림책 수업이 있었어요. 반차를 내고 어린이집에 갔거든요. 그때 그림책 수업을 하는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다섯 권 중 한 권이 『민들레는 민들레』 였어요.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읽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시는 방식에 확 빠져서 많이 벅차 올랐던 기억이 있어요. 2014년에 나온 책인데 벌써 10쇄를 찍은 책이고요. 아이들도, 부모도 많이 읽는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글밥이 적은 책이라 두 분께 보여드리면서 읽어드린 후에 책 소개를 해드리고 싶어요. 

 

민들레는 민들레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민들레는 민들레
(중략)
혼자여도 민들레
둘이어도 민들레
들판 가득 피어나도
민들레는 민들레
꽃이 져도 민들레
씨가 맺혀도 민들레
휘익 바람 불어 하늘하늘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을 보며 천천히 읽으면 좋은 그림책인데요. 그날 어린이집 수업에서 선생님이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이름을 ‘민들레’ 자리에 넣어서 이야기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름을 넣어서 입으로 말해보라고 하는 거죠. 놀랍게도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정말 느낌이 달랐어요. 보통 누구 엄마, 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을 넣어서 이 그림책을 다시 한 번 읽는데 정말 좋았어요. 이 책은 꼭 한 번 그렇게 자기 이름을 넣어서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읽다 보면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나는 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면서 엄청나게 위로가 되거든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

 

지하철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림책이에요. 저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요. 탈 때마다 뭉클한 순간이 있어요. 늘 처연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피로에 찌든 얼굴, 허망함 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 그게 오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하철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 각자의 사연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빨리 걷고 안달복달하는 모습으로만 봤던 거죠. 지하철의 시선에서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합니다. 뒤에 김효은 작가님이 쓰신 글이 있는데요. 읽어드릴게요.

 

나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 내 갈 길을 찾아 걸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못 본 척 지나치며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길 위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주름진 손을, 가지각색의 얼굴을, 다양한 표정의 발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 하나둘 쌓이자 아버지가 어렸을 적 우리에게 보여 주셨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길 위에서 보았던, 가까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초반부 지하철만 등장할 때는 그림이 비교적 무채색이에요. 지하철이 혼자 있을 때는 무채색이다가 사람들이 한 명씩 타면서 색채가 더해집니다. 여기 등장하는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인데요. 왜 하필 2호선인가 추측하면 순환선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지하철의 시선이니까 여기 탑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겠죠? 특히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요. 지하철은 이렇게 말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 마디마디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페이지마다 저마다의 사연들을 설명해주고요. 역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사연이 더께처럼 쌓이면서 풍성해집니다. 이 책을 보면서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하나의 이동수단을 뛰어 넘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알레나의 채소밭』
소피 비시에르 글그림/김미정 역 | 단추

 

전에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를 소개할 때 그 책의 주인공인 타라북스 출판사에서 출간한 『나무들의 밤』 이 2008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흥미롭게도 이 책 역시 2018년 같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민들레는 민들레』 도 2015년에 그 상을 수상했더라고요?  『알레나의 채소밭』  심사평이 이 책을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먼저 읽을게요.

 

시간과 계절의 변화, 농부의 노동과 인내, 빨강과 초록의 강렬한 대비, 아이가 일상의 변화를 발견하며 느끼는 놀라움. 차분하면서도 신선하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책입니다. 자신의 먹거리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느낀 만족감과 평화를 이 책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래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굉장한 만족감과 평화를 느꼈거든요. 주인공 아이가 집 옆의 채소밭을 관찰하는 이야기인데요. 처음 학교 가는 길에 보인 밭은 잡초투성이였어요. 누군가 잡초도 뽑아주고, 땅을 숨쉬게 해줬다는 사실은 몰랐겠죠. 어느 날 보니 잡초가 다 사라졌어요. 역시 누군가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었을지 몰랐습니다. 사실은 알레나 아주머니의 노력이 덕분이었죠. 계절이 바뀌고 그 어느 날 채소밭에 배추, 당근, 토마토 같은 작물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곧 주말이 되어 시장에 가보니 알레나 아줌마가 “모두 우리 밭에서 기른 채소랍니다” 라면서 채소를 팔고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그 채소들을 사가지고 옵니다. 이 책을 보는데 새삼 채소가 나한테 오기까지 그 매일의 고된 노동을 생각하게 되면서 감탄하게 됐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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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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