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를 닮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방한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세 번째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출간
베스트셀러가 된 후 더 이상 늙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 책을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읽어주고 웃는 것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게 됐다. 내 삶이 더 좋아졌다. (2018. 10. 10)
전 세계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나 공부했다.”
70-80대 노인 다섯 명이 강도단을 만들어 노인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온갖 일을 벌이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가 한 말이다.
15년 간 스톡홀름과 오슬로,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해양 박물관에서 근무한 수중고고학자였고, 20년 넘게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은퇴 후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책 쓸 줄 모르는 상태로” 쓰기를 마음먹은 후 베스트셀러가 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시중에 나온 책을 모두 탐독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나는 아이 같은 사람이고,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웃기길 좋아했다. 학자가 되었지만 그것은 실수로 된 것이다.(웃음) 드디어 내가 원하던 재미있는 소설을 쓰게 되었고,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를 쓸 때는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쓰는 내내 웃으며 썼다. 책의 내용은 진지하다. 하지만 나는 유머를 갖고 다루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첫 방한에 맞추어 출간된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은 201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4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된 바 있다. 지난 10월 4일,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벨리 방한 기념 기자 간담회가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진행되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서 글을 쓴다는 작가는 “삶은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다. 자신의 날을 조금 더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것이 삶이다. 최소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면 그것이 자신의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벨리 작가는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 공식 초청으로 방한한 기간 동안 당인리책발전소 사인회(10/6), 와우북 강연(10/6), SNS 팬미팅(10/8) 등을 통해 한국 독자와 만났다.
나에게는 늘 쓸 것이 있다
요양원 탈출한다는 설정, 어떻게 생각한 것인가?
10년 전 요양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아파트처럼 되어 있고 주방도 있었다. 돌보는 사람이 있고, 노인들이 모여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세 끼 식사가 아주 잘 나왔다. 예술가가 주 1회 방문해서 노래도 해주었고, 공연도 해주었다. 커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비용 절감 차원인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5명에서 1명이 되었다. 노인들의 외출이 불가능해졌고, 하루 마실 수 있는 커피가 3잔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다. 그들은 오늘의 스웨덴을 만들어준 분들인데 원하는 만큼의 커피도 마실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생각했다. 당시 나는 언론인이었고 감옥에서의 생활도 알게 되었는데 ‘아, 말년에 자기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면 감옥에 가야 하는구나’생각했었다. 감옥에서도 세 끼 제공이 되고, 체조 하는 시간이 있고, 하루 1시간 외출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소설을 착안하게 되었다.
작가와 메르타 할머니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면?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르타 할머니는 건강한 괴물이다. 나는 건강하기만 하다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웃음) 또 천재 캐릭터(오스카르)가 있는데 그 캐릭터도 나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잘하지는 않지만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내내 웃으며 썼다고 했다. 어떻게 썼나?
워낙 어릴 때부터 장난치는 걸 좋아했다. 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각해도 웃긴 면은 늘 어딘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스웨덴 작가가 쓴 은행털이 소설을 읽어보면 대개 남자가 들어가서 총을 쏘고, 은행을 털고, 나온다. 그러나 나는 무기도 싫고 그런 식으로 은행 터는 것이 우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획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6주 넘게 계획에만 시간을 썼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은행을 털 수 있을까 해서 생각해낸 것이 쓰레기 수거차다. 스웨덴의 쓰레기 수거차는 파이프를 통해 진공으로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데 그걸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은행 빌딩의 창문, 계단 등 모든 내부 구조를 다 연구했다.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실제로 은행을 털 장면이 되었을 때는 이미 내가 은행털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상황이 되었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다보면 잘 안 될 때도 있다.
연구를 충분히 하면 된다.(웃음) 쓰레기 차 안에서 너무 긴장한 메르타 할머니가 껌을 씹는다. 그러다 껌이 떨어져 주우려다 실수로 기어를 건드린다. 그 때문에 차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장면도 있는데 실제로 내가 도둑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더라. 차도 그냥 주차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 주차하는 게 재미있을까 생각해봤다.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주차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책에서 찾아봐 달라.(웃음)
노인들의 미팅 장면이 나온다. 그밖에도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그린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왜 중요한 것일까?
역사소설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는 엄청난 러브스토리와 화끈한 베드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조심해서 쓴 것이다. 젊은 사람, 아이, 노인도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다룬 것이다.
노인의 성에 대해서 예를 하나 들어볼까 한다. 아버지가 99살에 돌아가셨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자신의 비서와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92세부터 7년 동안 동거를 하다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는 그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대답이 될 것 같다. 나는 숨이 멎는 순간까지 누구나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이에 따라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그 상황에 맞추어 표현한 것이다.
현재 노인들의 삶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공유해달라.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세 권 모두 정치적 팸플릿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스웨덴은 세금을 많이 걷는다. 그 세금으로 요양원, 병원 같은 사회 인프라를 만들고 유지한다. 그런데 최근 금융을 다루는 사람들이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파나마 같은 곳에 돈을 보관하고 세금을 조금만 낸다. ‘파나마 스캔들’을 아는가?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에서 인물들은 파나마 스캔들의 방법론을 이용한다. 이런 대목은 나의 정치적 선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일 것이다.
인프라를 만들고, 병원을 짓는 데에는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그러려면 세금이 잘 걷혀야 하는데 요즘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을 덜 걷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노인들은 젊은 시절 사회 기여를 위해서 기꺼이 많은 세금을 냈던 사람들이다. 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기저에 다루고 있는 문제의식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60대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일생을 수중연구과 파트타임으로 보냈다. 생각해보면 1년 중 6개월을 일했고, 그것으로 생활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다 연금생활을 하다 보니 그 금액이 4개월 정도의 수입밖에 되지 않아 이 정도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와중에 주변에서 책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책 쓸 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 것이다. 학자 배경 때문인지 나는 시중에 나온 책을 모두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나 공부했다. 한편 소설의 주제는 앞서 말한 대로 은퇴한 노인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였다. 베스트셀러가 된 후 더 이상 늙는 것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 책을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읽어주고 웃는 것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게 됐다. 내 삶이 더 좋아졌다.
구체적으로는 언제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가?
8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의사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학업에 집중했다. 42살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자유로워지겠다, 결심하고 원하는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쓸 때 그때까지의 경험, 수중고고학자로서의 경험이나 연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들이 도움이 됐다.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되는지 연구한 결과는 무엇인가?
알고 싶으면 돈을 갖고 내게 와라.(웃음) 사실 무엇이 베스트셀러가 될지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베스트셀러의 비밀을 분석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말이다. 다만 남자와 여자 남자 아이, 여자 아이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하지 않을까. 내 독자는 7살부터 107살까지 있다. 특히 11살에서 14살 사이의 남자 아이들은 책을 워낙 안 읽는다는데 내 책은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분이 좋았다. 또 책이 친절하고 다정한 면이 있어 베스트셀러가 가능했던 것 같다. 내 책은 노인들이 영웅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은행을 털면서도 친절한 태도를 보여준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우리만큼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태도가 있다.
수중고고학자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다. 어떤 활동을 했나?
바다에서 과거에 침몰한 배를 발굴하는 직업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발굴 활동을 했고, 호주에서도 4년 정도 일을 했다. 내 생각에 수중고고학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역사를 발굴하는 직업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모험처럼 느껴졌다. 배를 발굴한 후에는 일반 고고학자가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한다. 이 일이 처음에는 무척 재미있었는데 14번 정도 발굴 활동을 하다 보니 그냥 ‘또 뭐가 나왔구나’ 싶어지더라. 그래서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기자가 되었다.
한국에도 스웨덴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어 있다. 두 번째 경력인 경우가 많은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일찍 대성하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본인의 이야기를 3년 정도 쓰다가 더 이상 책을 내지 못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40살쯤부터 책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미 자기 안에 갖고 있는 책이 많기 때문에 쓸 게 많다.
나는 내 삶에서 경험한 것들이 내 마음에 들고, 만난 사람도 다양하고 본 것도 많기 때문에 그게 책을 쓸 때 굉장히 유용하다. 나는 언제나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데 그 이유는 늘 쓸 것이 있기 때문이다. 또 나는 역사학자였고, 기자였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이 참 유용하다.
앞으로 얼마나 계속 쓸 것인가? 노인들 이야기도 계속 쓸 예정인가?
뇌가 잠을 안자는 것 같다.(웃음)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친다. 현재는 언니와 동생, 두 자매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이것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될 것이다. 또 ‘메르타 시리즈’ 네 번째 책도 쓸 예정이다. 쓰면서 내가 정말 즐거웠고, 다음 책을 내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더 쓰고 싶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저/정장진 역 | 열린책들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며, 행동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이 노인들의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역시 귀담아들을 이야기일 것이다.
관련태그: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 노인들, 요양원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저/<정장진> 역13,320원(10% + 5%)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장편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70~80대 노인 다섯 명이 주인공인 유머러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