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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 남정미의 '동양철학으로 토닥토닥'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대화집』공저자 남정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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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만 보면 실망할 일도, 욕심부릴 일도 없으니 쓸데없는 감정소모 할 일 들이 줄게 되는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2018.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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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중요하다, 인문학의 기초다 하지만, 막상 철학을 공부하려고 하면 모호하고 어렵다는 인상부터 든다. 거기다가 동양 철학은 한자라는 언어의 장벽부터 넘어서기 쉽지 않다.  입춘, 하지,  입추, 동지 등 24절기에 따라 생활하고 있지만 동양 철학은 알 수 없다. 신이 없는 가운데 우주 생성의 원리를 밝히려는 것이 음양오행론이다? 어디서 들어본 건 같은데 조금만 설명을 들으려면 추상적이기 이를 데 없고, 왜 중요한지는 더욱 모르겠다. ‘학이시습’을 주장한 공자님도 ‘다이얼로그(대화)’ 철학하셨으니, 대화체로 된 동양철학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한글로 사유하는 고전 철학자와 책 속에서 코미디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은 서평가가 만나서 생활에서 원리까지 동양철학의 오묘한 세계를 안내한다.

 

서문을 펼쳤다가 빵 터졌습니다. 서문에서 “그렇다. 이 책은 그토록 잘 만든 책이다”라고 했는데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어려운 책을 안 좋아합니다. 읽을 수준도 안 되거니와 같은 뜻임에도 고상한 단어를 선택해 씌여져있으면 그 순간 !! ‘아. 이 책은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보아’ 하며 ‘쫄보’가 됩니다. 그렇게 덮은 책은 다음부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아주 오래전부터 저는 수과포자(수학과학포기자) 였습니다. 최근 김상욱 선생님의 『김상욱의 과학공부』 와 이정모 관장님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책을 읽고 나니, ‘하핫 ㅡ 요정도면 과학에 집적거려봐도 괜찮겠는데?’ 희망을 품게 되더라구요. 한 분야에 입문 할 수 입게 쉽게 써진 책들 보면 고마워요. 그래서 저는 ‘잘 만든 책’이라 함은‘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 이라고 생각합니다.

 

‘즤이 (?)’ 책 또한 ? 부제로 ‘저도 (동양)철학은 처음입니다만’ 으로 붙이고 싶을 만큼 ! 쉽습니다. 특히 철학을 실생활에 접목해서 설명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 맹자, 주희, 헤겔, 데카르트…’ 등 여러 철학가들의 사상 중 마음에 드는 철학들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그 후 내 삶에 버무릴 수 있는 철학을 골라 결제하자 ? 단, 결제는 돈이 아닌 삶의 좌표를 찍는 것으로 한다.' 그래서 ‘철학은 인터넷쇼핑' 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저 한번 동양철학을 훑겠다’ 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폈는데 웬 일? 술술익히네? 하시는 추천평이 많아 뿌듯함에 그런 자랑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헤헷.


서평가로 활동하면서 독자들로부터 책 추천 의뢰를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책 추천자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지?

 

‘24살 먹은 아들이 있는데, 군대 제대를 하고 오더니 다시 수능을 치겠단다, 취직할 나이에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다, 하는 짓이 탐탁지 않은 아들이 정신 차릴 수 있는 책과 앞으로 전망 밝은 직업군을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추천바란다’ 라는 어머님의 하소연 문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처방 내려드린 책은 일본 정신과의사 이즈미야 간지의 책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지도』 였는데요. 이 책은 ‘행복하세요!’한다고 행복해지지 않고 ‘괜찮아요.’ 한다고 정말 괜찮아지지 않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책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인간은 누구나 평생, 오직 자기 혼자만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는 부분을 읽어드리면서 “어머님, 이런 말씀 들이면 무척 서운하겠지만- 아무리 부모, 형제, 자식, 친구가 어려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해도, 사람마다 타고난 색깔이 다르고 각각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섞일 수가 없습니다. 아드님은 지금 ,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사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의 조언이 전혀 힘이 되지 않을 거예요. 한 발 뒤에서 본인의 길을 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봐 주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고 말씀드린 것이 기억에 남네요.

 

반복해서 읽는 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논어』  를 꼽은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왜 『논어』  인가요?

 

많은 성인들께서 ‘해탈하라, 자연이 되라, 나라는 존재를 잊어라.’ 좋은 말씀들 하셨지만 그 중에서 ‘사람’에 포커스를 둔 공자가 제일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람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니까요. 뭐 AI가 소설까지 써내는 이 시대에 몇 천년 전 공자의 말씀인 논어가 우리에게 어떤 미래의 정보를 알려주진 않겠습니다만, 어쨌건 제가 죽기 전까지는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하니까 '논어에 각종 인간군상이 나온다지. 그래, 기대도 실망도 빨리 하고, 맘 접을 일 있다면 후딱 하는게 접자' 싶었어요.

 

공자는 지식의 유희나 관념을 아주 싫어했다고 해요. 논어는 제가 읽은 바 '경험한 사람들의 본능을 이야기하며, 사람의 특색과 사람됨’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논어는 “사람은 자고로 곧고, 훤하고, 숨을 곳도 감출 곳도 없는 큰 길로 댕기야쟤” 하며, 정도를 말합니다. 또한, “털 먼지가 있으면 말끔히 털고 살아라, 그것이 바로 사람의 살 길이다”며 “정면돌파”를 이야기합니다. 공자가 말년에 14년 동안이나 주유천하 했던 것도 제 생각엔 “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로 이해되거든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 에 대해, 그리고‘그것을 알맞게 다스리’는 방법들을 말합니다.


그 와중에 ‘사람이기 때문에 애매모호할 수도 있고, 실수 할 수도 있다. 그것 까지도 크게 품는 것이 바로 사랑, 인(仁)이다 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날엔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어떤 날엔 이렇게 사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위안을 해주면서도 그 끝은 항상 “인간에 대한 사랑” 으로 귀결되는 책이라 논어를 좋아합니다.

 

대담자인 신창호 교수님은 전통 유학자로 ‘중용’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고, 지금도 어마어마한 책을 쏟아내고 있는 내공이 깊은 분이지 않나요?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철학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높게 꼽는 부분이고 자랑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공부 안 했어요!! 백지 상태로 갔습니다! 하하핫… 무식한 게… 용감한가요. 그렇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수업 중간중간에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책들을 챙겨 읽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이 수업진도에 맞춰 참고하라고 추천해주신 책들도 살폈습니다. 참고한 책은 , 신창호 교수님께서 쓰신 『한글논어』  와 신정근 선생님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명로진 선생님의 『논어는 처음이지』 , 김교빈, 김시천 선생님의 『가치 청바지』, 대담집으로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 받다』 등등이 있습니다.

 

남정미 작가가 질문하면 신 교수는 진지하게, 차근차근 답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묻는 거죠. “타로나 점성술을 보면 간혹 좋은 얘기와 나쁜 얘기를 동시에 듣잖아요? 그런데 나쁜 평가가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남는 건 왜 그런 거죠?”, “서양철학이 좀 더 ‘간지’나지 말입니다.” “동양철학은 돈이 되지 않아요.” 등등. 독자 입장에서 저자가 잘난 척 하지 않아서 좋지만,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음… 고백하자면 정말 모름에서 나온 질문이고, ‘동양철학’ 하면 떠오르는 솔직한 저의 궁금증이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게 곧 아는 것이 잖습니까?? (어머, 방금 저 스스로 말하고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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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로 쌍천 만 흥행을 만든 영화 <신과 함께 1, 2>에는 동양인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사후세계가 화려한 CG를 통해 재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소재, 화려한 볼거리, 보편적인 정서에 기댄 이야기 전개가 흥행의 요인이라는 대목에서 무릎이 탁 쳐지더군요. 이 책에서도 박제가 되어버린 전통을 어떻게 되살려야 하는가, 하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탄하지 않았나. 동양철학의 알뜰한 쓸모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동양철학의 이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면 참 좋을텐데!!하는 한탄이었습니다. 동양철학의 여유와 이치가 알고 나니 왜 그렇게 안 될 것들에 집착하고, 조바심을 냈는지 ? 어차피 내가 준비 되면 알아 챌 수 있는 기회, 자연스럽게 올 때가 되면 왔을텐데, 안달복달하며 비굴하게 허송세월했던 시간들이 보이더라구요.


무지와 두려움이 주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나, 인정하면 지는 줄 알았던 자존심들, 내 크기를 모르고 담을 필요도 없는 허영과 욕망을 채우는데 허비한 나날들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동양철학은 '자연', 그러니까 - '그대로가 바로 그 결이며 이치' 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만 보면 실망할 일도, 욕심부릴 일도 없으니 쓸데없는 감정소모 할 일 들이 줄게 되는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빠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한결 여유로운 마인드를 갖게 하는 이 동양철학의 '느긋함'이야말로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쓸모덕목' 아닐까요?

 

철학이 있는 삶과, 철학이 없는 삶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철학이 있는 삶은 자신의 분수를 아는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은 ‘간장종지’인데 ‘냉면기’에나 담을 수 있는 양을 욕심내면 일도 그르치고 마음에도 상처가 납니다.


다시 말해 욕망이 들어가는 것들을 경계해야 하는데 동양철학은 ‘너의 그릇을, 분수를 알아라’ 고 합니다 ? 희망적인 것은 분수를 알고 인정을 하며 사람을 사랑하면 타고난 줄 알았던 ?그릇의 크기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나를 알면 다시 말해 삶의 철학이 생기면 남의 인생을 좇아가며 가랑이 찢어질 일이 없습니다. 과하게 일 할 필요도 없으니 몸도 영혼도 크게 축나지 않습니다. 철학이 생기니 ‘나의 안정적인 상태’ 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음과 양, 어두움과 밝음이 자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오랫동안 쥐고 있지 않게 되더라구요, 덕분에 무리하지 않게 되어 ‘화’가 덜 나는 것이 저에겐 큰 기쁨이었습니다.

 

또한 동양철학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을 계속 인식하게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후회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망각이 있으므로 희망도 있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살면서 선택하는 결과들 때문에 힘드셨다면, 후회할 일이 많았다면 동양철학의 너그러움과 자연스러움 속에서 한 템포 쉬었다 가시는 것은 어떨까요?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신창호, 남정미 저 | 나무발전소
몇 몇 대중인문학 운동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논의하던 중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동양철학’을 개념 있게 정리하는 논의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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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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