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눈치’로 관계를 바로잡는다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김범준 저자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무례, 갑질, 건방 등이 넘치는 대화를 들으면 그대로 배우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센스, 공감, 인정, 사랑의 말눈치 있는 대화를 들었을 때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용해야 합니다. (2018. 05. 08)

김범준_프로필이미지.jpg

 

 

입 밖으로 말을 내뱉기는 쉬울지 몰라도 다른 사람과 하는 대화는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그건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대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넓혀나가려고 무던히 애쓴다.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알리려고 말을 건다. 하지만 좋은 대화는 잘하지 못한다. 저자 김범준은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하려면 말이다. 우리는 본 적도 배운 적도 없기에 좋은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가 편안하게 대화하기를. 그리고 세상에 아름다운 말이 가득하길 바라는 김범준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은 사소한 말투로 기적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저자 김범준이 ‘말눈치’로 관계를 바로잡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말눈치’라는 단어는 사실 생소합니다. 어떻게 ‘말눈치’를 독자에게 소개할 생각을 하신 건가요?

 

우리말에는 예쁜 말이 많습니다. ‘말눈치’도 그런 말에 속하죠. 말눈치가 많이 생소할 테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나온 뜻은 이렇습니다. ‘말하는 가운데에 은근히 드러나는 어떤 태도.’ 이를테면 “말눈치를 봤을 때 곧 끝날 것 같지 않아서 제가 먼저 일어나자고 말씀드렸습니다”처럼 활용됩니다. 타인을 잘 헤아리는 모습이 그려지듯 소박한 느낌도 들죠? 비슷한 단어로 ‘눈치’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눈치는 말눈치와는 다릅니다. 눈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느낌인 데다가 왠지 부정적인 감정도 듭니다. 그에 비하면 말눈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활력 있는 느낌을 주죠. 그런데 더 긍정적인 말눈치란 단어는 대화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예민한 말눈치가 그 힘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죠.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꼭 필요한 말눈치를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에는 선생님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습니다. 최근에 ‘말눈치 없는 대화’를 경험하셨나요?


말눈치 없는 대화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우리 주위에 가득합니다. 굳이 말눈치 ‘없는’ 대화의 경험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왕이면 엊그제 경험한 말눈치 ‘있는’ 대화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남산 소월길 부근에 제가 잘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에 퇴근 후에도 멀지만 찾아가곤 하죠. 그날도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가져다주는 곳이죠. 그래서 얼른 자리를 찾아 책 한 권을 꺼내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5분쯤 흘렀을까요. 주문을 받은 여성분이 직접 커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탁자에 놓으며 에스프레소 위에 그려 넣은 하트모양을 보면서 이렇게 한마디를 하더라고요. “제가 아직 미흡해서 모양이 예쁘질 않네요.”


대접받는 느낌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가격은 비록 만만치 않지만 이 정도의 맛과 분위기에 이 정도의 말눈치라면 제 쌈짓돈이 전혀 아깝지 않죠. ‘가성비가 높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오직 말눈치 하나 덕분에요. 괜히 말눈치 없는 사람의 대화법을 배우지 말아야 합니다. 무례, 갑질, 건방 등이 넘치는 대화를 들으면 그대로 배우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센스, 공감, 인정, 사랑의 말눈치 있는 대화를 들었을 때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말눈치가 키워집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말눈치 있는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반성과 연습입니다. 말은 지금까지 살아온 한 인간의 총체죠. 그것을 순식간에 고친다면 신이 아닐까요. 말눈치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선 다음 3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좋은 대화를 많이 경험해야 하죠. 경험이 어렵다면 이렇게 책을 봐서라도 알아야 합니다. 그 말눈치 있는 대화가 나와 너,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했다면, 이때까지 ‘저지른’ 말눈치 없는 자신의 대화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성 없이 바로 개선의 방향으로 나가면 그 개선의 열정은 금방 식기 마련이죠. 가능하면 자신의 대화법을 얼굴 붉어질 정도로 고민해야 합니다. 반성이 제대로 된다면 마지막으로 그동안 모아둔 괜찮은 말눈치를 자신의 대화 장면에서 적극적으로 훈련해나가야 합니다. 깊이 반성했다면 훈련은 더욱 밀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정녕 변하고 싶고 남보다 우월한 말눈치의 기술을 체득하고 싶다면, 경험하고 반성하며 철저한 훈련을 해보길 바랍니다.

 

언제부터 대화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요? 쓰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0년 전 회사에서 승진에 실패했습니다. 화가 나서 그 이유를 인사 담당자인 상무에게 물어봤습니다. 상무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김범준, 너는 말하는 데 문제가 있어. 역량도 있고, 실적도 괜찮아. 하지만 리더를 할 만한 기본적인 말눈치를 갖추지 못했어.” 충격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 십여 년이 지나면서도 누구 하나 나에게 말하기의 중요성을 얘기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말눈치 때문에 리더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에 제 말을 살펴봤습니다. 잘나가는 리더의 말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그러자 제가 쓴 말들은 일종의 쓰레기와 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뼈아프게 반성했고 가슴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늦었지만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조직 내에서의 대화를 다룬 첫 번째 책이 나오게 되었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별칭을 얻었는데,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얻은 대화 기술이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나요?


예전에는 누가 저에게 말하면 오직 제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했습니다. 기준도 단순했습니다. 들었을 때 듣기 좋은 말을 하는지 기분 나쁜 말을 하는지로 나누었죠. 이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가능하면 왜 상대방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것일까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회사원이기에 윗사람, 아랫사람, 그리고 동료와 하루에도 수없이 대화합니다. 영업사원이기에 고객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죠. 그 모든 것이 제 말눈치를 반성하게 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여전히 제 말눈치는 더 괜찮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마 제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늘 고민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인간관계는 저절로 형성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버지로서 평소에 아이와 어떻게 대화하시나요? 또는 어떻게 대화하려고 노력하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어쩌면 자기 자식과의 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녀는 부모보다 약한 존재죠. 약하다고, 미흡하다고,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건방을 떠는 순간,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 현장을 회피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를 불렀습니다. “아빠가 너에게 말로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가 있니?”라고 물어봤죠.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미래를 위해 얘기하는 건 알겠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끝도 없이 말하는 건…. 그냥 한마디로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것은, 책을 쓰고 강연하지만 저 역시 여전히 말눈치를 배워가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래도 질문을 받았으니 부모라면 자녀와 대화할 때 유의할 팁 하나를 드리고자 합니다. ‘자녀와의 대화에 신경 쓰기 이전에 부부간의 대화를 잘해보려고 노력하라.’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일상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대화 습관으로 장착하게 되죠.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냉정하고, 무관심하며, 만사가 귀찮다는 말투로 부모를 대한다면, 부모는 반성해야 합니다. 아빠가 엄마에게 냉정하고, 무관심하며, 만사가 귀찮다는 말투로 대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배웠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이의 말눈치 지수를 높이려면 배우자와의 대화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끝으로, 아직도 대화가 너무 어려운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화가 어려운 당신이 정상입니다. 대화가 쉽다고 느낀다면 말실수하기 쉽습니다. 대화를 어렵다고 느껴야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한마디로 상대방이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압니다. 대화가 만만하다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대화 상대가 약자는 아닌지, 후배는 아닌지, 부하는 아닌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그들이 대화의 상대방이라면 당신은 입을 당장 다물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일상의 대화에서 어려움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요. 대화가 어려운 줄 아는 사람은 절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 대신에 소설을 한 권 사서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진심입니다. 반대로 말눈치 없는 사람이 지금 어딘가에서 ‘마음 편하게’ 막말을 퍼붓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그들의 얼굴에 집어 던지면서 ‘좀 읽어봐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역시 진심입니다.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김범준 저 | 위너스북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한 대화를 했다면 쉽게 써먹을 수 있는 말눈치의 기술을 배워보자! 그래서 누구와 이야기하든 자신감 있게 대화해보자.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김범준> 저12,420원(10% + 5%)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저자 김범준의 대화법 신작! 말투로 관계를 시작하고, 말눈치로 관계를 바로잡는다 사소한 말투로 기적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든 저자 김범준이 이번에는 ‘말눈치’로 관계를 바로잡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말눈치는 ‘말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태도’다. 생각 없이 말해서 상대의 기분을 상..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디아노의 신작 소설

‘우리 시대의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정의한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주인공 보스망스는 놀라울 만큼 작가의 실제와 닮아 있다. 유년시절 추억의 장소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발견하면서, 그 사이사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삶의 미스터리를 목도하는 소설.

AI와 공존하는 시대

IT 현자 박태웅이 최신 AI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담은 강의로 돌아왔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인공지능 6대 트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대처 방안까지 담았다.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할 미래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까? 이 책이 해답을 제시한다.

일본 미스터리계를 뒤흔든 최고의 문제작

『명탐정의 제물』 이후 일본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신작. 독보적인 특수설정 1인자답게 이번 작품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기괴한 죽음 속 파괴되는 윤리성, 다중추리와 치밀한 트릭 등이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짜여 있다. 보기 드문 매운맛 미스터리.

우리가 먹는 건 독이었다

초가공식품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대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떠올릴 텐데, 초가공식품의 범위는 훨씬 방대하다. 유기농 식품도 초가공식품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식탁 위를 점령한 초가공식품을 정의하고 그 위험성을 고발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실은 독이었다.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