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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사람들이 외면해버린 개들은 어디에서 죽을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번식견, 유기견, 식용견 문제는 다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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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친다는 건 이상한 일인 것 같아요. 눈이 마주쳤는데 구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사실 저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보다도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오래 시달려야 하는 문제였어요. (2018.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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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냈을 때는 부끄러웠는데요. 이 책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장편 『스캔들』과 소설집  『달팽이들』 을 쓴 소설가 하재영의 첫 논픽션은 개들의 비참한 생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업이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을 내고 하재영 작가는 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에 없이 초조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쓸 때와는 달랐던 것. 이 책에는 그런 시급함과 간절함이 있었다. 그 말을 하는 작가의 눈에 맑은 눈물이 맺혔다. 왜 아니겠는가. 반려견 ‘피피’와 함께 사는 그가, 그 수많은 버려진 강아지들의 눈빛을 마주해야 했던 그가, 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삶을 쏟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한 그가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기견 임시보호를 하면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하재영 작가는 그러나 이 문제가 단순히 유기견 범주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유기견 문제와 번식견 문제, 식용견 문제는 지독한 순환의 고리 속에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반려동물이라는 탁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동시에 식용동물, 그것도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참한 방식으로 다뤄지는 개들. 그 많은 개들은 어디에서 죽는가. 이 문제를 아는 우리는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가. 하재영 작가는 “이것은 제 고민의 과정”이라면서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조금이라도”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권한다.

 

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고방식 안에서 나는 모순적이고 위선적이고 동물의 고통에 대해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더라도 어차피 마찬가지니 이것도 저것도 신경 쓰지 말자고, 불편한 이야기 따위는 집어치우고 살던 대로 살자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일관성을 강요한다. 그러나 일관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기를 부여하는 것, 시작하고 개입하는 것이다.(292-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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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그만두지 않는 것


취재와 인터뷰가 보통 힘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책에 다 싣지 못했어요.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요. 취재는 더 힘들었죠. 원래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번식장이나 개농장 같은 곳을 가본 적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취재를 해야 할지 전혀 몰랐었어요. 완전히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취재를 해야 했죠.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하잖아요. 그런데 너무 의아할 만큼 관련 정보가 없었어요. 특히 한국의 현실을 알리는 자료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료가 부족하더라고요. 인터넷에도 우연히 개농장을 봤다는 사람 이야기, 잃어버린 개를 찾다가 번식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주소가 있거나 하지도 않고요. 어떤 곳은 대충 짐작이 되어서 무작정 가보기도 했어요. 인터뷰도 그렇죠. 도살하는 장면을 봤다는 분이 있었는데요. 쪽지든 메일이든 보내서 만나달라고 했어요. 대부분은 답도 없어요. 확인 여부조차 알 수 없는 거죠. 결국 초반에 했던 그런 취재들은 거의 다 실패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해야 했던 거죠?


유기동물 구호단체에서 활동을 하던 것이 계기였어요. 처음엔 되게 불안했어요. 이 작업을 잘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책 계약을 하거나 청탁 받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혼자 해봐야겠다고 하고 시작했던 거고요. 내가 이것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만 둬도 누구도 알지 못하고, 뭐라 할 사람도 없었어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열심히 취재를 다니다보니 아는 활동가 분들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일이 조금 진행되기 시작했어요. 감사하게도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책 도입 부분에 반복해서 자신의 도덕적 한계, 이기적인 계기에 대한 자각, 자기모순의 당혹감 같은 것들을 말하고 있거든요. 완전히 자의에서 책을 시작했던 거라면 더욱 궁금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유기견들을 또다른 피피라고 여기는 것은 나의 감상주의이자 이기주의였다. 그래도 나는 그 이기심 때문에 유기견을 구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중략) 이제부터 나는 그 이야기를 할 테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나는 내게 특별해진 존재를 다른 존재에게 투사하지 않고서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어디에서 타자와의 공존을 시작할 수 있을까?(44-45쪽)

 

‘피피’라는 강아지와 살면서 관심이 생겼고요. 다들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죠. 어느 날 강아지와 살게 됐고, 나는 그냥 얘를 잘 책임져야 한다, 정도일 거예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게 힘든 부분이기는 한 것 같아요. 어쨌든 동물 관련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유기동물 관련 활동을 하면서 필요성을 느꼈어요. 이렇게 나에게 모순이 많지만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또 다른 피피들이 있는 거잖아요. 강아지뿐 아니라 동물 전체로 문제를 확대한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이 시작이었고요. 사실 이 고민은 지금도 실천적인 부분에서 해결하고 뭔가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거나 고민을 그만두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범위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 결정적인 이유도 있었다면 듣고 싶어요.


구호단체 후원만 할 때는 안타까움, 연민은 있었어도 저 존재들이 내 삶에 같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은 솔직히 안 들었어요. 물론 후원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아주 쉬운 것은 내가 실제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동참하고 있다는 위안이 크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그랬었는데요.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임시보호를 요청받은 거예요. 지금은 서울시비영리단체고 센터가 따로 있지만 당시에는 센터도 아니었거든요. 저는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임시보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같이 눈 뜨고, 같이 밥 먹고, 산책 다니고 하다보니까 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번식견, 식용견 문제까지는 생각 못하고 유기견에 대한 없었던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들여다보니까 그것만 떼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넓혔던 거고요. 2015년에 독일 유기동물 보호소에 견학단으로 다녀왔는데 그때 확실하게 구체화가 됐죠.

 

남양주 개농장 이야기를 프롤로그에 쓰면서 “어딘가에서 이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한다면 시간은 2017년 6월이어야 하고 장소는 남양주의 개농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18쪽)고 했거든요.


모든 개농장이 음악을 틀진 않아요. 당연히 개 짖는 소리가 먼저 들리죠. 그런데 이 개농장은 음악 소리가 산에 엄청나게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하필 그때 나온 노래가 올드팝이었고요. 음악이 불러일으킨 기억 같은 게 있었어요. 뭔가 되게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개농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그 음악 때문에 생각난 고등학교 때의 제 모습, 동물에 관심 갖기 전까지의 제 모습 등이 겹치면서 그랬죠. 그래서 첫 장면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첫 장면이라기보다는 집필을 시작하면서 이 얘기를 먼저 써야지, 생각했던 거예요. 제일 처음 쓴 꼭지가 그 부분이었고요 책이 나올 때까지도 그게 책의 첫 부분이었으면, 했었어요.

 

책을 읽기 전과 후가 굉장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는데요. 방금 말씀하신대로 프롤로그에서 보여주는 작가 자신의 ‘동물에 관심 갖기 전까지의’ 모습과 닿아서 그 느낌이 더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그 전에도 개농장 사진 같은 건 봤었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의 느낌은 너무 달랐어요. 청각과 후각, 시각 모든 게 엄청나게 감각적으로 자극을 주더라고요. 그 날이 저한테도 굉장히 강렬했던 것 같아요.

 

 

눈이 마주친다는 것


더구나 반려견과 생활하는 입장에서 쓰는 것이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애견미용사 김명진 씨가 한 말, “아, 개도, 동물도 극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죽고 싶어하는구나. 사람이면 벌써 자살했을 거예요.”(79쪽) 같은 부분은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인터뷰도 그런데요. 일단 현장에 다녀왔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눈빛이었어요. 개들의 눈빛이 있어요. 저는 취재 명목으로 관찰을 하고, 개들도 저를 관찰하는데요. 그러다보면 당연히 눈이 마주쳐요. 눈이 마주친다는 건 이상한 일인 것 같아요. 눈이 마주쳤는데 구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거죠. 사실 저는 어떤 상황이나 사건보다도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요. 오래 시달려야 하는 문제였어요.


책에 눈빛에 대해 묘사를 해보려고 했었어요. 저한테는 그것이 가장 강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못했어요. 그건 안 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표정이나 눈빛에 대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특히 곧 죽임 당할 동물의 눈빛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안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쓰고 싶었어요. 제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안 됐어요. 못 썼어요.

 

한 활동가가 “동물을 사랑하는 일이 사람을 증오하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267쪽)라고 했지만 참, 쉽지가 않아요.


저도 항상 고민하고, 기억하려고 하는 문제예요. 누군가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를 혐오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죠. 하지만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며칠 전에도 일이 있었어요. 한정애 의원이 동물 관련 법안 발의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육견업자들이 한정애 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했어요. 자기 농장의 개들을 철장에 넣어 와서 개들을 불태우려고 했어요. 개들이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개들한테 휘발유를 끼얹고 말하자면 퍼포먼스를 한 거죠. 경찰 제지로 결국 불발이 되긴 했는데요.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는 어쨌든 그 사람들로부터 개를 빼앗을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개들은 그 사람들이 다시 데리고 갔어요. 솔직히 그런 걸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 분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거예요. 네,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애쓰는 사람들과 가해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건 늘 절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이 아주 약한 나라거든요. 그러니까 번식업자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개식용에 관해서는 아예 법이 없어요. 불법도, 합법도 아닌 무법지대예요. 법이라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몰라요. 게다가 그 존재가 약하고, 돈과 연결됐다면 아주 잔인해질 수 있어요. 인간의 선함과 연민에 기대서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할 수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거고요. 한 사람의 번식업자나 한 사람의 육견업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하는 건 문제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법이 제대로 작용해야 하는 거죠. 동물보호법이 강력해져야 하고, 구체적이 되어야 해요. 결국 책을 쓴 것도 그 이유예요.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고, 목소리 내지 않는 문제에 절대 움직이지 않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 같이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법이 바뀌어야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이 되니까요.

 

어느 나라도 축산물로 지정한 적 없는 종을 우리나라 축산업에 추가하고, 나아가 동물복지까지 개선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게다가 19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새로운 동물을 주된 축산 종에 포함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비용은 산출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화를 해서 기준에 맞는 축종과 사육과 도살 방식을 연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시설 마련을 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중략) 하지만 신뢰할 수도 없고 그 수요마저 줄고 있는 개고기를 합법화하느라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까?(215쪽)

 

안전과 위생을 담보할 수 없는 축산물이라는 점만 제대로 봐도 개식용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어요.


국가에서 축산물로 규정하지 않는 고기를 먹는다는 게 어떤 일이겠어요. 축산물로 규정 했어도 위생과 안전에 문제 생기는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또 예민하거든요.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 고기가 어떠리라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합법화된 것들은 문제가 생기면 추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당연히 추적도 못하죠.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러니까 합법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합법화에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적은 거예요. 정부 입장에서도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책의 여러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 차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다급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짐작하기로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조차 개식용은 법이 아니라 관습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지금까지 먹어왔던 것이지 않느냐는 거고요. 절반 이상의 국민들 역시 개식용은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잖아요. 당장 법을 만들고, 어떻게 하지도 않지만 지금 있는 법으로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동물을 죽이면 동물보호법에 의거한 처벌을 당연히 받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강아지를 죽였는데 먹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하면 경찰이 그냥 가거든요.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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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외면해버린 개들


책에서 다룬 유기견, 번식견, 식용견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모두가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혹시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쪽의 말이라는 건 되게 간단해요. 예를 들어 소나 돼지는 먹는데, 라든가 합법화 하면 간단한데, 같이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간단한 한 마디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많은 얘기를 해야 하죠. 사실 모든 문제가 그래요. 쉽게 내뱉는 사람들은 한 마디로 얘기하지만 아니라고 얘기하려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언어가 필요한 거죠. 저도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로 반박할 말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그냥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얘기하려고 하는데요. 글쎄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고 그러네요. 

 

워낙 다층적인 이야기라서 어려운 문제이긴 할 텐데요. 이 책을 통해서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도 기획 단계에서는 유기견 이야기를 생각한 거고요. 개식용 문제 이야기를 꼭 해야 할까, 생각한 적은 있었어요. 유기견 이야기만 하면 얼마나 공감 받기 쉽겠어요. 하지만 개식용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절반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써야 할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요. 반려견이었다가 유기견이 된 개들만 많은 게 아니고요. 반려견의 지위를 얻지 못해서 모든 사람들이 외면해버린 개들이 어디에서 죽느냐는 이야기를 했을 때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한국에서 반려견이 아닌 모든 개들은 다 그렇게 되는 거예요.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든, 개농장이나 도살장에서 죽든 둘 중 하나밖에 없는 거거든요. 결국 번식견, 유기견, 식용견이 다 맞물려 있어요. 모든 결과가 원인이고, 원인이 결과인 거죠. 이 순환의 고리에 놓고 이 문제를 봐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어떤 한 부분을 떼어서 얘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 같아요.

 

책 후반부의 ‘자격 없는 자의 응답’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비거니스트도, 실천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늘려가려고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292쪽)라는 내용인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과정 자체를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사실 이것은 내 안의 모순과 싸우는 일인 것 같고요.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하나라도 하려는 사람을 위선적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처음에는 저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거기에 집중하기보다 내 안에 모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조금이라도 넓혀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니까요. 이것은 제 고민의 과정이기도 해서요. 이런 부분을 읽으시는 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한 권의 책을 완성한 지금, 그동안에 해결된 고민도 있으세요? 혹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끝이 없는 고민 같아요. 일단 현대사회는 모든 소비가 동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부분이니까요. 친구 중에도 완벽한 비거니스트이자 활동가가 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죠. 저는 윤리적 선택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요. 어쨌든 윤리와 관련된 문제고 나의 선택이 나의 도덕성에 달린 문제라고 했을 때,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행위에 대한 결과를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한 끼 식사에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해서 목숨을 구하는 동물이 있긴 한 건지, 단 한 마리의 고통이라도 줄긴 한 건지 알 수도 없고요. 동물실험을 안 하는 제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정말 동물실험을 당하는 동물 한 마리라도 목숨을 구한 건지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특히 지속해나간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문제 같아요. 그런 고민이 책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고 하면 그것은 계속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가장 보수적인 입장,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전부 없애지 못하더라도 고통은 언제나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276쪽)라고도 하셨어요.


책에 ‘동물권’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동물보호가 마치 인간이 시혜를 베푸는 것 같은 인식을 주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동물권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쓸 수가 없는 것이 이것은 동물해방과 짝을 이루는 개념이고요. 동물 관련 단체 중에서도 좀 더 급진적인 분들이 이것을 표방하고 있거든요. 자기 삶에서의 실천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본다면 제가 그 단어를 쓴 것에는 꽤 부담이 있어요. 저도 아직 거기까지 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요. 결국 제가 뭔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제가 가장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지금 제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주변에 책을 냈다고 했을 때 동물에 관심이 없다는 분들이 있었고요.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 아파서 못 볼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양쪽에서 이렇게 외면을 당하면 내 책은 안 팔리는구나(웃음) 했는데요. 제가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인터뷰였어요. 제가 쓰는 부분은 감정도 절제하고 쓰려고 했지만요. 인터뷰를 할 때나 인터뷰를 정리할 때는 달랐어요. 그분들의 삶이 주는 엄청난 감동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이분들의 삶의 드라마가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고요. 만약 그게 없었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됐을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해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게 동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것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썼다는 거예요. 다만 그들이 동물에 자신의 삶을 건 사람들이다보니 이들을 통해 사람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이것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하재영 저 | 창비
한마리의 강아지에서 시작한 여정이 동물권에 대한 윤리적ㆍ철학적 고민으로 확장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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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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