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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올해 회사 생활은 괜찮으셨나요? – 구달

<월간 채널예스>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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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일개미도 자세히 보면 다 자기 삶이 있다.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일개미 자서전』의 구달 작가도 마찬가지.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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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굴 같은 사무실에서 햇빛을 못 보고 살면서 종일 일하는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자조할 때 ‘일개미’나 ‘노예’ 등으로 부른다. 흔한 자조에 빗대 ‘직딩들이여, 개미굴에서 안녕하신가?’ 인사를 건네며 책으로 풀어 쓴 작가가 있다. 『일개미 자서전』에 담긴 직장에서 분투한 구달 작가의 사연은 독립 서적 독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남겼다. 상업 출판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개미’ 편집자도 애독자 중 하나였다. 편집자의 제안으로 절판된 『일개미 자서전』이 임진아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추가 에피소드를 덧붙여 새로 나왔다. 600부에서 절판된 독립 출판물은 기성 출판으로 접점을 넓혀 독자들을 더 많이 만날 예정이다. 외피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웃기고 슬프고 후련하다.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서를 위주로 내는 출판사에 들어갔어요. 저와 성향이 맞지도 않고 월급이 너무 적다 보니 월급을 조금이라도 많이 주는 대학 출판부로 옮겼는데, 제 방향성하고는 더 멀어지더라고요. 인생을 살면서 제가 주인공인데, 현실에서는 항상 미미하고 하찮은 일개미처럼 일하는 게 부조리하다고 느꼈어요. 답답하던 차에 독립 출판으로 내 취향에 맞고 내 방향에 맞는 책을 직접 만들면 되겠다 해서 처음 시작했어요.”


구달 작가는 대기업에 ‘묻지 마 취업’ 후 출판 편집자로 전향해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동료와 ‘아부 천재 홍 대리’ 같은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책을 내면 어떨까 공상하다 독립 출판물에 생각이 미쳤다.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진행했던 ‘사진집 만들기’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독립 출판물을 어떻게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을지 배웠어요. 수업의 결과물로 첫 책이 나왔죠. 처음에는 서점 세 군데에 입점을 시작해 점점 늘려나갔어요. 간이 작아서 책을 낼 때마다 사람들이 안 읽을까 봐 적은 부수로 시작해 나중에 추가 제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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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출판물을 내기로 한 데에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도 있었다. 20만~30만 원 정도의 제작비로 첫 책이 팔리면 그 수익으로 추가 제작을 하는 식이다.


“독립 출판을 하면서 다양한 제작 시도를 하시는 분이 많아요. 저는 제 글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독립 출판을 시작했거든요. 디자인은 잘 모르는 영역이라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고 글에만 집중했어요.”


구달 작가가 처음 낸 책은 평가판 소프트웨어로 만들었다. 비용을 낮추려면 후가공도 없어야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과 자본을 쪼개 쓰려니 선택한 방법이었다.


“독립 출판을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이걸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자기 감정만 토해내거나, 편집이 안 되고 정돈이 안 된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내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까워요. 책을 내고 읽어주기 바라는 거라면 독자들의 입장에서 창작물을 정리하는 최소한의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비용을 줄였다고 해서 허투루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독립 출판도 엄연히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통로이기에 말하고 싶은 내용이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한다.


『일개미 자서전』을 단행본으로 다시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엄청 좋았어요. 편집자로 일할 때 저자와 미팅하러 많이 갔던 카페에서 작가의 입장으로 편집자를 만나니까 뭐라도 할 수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편집자로 일할 때는 너무 많은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최종 결정권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데, 독립 출판물을 만들면서는 모든 걸 제 결정으로 할 수 있으니 너무 편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하는 선택이 옳은지 확신이 없어서 무섭기도 하고요. 이중적인 장단점이 있어요. 독립 출판으로는 구달이란 이름으로 4종을 내서 알아보고 읽어주시는 분이 있지만, 기성 출판으로 새로 나온 책은 어떻게 읽어주실까 궁금하기도 해요.”


기성 출판과 독립 출판 사이, 제작 방식과 규모의 경제의 차이는 있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독자는 계속해서 접점을 만든다. 새로 만든 『일개미 자서전』은 더 많은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네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일년 반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지금 여유를 가지고 생활한 경험이 쌓여서 나중에 더 깊은 내용을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올해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로 벌어놓은 돈을 쓰면서 살았어요. 불안함을 극복하면서 적금 통장 잔액이 0원이 될 때까지는 한번 버텨보려고요.”


『일개미 자서전』에서 고민한 내용은 그대로 삶으로 이어졌다. 구달 작가는 현재 봉급 생활자의 꿈을 접고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글쓰기로 먹고사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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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면 행운! 구달 작가의 다른 책


블라디보스토크, 하라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러시아를 여행하며 담은 여름 풍경 사진집. 풍경마다 러시아 소설 구절이 들어가 있다.


고독한 외식가
솔로 직장인 외식가의 열여섯 끼니에 관한 내용. 식사마다 일러스트를 그리고 떠오르는 단상이나 상황을 글로 표현했다.


한 달의 길이
직장을 그만둔 뒤 보낸 한 달을 서른 개의 장면으로 옮겼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채 보낸 순간을 세세하게 담았다.

 


 

 

일개미 자서전구달 저/임진아 그림 | 토네이도
숱한 고뇌와 번민 끝에 마침내 작은 해방구를 찾은 구달의 이야기가 캄캄하기만 했던 당신의 개미굴 생활에 한 줄기 시원한 숨구멍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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