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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처럼 삶이 아름다워지는 경험

『다 리듬 때문이었어』 김성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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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안정과 불안정의 불균형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삶을 음악으로, 특히 음악의 리듬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다 보면 음악의 아름다움처럼 삶이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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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 리듬을 가지고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수많은 사람을 사귀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관계를 이끌어가는 리듬은 따로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직의 팀워크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리듬 활용법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으며, 나에게 맞는 리듬은 무엇일까?

 

방송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화제가 되었던 발달음악가 김성은의 ‘삶은 리듬이다’ 편이 『다 리듬 때문이었어』로 출간되었다. <김성은발달음악연구원>을 운영하며 아이의 성장발달에 음악적 자극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김성은 저자와 함께 나다운 리듬을 찾는 법,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이끄는 리듬 사용법을 알아보자.

 

리듬을 생각하면 흔히 음악 용어로만 받아들이는데요. 저자님이 말하는 리듬이란 무엇인가요?


맞아요! 지금까지 ‘리듬’이라고 하면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하모니’ 중의 하나인 그 리듬으로만 생각하셨을 거예요. 음악에서의 리듬은 각각 길이가 다른 다양한 음들의 조합이에요. 그리고 그 조합 3~4개가 모여 규칙을 만들고 반복하다 보면 3/4박자니 4/4박자니 하는 규칙들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음악이 그저 이 규칙 안에서만 움직이면 누구나 금방 지루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규칙 가운데 변칙이 섞여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된답니다.


우리의 삶도 음악과 똑같아요. 늘 적절한 규칙과 규범을 만들고 그 안에서 평안을 찾으려 하지만 그 규칙들이 매일, 매주, 매달, 매년 반복되면 그 평안함을 불편해하게 되죠. 그래서 삶은 늘 안정과 불안정의 불균형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삶을 음악으로, 특히 음악의 리듬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다 보면 음악의 아름다움처럼 삶이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리듬은 결국 ‘시간의 흐름과 함께하면서 규칙과 변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모든 영역의 단위’인 셈이죠.

 

표정에도 리듬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표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흔히 사진 같은 ‘스틸컷’을 상상해요. 그래서 ‘표정연습’을 한다고 하면 거울을 보면서 하나의 표정을 잠깐 지어보곤 하죠.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을 때 바라보는 서로의 표정은 그런 ‘순간표정’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묘한 차이를 읽는 센서가 우리 모두에게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단순히 표정이라고 하지 않고 ‘표정리듬’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신기하게도 아이가 엄마의 기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경험을 해요. 아이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말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뜬금없이 “엄마, 슬퍼?” 한다거나 “엄마, 화났어?” 하는 거죠. 이렇듯 서로의 마음을 읽는 센서가 선천적으로 있는데, 성장하면서 그 기능이 점차 퇴화되어 가죠.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처럼 예민한 센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디서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하든 잘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표정리듬’을 읽는 센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과 어울리는 다양한 표정리듬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집중의 차원을 귀의 집중, 눈의 집중, 몸의 집중으로 나눌 때 음악 활동이 귀의 집중력 훈련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제가 왜 집중의 단계를 ‘눈, 귀, 몸’의 3단계로 나누게 되었는지를 설명드릴게요.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산만하거나 집중 시간이 짧은 경우에 한 번쯤 혹시 우리 아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아닐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엄마들께 우선 아이가 어떤 경우에 산만하다고 느껴지는지 살펴보시라고 권해요. 아이가 바깥놀이를 할 때 운동량이 많고 활동적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산만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아요. 또 야외학습을 나갔는데 ‘여기에 꽃이 있다, 여기에 나뭇잎이 나왔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도 산만하다고 하지 않죠. 결국 아이를 산만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1) 실내에서 2) 여러 명의 아이에게 3)학습을 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가 문제예요. 교사와 다른 친구들을 위해 아이의 행동량이 최소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보육 대상이 되는 만3세부터 우리 아이들은 몸의 집중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실 만3세 아이가 한 자리에 30분 이상 얌전히 앉아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려스러운 일인데 말이죠. 그래서 각 월령이나 연령에 맞는 집중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엄마나 교사와 원활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집중은 어떤 것인지 연구하다 보니 3단계로 나누게 되었어요.  귀로 집중한 아이가 호기심이 생기면 눈으로 집중하고, 귀와 눈이 집중할 수 있어야 몸이 집중할 수 있어요. 귀와 눈이 집중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은 아이에게 몸의 집중을 강조할 경우, 자칫 몸만 그 자리에 있고, 눈과 귀는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꼭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생활소음이 많은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귀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되도록 조용한 곳에서 작은 소리로 자극을 주는 훈련이 꼭 필요해요. 따뜻한 봄날 들로 산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물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를 많이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리듬을 변주하는 능력이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리듬을 바꾸면 관계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즉흥연주)’이라는 것은 단순히 리듬을 바꾼다기보다는 다양한 리듬, 다양한 화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삶에 적용한다면 상황과 대상, 또는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만약 우리가 음악을 임프로비제이션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첫째는 삶에 활력을 갖게 되죠. 스스로의 삶이 재미있고 활력 있는 사람은 어지간한 일은 참고 잘 처리할 수 있는 내성이 생겨요. 두 번째로는 다양한 리듬이 다양한 관계를 만든다는 거예요. 내 리듬이 단순하고 뻔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다 그만그만한 사람일 확률이 높아지죠. 만나는 사람이 다양해지고, 관계가 다양해지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건 저절로 따라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관계는 지극히 상호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자신의 리듬을 임프로비제이션 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이 활력적으로 변하고, 다양한 관계 형성이 가능해지고, 상호작용을 하는 데도 유연성과 순발력이 생겨 적절한 대응을 하는 유능한 사람이 되겠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바디 퍼커션(Body Percussion)을 자주 시도하신다고 했는데요. 바디 퍼커션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퍼커션(Percussion)은 타악기를 뜻해요. 그러니까 두드려서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를 말하는 건데요. 바디퍼커션은 몸을 이용해서 다양한 소리를 내고 그 소리로 리듬연주가 가능하게 하는 활동이에요. 제가 아이들과 바디퍼커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몸이 자유로운 아이가 생각도 자유롭다’는 거예요. 몸의 리듬감이 없어서 바디퍼커션을 잘 못하는 아이들은 대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작업에서도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어요. 생각과 몸의 관계를 리듬활동을 통해 경험하게 하고, 리듬활동으로 유연해진 몸을 갖춘 후에 창의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평소에 소극적이었던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더라고요.

 

조직의 리듬은 어떻게 형성되며, 리더가 원하는 리듬이 있을 경우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조직에 리듬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히 느끼고 있는 거예요. 어떤 조직은 생기 있고 활력 넘치는 리듬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조직은 느리고 처지는 리듬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런 리듬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어느 순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오랜 시간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쌓아온 리듬이죠. 결국 리더는 구성원들의 리듬을 활력 넘치는 리듬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만, 리더가 이끌고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는 않죠. 조직의 리듬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리더가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해도 결국 그 리듬을 바꾸는 것은 리더가 아니고 조직원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는 부수적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만의 리듬을 찾을 수 있는 조언을 해주신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리듬을 찬찬히 관찰하면서 세세한 분석을 해보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특성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부인하고 싶어 지나쳤던 모습도 있을 수 있고, 혹은 의외의 장점이 부각되기도 할 거예요. 세상이 말하는,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이미 자기 안에 존재하고 있던 모습으로 세상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건강한 리듬 찾기라고 생각해요. 이런 관찰과 분석 전에 먼저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게 있어요. 혼자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지휘를 해보는 거예요. 음악에 맞춰 맘껏 큰 동작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처음 시도해보시면 아무도 보지 않는데 쑥스럽고 어색하고 힘들 거예요. 일단 리듬에 맞춰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나면 아마 몸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던 자신감이 몽글몽글 퍼져 나올 거예요. 우리 모두 리드미컬한 사람이 되어 리드미컬한 도시를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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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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