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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득 셰프, 요리사가 되는 길을 밝히다

『리얼 셰프』 오세득 셰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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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라는 직업이 갑자기 인기를 끌면서 그냥 멋있어 보여서, 돈도 잘 벌 것 같아서, 와 같은 이유로 이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늘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을 보라. 10년 넘게, 20년 넘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해 그 자리에 오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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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던 고3 남학생은 어느 날 별안간 여자친구에게 “나, 요리사가 되어서 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게.”라고 말한다. 여자친구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 남학생은 독서실에 틀어박혀서 공부에 몰입했고, 학창시절 내내 꼴찌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남학생은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이자 셰프테이너로 사랑받고 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열망하면 그것이 곧 자신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스스로는 그저 ‘직업이 셰프인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오세득 셰프를 만났다.

 

어린 시절 엄청난 개구쟁이였다고 하던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 달라.


동네에서 제일 장난이 심한 아이였다. 야구하다 남의 집 유리창도 숱하게 깼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좋아서 학교에 가는 아이였다. 그런데 사고를 치고 아무리 도망을 가봐야 항상 어머니에게 뒷덜미가 잡혔다. 내가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또래 중에는 달리기가 제일 빨랐는데, 어머니께서 학창 시절 배구 선수, 육상 선수를 하셨던 분이라 나보다 훨씬 빨랐다.(웃음) 맨날 잡혀가서 혼나는데도 기 안 죽고 꾸준히 까불고 즐겁게 놀았다. 그때 함께 말썽 피우던 친구들과는 지금도 절친이다.

 

셰프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정말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걸 먹여 주고 싶어서인가?


아, 물론 그땐 그것도 이유였겠지만…….(웃음) 고등학생 무렵에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미군방송(AFKN)에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봤다. 당시 우리나라의 TV 요리 프로그램은 가정식 요리 위주였고, 요리 연구가와 진행자가 실제로 요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순서대로 섞는다는 느낌을 주는 방송이었다. 그런데 AFKN의 요리 방송은 완전히 달랐다. 방청객과 요리사가 이야기를 나누며 재료를 손질하는 법부터 요리의 전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토크 쇼 같기도 하고, 코미디 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요리로 쇼를 하는 그 모습에 매료되었다. 처음으로 ‘아, 요리는 정말 재미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 후 요리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조금씩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호텔조리학과를 목표로 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식, 양식, 일식 등 많은 요리 영역이 있는데, 양식 셰프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양식 셰프를 목표로 하였나?


아니다, 대학생 때 실습을 나갔었는데, 그때는 한식 실습을 하고 싶었다. 한식 요리사가 되려고 했으니까. 실습 첫째 날과 둘째 날 점심시간에 갈비탕과 추어탕을 주길래, ‘아, 한식 파트에서 일하게 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셋째 날, 윗분께서 실습 나간 리조트의 양식 요리부 선배들이 키가 작은 편이니, 키가 큰 네가 가서 일을 도와라, 라고 하는 거다. 그렇게 양식부에 배정되어 양식 요리의 세계에 들어섰다.(웃음) 내 인생을 결정하는 선택이 조금은 웃긴 상황으로 결정된 건데, 그곳에서 인생의 스승님으로 모시게 된 김후남 셰프님을 그곳에서 만났다. 스승님께서는 여러 나라의 식재료를 다채롭게 활용하여 맛을 냈는데, “양식만으로, 한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사실 요리를 한식, 중식, 일식, 양식으로 나누는 건 동양에만 있는 관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는 국경을 중심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승님께 요리에서 중요한 건 다양성이라는 걸 배웠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것도 스승님의 영향이 컸다. 여러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고 퓨전 요리가 발달한 곳이 미국이니까 그곳에서 요리를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궁금하다. 듣기로는 정말 치열하게, 제대로 요리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유학을 결심하고 먼저 언어 연수부터 받았다. 어휘력을 쌓지 않으면 수업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날을 새며 영어 단어를 외웠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낮에는 수업을 받고, 오후부터는 현지 호텔 주방에서 일했다. 현장에서 일하면 배운 것을 바로 실습할 수 있고, 살아있는 요리 수업을 받는 거라 장점이 많았다. 집에 돌아오면 그날 들은 수업 복습과 다음 날 수업을 예습하고, 그럼 어느덧 새벽이다. 하루 네 시간도 자기 힘든 날이 많았다.


내가 다닌 요리 학교는 ICE라는 곳으로, 요리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커리큘럼이라 선택하였다. 한국에서의 수업과 가장 큰 차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실습 시간에 여러 학생이 하나의 요리를 함께 완성하지만, ICE에서는 적은 인원이 교수에게 밀착 수업을 받을 수 있는데다가 한 명이 하나의 요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했기에 실력이 느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ICE에서는 식재료도 손질이 되지 않은 것을 받았다. 학생들이 직접 고기를 정형하는 법을 배워가며 요리를 만들었기에 재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며 요리에 임할 수 있었다.


쉬는 날에도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현지 시장을 돌아다니며 식재료 구경도 하고 공부도 했다. 같은 사과라도 종류가 다 다르듯,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품종의 식재료를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습관 때문에 지금도 쉬는 날이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우리나라의 다양한 식재료를 탐색한다.


나는 양식 요리사지만 그 양식 요리에 예산 사과, 횡성 더덕, 완주 생강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재료를 더해 재해석 한다는 것이 셰프로서 나의 차별화 포인트다. 양고기 스테이크에 향긋한 우리나라의 산나물을 올리고, 더덕과 생강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내놓는 식의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런 시도들이 셰프로서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유학 생활에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셰프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요리사라는 직업을 정의한다면?


‘요리는 인문학’이다. 요리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있고, 만드는 사람의 정서와 먹는 사람의 정서가 만나 요리가 완성된다. 우리는 명절 음식을 통해 명절에 만나는 가족들과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을 통해 여행지의 기분을 떠올린다. 요리에서 그 정서를 빼버리면, 요리의 문화적 가치나 예술적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서 요리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요리사라는 직업은 예전에는 저격수라고 생각했다. 손님의 입맛을 저격해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스펀지’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것대로, 새로운 유행은 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짜 셰프가 될 수 없다. 열린 마음이 없다면 창의적인 요리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셰프는 스펀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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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 초등학생이 조리자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정도라고 한다. 제2의 오세득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딱 두 가지를 묻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하고 싶나요?’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셰프라는 직업이 갑자기 인기를 끌면서 그냥 멋있어 보여서, 돈도 잘 벌 것 같아서, 와 같은 이유로 이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늘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을 보라. 10년 넘게, 20년 넘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해 그 자리에 오른 거다. 그래서 여유롭게 웃으며 요리하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요리로 경쟁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어차피 우리의 본업은 요리이고, 그동안 쌓은 내공이 있으며, 자신을 내려놓아도 될 만큼 자신이 있는 것이다.


이 직업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는 근성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본 다음, 결심했다면 장인의 각오로 자신의 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며 연구하고 몰입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리를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장인의 각오로 매진한다면 최고의 셰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요리에 임해야 한다. 한식이 최고다, 일식 전문가가 되겠다, 이탈리안 요리만 연구하겠다, 는 식의 생각으로는 치열한 셰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셰프는 스펀지라고 했던 말을 꼭 기억하고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요리에 임한다면 자신의 이름을 건, 정체성 확실한 요리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셰프 오세득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재소자 교화 사업으로 요리 수업을 하고 싶다. 요리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다. 재소자들이 사회에 다시 돌아올 때, 요리를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유명하지 않다고 교도소 측에서 거절했다.(웃음)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제는 유명해졌으니 거절하지 않을 듯하다.(웃음)


가정형편이 어려워 요리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요리 학원도 하고 싶고, 어르신들과 함께 할머니가 요리하고 할아버지가 배달하는 집밥 사업도 하고 싶다. 무엇보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레스토랑 ‘친밀’을 잘 운영하고 싶다. 기존에 셰프로 일하고 있는 ‘줄라이’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라 다가가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세득만의 캐주얼 레스토랑을 만들어 보자는 발상에서 올해 ‘친밀’을 열었다. 평소 나의 성격처럼 편하게 웃고 떠들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리얼 셰프MODU 매거진,이정호 공저 | 가나출판사
초등학생이 조리사 자격증에 응시할 만큼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직업, 셰프. 하지만 셰프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셰프’의 세계가 궁금한, 혹은 ‘셰프’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을 위해 오세득 셰프가 멘토로 나섰다. 오 셰프는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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