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SNS 폭로, 피해자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단 내 성폭력 SNS에 폭로하기 전 생각해야 할 것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가급적 고소나 신고를 먼저 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라면 언론이 취재하는 방식 등 우회하여 발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고려대에서 성폭행 피해여학생이 피켓시위를 해서 이에 대한 취재기사가 나가고 이것이 SNS에서 회자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모범 사례다.

1.jpg

 

 

지난 10월,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트위터를 통해 시작됐다. 익명의 트위터라인이 ‘#문단_내_성폭력’을 해시태그로 걸고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제보가 끝없이 이어졌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배용제 시인은 2011년 예고 재학생을 문예창작실을 열었고, 수강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폭행했다. 문하생 5명이 트위터에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배용제 시인은 이를 인정하고 절필 선언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2011년 현대시로 등단한 박진성 시인 역시, 수년간 시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를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사건 이후, 박진성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문을 올린 것은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이러한 일들을 초래한 것에 대한 사죄이지 제기된 모든 폭로 내용을 시인한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10월 21일에는 소설가 박범신의 성희롱 목격담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에 박범신은 짧은 사과문을 트위터에 올렸고, 사과문 역시 논란이 되자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 박범신의 신작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었던 은행나무 출판사는 “박범신 작가의 뜻에 따라 소설 출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6일, 문학과지성사 기획위원회는 “문학적 권위를 수단으로 타인을 권력 관계 속에 옭아매고 반인간적, 범죄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은 시인들의 경우, 사안을 가려 출판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학과지성사는 법적 논란이 있는 박진성, 배용제 시인의 기 출간 시집을 절판에 앞서 출고 정지 조치를 취했다.

 

한편 50대 윤 모 시인이 후배 시인 A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11월 7일, <머니투데이>에 보도됐다. 윤 모 시인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고소를 당하기 전 A씨에게 SNS를 통해 사과한 바 있다. A씨는 성추행의 공소 시효가 10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윤 모 시인을 고소했다. A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강제 추행을 당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A씨는 “윤 모 시인은 (내가) 경찰에 고소한다니, 말을 바꾸고 사설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를 받았다. 나와 친하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거짓말탐지기는 왜 거부하냐?”고 썼다.

 

SNS를 통한 문단 및 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성폭력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SNS 폭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성에 기반한 SNS 폭로가 과연 피해자에게 유리한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여지가 없는지, 『예민해도 괜찮아』, 『삼성을 살다』 등을 펴낸 이은의 변호사에게 ‘성폭력 피해자가 알아둬야 할 것’에 관해 물었다. 이은의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 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다.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증거물이 필요한가?


성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의 녹취나 녹화가 있으면 제일 좋다.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진술서, 강간이나 준강간 사건이라면 상대방의 체액이 묻은 이불, 수건, 휴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에게 피해사실을 항의하는 문자, 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중요한 증거들이 된다.  최근까지 피해자들이 가해자들로부터 사실 확인을 하고 사과를 받는 대화 녹취록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해당 대화가 가해자 스스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닌 경우 가해자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당황해서 일단 수긍해준 것뿐이라고 부인하게 되면 증거 사실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잦다. 증거확보를 위해 녹취를 하는 것이라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해자가 가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트위터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가해자가 먼저 변호사를 선임하고 “정확한 증거물을 제시하라”고 협박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가?


변호사 입장에서 트위터에 폭로는 권장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 보다 훨씬 위중하게 다뤄진다. 피해자 입장에서 당장의 해소감은 클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미 입은 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신상이 털리기도 하고,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가급적 고소나 신고를 먼저 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라면 언론이 취재하는 방식 등 우회하여 발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고려대에서 성폭행 피해 여학생이 피켓시 위를 해서 이에 대한 취재기사가 나가고 이것이 SNS에서 회자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모범 사례다.

 

성폭력을 당했을 당시에는 이것이 성희롱,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서 거부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하고 난 후, 깨달았다. 현장에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가해자를 고소하기가 어려운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갑자기 누군가 만지고 가거나 음담패설을 던지고 갔다고 가정해보자. 항의할 틈도, 뭐라고 항의를 해야 하나 생각할 틈도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 순간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관계를 오해하고 계속할 만한 행위들도 있다. 즉 피해 내용이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변호사나 경찰서, 전문 상담기관 등에 문의해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고소하기 전에 트위터에 가해자의 이름을 명시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재판 시 불리한가?


가해자 이름 명시해서 트위터에 피해사실 폭로하는 것은 공익의 목적이 있거나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거나 하는 등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한 별개의 범죄 행위다. 성폭행과 명예훼손 행위가 각기 다른 사람들의 별개의 범죄행위 또는 불법 행위니 내가 당한 성폭행을 판단받는데 유리하고 불리하고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함에 있어서 판사에게 자칫 예단을 줄 수도 있고, 양형 등을 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폭로로 이미 입은 피해도 감안될 가능성이 높다. 가급적 피해자가 폭로전을 하기 보다는 법적 구제 절차를 밟으면서 우회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길 권한다.

 

한 문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고소할 생각은 없으나, 진정한 사과를 바라고, 문인의 이름을 밝히면서 SNS 상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며, 연락이 왔다. 이것은 명예훼손인가?


당연히 명예훼손이다. SNS에 올리는 행위는 사과를 바라는데 본질이 있지 않고 망신을 주겠다는데 본질이 있지 않나. 오로지 진정한 사과를 바라는 것이면 고소해서 수사기관을 매개로 사과 받으면 될 일이다.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성폭행 사건에서 역시 무고도 있고 오해도 존재한다. 온라인 상에서의 폭로는 수사와 재판을 생략하고 상대를 단죄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사법기관은 이러한 접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보면 된다.

 

SNS 폭로 이후, 가해자가 연락을 해와 사과했다. 그러면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유도했다. 피해자는 보상을 받을 생각이 없고 공개적인 사과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렵다고 한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가해자의 공개사과 자체는 법이 보장해줄 수 있는 처벌이 아니다. 고소해서 기소돼서 가해자가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공개된 자리에서의 사실이 공개도서 확정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급적 폭로성 SNS 활동을 자제하실 것을 권하지만 이미 한 경우라면, 나중에 이러한 형사법적 절차 결과부분을 올리는 것으로 해소하시면 된다. 이것은 과거 올렸던 사실에 대한 형사결과다 라고 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진 말고. 어차피 과거에 올린 것에 링크가 돼서 누군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호감을 느껴 잠깐 사귀었다. 그런데 상대의 행동이 수상해서, 헤어지자고 하자 곧바로 머리를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데이트 폭력으로 고소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


일단 즉시 현장에서 신고하면 좋다. 주변에 CCTV가 있는지, 주차된 차량이 있어서 블랙박스 등 영상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엄지혜


오늘의 책

이 그림들이 미술사를 만들었다

박영택 미술평론가가 선정한 미술사에 획을 그은 51점의 회화작품. 미술의 매체가 다양해지며 '회화의 종말'이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51점의 그림은 각각의 연결성과 과거와 현재 속 존재하는 그림의 역할을 보여준다. 저자의 통찰은 미술의 본질로 존재하는 회화의 매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단짠단짠 상상초월 변신 판타지

내 이름은 강정인, 별명은 닭강정. 어느 날 아홉 살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만났다! 변신 판타지의 재미, 쫄깃한 긴장감의 반전을 품으면서도 자신만의 자리에서 해맑게 자라는 아이의 성장을 떡튀순 세트처럼 빈틈없이 골고루 담아낸 동화.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달리는 데 거창한 이유란 없어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7분 30초에 완주한 정신과 전문의의 달리기는 무엇이 다를까? 김세희 저자는 '그냥' 달린다. 삶도, 달리기도 그냥 꾸준히 할 때 즐겁고 오래 할 수 있다. 이미 달리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주고 아직 달리지 않은 독자에게는 러닝화를 사고 싶게 하는 책.

소액으로 시작하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

초기 자금이 없어도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이 매력적인 문장을 현실로 만든 김동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트 투자부터 미국 ETF 투자까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제안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재테크 입문서.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