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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최고, 최악의 저자였어! (마케터 편)

[특집 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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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시달린 끝에 알게 되었다. 그분이 원하는 건 ‘신문광고’였다는 걸. 책 팔아 좀 남는 거 광고비로 다 쓰면 출판사는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그렇게 2년 동안 날 괴롭히더니 결국 다른 출판사로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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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today

 

저자들이 신문광고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과연 신문광고의 효과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책이 중앙일간지에 등장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요? 신문광고 몇 회, 강연회 몇 회, 인터뷰 몇 회 등을 계약서를 쓰면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저자 분들은 아시나요? 출판사에서는 한 달에 한 권만 출간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요. 출판 마케터는 책을 파는 서점, MD, 독자와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독자와 정말 소통하고 싶다면 말이죠.  -<채널예스> 편집자 주

 


1.jpg마대(10년차)

 

10년이 넘게 마케팅을 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건만 최악의 저자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녀! 엄청난 말발로 치면 타의주종을 불허하며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지만 그녀의 본모습을 알면 독자들은 경악할 것이다.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상스러운 반말은 기본, 저서와는 상반된 도덕적 해이를 지켜보자면 나까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의 책을 마케팅 하는 동안 팀에서는 4명이 퇴사한 것은 비밀 아닌 비밀. 하지만 책이 저자요, 저자가 책인 경우가 더 많다.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한결같은 최고의 저자. 마케팅을 하는 동안 존경의 마음이 한 가득 솟아오름은 물론, 급기야 그 분의 강연을 들을 때마다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저자의 책을 마케팅 한다는 것은 마케터의 크나큰 기쁨이자, 행운이 아닐는지.

 

2.jpg맥주감튀(8년차)


행사가 끝난 쌀쌀한 가을 저녁, 메뉴판 펼치자마자 랍스터 시켜주신 저자님. 회로 먹고 구워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 마리가 통으로 나오는 메뉴인지는 몰랐어요. 그 후 랍스터 구경을 못하고 있지만, 3년 전 랍스터 맛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랍스터에 집중된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 날 회식 분위기는 여느 때 보다 즐겁고 밝았거든요. 비용 절감 때문에 밤 늦게까지 일하고 간단히 끼니만 때우는 일이 많지만 최고의 저자님 덕분에 호강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앞으로 그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즐거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요.

 

3.jpg해적(15년차)

 

우선 최고의 저자는 모 변호사다. 금수저의 선입관으로 처음 대했으나 어쩌면 이리 순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케터를 존중했다. 소박하게 맥주집에서 한잔을 하는데, 요구하는 것 모두를 승낙했다. 출간 강연회를 하면서 채널별 3가지 콘셉트의 강의안을 요청했는데 역시 흔쾌히 모두 준비해줬다. 최악의 저자는 나를 ‘죄송맨’으로 만든 사람. 외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생기면, 상대방을 심하게 몰아쳤다. 얼마나 많이 죄송하다는 말을 드려야 하는지, 만나고 나면 내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4.jpg책읽는뱀(8년차)
 
우선 최악의 저자를 먼저 말해볼까? 휴일에도 전화를 걸어 자기 책이 왜 이렇게 안 팔리는지 모르겠다며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출판사가 마케팅에 신경 안 써서 그렇다고 따지는 것으로 끝내는 그 인간. 출간한지 3년 지난 책인데, 안 팔리는 책이 아니었다. 단지 초반보다 줄었을 뿐. 출간 후로도 기획전도 하고 SNS에도 이것저것 올렸는데 전혀 만족을 못 하더라. 몇 번 시달린 끝에 알게 되었다. 그분이 원하는 건 ‘신문광고’였다는 걸. 책 팔아 좀 남는 거 광고비로 다 쓰면 출판사는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그렇게 2년 동안 날 괴롭히더니 결국 다른 출판사로 가더라. 거기서는 그러지 않기를! (그래도 뭔가 아쉬우니, 최고의 저자도 살짝 말해보겠다) 중견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 퇴사 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A 선생님. 이분이 일했던 회사는 매출 규모가 크다 보니 마케팅 비용 책정도 엄청나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에도 그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첫 책이다 보니 기대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출판사에서 지출하는 마케팅비는 우습게 볼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내가 보내준 마케팅 기획안에 토를 달지 않고 동의해주고, 필요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지금도 우리는 종종 차를 함께 마시고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고 있다.

 

5.jpg갱스터P(7년차)


최고의 저자라, 쉽게 떠오른다. 독설로 유명한 방송인. 이 분의 책이 출간을 앞두고 마케팅 관련 미팅을 가졌다. '역시나 방송에서처럼 까칠하고 냉소적이구나~ 방송이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책이 출간 되고, 출간 기념으로 강연회를 수 차례 진행하면서 몇 번 더 만나게 되었는데, 단 한번도 늦거나 직전에 오시는 법이 없었다. 항상 30분 전에 오셔서 함께 준비하시고 강연을 진행하셨다. 그래서 한 번은 "항상 일찍 오세요"라고 하니 "독자 분들이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오는데 늦으면 되나요? 와서 미리 준비하면 좋죠!"라고 대답을 듣는 순간, 그 간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확 바뀌었을 뿐 아니라, 내가 "일하면서 최고의 저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은?"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생각나는 저자가 됐다.

 

최악의 저자에겐 “내 시간만 (金)”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다. 강연과 컨설턴트를 주로 하시던 저자였는데, 강연에 장점이 있다 보니 저자와 협의 후 다른 저자들보다 더 많은 강연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많은 강연 일정을 치르면서 단 한번도 시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핑계도 단 한번도 대지 않았다. 그냥 "늦을 것 같습니다"가 전부였다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매번 강연 때마다 모인 사람들 앞에서 양해를 구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어디시냐고 전화를 하면 본인만 천하태평이던 그 분, 다음에 책을 내시거나 강연을 하실 때는 꼭 시간 약속을 지키셨으면 한다.

 

6.jpg클레어(10년차)


처음 그녀의 책을 맡게 되었을 때, 두려움 반 걱정 반이었다. 당시 굉장히 핫한 방송에서 핫한 여자로 모두에게 각인되었던 그녀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저자였다. 책이 출간되기 전 편집부에서 원고를 받아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여러 가지 일로 많이 지쳐있던 내가 두 시간 동안 무릎을 탁탁 치고 형광펜으로 공감 가는 문장들을 수없이 표시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같이 지쳐있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은 위로 받고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에서 힘을 얻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알리고 많이 팔아야 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지만, 다행히도 그 책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저자인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도와주었다. 저자와 한마음 한 뜻으로 모든 것을 열심히, 그리고 웃으면서 즐겁게 한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일에서 슬럼프를 느끼던 시절, 그때의 경험으로 다시 보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언제나 그녀의 글을 기대하고, 응원할 것이다.

 

7.jpg몽돌 (마케터 7년차)


한 권의 책을 만들고, 함께 알리는 '파트너'로서 출판사 스텝들을 존중하는 분들이 최고의 저자로 기억에 남는다. 저자 분의 일정상 작업실로 방문하여 진행된 인터뷰, 점심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 사진기자님, 보조기자님 등 참석한 스텝들 전원의 샌드위치와 음료를 미리 준비해주신 마음이 참 감사했다. 그리고 저자와의 만남 행사 끝에 참여한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와 '고맙다', '애썼다' 인사하시던 작가님의 모습,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반면, 직접 전화해 '책이 나오면 그 서점 광고는 꼭 했다.'라는 말과 함께 서점 광고 집행 여부를 체크하던 분, 그 분은 밤낮,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불쑥 연락하시기도 해서 늘 긴장 속에 지냈던 기억이 난다. 함께 일하는 사람 간의 예의와 배려,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8.jpg성성성(12년차)


우선 최고의 저자부터 말씀 드리겠다. 유명한 가정문제 전문가였던 그 분. 처음 뵈었을 때 "책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독자들이 읽었을 때 행복한 책이 나옵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나의 많은 고민들을 친절하게 들어주셨고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드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성성 팀장 결혼 때, 결혼 선물로 주례를 해도 될까요?" 라고 먼저 연락과 제안을 주셨고, 결혼 전 우리 부부에게 저녁을 사주시며 예비부부에게 꼭 필요한 가족과의 관계, 부부간의 마음가짐 등을 이야기 해주셨다.출판사에 근무하며 많은 소중한 인연을 만났지만, 이 분은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 중의 한 분이 아닌가 싶다.

 

최악의 저자는 딱 떠오른다. 글만 봐서는 매사에 진지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 같지만 숨겨진 개그 욕망이 항상 꿈틀대는 모 경제학자.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을 때 그분께서 내게 물으셨다. "성성성 팀장! 여자친구 없죠?" "네..."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시려나 하고 기대했다.) "그건 성성성 팀장이 유머감각이 없어서 그래요.." "그런가요?" "혹시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네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은 있습니다." "아! 그럼 그 분한테 이렇게 고백해보세요! 저기 **씨 혹시 가장 아름다운 신이 누군지 아세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닌가요?" "틀렸어요. (이때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바로 당신이요." 나도 모르게 저절로 온 몸이 오그라지면서 공옥진 여사님의 병신춤을 추며 물었다. "아.. 박사님 정말 해도 될까요?" "날 믿어 봐요. 성성성 팀장도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해야 해요." 며칠 후, 난 그 개그를 하자마자 즉시 차였다. 내 소식을 듣고 위로의 술을 사주시던 그날 박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리고 박사님께서 “이래서 결혼을 늦게 하셨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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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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