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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도입부, 최고의 첫 문장 BEST 10

<월간 채널예스> 8월호 낮책 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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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와 심야서점이 결합되어 있으며,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ae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몸에 기운을 나게 만들어주는 책 한 잔을 소개합니다. 복날에 삼계탕 한 그릇 대신 진&파인애플 한 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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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도입부, 최고의 첫 문장 Best 10’. 약 1년 전,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된 어느 포스팅의 제목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이 이 포스팅에 공감을 했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첫 문장을 공유했다. 나는 여러 문장을 음미하다가, 유독 시선을 끄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나도 모르게 혀끝으로 앞니 뒷부분을 톡톡 두드려가며 따라 발음하게 된 『롤리타』의 첫 문장이었다. 사실 원서와 다른 뉘앙스를 가진 번역이라는 평도 있지만, 어찌됐든 그때 당시 나는 분명히 이 문장에 빠졌었다. 그렇게 책을 읽게 되었다.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는 안타까운 사랑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30대 후반의 남자다. 어렸을 적 사랑을 나눴던 애너벨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결혼까지 이르렀던 발레리아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그를 떠났다. 이런 사건들이 영향을 끼쳤는지, 그는 발작을 일으키며 요양원에서 머물기도 한다. 그래 봬도 그는 책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그는 어느 집을 살펴보게 된다. 여주인인 샬로트 헤이즈가 그를 맞이하며 집 안 곳곳을 소개한다. 그런데 안내를 받아도 그 집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갖은 핑계를 대며 떠날 생각이 간절하다. 어느덧 그녀가 마지막으로 베란다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밖을 향해 문을 여는 순간, ‘거짓말처럼’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그렇다. 그녀의 딸인 돌로레스 헤이즈, 아니 ‘롤리타’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그는 두 여성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함께 지내다 보니, 외로운 미망인인 샬로트가 그에게 편지를 써서 마음을 고백한다. 나와 결혼해서 함께 살 것이 아니면, 떠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편지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는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롤리타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스스럼없이 롤리타에게 스킨십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엄청난 열정과 헌신이 아닌가? 물론 경탄의 뉘앙스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감정의 도피처가 필요했다. 롤리타에 집중하기도 힘든데, 아내마저 생겼으니 말이다. 이런 역할에 역시 술만 한 것이 없다.

 

The sun made its usual round of the house as the afternoon ripened into evening. I had a drink. And another. And yet another. Gin and pineapple juice, my favorite mixture, alway double my energy.


(늘 그랬듯이 태양이 우리 집 주위를 돌면서 오후도 무르익어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술 한 잔을 마셨다. 한 잔 더. 또 한 잔 더. 나는 진과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실 때마다 기운이 샘솟는다.)

 

그가 기운을 샘솟게(절판된 민음사 버전은 ‘정력을 돋군다’고 표현했습니다) 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진&파인애플이다. 진은 어떤 것과 섞여도 조화를 잘 이루는 증류주인데, 파인애플 주스와 섞이면 깔끔하고도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파인애플은 비타민C의 함유량이 많은 여름 과일이다. 비타민C는 피로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때문에, 섭취하면 절로 기운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파인애플은 ‘알코올의 힘과 비타민C의 힘’이 더해진 일종의 ‘정력제’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원기 회복을 위한 보양식 대신 험버트가 힘을 내기 위해 마셨던 진&파인애플 한 잔은 어떨까?

 

진&파인애플

 

재료

 

진 1온스
파인애플 주스 3온스
스피아 민트 약간
얼음


만들기

 

1 쉐이커에 얼음을 채우고, 진 1온스와 신선한 파인애플 주스 3온스를 넣는다.
2 쉐이킹을 하여 진과 파인애플 주스가 골고루 섞이게 한다.
3 얼음을 층층이 채운 하이볼 글라스에 따른다.
4 스피아 민트를 손으로 탁탁 쳐서 향을 내고, 윗부분에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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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인성(Chaeg Bar 대표)

바와 심야서점이 결합해 있어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책바(Cheag Ba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 누군가와 갈등이 생긴다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겠죠. 이 뜨거운 더위와 갈등을 식혀주는 책 한 잔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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