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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 다른 표지] 외국 책방에 걸린 한국 책들

공지영, 신경숙, 한강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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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판 표지 역시 소설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무가 되고자 하는 영혜 때문에 나무 그림을 넣은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암울하다.

점차 외국에서 사랑받기 시작하는 한국 소설들, 이유를 들자면 한국어로만 표현 가능한 난해한 문장을 좀 더 정리해 표현할 수 있는 번역가들 덕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저렇게 주목되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각 나라들이 한국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그들이 선택한 표지를 통해 금방 나타난다.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의 표지들을 통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문화를 비롯해 외국인이 가진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과 환상, 그리고 오히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만의 독특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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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봉순이 언니』

 

1998년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가 된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는 40대 여성의 어린 시절의 회상을 그린 소설이다. 화자인 짱아네 집에서 수양딸처럼 살게 된 봉순이 언니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 가족 안에서 소외된 봉순이 언니가 겪게 되는 갖가지 사연을 통해 소설은 1960년이 가진 시대상,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삶으로 얽힌 풍경을 보여준다. 오픈하우스에서 양장본으로 제작된 『봉순이 언니』는 노란색 배경 위에 빼곡한 서민들의 집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봉순이 언니와 소설 속 화자인 어린시절의 짱아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성장소설의 느낌을 전해주는 한국 표지와는 달리 영국과 미국에 소개된 『봉순이 언니』표지는 시대배경이나 꽃나무 가지 위에 홀로 앉아있는 봉순이 언니의 마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100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수인 윤수와 수 차례의 자살시도를 했던 유정의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정이 수녀 고모와 교도소를 방문했다가 만나게 되는 윤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언제나 죽음과 삶이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드리워져 있다. 죽음과 삶은 두 사람을 나누고 있지만 동시에 강하게 연결을 짓고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인권과 사형집행을 문제로 제기한다. 한국어 판 소설은 윤수가 보고싶어 하던 노을 빛으로 물든 바다를 표지로 삼았다. 불어판 표지는 빗방울이 맺힌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응시하는 유정의 얼굴이다. 영화 때문인지 배우 이나영의 얼굴이었으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판 표지는 소설 전반에 걸쳐 흐르는 슬픔을 가득 머금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도 스산하고 암울해 선뜻 읽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늘 그 자리에 있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엄마를 찾는 가족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전에 2007년부터 2008년 창작과 비평에 연재될 당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엄마의 부재로 생겨나는 엄마라는 존재감.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식들의 어머니, 그리고 한 여자인 우리의 어머니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엄마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엄마를 부탁해』는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어 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한국어판은 마치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표지를 하고 있다.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해석하면 될까? 그런데 소설이 풍기는 엄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 듯하다. 영문판의 표지는 엄마의 젊은 시절이거나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과 색채가 부드럽고 현대적인 인상을 준다. 스페인어판은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사라진 엄마 조차도 격정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요염한 여자로 만들어 놓으니 말이다. 불어판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딸의 모습인 것 같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인 보다는 중국인의 얼굴에 더 가깝거나 교포들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틀린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왜 그런지 한국의 평범한 딸의 느낌은 아닌 듯 하다. 어쩌면 서양인이 동양인을 바라볼 때의 고정적인 시각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이유로 최근 들어 매우 큰 집중을 다시 받고 있는 소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게 된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 영혜의 남편과 언니, 그리고 언니의 남편인 형부, 영혜를 둘러싼 사람들은 소설 속에서 서로 깊게 얽혀 있지만 어쩐지 모두 외딴 무인도에서 각각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등장한다.

 

『채식주의자』는 소설로 인기를 끌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었는데 영화를 위해 여배우가 뼈만 앙상하게 남도록 체중을 감량하고 나왔었다. 영화는 소설의 간결한 표현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했으며 특히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가 창조해낸 작품들은 조악하기까지 했다. 차라리 책에서의 아름다운 꽃의 묘사가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그 때문에 영화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거의 모두 놓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한국판 표지 역시 소설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나무가 되고자 하는 영혜 때문에 나무 그림을 넣은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암울하다. 반면에 영국 표지는 산뜻하고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이 역시 소설과는 동떨어지게 필요이상으로 발랄한 인상을 풍긴다. 오히려 은행잎에 물든 영혜의 얼굴이 들어간 불어판 표지나 영혜의 몸을 뿌리를 내리고 선 커다란 나무처럼 묘사한 미국판 표지가 훨씬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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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지은경(월간 책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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