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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 “스타 셰프 되려면 어떻게? 할 말이 없다”

에세이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펴내 요리사가 너무 방송에 많이 나오는 건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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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강레오가 첫 책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펴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고든 램지'라는 별명을 얻은 강레오는 현재 개인 농장을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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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전성시대다. TV를 켜는 족족 셰프들이 나온다. 요리를 하지만 예능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런데 모두가 진짜 셰프는 아니다. 요리사라고 전부 다 셰프는 아니기 때문. 셰프(chef)란, 요리 전분야에 조예가 깊은 전문 요리사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요리사를 뜻하는 단어 ‘cook’과 구별되어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요리를 하면 무조건 ‘셰프’라고 칭한다.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스타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요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스타 셰프’가 되고 싶단다.

 

대한민국의 스타 셰프 전성시대를 연 강레오가 첫 책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를 펴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고든 램지'라는 별명을 얻은 강레오는 요리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셰프다. 예능감은 없는데 실력이 있으니, 방송에서 자꾸만 그를 불러낸다. 출판계에서도 앞다퉈 책을 내자며, 강레오를 찾았다. 그는 “요리책은 정말 완벽할 때 내고 싶다”며, 대신 에세이를 썼다. 활발한 방송활동과 더불어 매주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과 벤처농업대를 다니며 농장 경영, 요리학교 설립 등을 계획하고 있는 강레오를 만났다. 그는 “요리를 22년 했다. 50년 요리 인생을 살려면 갈 길이 멀다. 아직 반밖에 안 왔다”고 했다. 강레오에게 음식에 대한 철학, 셰프에 대한 오해, 방송 출연의 기준을 물었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심사위원이 되어 참가자들의 요리에 대해 다소 직설적인 이야기를 할 때, 간혹 접시 위의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입에서 뱉어내는 제스처를 취할 때, 사람들은 독설이라는 이미지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간 매서운 말 한 마디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누군가는 알아들으리라 믿었다. 당신의 열정을 믿는다는, 더 잘할 수 있는 살마이라는 걸 안다는 그 속뜻을, 정말로 요리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했으리라.

 

다만 방송에서의 한두 마디로는 미처 전달하지 못했던 속이야기들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이제 책이라는 매체에 담아보고자 한다. 요리에 대한 진심을 읽기 위해 참가자의 두 눈을 지그시 쳐다보던 나처럼, 누군가는 나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을 거라 믿기에. (9쪽)

 

 

독설 셰프? 현실은 더 냉혹하다


첫 책인데 요리책이 아니고 에세이입니다.


누구나 다 내는 요리책이면 안 내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할 수 있으면 굳이 제가 안 해도 되잖아요. 요리책은 한 권만 냈으면 해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요리로 가득할 때, 그 때 내고 싶어요. 지금도 낼 수는 있겠지만 아직 덜 완벽하니까, 못하는 거예요. 저만의 색깔이 더 깊어지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 때, 요리책을 쓸 거예요. 한 권만 내도 상관 없는데, 대신 한글로 안 내고 싶어요. 전 세계에 팔아야 하니까.

 

셰프가 되기까지의 과정, 음식에 대한 철학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쓰셨던데요.


원래는 좀 더 거칠게 썼어요. 크리틱도 좀 세게 하고 싶었고. 우리나라 음식 비평하는 분들이 음식에 대한 매커니즘을 모르니까 계속 스토리만 붙이면서 음식을 평가하잖아요. 짜다, 싱겁다, 달다, 고향의 맛이다. 이 정도밖에 평가를 못하는 게 아쉬워요. 하나의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부터 끝까지를 분석해서 표현한 크리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된 크리틱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책은 에세이니까 그거에 맞게 쓰려고 했어요. 평론을 한다면, 한국에 오래된 식당이나 전통음식에 대해 쓰고 싶어요.

 

“부모가 뭘 먹느냐에 따라 아이가 먹는 음식의 수준도 달라진다”(21쪽)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딸 에이미한테도 평소 요리를 자주 해주나요?


해주죠. 에이미는 편식을 안 해요. 저랑 먹는 것에 경쟁이 붙었어요. (웃음) 엄마가 에이미한테 뭘 줬는데 안 먹잖아요? 그럼 제가 뺏어 먹어요. 그러면 에이미가 따라 먹고요. 아빠가 먹는 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어요.

 

이유식도 만들어줬나요?


그럼요. 박선주 이유식은 한 시간 반이 걸리는데, 강레오 이유식은 15분이면 끝나요. (웃음) 엄마들이 이유식 만드는 걸 되게 힘들어 하는데 이해가 안 가요. 젓느라 힘들다고 하는데 왜 저어야 하나요? 굳이 생쌀부터 안 해도 돼요. 밥으로 해도 돼요. 밥을 좀 차게 식히면 칼로 썰어져요. 그걸 끓이면 돼요. 얼린 밥을 썰어도 되고. 요즘 주서기가 굉장히 잘 나오잖아요. 과일이나 채소를 갈아서 그 찌꺼기를 이유식에 넣는 방법도 있어요. 채소를 볶을 때 맛있게 먹으려면, 채소가 원래 가지고 있는 수분을 빼서 채소가 갖고 있는 맛을 줘야 해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굉장히 재밌게 요리를 할 수 있어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독설 셰프로 유명하셨는데요.


(웃음) 댓글로 욕 엄청 먹었어요. 너가 그렇게 대단해? 재수없어! 정말 보기 싫다는 글 많이 봤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출연자들을 납득시키고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말이에요. 주방 같으면 끌고 나갔겠지만 방송 중에 그럴 순 없잖아요. 그것도 순화해서 말한 건데 사람들은 충격이었나봐요. 방송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고든 램지 같은 셰프는 더 여과 없이 방송이 됐는데, 유럽에서는 열광했어요. 한국은 아직까지 요리사에 대한 그런 신뢰가 없는 것 같아요. 요리사가 왜 그렇게 나대고 지랄이냐, 이런 소리도 들었어요. (웃음) 요리사라는 직업이 지금보다 더 존중 받는 상황에서 방송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전 그렇게 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그렇게 한 거예요. 사실 현실은 더 심하기도 하고.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통해 발전했다고 보는 출연자들은 누구인가요.


시즌1의 김승민 씨 같은 경우는 지금 본인 가게도 더 잘 되고 있고, 평소 하고 싶었던 요리에 변화를 주게 돼서 좋았다고 했어요. 시즌2부터는 딱히 잘 모르겠는데요. 박준우 씨 같은 경우는 “나는 요리사가 아닌데 왜 나를 그렇게 대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의 진심을 알아줬고 가장 빨리 본인을 변화시켜 요리를 습득한 경우에요. 처음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는데 준우승까지 했잖아요. 본인 스스로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죠. 변하는 걸 보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잖아요. 셰프들의 인기가 대단한데.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해외에서도 이렇게 된 상황을 본 적이 없어요. 요리사의 특별한 재능이라면 요리겠죠. 가수라면 그 사람의 목소리나 어떤 감성적인 면이나 철학이 담긴 음악에 빠져서 좋아하는 걸 텐데, 사람들이 셰프에 열광하는 건 과연 그 사람의 요리에 대한 철학을 좋아해서인지, 쇼의 형태인지 잘 모르겠어요. 요리를 재밌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건 좋지만, 글쎄요. 출연하는 셰프들의 식당이 지금 더 안 되고 있으면 안 됐지, 잘되진 않아요.

 

예약이 한참 밀려있다고 하던데요.


매출을 보면 다를 거예요. 예전에는 코스 요리 먹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던 가게에 이제 단품 요리 한 두 개만 시키는 손님들만 찾아와요. 요리사들이 왜 방송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유명해져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게 그저 좋은 건지, 방송을 이용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건지. 외식과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외식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거나 후배 요리사들을 끌고 갈 마음을 갖는 건 좋은데, 유명세를 만들어 연예인이 되고 싶은 거라면. 나중에는 이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 같은 스타 셰프는 성공한 거 아닌가요?


제이미 올리버도 처음 TV에 출연했을 때 사람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어요.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았죠. 증명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지금은 실력을 인정받고 레스토랑 사업도 잘 되고 있죠. 고든 램지는 원래 좋은 요리사였기 때문에 잘된 케이스에요. 지금 우리나라는 뭐가 좋은 셰프의 기준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나 셰프로 불리고 있고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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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너무 방송에 많이 나오는 건 역효과


요즘 “스타 셰프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많아요. 요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스타 셰프’가 되고 싶은 거죠.


스타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많이들 묻는데, 해줄 이야기가 없어요. 방송에 나오게 되면 서로 비교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전 누구와 비교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해본 적이 없어요. 제 스스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냐를 보는 거죠. 누구랑 비교해서 요리를 하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아직까지 한국사회의 외식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태에서 요리사가 너무 방송에 많이 나오는 건 역효과라고 봐요. 

 

요리 프로그램 섭외를 많이 받을 텐데, 출연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제가 꼭 필요해서 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해요. <대단한 레시피>의 경우, 전국에 있는 재미있는 요리들을 찾으러 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어묵밥이나 비빔밥와플 같은 건, 그걸 파는 지역에 가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이런 재밌고 맛있는 음식을 제품화 시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인데, 재밌을 것 같아서 출연했어요. 저도 언젠가 제품화하는 음식을 생각해봤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한국을 보는 걸 좋아해요. 대한민국 자체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한국음식을 더 다양하게 넓게 보고 싶어요. 개인으로 찾아갈 때는 한계가 있는데 방송을 통해서 가면 제가 원하는 걸 많이 얻어와요. <찾아라 맛있는 TV>나 <대단한 레시피>는 그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되죠.

 

만약 요리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면.


한국의 24절기 음식을 한 번씩 다뤄보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50년 이상 가는 노포들도 취재하고 싶고. 대한민국 신지식농업인부터 선진농가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400개 정도 되는데, 그분들을 인터뷰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의 재료를 가지고 요리도 하고. 내년부터 개인 농장을 시작하는데 한 번 추진해보고 싶어요.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풀어도 좋을 것 같아요. 평범한 김치찌개 같은 요리를 왜 TV로 넋 놓고 봐야 하는지, 그런 모습을 볼 때는 좀 씁쓸해요.

 

오랫동안 요리를 하는 분들은 보면, 서양음식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식에 관심이 대단해요.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건 한식일 때도 많고.


서양음식을 하다가 본인들의 한계가 왔기 때문에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자꾸 한식 세계화를 외치니까 안 하면 안 될 것도 같고. 그런데 결국 한식을 배우는 사람은 몇 안 돼요. 일반 가정에서 먹는 수준의 한식을 하죠. 한국사람이 언제부터 고춧가루를 범벅이 되게 먹게 됐는지, 묵은지는 어떻게 생겨났고. 그런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는 수준 높은 음식이 나올 수 없어요. 서양음식은 우리가 제대로 배우기가 힘들어요. 남의 요리니까. 동남아,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음식을 배우는 것만큼 어려울 거예요. 서양음식을 배우려면 그 지역에 가서 본토 사람들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더 잘 먹으면서 공부를 해야 해요. 한국 음식을 아예 다 끊고 살아야 될까 말까인데.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거랑 똑같은 거죠. 그러니까 본인들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튀는 거예요. 분자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현재 무형문화재 궁중요리 기능보유자 한복려 선생님께 한식을 배우고 계시죠?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들어요. 수강생들을 보면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배울 게 정말 많아요.

 

세계적인 셰프로 손꼽히는 장 조지, 피에르 가니에르, 피에르 코프만,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했는데, 그들에게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인가요.


정말 좋은 요리사란, 가장 좋은 재료를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 재료가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떻게 요리를 해야 상품 가치가 있는지를 아는 요리사가 훌륭한 요리사에요. 단순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최상의 재료를 가지고 제대로 요리하는 게 중요해요.

 

모든 사람들이 스타 셰프에게 배울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어떻게 그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있었나요.


드라마틱하진 않아요. 일단 면접을 봐야 하는데, 면접이라는 게 서로에게 신뢰를 갖게 하는 작업이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넥타이를 매고 와서 이력서 주고 앉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안 봐요. 본인 유니폼, 칼, 앞치마, 행주 가지고 오라고 해요. 그렇게 저랑 3일 정도 일하다 보면, 이 사람이 정말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파악돼요. 지금도 그렇게 봐요. 유럽에서는 보통 그 과정을 일주일씩 해요. 애매한 경우에는 한 달까지도 하죠.

 

모두에게 기회를 주진 않을 텐데요.


면접까지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회를 줘요. 이메일로 이력서를 받아 보면, 대략 이 정도 이력을 가지고는 할 수 있겠다고 감이 오잖아요. 면접을 보러 가면 스무 명씩 와서 앉아 있어요. 계속 밖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못 버티면 나가고. 버티고 들어오면 윗 단계의 허드렛일을 해요. 주방에서 25명이 음식을 만들고 있으면, 15명은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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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요리사가 직접 만날 필요 있다


앞으로 요리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신입생 면접을 볼 때 어떤 질문을 하고 싶나요?


글쎄요. 요리를 배우는 사람에게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거 물어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생각을 갖고 요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차피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알아서 떨어져 나가요. 아무 생각 없이 배우러 왔다가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더 좋은 요리를 할 수도 있고요. 저도 처음부터 무조건 해외로 나가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을 보고 경험을 쌓고, 선배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고 꿈을 키운 거예요.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굳이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요리학교를 만들게 되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뭔가 꿈을 키울 수 있고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열어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조언을 한다면.


요리사가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건 말해주고 싶어요. 절대 화려한 직업이 아니에요. 되게 폐쇄적이고 편협하고 살벌한 군대 같은 집단이에요. 호텔하고는 달라요. UDT라고 보면 돼요. 하나가 되지 못하면 나가야 해요. 상하관계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곳이에요.

 

벤처농업대도 다니는 중이시죠?


올해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껍질째 먹는 수박이 나온 거, 아세요? 풋콩인데, 콩비린내가 나지 않는 콩도 있어요. 요리사들의 숙제는 이런 재료들을 어떻게 가장 온전한 상태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느냐예요. 최상의 맛을 어떻게 접시에 담을까. 그걸 아는 사람이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앞으로 농작물 자체를 키울 건데, 더 깊게는 맨땅에서 재료들을 키워내는 것도 일종의 요리라고 생각해요. 자연과 싸워가면서 얻는 거잖아요. 이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 게, 요리사와 생산자가 직접 대화를 해본 적이 없대요. 여기는 농장을 직접 소유하는 경영자만 올 수 있어요. 생산자들과 요리사가 직접 대화를 나누니까 할 일이 무궁무진해요. 생산자는 보통 유통자들에게 필요한 재료를 물어보고, 유통하는 사람들은 핸들링 하기 좋은 식재료만 이야기하거든요. 하지만 생산자와 요리사가 직접 소통하면 다양하게 식재료를 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는 거예요. 다양한 재료가 나오면 특별한 요리법이 필요 없어요.

 

힘들 때 생각나는 힐링 푸드가 있나요.


글쎄요. 음식만 먹는다고 힐링이 될까요? 그 음식을 먹은 시간이 아름다웠던 거지, 음식으로만 힐링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주변환경이 따라가줘야 하는 거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환경 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싶어요. 배 위에서 술 마셔 보신 적 있나요? 배 위에서 술을 마시면 안 취해요. 바닷바람을 맞으니까 뭘 먹어도 맛있어요. 전복이 얼마나 빨리 가는 줄 알아요? 사람들은 전복이 안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기어가는 속도가 꽤 빨라요. 배에서만 전복의 속도를 느낄 수 있어요. 배 위에서 먹는 전복이랑 노량진 전복은 달라요. 식감도 다르고. 그만큼 먹는 환경이 중요해요. 전복을 먹었다고 그 때의 전복을 느낄 순 없죠. 누구랑 먹느냐도 중요하고.

 

강레오 셰프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글쎄요.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부분 한 것 같은데. 저는 빨리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 적이 없어요. 성공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한 50년 정도 해봐야 요리에 대해 알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 22년 했거든요. 저도 반을 더 해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리를 깊은 학문으로 보는데. 저는 요리로나, 인간적으로나 평생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려는 사람이에요.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가 저한테 기록이 되는 건 맞는데,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네요. (웃음).

 

좋은 요리책이란.


영감을 많이 주는 요리책이 좋겠죠. 레시피 책은 잘 안 봐요. 요리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긴 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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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 강레오 저 | 예담
그는 그 누구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가장 날선 원칙과 기준을 적용한다. 자신이 꿈꾸는 확실한 미래를 갖고 있는, 그 삶을 위해 하루하루 뜨거운 날을 세우며 사는 그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채 오늘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묻는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좋은 것. 당신은 그것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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