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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맛집과 나 자신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김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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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팬 카페 회원수 16만 명, 페이스북 팬 74만 명, 카카오스토리 구독자 87만 명.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숫자다. 온라인에서 오간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나왔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면서도 정작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모를 때가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노래 가사에서, 소설에서, 시에서, 영화 대사에서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커뮤니티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카페를 시작으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까지 확장한 일명 ‘사알’은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한다.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은 ‘사알’ 운영자 김재식 저자가 만든 책이다. 10년 넘게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스스로도 사랑에 관해 많이 고민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 특별히 공감을 많이 얻은 글을 선별해서 책에 실었다. 그래서 늑대 이야기 등 인터넷에서 한 번쯤 읽었을 법한 글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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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관심이 없다고?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의 뿌리가 된 카페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운영을 2004년부터 시작하셨는데요. 어떤 계기였나요.

 

프롤로그에도 짧게 쓴 내용인데요. 원래 저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었어요. 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관계를 평생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었고요. 잘 안 됐죠. 몇 번 관계에서 실패하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고,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답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혼자만 하지 말고 사람들과 같이 나눠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카페를 열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면서는 제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어요. 회원들의 시선이 있잖아요. 운영자가 그것도 모르면서 운영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두려워서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지, 굳이 제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어요.

 

책에 실은 글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셨어요?

 

제가 쓰는 글이 대부분이지만, 카페,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까 사연을 많이 보내주세요. 사연이 너무 많아 보내주신 모든 사연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사연들을 읽고, 너무 개인적인 넋두리가 아닌 많은 분들이 교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글을 위주로 올리려고 노력하거든요. 공감을 많이 얻은 글 위주로 책에 담았어요. 이미 검증이 된 글이라고 할 수 있죠. 인터넷에서 한 번 본 글을 굳이 책으로 또 보려고 할까, 이런 걱정도 있었지만 카페 회원들이나 페이스북 팬들이 좋아해요. 캡쳐한다고 해도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책으로 나와서 찾기 쉽다고도 말씀해주시고요.

 

10년 넘게 운영한 커뮤니티다 보니 쌓인 자료가 많을 텐데요. 정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듯해요. 책으로까지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나요.

 

언론에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사랑이나 결혼에 관심도 없고 혼자 살아도 된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제가 카페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면서 느낀 건 전혀 달라요. 특히 20대는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하더라고요. 언론이 일부만을 가지고 모두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여전히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책도 만들게 됐죠.

 

책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에피스도를 꼽아 줄 수 있나요.
 
20대 중반에 만나던 친구가 있었죠. 그 친구가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장난하지 말고 꼭 진지하게 대답해줘. 오빠는 나 아니면 안 돼?”라고 물었어요. 왜 물어보느냐고 되물었더니, 꼭 이야기해달래요. 제가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이성적이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대답했어요. “너 아니면 안 되는 게 어딨어. 지금은 그럴 수 있지만, 내가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너는 나만 생각하며 평생 혼자 지낼 수 있어? 그렇게 못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은 굉장히 잘못 되었어.”

 

굉장히 이성적으로 이야기한 거죠.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아요. 물론 이제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얼마 안 있다가, 그 친구가 바람나서 헤어졌는데요. 충격이 굉장히 컸어요. 3년을 만나면서 굉장히 좋아했던 친구였고 사랑은 더 커졌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제 대답 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을 못 하다가, 1년 뒤에 깨달았어요. 아, 이 친구가 그때 A와 B를 선택하는 기로에서 확신을 얻고 싶었던 거구나, 내가 그렇게 말을 해버려서 떠났구나…

 

이성적이라고도 했지만, 책에는 감성적인 글이 많잖아요. 이런 감성 글쓰기는 어떻게 단련하셨나요?

 

원래 책을 거의 안 보다가, 시집을 읽기 시작했죠. 중고등학교 때 읽은 시집만 300권 정도 될 걸요?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를 참 좋아했고요. 서정윤 시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켜서 안타깝지만요. 좋아했던 시인이에요. 중학교 시절부터는 글쓰기도 즐겼어요. 고등학교 때는 음악을 전공해서 제가 써놓은 글로 곡을 만들고 싶었죠. 그때는 일기를 많이 썼어요. 음악 많이 듣고, 글 많이 쓴 게 단련이라면 단련? 저는 영상물은 많이 안 봤어요.

 

사랑할 때 뭘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카페 회원, 팬들은 이 책을 읽고는 어떤 반응이에요.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글, 그림, 표지를 다 봐줬어요. 책에서 제 스타일이 보인다고 해요. 담담하면서 센. 제가 말할 때 차분한 편인데요. 그래서 마음도 따뜻할 거라고 착각을 하시는데, 그래서 저와 사귄 여성 분 중에서는 실망하는 사람도 있어요. (웃음) 마음속에는 센 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사랑할 때 뭘 알아야 할까요.

 

스스로 자기를 아는 게 중요하죠. 뻔한 대답이기도 하고, 말이 쉽지 자신을 안다는 게 어렵죠. 저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너는 이렇다, 저렇다를 이야기해 줘요. 듣기 좋은 이야기보다는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해 줄 때 더 진정성을 느끼고 고마워요.

 

옳은 대답입니다만 다소 원론적인 듯한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면.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친구들끼리 만난 자리였는데,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두 친구가 막 싸우더라고요. 사랑과 정이 같다, 다르다로요. 답 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다른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한 친구가 정말 묻고 싶었대요. 사랑할 때 뭘 알아야 하는지를요.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대표해서 한번 말해 보래요.

 

저는 맛집을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 친구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말하라고 했지만, 사실이거든요. 데이트할 때 고민이 뭐에요? 어디서 만나고 무엇을 먹고 뭘 할지잖아요. 내가 그 사람과 만나서 무엇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한지 아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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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사랑 많이 했으면


VX(Valuable eXperience)의 대표이기도 한데,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제가 운영하는 회사이고요.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창업이네요. 회사 이름 그대로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려고 해요. 세줄짜리 러브레터 전시회도 그중 하나였고요. 원래는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위해 만든 회사는 아니었어요.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는데 준비했던 서비스가 개발이 지연되면서 1년 동안 약 2억이 넘는 돈을 까먹었어요. 지금도 빚으로 고스란히 남아있고요. (웃음) 그러다가 지금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독립 플랫폼으로 전환하려고 무수히 노력했었던, 하지만 본업이 따로 있었기에 손 놓고 있었던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여 지금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보고 온라인 매칭 서비스를 해 보라며 제안하는데, 저는 그것보다는 연인들이 건강하게 놀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연인들이 권태기에 빠지는 게 건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문화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브랜드를 건강하게 잘 지켜왔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켜나가고 싶어요.


다음에 책을 낸다면?

 

사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 사연이 영화 같다고 많이 말씀해주시는데요. 그런데 누구나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특별하니까요. 저도 제 이야기만을 모아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 안에 들어가는 사진, 그림도 가능하다면 제가 만들어 보고요. 그렇게 내려면 이 책이 잘 되어야 가능하겠죠. (웃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끝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해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면,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여겨요. 죽기 전 마지막 순간에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말하면, 여자친구들은 실망하죠. 그래도 굽히지 않아요. 제가 가진 신념이니까요. 이건 제 사랑이고, 각자 정의하는 사랑이 있을 거예요. 거기에 대해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의미가 없어요.


남녀가 만나는 게 외로워서 만나지만 꼭 외로워서만 만나는 건 아니예요. 너와 나의 울타리를 가지려고 만나는 거잖아요. 그 울타리가 가정이겠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건강한 울타리를 가져야 그 안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건강하다는 의미는 정신적, 육체적 모두를 포함해요.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해지겠죠. 그러니 건강하게 사랑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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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김재식 저/정마린 그림 | 엔트리
이 책은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회원들이 가장 뜨겁게 공감하고 소통했던 170여 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사랑의 위기와 갈등, 아픔이 있을 때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고 때로는 조급해지거나 불안해질 때 여유롭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힐링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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