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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복귀, 에픽하이

가수 에픽하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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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길었던 공백을 보란 듯 박살냈다. 완전한 복귀작 < 신발장 >. 평단도, 대중도 돌아온 그들을 반겼다. Well Comeback을 향한 Welcome Back, 뜨거웠다.

< 열꽃 >은 타블로 혼자였고, 아직 아파보였다. < 99 >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이후 TV, 라디오에서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에픽하이'는 보기 어려웠다. 데뷔 10주년(2013)에도 큰 이벤트가 없었다. 알 수 없었다, 돌아오긴 하는 것 인가. 지난 9월에서야, 타블로는 녹음이 완료되었다고 알렸다. 그리고 10월, 길었던 공백을 보란 듯 박살냈다. 완전한 복귀작 < 신발장 >. 평단도, 대중도 돌아온 그들을 반겼다. Well Comeback을 향한 Welcome Back, 뜨거웠다.

 

인터뷰는 그 유명한 YG 사옥에서 진행됐다. 녹음실이 있는 3층, 그들은 자리를 정리하며 분주하게 맞이했다. 친근했다. 평소처럼 몰입과 장난을 오가며 다양한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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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음악에는 세 사람의 멘탈 파노라마, 수없는 심정의 흐름이 담겨있습니다. 타블로 씨의 상황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고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 미쓰라 씨가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나요? 일종의 성장통이었나요? 아니면 음악적 회의였나요?


타블로 : 이게 굉장히 멋있는 문제가 되었군요. '아티스트의 고뇌'로 미화됐네요.(웃음) 다행이에요.


미쓰라 : 제가 음악적인 활동에 있어 게을렀던 점이 커요. 열심히, 꾸준히 못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리고 제 결과물들이 저를, 듣는 분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힘들었어요.

 

디스(Diss)나 안티가 많았나요?


미쓰라 : 디스라기보단 팀 내에서 비교가 많았죠.(웃음) 또 힙합 신에 여러 래퍼들과 비교한 글을 보고, 들었어요. 그런 지나쳤던 것들이 쌓여서 부담으로 온 거죠. 즐겁게 하자고 한 건데 부담이 돼서 가사를 못 쓰던 시기도 있었어요. 다행히 옆에서 많이 도와줬고, 지금은 다 회복됐어요.

 

친구들은 이미 랩 거물인데 그 사이에 난 떠있는 기름
최고 아닌 최악부터 순서를 매길 때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름
- 「BORN HATER」 중 미쓰라의 벌스
그를 늪에 빠트린 힙합 팬들의 멸시를 담았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반격한다.

 

회복되었다고 하시지만 이번 앨범에서 미쓰라 씨의 참여도는 낮습니다. 팬들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인데요.


미쓰라 : 앨범 초반, 중반까지 제가 없었어요. 제 참여가 부진한 곡들은 그때 두 멤버가 거의 완성한 곡들이에요. 블로 솔로 곡도 있었고요. 사실 제가 함께 가는 게 맞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또 제 스스로도 완성도 있는 곡을 저 때문에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힘든 시기에 두 멤버가 잘 끌어줘서 마지막에 합류하게 됐죠.


타블로 : 저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써왔기 때문에 Writer's block에 대해 교수들이, 작가들이 얘기한 걸 들었어요. 그때는 안 믿었죠. '잘' 안 써질 때는 있어도, 그냥 안 써지는 건 노력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안 써지면 써질 때까지 노력해야죠. 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개념을 미화된 핑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팀 멤버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정말 있구나 싶더라고요.

 

한번은 쓰라를 가둬놓기도 했어요. “너 여기서 걸어 나가는 순간 에픽하이에서도 걸어 나가는 거다. 여기서 먹고 자고, 뭘 하든 나도 있을 테니 해라!” 그렇게 정말 한 달이 지나도 한 단어도 못 쓰는 그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 때, 우습게도 11년 만에 처음 든 생각이 '이래서 우리가 팀인 거지, 이럴 때를 위해서 팀을 만든 거였지.'였어요. 우리는 솔로 뮤지션들이 모인 크루가 아니라 팀이잖아요. 타블로, 투컷, 미쓰라가 있기 전에 '에픽하이' 네 글자를 내세워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팀원 누군가가 걸어갈 힘이 없다면 안고, 업고서라도 뛰어야죠. 계속 했어야하는 생각인데 그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투컷 씨는 두 멤버의 공백 기간이 길어져, 개인 활동을 했을 법도 한데 별도의 외부 작업이 없었습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투컷 : 기본적으로 제 음악의 베이스는 에픽하이로 표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외부 작업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이 많은데 타블로와 미쓰라의 주제, 가사가 빠지면 제 음악은 완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할 때 '의리'네요.


투컷 : 의리라고 생각해주시면...


타블로 : 감사하죠. (웃음)

 

본격적으로 새 앨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타이틀곡, 「스포일러」는 타블로 씨 개인적인 작품인데요, 투컷 씨가 에픽하이로 발표하자고 설득하셨다 들었습니다.


투컷 : 두세 번 밖에 안 들어봤는데, 2년 동안 잊을 수 없었어요. 이 노래는 뭔가 있구나 느꼈죠. 에픽하이와 타블로 솔로 중 무엇으로 내야 할지 고민 많았지만, 제가 우겼어요.(웃음)

 

에픽하이는 타블로의 작품 세계와 어떻게 선 그어야 하나요? 확실한 '분간'은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일러」는 맞지 않는 트랙 아닌가요?


타블로 : 처음에는 어느 정도 분리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다 언젠가는 '왜 나누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에픽하이도 저고, 저도 에픽하인데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그리고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미쓰라의 부재로 작업이 미뤄졌었어요. 주변 뮤지션 동료들은 저와 투컷, 둘이서 하라고 했죠. “둘은 가장이기도 하고 장기 공백도 팬들에게 실례다.”, “그냥 솔로 앨범을 내라”고 했었어요. 그래도 저는 이 작업의 끝이라는 무대에 에픽하이, 세 명이 함께 서 있고 싶었어요, 어떻게 되든 간에. 또 아직 제 두 번째 앨범을 하고 싶지 않았고요.


투컷 : 굳이 구분을 지어야 하냐고 하지만 저는 구분이 돼요. (전원웃음) 솔로 앨범은 한 장 뿐이지만, 감정과 표현 방법이 더 짙어요. 에픽하이 음반에 타블로 솔로 곡들도 많았잖아요. 「낙화」나, 「Nocturne」이나. 이런 곡들에 미쓰라의 목소리가 첨가되면서 짙음이 약간 희석되고 새로운 색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와 더불어 더블 타이틀곡, 「헤픈엔딩」이 큰 인기입니다. 롤러코스터 조원선 씨의 참여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기본적으로 곡을 만들 때 주안점이 있었다면요? 그리고 멜로디 측면에서 피쳐링 할 상대를 생각하며 작업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저희가 롤러코스터의 팬이에요. < 꿈꾸는 라디오 >에서 가장 많이 튼 노래 중 하나가 「습관」. 너무 틀어서 그만 틀라는 얘기도 들었을 정도에요. 활동안하신지는 오래됐는데 그분들 공백은 아무도 채울 수 없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채워줘야 하거든요, 저를 위해서라도. 듣고 싶으니까 제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성공한 팬의 예인 거죠.(웃음)

 

지선, 윤하, 이소라 등 많은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습니다. 조원선 씨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타블로 : 무심한 보컬이 매력이잖아요. 맞춰서 무심한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의 주제도 그렇고요. 그 분 아니었으면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섭외할 때도 노래를 보내드리고, 만약 안하시면 노래 안 만들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만들면서 조원선 선배님께서 부르고 있는 게 들렸으니까요. 애들은 극단적이라고 말했지만 다행히 선배님께서도 좋다고,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완성하게 됐죠.

 

이렇게 타블로가 선배에게 패기 넘치는 부탁을 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솔로 앨범 수록곡, '집'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이소라를 염두에 두고 작사 작곡 했다. 그리고 불러주지 않으면 곡을 쓰지 않겠다고 전해, 이소라는 협박이라며 방송에서 재미나게 회상했다.

 

콜라보레이션에 있어 무조건 아티스트 중심이군요. 원곡이 있었던 「EYES, NOES, LIPS」같은 경우는 어떻게 작업하셨나요? 인상적인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타블로 : 「눈, 코, 입」이 한창 붐일 때, 커버곡이 나왔었죠. 사실 저희도 별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 회사에서 만들어 볼 생각 없냐 했는데, 저는 가족 여행 때문에 급하게 하고 갔거든요. 끝내 놓고 제주도 갔는데 양 사장님께서 좋다고 완곡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셔서 돌아왔죠. 그렇게 완성되었어요. 때로는 엉성하게 만든 습작 같은 작품이 잘되는 것 같아요.


투컷 : 저는 전화나 문자로 확인하지도 않았어요.(전원웃음) 식탁 위에 올려져있는 핸드폰에 양 사장님께서 보낸 문자를 아내가 읽어줘서 알았죠. 샤워하는 도중에 어떻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한 번에 왔어요. 작가들에게 영감이 떠오르듯이. 곧바로 작업실 가서 머릿속 그대로 그렸고 타블로와 함께 완성했죠.


타블로 : 아, 그리고 원곡자인 테디 형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뒷부분 영어 버전 보컬도 원래 녹음해 놨었는데 태양이 다시 불러서 재녹음할 정도로 커버 버전에 애착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원곡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서 저희도 되게 좋았어요. 큰 찬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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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면서도 탈 YG 성향이 짙습니다. 양 사장님이 그러한 매력을 위해, 회사 밖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것을 권유했다고 들었습니다.


타블로 : 권유라기 보단 회사 스튜디오를 사용 못하게, 아예 스케줄 못 잡게 만들어 놓으셨었어요. 처음에는 괜한 YG 엔지니어들과 싸웠어요. 녹음 잡으려고 하면 계속 시간이 안 된다고 하니까. 화를 많이 냈었는데, 양 사장님께서 밖에서 작업하라고 하셨죠. 이게 의외였던 게 제작비가 배로 들거든요. 그건 회사 돈이고요. 왜 굳이 이래야하나, 어이없다는 생각으로 1집부터 함께한 엔지니어와 얀키의 ARK스튜디오로 갔어요. 첫 녹음 날부터 느꼈어요. 아, 이래서 보냈구나.


투컷 : 이거지.


타블로 : 다른 뮤지션들도 그렇고, 환경을 흡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영향 받기도하고요. 흔히 저희에게 YG 색이 입혀진다고 생각하는데, 잘 들어보면 YG에도 우리의 색이 점점 묻어나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이번 태양 앨범도 그랬죠.

 

그럼에도 에픽하이에게 YG 느낌이 들어간 트랙은 무엇이 있을까요? 「Eyes, Noes, Lips」?


타블로 : 그건 원곡이 YG 노래잖아요.(전원 웃음) 하지만 「눈, 코, 입」을 YG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솔직히 편견이에요. 태양이 불렀을 뿐이에요. 크래딧을 보지 않는다면 테디 형이 만들었을 거라고 누가 알겠어요. YG 색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버린 노래인거죠.


투컷 : 기존의 YG 곡과 가장 반대로 간 곡이죠.


타블로 : 음악적인 색깔에 대한 편견이 차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다만 이게 재밌게도 볼 수 있는 것이, 사람들의 편견이 있어야 깨질 때의 쾌감, 희열이 또 따르거든요. 「BORN HATER」가 그런 경우죠. 힙합 팬들에게 에픽하이, 버벌진트, 빈지노는 친숙하지만 바비, 비아이, 송민호는 불편하거든요.(웃음) 그리고 노래 주제가 'Hater'. 편견에 휩싸여 남을 욕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라인업만 공개했을 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싫다', '별로다', 혹은 '기대 된다', '대박이다'. 저는 그런 반응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노래 자체가 그것에 대한 노래였으니까요.

 

과거 베스트 리믹스 앨범, 책 형식의 북 앨범 등 주어진 틀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왔는데요, YG에 들어간 이후 살짝 움츠러든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타블로 : 다양한 활동 많이 하고 있어요. 「BORN HATER」의 뮤직비디오가 꽤 새로운 시도였고, 「또 싸워」의 노래방 버전도 있죠. 맵더소울은 없어진 게 아니에요. 이번 앨범에도 로고가 박혀있듯 YG 안에 맵더소울이 있는 것처럼 여럿 활동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Map TV'도 계속 하게 될 것 같고요. 하고 싶어서 했던 것들, 재미있어서 했던 것들, 다양한 활동의 출발점은 이번 앨범이에요. 시동을 건다고 할 수 있겠죠.

 

「Tomorrow」부터 태양과 합이 잘 맞습니다. 미쓰라 씨는 태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쓰라 : 음악적으로 당연히 인정하고, 음악 외적으로도 항상 준비 되어있어요. 또 가진 에너지가 좋아요. 피쳐링인데도 주변 사람들을 함께 끌고 올라가잖아요.


타블로 : 능력 이전에 사람 자체가 음악에 잘 맞아요. 제가 11년 동안 음악하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봤는데, 창작을 100%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Tomorrow」 작업할 때 굉장히 반성했어요. 내가 음악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한숨을 쉬고, 녹음하는데 에러가 나서 지워졌을 때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그랬던 순간들이 떠올랐죠. 우리는 꿈을 이룬 사람들인데 매순간을 행복하게, 축복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할망정 누군가가 던져준 직책처럼 느끼고 있는 제가 한심스럽더라고요.

 

태양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에요. 저번 앨범 작업하는데 4년 걸렸어요. 9곡이 수록되어있지만 그 앨범을 위해 저와 작업한 노래가 14, 15곡정도 돼요. 다른 프로듀서들 곡까지 총 60곡, 믹스까지 한 건 30곡정도 돼요. 트리플 CD를 내도 될 곡 수죠. 한국의 투팍이에요.(전원웃음) 그런 상황에서 앨범이 미뤄지고 완성이 잘 안되는데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더라고요. 그런 에너지가 좋아요. 덕분에 저희도 그렇게 됐어요. 뜻대로 안 풀려도 그 자체에 감사하고 즐기는 법을 태양에게 배웠어요.

 

엄청난 찬사네요. 그렇다면 에픽하이 멤버는 어떤가요? 투컷 씨, 미쓰라와 타블로에게 태양과 같은 찬사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타블로 : 투컷을 선택하시다니.(웃음)


투컷 : 이거 정말 어려운건데, 이거 연결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11년의 커리어 동안, 미쓰라는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타블로가 엄청나잖아요. 멜로디나 곡 작업도 좋지만 '문학적으로'. 제가 볼 때는 세상에서 제일 글을 잘 쓰는 사람 중 하나에요. 그런 사람 옆에서 미쓰라는 같은 분량의 랩을 써야 하는 거예요. 그 작업이 정말 고되죠. 제가 자주하는 혼잣말이 “래퍼 안하길 잘했다”에요. 플로우도 짜야하고, 말이 되게 써야하고, 그 안에 라임, 펀치라인, 또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되죠. 한정적인 룰 안에서 문학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동안, 팀 내에서 균형을 잘 맞춰줘 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와, 한 방에 두 명 다 했어!(전원웃음)

 

에픽하이 멤버들만으로도 훌륭한데, 콜라보레이션이 잦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타블로 : 저희는 결과물이 중요해요, 개인의 욕심보다 월등히. 누구의 파트가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 크레딧이 드러나나, 안 드어나나 이런 건 부수적인 거예요. 누구 한 명이 주목받고 싶어서 퀼리티를 떨어트리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돼요. 만약 우리가 밴드라면 미쓰라는 드럼, 제가 기타, 투컷이 베이스에요. 멤버 한 명이 연주를 잘 못한다면, 전 과감하게 다른 밴드의 멤버를 데려와서 녹음할거에요. 그런 부분에서 에픽하이는 힙합 그룹이지만, 토이나 공일오비 같은 오픈 형식의 팀이라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는 게 음악 듣는 사람에 대한 예의 같기도 하고요. 실제 비틀즈도 그랬었죠. 물론 저희를 비틀즈와 비교하는 건 아니에요.

 

타블로의 말대로 비틀즈는 결과물을 위해 부분적으로 다른 연주자에게 의뢰했었다. 외부 밴드가 아닌 내부에서도 링고 스타를 대신해 폴 매카트니가 드럼 녹음한 경우가 있었다. < White album >에 수록된 「Back in the U.S.S.R.」, 「Dear Prudence」와 비틀즈 마지막 UK 넘버원 싱글, 「The Ballad of John & Yoko」가 그렇다.

 

투컷 : 아무래도 표현의 폭이 넓어지죠. 피쳐링뿐 아니라 편곡적인 부분에서도 저희가 어떤 주제나 가사를 받쳐줄 수 없을 경우, 과감히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해요.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죠.


타블로 : 「Lesson 5」는 제가 비트 만들고 녹음, 믹스까지 끝냈었어요. 이대로라면 제 노래 하나 더 들어가는 거지만, 저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카펠라를 피제이(Peejay)에게 보냈어요. 멤버들은 좋은데 왜 그러냐며 말렸지만 저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에 의뢰한 거예요. 듣는 사람에겐 음악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 같아요.

 

「막을 올리며」는 드레이크의 「Tuscan leather」가 떠오릅니다. 혹시 이번 트랙 제작에서 누군가를 참고하거나 영감을 받은 경우가 있나요?


타블로 : 투컷이 드레이크 정말 싫어하는데.


투컷 : 전 그 사람 인정 안 해요.(전원웃음) 저는 원곡인, The Miracles의 「I didn't realize the show was over」에 꽂혀서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최대한 원곡 느낌을 살렸죠. 거기에 최근 유행하는 808 붐 킥을 이용한 브레이크 비트를 섞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어요. 특별한 레퍼런스는 딱히 없어요.
타블로 : 오히려 저희 1집의 「막을 내리며」가 레퍼런스죠. 그 앨범에 소울 샘플링이 좀 많아서, 이어지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첫 곡으로 한 거고요.

 

각자 < 신발장 >의 베스트 트랙을 꼽아 주세요.


미쓰라 : 저는 「스포일러」요. 계속 기억에 남아요.


타블로 : 저는 「헤픈 엔딩」과 「BORN HATER」. 「스포일러」는 제가 타이틀하지말자고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멤버들과 스탭들, 모두가 타이틀곡으로 「스포일러」를 꼽았어요. 저만 「헤픈 엔딩」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더블 타이틀로 냈지만 「헤픈 엔딩」에 사람들이 더 끌리는 걸 보니 제가 대중에게 더 필요한 노래를 잘 가져온 것 같아요. 라디오 DJ의 영향이 컸죠.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포일러」는 못생긴 사람이 옷 잘 입은 그런 경우 같아요.

 

「헤픈 엔딩」은 잘생긴 사람이 대충입고 편의점 가는.


투컷 : 슬리퍼 끌고 람보르기니 타는 거지. 「스포일러」는 차려입고 지하철 타는.


타블로 : 지하철이 뭐가 문젠데. 이런 싸가지 없는. (전원웃음) 전 「Amor Fati」에도 애착이 가요. 사실 빼려고 했었어요. 이건 나중에 제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곡이에요.


투컷 : 타이틀 둘 중에 따지자면 「스포일러」가 더 좋았어요. 헤픈 엔딩과 더블 타이틀하기를 원하기도 했었고, 수록곡 중에선 「BORN HATER」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 신발장 >의 키워드와 출발점, 그리고 어떤 앨범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타블로 : 「스포일러」에서 'This is our last parade.'라는 표현이 나와요. 저희 콘서트 제목도 'Parade'에요. 그래서 '혹시 「스포일러」 가사 내용이 에픽하이의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였나'라는 추측도 있나 봐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하고 싶었던 말은 매 순간이 마지막 축제라는 생각으로, 음악 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자는 거죠. 저희는 예측하지 못했을 때 마지막이 될 뻔했던 순간들이 많았으니까요. 영원할 줄 알고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고, 행복해하지 않았던 때에 뺏겨버리니까, 이제는 인생 전반적으로 마지막 축제인 것처럼 살게 되었어요. 앨범의 궁극적인 메시지도 마찬가지에요. 삶도, 이별도, 사랑도, 역경도 모두 축제다. 언제든 마지막일 수 있으니, 축제답게 순간순간을 살아가자. 이런 의미였어요.


미쓰라 : 많은 감정이 섞여있는 앨범이에요. 미안함도 있고, 감사도 있고, 후회, 깨달음... 그것들이 한 번에 와서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숙제도 남겨준 앨범 같아요.


투컷 : 또 한 번 앨범을 할 수 있구나, 이런 즐거움으로 가득한 작업이었어요. 나오고 나서는 그 즐거움이 몇 만 배가 됐죠. 앨범 또 했는데 이렇게 잘 됐구나,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오는구나. < 신발장 >은 제게 큰 의미에요. 진정한 에픽하이의 복귀작이죠.

 

 


인터뷰 : 임진모, 김반야, 전민석, 김도헌
사진 : 김반야
정리 : 전민석, 김도헌

2014/11 전민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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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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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자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섬세한 문장과 파격적인 내용이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무가 되고자 한 여성의 이야기.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의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은 모든 애도의 시간을 문장들로 표현해냈다.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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