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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태어나서 좋았다’

‘여성 공감 만화’ 마스다 미리 첫 내한 “‘태어나서 좋았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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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두 작가, 마스다 미리와 정이현이 만났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누구나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해야 하는 인생의 질문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이처럼 제목에서부터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마스다 미리가 그리는 ‘수짱’의 일상은 소소하지만, 그 일상을 통해 전해지는 공감은 진하다.

 

11월 1일,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여자라는 생물』의 출간을 기념하여 마스다 미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에는 ‘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정이현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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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와 정이현, 서로의 작품을 이야기하다

 

두 작가는 이 자리에 서로의 작품을 가지고 나왔다. 마스다 미리는 『나의 달콤한 도시』의 일본어판, 정이현은 『주말엔 숲으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스다 미리: 『나의 달콤한 도시』의 일본어판은 고단샤에서 출간되었는데, 책의 표지 디자인이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가 정말 애절하다고 느꼈습니다. 멋진 남성이 세 명이나 나오는데 아무도 주인공과 이어지지 않아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아무도 맺어지지 않았나요?

 

정이현: 그 당시의 제 인생이 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로맨스 소설로 보신 분들은 마지막에 ‘실망이다’, ‘이럴 줄 몰랐다’고도 하시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은수는 결국 혼자 남겨지고, 그럼에도 계속 살아간다’는 결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른의 성장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수짱과 마찬가지로 성장이라는 것이 꼭 일정한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춘기가 지나면, 20대를 넘기면 성장이 없는 게 아니라 30살을 지나고 마흔이 넘어도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조금씩 사람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가 어른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욱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두 작가는 수짱과 은수가 마치 친구 사이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판사에서 수짱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조사했을 때,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이었던 최강희가 1위로 뽑혔다고 한다.

 

정이현: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다 좋아하지만, 누군가 ‘처음으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까?’ 물으면 『주말엔 숲으로』를 추천하곤 합니다. 수짱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인물인 하야카와를 좋아합니다. 저에게 숲은 항상 미지의 공간이었습니다. 친숙하거나 편하게 느껴지는 곳이 아닌, 잘 모르는 어떤 것이 금방이라도 출몰할 것 같은 곳이었죠. 그런데 『주말엔 숲으로』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숲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숲은 상징적인 단어인 것 같아요. 여태껏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삶의 방식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뒤흔드는 그런 진지한 결심이 아니라, 하야카와처럼 어느 날 문득 그냥 쓱, ‘아니면 말지’ 하고 내리는 결심. 『주말엔 숲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제게 알려준 작품입니다.

 

마스다 미리 신드롬, 일상의 질문이 갖는 힘

 

마스다 미리의 팬을 자처하는 정이현은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마스다 미리 특집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녀는 ‘마스다 미리 신드롬’의 원인으로 일상의 물음을 뽑았다.

 

정이현: 수짱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나는 퇴근하고 나면 내 몸을 뉘일 나만의 작은 방이 있고, 원래 꿈은 아니었지만 가끔 재미있는 직장에 다니며 살고 있다’ 평범하고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2010년대 한국 여성들에게는 사실 어려운 꿈이죠. 수짱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도달하고 싶은 언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수짱처럼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마스다 미리의 책이 ‘내 인생은 소소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위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스다 미리는 일상의 소소한 편린을 다루는 과정에서, 저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살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사는 게 정말 괜찮아?’ 마스다 미리의 책에는 일상에서 문득문득 이런 물음을 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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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대를 거쳐…두 작가가 말하는 ’지금’의 화두

 

최근 한국에 출간된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여자라는 생물』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의 경우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마스다 미리의 사랑 에세이로, 그녀의 다양한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마스다 미리: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는 제가 30대에 썼던 초기작입니다. 그 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어요. 한편 20대에는 결혼이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결혼의 목적은 아주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호텔에서 웨딩드레스를 입는 이벤트를 하고 나서, ‘이걸로 됐다’ 생각했죠(웃음).

 

정이현: 제게 20대의 전부는 물음표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가장 잘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항상 길을 찾는데 ‘이 길도 아닌가 봐’, ‘저 길도 아닌가 봐’ 계속 돌아나왔었던 것 같습니다. 제 30대의 화두는 일이었어요. 서른 한 살에 등단해서, 그 때는 정말 ‘소설을 잘 쓰게 된다면 영혼도 팔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일에 빠져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40대의 전부는…건강? 소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마스다 미리에게도 ‘지금’의 화두를 물었다.

 

마스다 미리: ‘태어나서 좋았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나 싫은 일이 있어도,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만화와 에세이를 통해 계속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속력’이라는 재능과 ‘타이레놀 한 알로 치환되는 세계’

 

마스다 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하여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그녀는 자신에게 특별한 그림 실력은 없지만 지속력만큼은 있었다고 말했다.

 

마스다 미리: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요리 잡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사람보다는 후라이팬, 사과, 접시 이런 것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후라이팬만으로는 저를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제가 상을 받거나, 특별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지속력, 계속하는 힘만큼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이현은 자신이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쓰게 된다면 시를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을 쓰니 칭찬을 받았다. 그러던 중 소설은 ‘고통을 타이레놀 한 알로 치환하는 세계’라는 것을 배웠고, 그 곳에 스스로를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이현: 제가 ‘고통’이라는 단어를 썼더니, 소설을 가르쳐주시던 분이 제게 “소설에는 고통이 아니라 통증이 더 어울리고, 통증보다는 타이레놀 한 알이 맞다. 통증이 타이레놀 한 알로 웅축되는 세계가 소설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이 말이 제가 소설을 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고통을 타이레놀 한 알로 치환하는 세계가 있다면, 그 곳에 나를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정이현과 마스다 미리가 독자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자 독자입니다. 마스다 미리 작가님이 30대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본인보다 몇 살 더 나이가 많은 여자까지 가능한지를 평소에도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낭만서점’ 팟캐스트에서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사진이 인터넷에 한 장도 없다며 궁금해하셨는데, 직접 보니 어떠신가요?

 

정이현: 저랑 또 다른 진행자가 마스다 미리 특집을 준비하면서 작가님의 사진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저도 한 구글링하는데,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사진이 전혀 나오지 않더라고요. 저희 둘 다 실패해서, ‘어떻게 된걸까’ 늘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짱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까, 작가님을 수짱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했는데요. 수짱이 평범해보이지만 은근 오목조목한 미인이고, 상냥하고 다정한 얼굴이잖아요. 마스다 미리 작가님은 수짱만큼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계속 뵙고 싶은 분이에요.

 

마스다 미리: 특히 인터넷에 제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꺼리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여러가지 직접 경험한 것을 책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장소에 몰래 잠입하여 취재하곤 하는데, 제 얼굴이 공개되면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요리 교실이라든지, 여러 가지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 많이 나가는데 얼굴이 알려지면 힘들 것 같아요. 모임 중에 작가가 있다고 알려지면 다른 분들이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작업공간이 궁금합니다.

 

작업은 주로 집에서 합니다. 방에 책상이 에세이용과 만화용 따로 2개가 있어서, 바퀴 달린 의자로 걷지 않고 이동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이 끝나면 스타벅스로 나가 소이라떼를 먹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카페에서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카페에서는 주로 책을 읽거나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엿듣거나 합니다.

 

두 작가님께 ‘나이 먹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마스다 미리: 젊었을 때는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이현: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을 점점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에 꾸뻬씨 시리즈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행복의 수준이 너무 높다. 가장 행복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아서, 소소하고 평화로운 순간은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의 기준치를 낮추라, 왜 사람이 꼭 행복해야 하는가.’ 이 말을 들은 이후로 행복이 무엇인가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제게 나이가 든다는 건 소소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저녁에 꼭 외출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 주말에 집에 있어도 괜찮고 좋은 것이죠.

 

마스다 미리는 한국 독자와의 첫 만남을 기념하여 직접 그림을 그린 도자기 그릇과 사진첩 <미사오 할머니와 고양이 후쿠마루>를 준비했다. 또 행사 이후 이어진 사인회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였다. 작품 속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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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마스다 미리 저/박정임 역 | 이봄
서른에 찾아오는 사랑은, 이미 첫사랑은 아니기에 풋풋하고 마냥 해맑지 않다. 나이만큼 고민이 많은 사랑이고, 또 그만큼 사랑에 100퍼센트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랑이다. 하지만 다 안다고 믿을 뿐이다. 서른의 사랑이든 스물의 사랑이든, 사랑은 매번 처음인 듯 쉬이 적응할 수 없는 감정이다. 올곧은 짝사랑, 이별하는 밤의 애절함, 조금 뻔뻔한 밀당, 돌이킬 수 없는 사랑… 등, 100개 가까이 되는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 속에는 분명 여자, 당신의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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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마스다 미리 저/권남희 역 | 이봄
렇게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간 여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 전작에서 고민에 대한 정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았다. 마치 고민만 명확해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의 정답은 사실 ‘현재’에 있음을 마스다 미리는 꾸준히 이야기 해왔고, 그것은 그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를 통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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