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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와 라틴아메리카의 매력적인 도시

남미 여행에서 그녀가 건져 올린 보석 같은 순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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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정동의 한 카페에서 여행 작가 김남희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날 행사는 작가의 남미여행 강의와 가수 이한철의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월 23일, 정동의 한 카페에서 여행 작가 김남희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날 행사는 작가의 남미여행 강의와 가수 이한철의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여행 작가 김남희는 10여 년간 세계를 두루 여행하며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유럽의 걷고 싶은 길』 등 여행 서적을 펴냈다. 그녀는 삼십대 초반 안정적인 생활을 내려놓고 떠난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풍경을 글로 담았다. 발 길 닿는 곳마다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그녀의 글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라틴아메리카이다. 무려 14개월간 이어진 남미의 긴 여정은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두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판매된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여 질 예정이다. 행사장은 작가의 신념에 함께하고자 하는 독자로 가득 찼다. 여행하기 가장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남미 여행에서 그녀가 건져 올린 보석 같은 순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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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땅, 파타고니아

 

그녀는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 중에서 파타고니아를 가장 먼저 꼽았다. 파타고니아는 지리적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약 39?이남에 위치한 지역이다. 브루스 채트윈, 폴 서루, 루이스 세풀베다와 찰스다윈을 매료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는 대한민국 보다 몇 배나 큰 지역이다. 이 지역을 세 달 동안 텐트와 침낭을 가지고 곳곳을 헤맸다. 봉우리에서의 풍경들, 야영장에서 무지개가 떠오르는 모습에 늘 감동했다.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빙하 국립공원에 당도했다.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 중에 가장 아름다운 빙하에서 트래킹을 걸었다. 얼음의 세계 안으로 걷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때 8일치 식량의 무게를 메고 다녔기에 육체적으로 힘겹기도 했다. 3000m가 넘는 봉우리에 수백 개를 볼트를 박아 넣어서까지 기어이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했다.

 

이곳이 이토록 내 마음을 흔드는 건 이곳의 자연이 아직 인간의 손을 덜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기와 버스를 갈아타고 쉽게 와서 겨우 몇 주 머물다 떠나는 내가 진짜 파타고니아를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여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는데, 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누구나 훌쩍 떠나서 여행기를 쓰는 시대에 내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中

 

아르헨티나의 숨결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나라이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뒤 탱고에 빠져 춤바람 난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면 꼭 탱고를 배워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서점 속에 있었다. ‘책의 도시’라는 애칭답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골목마다 서점이 있다. 그 중 20세기 초의 극장을 개조한 ‘엘 아테네오’이다. 무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유명한 극장을 개조한 서점이고, 박스석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대문호 보르헤스를 낳은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도시 곳곳에는 보르헤스의 흔적이 가득하다. 보르헤스는 생전에 18년간 국립도서관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30대부터 계속 약시 때문에 시력을 거의 잃었다. 오랜 독서가 시력을 앗아간 것이다. 도서관에 재직당시 그의 시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보르헤스의 흔적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카페 토르토니는 1858년에 문을 열어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카페이다. 보르헤스가 즐겨 찾던 곳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문화계의 과거이자 현재이다. 그는 시력을 거의 다 잃은 상태에서 도서관장을 맡았다. 시력을 잃은 이에게 도서관장을 맡기는 도시의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쿠바, 지속가능한 나라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나라를 조사했다. 1위가 쿠바였다. 그녀가 짚는 쿠바의 지속가능한 면면은 어떤 것일까?

 

쿠바는 석유수입이 제한 되어있어 아껴 쓰고 나눠 쓰는 게 생활화 되어있다. 세계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적다. 화학비료나 농약은 아예 구할 수 없어 유기농이다. 교육과 의료의 질을 놓고 보았을 때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수준을 자랑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음악이다. 모든 음악의 장르가 쿠바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발전했다. 삶을 향한 낙관주의와 긍정에 있어서 쿠바만한 나라를 보지 못했다. 쿠바인들은 ‘우리 모두는 인생의 발명가들’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의 활기를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쿠바에 이어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갈라파고스제도이다. 찰스다윈이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다가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직접 여행하다보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철저한 법칙들이 존재한다. 요트에서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개껍질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 여행자는 작은 요트를 타고 바다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다사자들이 평화롭게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작가는 페루의 쿠스코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 떠낢이 일상인 그녀를 주저하게 만드는 건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 속에 스며든 그의 존재는 여행기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죽음 같은 고통’을 일상적으로 대면하며 살아가는 공황장애 환자이다. 우리가 함께 여행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쓰는 내내 가장 꼼꼼한 조언자가 되어주었다. 두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그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낯선 곳을 향해 움직여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나를 매혹시킨 그곳의 삶의 방식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내가 떠나온 세계와 닮아간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곳만의 원형을 파괴하는 운명이라니...... 사랑하면 할수록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하게 되는 일이 어찌 여행뿐일까. 삶도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변화를 요구한다. 나와 다른 점 때문에 그에게 매혹되었지만 어느 순간 그 점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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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작가의 강의가 끝난 후 가수 이한철이 등장했다. 이한철은 김남희 작가와의 각별한 인연과 남미 여행기를 이야기했다. 

 

김남희: 쿠스코의 한 민박집에서 오래 머무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민박집 주인장이 한 겨울에 기타 치던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손님이 매일 밤마다 기타를 잡고 매일 밤 노래해주어서 매일 파티하며 놀았다고 한다. 그게 바로 뮤지션 이한철이었다.

 

이한철: 김남희 작가는 원래 알고 지냈지만 같은 민박집에 묵었다는 걸 알고 더 신기했다. 남미여행 당시 도난, 강도에 대한 당부를 들었기에 일부러 기타를 가져가지 않았다. 그런데 민박집에 마법처럼 기타가 있었다. 그 덕분에 매일 밤 기타를 칠 수 있었다.

 

김남희: 콜롬비아 카리브해 바닷가에 지낸 적이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낮에는 해먹에 누워서 종이 책을 읽었다, 저녁때는 약간의 충전지로 전자책을 읽었다. 그 때 당시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었다. 촛불에 의지해서 책을 읽었다. 이한철이 그 소설을 읽고 쓴 노래가 있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글과 음악으로 늘 소통한다는 기분이 든다.

 

김남희: 남미 여행이야기를 듣고 싶다. 여행 당시 위험한 적은 없었는가?

 

이한철: 여행 첫날, 택시를 탔다. 구시가지가 닫힌 공간이 되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었고 길도 막혔다. 이 때 누군가 택시 안으로 손을 뻗어 디지털 카메라를 집어갔다. 도둑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도망가 버렸다. 아내와 너무 겁을 먹어 택시를 탄 채 가만히 있었다. 이 때 허탈한 마음이 들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작가님은 긴 여행 내내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김남희: 여행 전체에서 한 번의 교통사고와 네 번의 도난사고가 있었다. 이 중 황당한 도둑도 있었다. 하루는 한 할아버지께서 노트북을 훔쳐갔다. 다행히 노트북이 없어지자마자 “도둑이야”를 외쳤다. 기사는 버스를 세워주었다. 얼른 뛰어내려서 할아버지를 잡았다. 할아버지가 “I am sorry."라면서 물건을 돌려주었다. 

 

이한철: 남미 여행은 쉽지 않다. 여행은 아름답지만 위험한 순간도 많다.

 

김남희: 라틴아메리카 여행 중 만난 한국인들과 누가 제일 최악의 경험을 했는지 뽑아본 적이 있다. 이들 중에서 1등을 차지한 사연이 눈물겹다. 과테말라에 교환학생 온 남학생이었다. 그는 대낮에 커플이 있는 차를 히치하이킹했다. 친절하게 인사하던 커플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은행 앞에 내려주었다고 한다. 커플 도둑은 카드 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간 후 달랑 옷 한 벌만 주고 떠났다고 한다.

 

가수 이한철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후,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힙 입어 여러 곡을 불렀다. 행사장은 흥겨운 열기로 뜨거워졌다. 이날 행사는 평소 작가와 절친한 가수 이문세, 여행학교 멤버 등 다양한 독자들이 모여 출간을 축하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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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춤 추듯 걷다김남희 저 | 문학동네
이번에는 매혹의 땅, 라틴아메리카로 떠났다. 배낭 무게 28킬로그램, 총 여행 기간 14개월, 왕복 두 차례, 1백 시간이 넘는 비행, 야간버스에서 보낸 수많은 밤, 한 번의 교통사고와 세 번의 소매치기 미수, 그리고 네 번의 도난 사고, 수십 번의 길 잃기. ‘여행 밥 10년차’인 그녀에게도 라틴아메리카 여행은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온 지금, 라틴아메리카는 여행작가 김남희의 여행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새로운 세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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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김남희 저 | 문학동네
‘김남희가 매혹된 라틴아메리카’ 1권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에서 중남미의 광활한 자연이 주는 야생성에 감동했다면, 이 책에서는 이 땅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육체성’에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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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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