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되는 이유
『진심진력 :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박종평 저자와의 만남
예스24와 숭실대학교가 함께하는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재조명했다. “불패의 리더 이순신에게 배우는 ‘진進 진眞 진盡’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된 강연회에는 이순신 전문가이자 『진심진력 :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를 집필한 박종평 저자가 초대됐다.
불패의 리더 이순신에게 배우는 리더십
세월호가 침몰했고 영화 <명량>이 흥행에 성공했다.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리더의 부재’가 불러온 ‘리더를 향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이순신에 대한 재평가가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른 요즘, 주목할 만한 강연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저녁, 숭실대에서 열린 『진심진력 :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이하 『진심진력』)의 저자 강연회가 그것이다.
예스24와 숭실대학교가 함께하는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날의 행사는 “불패의 리더 이순신에게 배우는 ‘진進 진眞 진盡’ 리더십” 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이순신의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초대된 『진심진력』의 저자 박종평은 이순신 연구가이자 역사 칼럼니스트로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이순신 이기는 원칙』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등을 집필했다.
“많은 분들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묻습니다. 대부분은 ‘그는 어떤 사람이냐, 어떻게 승리했느냐’라고 물으시죠.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의 무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45전 40승 5무의 불패의 장수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가 100전 100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역사 속 인물을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와 같은 실수와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박종평 저자의 강연은 이순신 장군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그의 삶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승리인가, 패배인가. 불패의 비결을 찾으려면 승리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 보자. 또 다시 쓰라린 패배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기록된 패배부터 살펴봐야 한다. 무엇이 승패를 가르는지, 패배 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진심진력』의 저자 강연회는 ‘강인한 무장 이순신’이 아닌 ‘평범한 인간 이순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저는 진짜 이순신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처럼 피와 살이 있는 사람, 울고 웃는 사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사람, 진짜 이순신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병사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밤마다 울었습니다. 이 땅의 백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침략자를 응징하기 위해서 분노했습니다. 그 분노가 바로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박종평 저자가 증언하는 ‘인간 이순신’은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고 필요로 했던 리더의 모습과 흡사해 보였다. 자신의 국민들과 희로애락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리더. 그러한 지도자는 어느 시대 어느 국민에게나 환영받을 것이다. 비단 지금 이곳이 아니더라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행운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곳과 마찬가지로.
“최근 저의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오시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그 이유는 세월호 때문입니다. 리더가 없는 사회, 리더가 도망간 나라, 누구도 리더를 리더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살면서 좌절하고 절망했기 때문입니다. 선장과 선원은 도망갔고 애꿎은 선생님과 아이들만 죽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스스로 리더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롤 모델을 찾기 위해서 이순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리더십, 우리가 원하는 리더십, 그러나 강연회를 찾아가야만 만나볼 수 있는 리더십.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박종평 저자는 『진심진력』 안에서 ‘참 진眞’ ‘최선을 다할 진盡’ ‘나아갈 진進’의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진眞’은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자세, 즉 진정성”이다. 두 번째 ‘진盡’ “어떤 시련이든, 어떤 문제든 최선을 다해 극복하겠다는” 자세이며, 마지막 ‘진進’은 “끊임없는 도전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지도자의 자세”다. 그는 이번 강연회를 통해, 이상의 세 글자가 자신이 만난 이순신이었다고 단언했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 젊은 이순신이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든 고뇌로 가득 찬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련 속에서 끊임없는 반성과 치열한 노력을 엮어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 자신을 낮춰 더불어 살아갔다는 것이 그의 비범함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참된 마음, 몸과 마음을 다하는 자세,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나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하늘과도 소통할 수 있는 리더가 된 것이다. (『진심진력』 8쪽)
이순신 장군의 ‘통곡’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박종평 저자는 난중일기 중 어느 날의 기록을 낭독했다. 그 날 장군은 ‘통곡’이라 적힌 한 통의 서찰을 받았다. 그리고 셋째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저자 박종평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지는 오래된 기록 속에서, 아버지 이순신의 애끊는 마음은 다음과 같이 남아 있었다.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이순신 장군에게 승리는 누군가의 죽음의 대가입니다. 그 대가를 장군도 자신의 아들로 지불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통곡을 하면서 일기를 썼습니다. 이것이 이순신 장군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광화문 동상의 가짜 이순신은 이제 잊으십시오. 피가 흐르지 않고 구리로 서있는 그 이순신은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일 뿐입니다. 우리가 닮고 배우고 알아야 될 것은 바로 이 ‘인간 이순신’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뜨거운 피를 가진 이순신, 눈물을 흘리고 통곡을 하는 이순신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될 모습입니다.”
그 날의 기록이 말해주는 이순신은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목 놓아 울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다른 날의 기록이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 날 이후 부하 장수들이 상주인 이순신 장군을 찾아와 인사를 드리는데 장군 그 자리에서 울지 못합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후 바닷가 외딴집-당시에는 천인이었던 소금 굽는 이의 집에 찾아가 통곡합니다. 부하들 앞에서 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이순신은 울 수 있지만 리더 이순신은 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박종평 저자는 이순신이 작성한 승전보고서 안에서 그 단서를 찾았다.
“이순신 장군의 승전보고서에는 양반부터 노비까지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모든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당시로서는 왕이 노비의 이름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노비는 매매의 대상이 될 정도로 짐승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던 존재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군이 승전보고서에 노비의 이름까지 썼던 이유는 그들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싸운 사람, 최선을 다한 사람은 인정을 해줘야 된다는 게 그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식 조총을 재현해내는 과정에서도 노비의 이름이 함께 적힌 보고서를 올렸다. 군관을 도와 조총 제작에 힘썼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자신이 어렵게 완성시킨 견본과 설계도를 첨부하면서, 다른 부대에도 전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공생과 공존을 추구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배설 장군이 끌고 온 12척의 배를 이순신 장군이 전해 받았을 때, 선조는 이제 육군과 함께 싸우라고 명령합니다. 그때 이순신 장군은 이야기합니다.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서 싸운다면 오히려 해볼 만 합니다. 신이 죽지 않는 한 해낼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 안에는 장군 이순신의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그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했는지, 얼마나 낙관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서 가져가야 할 것은 바로 그 마음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통곡과 눈물, 분노, 사랑, 그리고 무한한 낙관주의.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의 삶 속에서 주목해야 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장군이 가졌던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명랑해전이 끝난 후 이순신 장군은 배와 군대를 서해 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때 수많은 피난민들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피난민과 군사 모두를 정착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섬에 도착한 장군은 집 지을 장소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리고 군사들로 하여금 나무를 베어 오게 합니다. 피난민들을 입주시킬 집을 지었던 것입니다. 백성들은 집을 얻은 대신 장군에게 군량을 바쳤습니다. 강제로 세금을 착취하거나 협박으로 뺏는 것이 아니라, 집을 지어 주고 군량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의 생산방식입니다. 백성과 군사 모두를 살리는 경영방식이었던 것입니다.”
난중일기의 또 다른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은 작은 것 하나도 대강 셈하는 법이 없었다. ‘미역 53동을 캐어 왔다’ ‘무씨 2되 5홉을 심었다’ ‘격군 742명에게 술을 먹였다’ 와 같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박종평 저자는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군량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우리 군사들이 며칠 먹을 수 있는 것인지를 처절하게 고민했던 이순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했다.
“불패의 리더 이순신에게 배우는 ‘진進 진眞 진盡’ 리더십” 강연회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했던 박종평 저자는, 강연회를 마치며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저는 여러분이 작은 이순신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위대한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인공인 작은 이순신이 되어서, 각자 삶의 영역에서 주인으로서 원칙과 법과 질서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이 땅은 새로운 나라가 됩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이순신을 깨워주십시오. 제가 책에서 만난 이순신이 바로 여러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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