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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레임을 장착하고 싶다면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편집한 권미경 한빛비즈 편집자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경제학자를 만나다 문학을 뒤집어보면 시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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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은 인문학과 경제학의 통섭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경제학자의 영화관』에 이은 ‘경제학자 시리즈’ 3탄이다. 10년차 경제부 기자인 박병률 저자는 공학도였지만 문학, 영화, 뮤지컬에 오래 전부터 애정을 가졌고 문화 속 경제 읽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모든 책에는 첫 번째 독자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작가’로 불리는 편집자가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저자의 좋은 글을 발견하고 엮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편집자들을 <채널예스>가 만나봅니다. 저자와의 특별한 인연, 책이 엮이기까지의 후일담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맬서스의 『인구론』을 반박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는 사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식민지 전쟁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거두던 영국 정부에 대한 지독한 풍자라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은 경제부 기자가 됐지만 문청 시절을 보냈던 박병률 저자는 “우리 일상을 담는 데 문학만큼 큰 그릇은 없다”고 말한다. 문학을 뒤집어보면 시대가 보인다는 것. 전작 『경제학자의 영화관』을 통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살롱에서 소설 주인공들과 나눈 경제 이야기를 담아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펴냈다.

 

내가만든책-박병률저자

박병률 저자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은 명작에 숨어 있는 경제 이야기들을 캐낸 책이다. 어떤 책도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독자의 반응을 얻을 수 없다. 작가정신과 시대정신이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독자에게 책이 읽힌다. 여기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곧 경제적 배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박병률은 10년차 경제부 기자다. 신문사 입사 초기, 경제용어를 잘 몰라 좌충우돌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독자들에게 보다 더 쉽게 경제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경향신문 기자로 <주간경향>에 ‘영화 속 경제’, <이코노미스트>에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를 연재하며,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은 ‘소설 스토리로 경제원리를 이해하는 법’을 소개하고 싶어 집필한 책이다.

 

영화에서 고전소설로, 경제와의 통섭을 넘나들다


2012년 1월, 권미경 한빛비즈 편집자는 경제학자의 색다른 프레임으로 인문학을 탐독한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를 펴냈다. 이 책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경제학자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고, 권 편집자는 새로운 필자를 찾다 우연히 박병률 저자의 블로그 연재 글을 보게 됐다. 사실 영화를 통해 경제를 이야기한 책들은 오래 전부터 출간되어 왔기에, 크게 색다른 콘셉트의 글은 아니었지만 저자의 필력에 자꾸만 시선이 머물렀다.

 

“기존의 책들이 경제학을 연계하기 위해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도 많이 다뤘다면, 박병률 저자님이 다룬 영화는 정말 친근해서 편안하게 다가왔어요. 2012년 연말 즈음에 박병률 선생님의 전작 『경제학자의 영화관』을 만들게 됐고, 차기작도 욕심이 났어요. ‘영화 속 경제’ 원고가 많이 남아 2권을 낼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장 흥미롭고 핵심적인 건 ‘스토리와 경제의 통섭’이었다. 권미경 편집자의 제안은 영화에서 문학으로 넘어가보자는 것이었다. 영화의 원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스크린셀러(screenseller)’ 열풍이 부는 시류를 타 ‘고전소설 속 경제’ 이야기를 연재해보기로 했다.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1년 3개월간 연재된 원고들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처음 박병률 저자님을 만났을 때는 본업이 신문사 기자라서 그런지, 항상 바빠 보였어요. 말도 빠르게 하셔서 ‘성격이 좀 급하시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오히려 이런 성격이 원고 개발에는 큰 도움이 됐어요. 제가 일을 밀도 있게 쭉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속도에 잘 맞춰주시고 원고 마감도 잘 지켜주셨거든요. 편집자로서는 가장 감사한 저자님이셨죠(웃음). 첫 인상은 딱딱한 경제기사를 쓰는 기자에 어울린다는 느낌이면서도 소탈한 면이 보였는데, 글을 보면 굉장히 감성적이에요. 이런 감성과 세심한 시선이 경제학의 통섭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요?”

 

저자와 편집자로서의 호흡도 탁월했다. 권미경 편집자는 독자들이 ‘경제’를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한 문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각 원고에 경제 원리를 접목시킬 때, 원리에 해당하는 소설의 한 구절을 뽑은 것도 권 편집자의 아이디어였다.

 

“막연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경제학자의 영화관』에서는 본문 중간 중간에 그 상황에 맞는 영화 속 대사를 넣었는데, 이게 책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줬거든요. 문장은 대사보다 평면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어요. 거창한 경제이론이나 숫자가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읽은 평범한 한 구절에서 경제 원리를 끌어내면 읽다가도 감탄이 절로 나오죠. 이 작업을 위해 저자님이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으셨다고 하니, 그 열정에 감사할 따름이죠(웃음).”

 

박병률 저자의 재미있는 원고를 받을 때마다, 권미경 편집자의 보람은 배가 됐다. 본문의 각 꼭지가 끝난 후에 나오는 별면 원고 ‘행간 속 경제 읽기’는 편집을 하면서는 거의 실시간으로 원고를 받았는데, 저자는 잠을 쫓아가며 마지막까지 충실히 원고를 보내왔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좋은 원고를 받을 때만큼은 편집자도 피로를 잊었다.

 

내가만든책-경제학시리즈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경제학자


‘경제학자 시리즈’는 기획 초기,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경제학자’를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다. 기존의 경제학 설명 방식에 구애 받지 않고, 경제학적인 프레임을 들이밀어 새롭게 읽히는 인문학을 이야기해보자 했다. 경제학이야말로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학문이니, 경제학자는 다른 학문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비단 인문학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 그림을 감상할 때도 경제학자의 색다른 프레임이라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죠.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읽다 보면 소설의 행간 속에 숨어 있던 경제학이 입체처럼 떠오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요.”

 

권미경 편집자가 말하는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의 매력은 소설의 소재, 경제 용어식의 단순한 연계방식을 뛰어넘어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경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권 편집자는 원고를 읽으며 ‘이 짧은 구절에 저런 경제 원리가 숨어 있었어?’라며, 여러 번 탄성을 자아낸 기억이 또렷하다.

 

“원고를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소설이 재탄생하는 기분이었어요. 소설의 작가와 배경이 자연스럽게 지식으로 흡수되는 건 덤이고요. 또 단순히 경제 상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게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의 장점이에요. 세일즈맨의 자살, 개츠비의 무모한 기다림, 마법에 걸린 앨리스와 세상에 저항하는 데미안 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깔려 있는 경제 심리를 이해하다 보면, 우리가 진정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지혜까지 깨닫게 돼요.”

 

박병률 저자는 2부 ‘주인공들은 경제적 역할을 맡았다’ 편에서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 조나단을 기업가 정신으로 풀어냈다. 권미경 편집자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글귀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업가뿐만 아니라 현재의 젊은 리더들이 계승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고 할 수 있죠. 또한 안일함에 빠져 깨어 있는 정신을 갖지 못한 현대의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뜨거운 시대정신의 바통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좋았어요.”

 

기업가 정신은 저돌성과 실천성, 가치창조(수익창조)를 중시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식이다. 빌 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의 근원이기도 하다. 조나단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독차지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갈매기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자유라는 가치를 혼자 누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누리고 싶어 했다. 조나단이 다시 지상으로 가려 하자 설리반 선생은 말린다. 왜 너를 추방한 그곳으로 돌아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조나단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이 사랑을 펼치는 방법은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 갈매기에게 자신이 본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사회적 책임이다. 지상으로 돌아온 조나단은 플레처를 가르친다. 조나단이 ‘멘토’고 플레처가 ‘멘티’다. 플레처가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나단은 떠난다. 멘토가 떠나자 멘티는 다짐한다. “한계가 없다고 했죠, 조나단? 그렇다면 제가 희박한 공기를 뚫고 당신이 있는 바닷가를 찾아갈 날도 곧 오겠군요. 그땐 제가 익힌 새로운 비행 기술을 보여줄게요! 기다리세요!” 기업가 정신은 이렇게 이어진다. (『경제학자의 문학살롱』106~107쪽)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은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책일까. 권미경 편집자는 “프레임을 바꾸고 싶은 사람, 새로운 프레임을 장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시리즈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융합, 통섭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르게 보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시적으로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경제는 어려운 사람들, 친근한 스토리를 통해 쉽게 경제 상식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고전과 경제 상식을 동시에 얻고 싶은 사람들이겠지요. 책을 읽다 보면, 마르크스 자본론, 맬서스의 인구론과 같은 낱개의 지식으로는 다가가기 힘든 경제이론을 쉽게 익힐 수 있어요. 소설을 따라가면서 경제 원리를 이해하다 보면 머릿속에 강하게, 그리고 꽤 오래 남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스토리는 그만큼 강력하니까요.”

 

문학과 경제학이 어떤 조화를 이루며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을지, 관심이 가는 독자라면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분명 흥미 있게 읽을 것이다. 경계를 허무는 경제 읽기, 색다른 프레임을 제안하는 경제학자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권미경 편집자가 추천한 또 다른 책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인문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단순히 지식의 수집보다는 지식의 재배열, 시각,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진짜 인문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갈 역량을 길러냅니다. 이 책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힘, 삶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 이를 위한 인문학 기초 체력을 키워줄 겁니다.



 

리추얼





소설가, 철학자, 과학자, 화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가장 평범한 시간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어주는지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사소하지만 이를 반복함으로써 삶의 각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역사 공부가 될 것이며, 당장 오늘 하루부터 따라 해본다면 좋은 자기 계발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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