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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무식쟁이들을 위한 교과서

『사랑의 역사』남미영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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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와 개츠비, 안나 카레니나와 제인 에어의 사랑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남미영 저자의 에세이 『사랑의 역사』에는 시공을 초월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 서른 네 편이 실려 있다. 그 안에서 독자들은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른 네 편의 문학 작품 속에 감춰진 사랑의 정의


『사랑의 역사』의 저자 남미영은 말한다. “아무도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그래서일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연애를 거듭하는 중에도 ‘이건 사랑일까’라는 의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그 정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랑의 역사』는 서른 네 편의 문학 작품 안에 그 해답을 감추어놓았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시작으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빛깔과 모양을 가진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안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사랑의 본질이다.

 

 

만나고-남미영

 

 

 

만약 우리가 좀 더 일찍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우물쭈물 하거나 헤매지 않고 지금보다 더 쉽게, 더 빨리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해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고, 사랑인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은 결과지요. 사랑은 탐구할 가치가 아주 높은 학문이며, 배우고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공부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랑의 역사』6쪽)

 

 

지난 4월 10일, 종로구의 작은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난 저자는 『사랑의 역사』가 단 하나의 오랜 질문에서 출발했음을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저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그 질문은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김남조 시인께서 담당 교수님이셨어요. 슬픈 사랑시를 쓰기로 유명하신 분이죠. 한 번은 선생님께 질문한 적이 있어요. 선생님은 연애를 여러 번 해보셨냐고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미영아, 고향에 사는 사람이 고향에 대한 시를 쓰니?’라고 답하셨어요. 그리고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죠. 고향을 떠나온 사람이 고향에 대해 노래하는 것처럼, 저 역시 사랑다운 사랑을 못 해본 후회 때문에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이 사회에 사랑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고요. 그 과정 속에서 『사랑의 역사』를 쓰게 된 거죠.”

사랑의 역사

 

문학박사이자 오랫동안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국어교육과 문학교육, 독서교육을 연구해 온 저자는 사랑의 정의를 찾기 위해 문학작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독서 강연회를 여는 한편, 동화집 『꾸러기 곰돌이』 『소년병과 들국화』를 비롯해 다수의 교육서를 집필한 그녀에게 책은 가장 친근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안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저는 소설과 시를 통해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랑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든 소설150여 편 찾아서 60여 편을 추려냈는데요. 그 중에서 34편의 이야기를 『사랑의 역사』에서 소개했어요. 『사랑의 역사』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쓴 책이지만, 그건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책에 소개된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자기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만나고-남미영

 

 

 

『사랑의 역사』는 사랑의 무식쟁이들을 위한 교과서

 

『사랑의 역사』에 대해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었던 과거의 젊은이들과 여전히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사랑 교과서”라고 정의한 저자는, 독자들이 서른 네 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가지 않은 길을 미리 내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를 위해 모든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였다. 또한 직접 인용한 대사들은 원작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작가의 눈에 비친 사랑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유리벽 속의 세상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가다가 머리가 부딪쳐 추락한 한 마리 새. 그 개츠비에게 우리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서슴없이 붙여준다. 그 실패가 너무나 순수하고 장엄했기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제조한 그의 가슴이 너무나 뜨거웠기에. 그는 20세기가 창조해낸 사랑스러운 로맨티스트였다. 그러나 이 소설이 시대를 초월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개츠비가 우리에게 주는 가슴 저린 위로 때문이리라. 현대의 애늙은이들에게 개츠비는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니까 아파야 한다”고.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으랴. (『사랑의 역사』143쪽)

 

 책에 소개된 서른 네 편의 작품들 중 저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닥터 지바고』 『안나 카레니나』를 최고의 사랑 이야기로 손꼽았다. 특히 『안나 카레니나』 안에서는 자신의 생을 모두 바쳐가며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만나고-남미영

 

 

 “『안나 카레니나』를 보면 온 생명을 다하듯 사랑한 사람들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열망하는 마음 때문이죠. 대학 시절의 저는 안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욕할 수만은 없는 여자인 것 같아요. 30대에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을 때, 안나는 베르테르처럼 가식 없이 사랑했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흔 즈음이 됐을 때는 20대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문장들이 보이더라고요.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가 한 말은 그녀의 감성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고, 그녀의 이성이 두려워하는 말이었다”고 적은 부분이었어요.”

 

 남미영 저자는 말한다. “나이 드는 건 저절로 되지만, 아름답게 나이 드는 건 배워야” 하듯이 “사랑의 열정은 저절로 생기지만, 아름답게 사랑하는 법은 배워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사랑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나를 성장시키는 사랑과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사랑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 불현 듯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 것인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사랑에 관한 한 생무식쟁이”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 모두가 사랑이란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믿는 “수상한 미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하고, 심지어 피임법까지 가르치면서도 사랑 얘기는 가르치지 않아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가려버리고 공부만 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청소년 시기에 사랑의 이야기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학 작품을 통해서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요. 문학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역사』도 많은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에 관해 우리는 사랑을 매혹적인 환상이나 신화로 높이 떠받들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사랑을 꿈꾸다가 쓴 맛을 보고 놀라 돌아선다.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처럼, 지금 현대인들은 너도 나도 사랑 불능자가 되어간다. 사랑을 태어나게 하는 샘이 말라버려 단체로 불행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런 우리에게 알베르 까뮈의 조언이 의표를 찌른다. ‘사랑받지 못한 것은 불운에 지나지 않지만, 사랑하지 못하는 건 불행이다.’ (『사랑의 역사』349쪽)

 

 

만나고-남미영

 

 

 저자 남미영은 『사랑의 역사』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맺는다. “사랑의 본질을 모른 채 하는 백 번의 사랑보다 사랑의 본질을 알고 하는 한 번의 사랑이 더욱 아름답다.” 그녀의 말은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사랑을 하는 그 순간조차 우리는 사랑에 대해 알고 있었던가. 또한 저자는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랑의 역사』 안에 담긴 것은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역사는 사랑의 토대 위에 쌓아 올려 진 것임을, 사랑 위에 발 딛고 서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삶은 사랑으로 향하는 여정이고, 그 길 위에서 지표가 되어주는 것은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다. 『사랑의 역사』가 품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정의에 대한 단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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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남미영 저 | 김영사
독서학자로서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남미영 박사가 독서의 기쁨과 인생의 여정을 담아 뜨거운 애정으로 풀어낸 이 책은 시공을 초월한 작가 서른네 명이 들려주는 애끓는 사랑의 강의이자,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교과서이다. 1597년 출간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2012년 출간된 『사랑의 기초』까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34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사랑의 가치와 의미, 성장과 인생에 대해 에세이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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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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