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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애 “아이들이 뭘 모른다는 생각, 가장 큰 편견”

『관점의 힘』 집필한 이은애 동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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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청소년들에게 꼭 쥐여 주고 싶은 책이 하나 생겼다. 인권경찰 이은애가 집필한 『관점의 힘』이다. 경찰관으로 지내면서 소위 ‘비행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과 만나온 저자는 어떤 이유로 책을 집필하게 되었을까.



“비행(非行)은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만난 소위 ‘비행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건강했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니, 그들은 자신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비행(備幸)’ 청소년이었어요.” 지난해 6월부터 동대문경찰서에서는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으로 ‘인문도서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이라는 거창한 말은 보태지 말아 달라”는 이은애 여성청소년과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책 읽기 시간.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는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질문’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됐다.

경찰대학교를 졸업하고, 캠브리지대학교에서 범죄학 석사를 받은 이은애 과장은 15년간 주로 수사 분야를 담당했고, 지난해부터 여성청소년과에서 일하고 있다. 극악한 범죄의 현장에 있다가 여성청소년과로 부임했을 때, 이은애 과장에게 밀려든 감정은 안타까움과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반항심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다그치기보다는 호기심으로 다가갔다. 정해진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그저 어른들이 말하는 성공을 좇고 있는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고 싶었다. 『관점의 힘』은 이은애 과장이 아이들의 비행(備幸) 시간이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한 책이다. 목표, 사랑, 가족, 폭력, 권리, 행복 등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고민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동서양의 고전 24권을 소개했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어른들이 정해 놓은 삶을 받아들인 청소년들에게 이은애 저자는 속삭인다. “세상이 가르쳐준 정답이 네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 네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니?”
『지상의 양식』 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알려는 욕망은 의혹에서 나오니, 믿는 것을 그치고 앎을 얻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나의 생각이 맞을까요? 나의 인생이 궁금하다면, 내 고민의 해답이 궁금하다면 우선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의심해 볼 일입니다. 어른들이 말해준 살아가는 방법, 세상이 강요하는 성공의 비법, 무슨 뜻인지 알기도 전에 외워버린 인생의 정답 따위는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관점의 힘』 p.6)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들이 필요하다

비행 청소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 하나 고민이 아닌 것이 없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소리만큼, 허공에 뜬 이야기는 없을 것 같은데.

어려웠다(웃음). 책을 읽으라고 빌려주면 잃어버리고, 다시 가져오지 않았다. 실제로 『관점의 힘』에 나온 24권 책을 다 읽은 아이들은 없다. 조금이라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각 책의 요약본을 만들어 줬더니, 좀 읽더라. 어려운 책 말고 쉬운 책, 짧은 소설을 읽으라고 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책 좀 많이 읽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막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아이들이 선도조건부 입건유예로 들어오면, 경찰서의 선도 프로그램을 10주 정도 수료하게 된다. 각자 상담 선생님이 배당되는데,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친한 애들끼리는 두세 명 같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추천했나?

처음부터 책을 읽으라고 하면 무반응이다. 아이들의 상황을 들어보고 관심이 있을 만한 책을 추천했다. 한 중학생  아이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서, 톨스토이의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애초부터 아이들이 책을 몇 권 읽고 인생이 바뀌길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정해졌다고 생각한 길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일단 책을 읽어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좋은 책을 찾아갈 수 있다.

『관점의 힘』에서는 한 주제당 2권씩, 총 24권의 책을 소개했다. 선정 기준이 있었나?

일부러 2권 중 1권은 쉬운 책을 소개했다. 쉬운 책을 먼저 읽고, 다른 한 권은 나중에 읽어도 좋은 책으로 선정했다.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책은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짧고 쉬운 책부터 읽으라고 권했다. 또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흥미를 갖는 아이들이 많았다.

제목이 『관점의 힘』이다. 사랑, 행복, 생각, 엄마, 외로움, 공부 등 12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고민들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지금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삶에 대해 질문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본다면, 약간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요즘 청소년들은 고민을 많이 갖고 있는 동시에 모든 문제에 정답을 가지고 있다. 공부는 잘해야 하고, 얼굴은 예뻐야 하고, 친구는 많아야 하고, 돈은 많이 벌어야 하고. 요즘 학교에서는 친구가 많은 서열대로 짱이 된다. 자기를 따르는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가 서열의 기본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면 힘들어 한다. 아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고, 갖고 싶었던 직업이 정말 내가 갖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는데, 고민하는 타이밍이 없으니까 그냥 산다. 나도 중고등학교 때 고민을 많이 했으면, 경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가끔 한다.

상담 시간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 찾기’를 하면, 아이들이 단점 리스트만 가득 채운다고 들었다.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 외모에 대한 불만이 청소년들에게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 언론사가 고등학생들에게 ‘키만 클 수 있다면 OOO도 할 수 있다’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키만 클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겠다, 재수도 할 수 있다, 평생 혼자 살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노예라도 되겠다’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외모는 특성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살 수 없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평가 받는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온갖 스트레스와 콤플렉스를 안고 외모를 고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태를 ‘욕망의 트레드밀(Hedonic Treadmill)’라고 불렀다. 이제 그 런닝머신에서 내려와야 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계속 뛰어도 우리는 원하는 것을 결코 얻을 수 없다. 일단 런닝머신에서 내려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실제로는 우리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나를 진정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쌍꺼풀 수술이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동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사춘기 때는 또래집단에 대한 결속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자신이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지 않는 걸 굉장히 두려워한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는 한 달에 3천 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한 여고생이 등장한다. 하루에 100통 이상, 깨어 있는 동안 10분마다 한 통씩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거다. 이 학생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10분마다 확인하려 한 것이다. 2장 ‘사랑’에서 소개한 책, 『사랑의 기술』에서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고독해진 이유로 ‘진정한 관계 맺음’의 무능력을 지적했다. 사람들과 제대로 관계 맺지 못할 때 우리는 고독을 느낀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받는’ 문제가 아니라, 사랑할 줄 아는 능력, 곧 ‘사랑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또한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한다.

12장 ‘공부, 꼭 해야 돼?’를 자녀들에게 읽히고 싶은 학부모들이 많을 것 같다. 『동물농장』, 『백범일지』를 추천 도서로 소개했는데.

출판사에서 ‘공부’ 부분은 빼도 되지 않냐고 했는데, 나는 꼭 넣고 싶은 주제였다. 가끔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거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찰대학에 가려면 몇 등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학생들이 공부와 관련해서 갖는 스트레스는 ‘공부가 힘들다, 하기 싫다, 쉬고 싶다’ 정도가 아니다.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낀다. 청소년들은 입시 때문에 청년들은 취업 때문에 공부하는 실정이다. 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교육의 목적은 유능한 변호사나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교양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을 우리가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훌륭하고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려는 고귀한 포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한다. 내 삶을 규정짓는 수많은 사회의 법칙을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아이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저자가 만난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 문제는 무엇이었나.

아이들이 이미 먹고 살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마다 갖고 있는 문제나 고민은 천차만별이지만, 공통점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아껴야 하는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또래집단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누구나 방황하는 순간에 믿고 의지할만한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들이 없으니까, 대신해서 만족시켜줄 만한 친구들을 찾는 것이다.

담임 교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경찰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있었나.

초중고 학생들마다 다르지만, 실제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은 흔치 않다. 정말 아무한테도 이야기하기 힘든 순간에 경찰을 찾는 경우가 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경찰이 교육문제까지 진입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월등히 높아졌다. 초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폭력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아서, 굉장히 민감하다. 중학생으로 올라가면 오히려 둔감하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해주고 가해자는 가혹하게 처벌해달라’고 말한다. 아무리 피해자를 100% 보호한다고 해도, 친구 하나 둘에게는 알려지기 마련이다. 신고의 정당성을 생각하고 스스로 당당하게 여기면 조금의 피해를 감수할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해자, 피해자가 분명히 나눠지길 원하는데, 그 속을 깊이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복잡한 문제다.

부모의 불화로 인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부모의 사이가 좋으면, 자녀가 불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는지.

분명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딱히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포함되는 건 아니다. 가족 안에서 사랑 받지 못하는 경우, 또 지나친 관심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말 멀쩡한 부모, 멀쩡한 집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인데도 문제를 겪는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분이라도 아이와 맞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럴 때 믿고 의지할만한 다른 어른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이 부모만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을 경찰서가 아닌 동네 커뮤니티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이 아닌,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의 할아버지, 목사, 교장 선생님 같은 분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화해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찰이라는 존재는 강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른으로만 다가가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동네에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들이 많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10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갖고 있는 착각은 무엇일까? 또는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정말 많이 알고 있다. 본능적으로도 알고 있다. 내가 상담기법을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왜 이렇게 사는 거니” 등. ‘아무리 사춘기라도 그렇지, 인생에 대해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닌지’ 이해하는 척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정말 호기심으로 물었더니 오히려 아이들이 이야기를 했다. 어른들이 가장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이들이 뭘 모른다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다. 부모 본인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상의를 했으면 좋겠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최고라고 생각하듯이, 아이들도 자신의 부모들이 최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둘 다 마찬가지인데, 둘 다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대화의 주체로 여기는 것,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24권 책 중에 콕 집어서 ‘이 책은 정말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는 『전태일 평전』을 꼽고 싶다. 『관점의 힘』 9장 ‘잃어버린 나의 권리 찾기’에서 소개했는데, 지금 어딘가에도 그 때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는 또래 아이들이 있다. 우리 주변을 살아가는 이웃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책 중에는 『월든』을 고르고 싶다. 아직 영어로 읽어보지 못해서 언젠가 원서로 꼭 읽을 생각이다.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르는 삶의 모토가 매우 명확한 사람인데, 욕망을 초월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날 선 느낌이 없다. 어떤 사회비판서보다 강렬한 책이다.

저자의 인생에 있어서,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해준 책은 무엇인가.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성평등의 사회학』이란 책이다. 이대출판부에서 출간한 논문을 모아놓은 얇은 책인데,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다. 당시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해되지 않아 모든 것에 분노가 가득 찼던 때였는데,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논리 정연하게 구술되어 있어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부당한 일을 당할 때마다 한 번씩, 오랫동안 많이 읽은 책이다.


   『관점의 힘』 이은애 저자의 청소년 추천 도서


월든

19세기의 미국의 위대한 시인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이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원했던 소로는 아름다운 호숫가 윌든으로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현대사회의 배금주의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자연 속에서는 평화를 찾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부당한 정부권력에 대한 개인의 저항을 주장한 『시민불복종』 은 20세기 마하트마 간디의 인도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은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 사회학, 철학,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고 정신분석학자, 사회심리학자로 활동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계승하였으나 개인 차원의 분석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 전반에 적용하여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유나,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등 화제작을 통해 현대인에게 억압받지 않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시대의 패셔니스타이자 댄디보이인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이다. 와일드는 멋진 말솜씨와 화려한 패션으로 영국 사교계의 유명인사였지만, 동성애 스캔들로 유죄판결을 받고 영국을 떠나 파리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괴짜 천재였던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탐미주의 운동에 동참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은 몇 차례 영화화되기도 하였으며, 고딕호러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프랑스의 아동문학가인 수지 모르겐스턴이 사춘기에 접어든 딸 알리야와 대화하기 위해 함께 일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엄마와 딸의 다른 시각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28년 전 프랑스의 모녀 사이에 있었던 일이지만 한국의 나와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다. 1985년 발표되어 프랑스 여성인권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전세계의 엄마와 딸들이 읽고 있다. 책을 쓸 당시 18세였던 딸 알리야 모르겐스턴은 현재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전태일 평전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거리에서 2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 전태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화시장의 극악한 근로조건을 접하고 고민과 분노, 방황 끝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분신을 감행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영래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으면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이 책을 집필했다. 1983년 저자의 이름 없이 책이 출간되었지만 판매금지조치를 당했고, 1991년이 되어서야 저자 조영래의 이름이 찍힌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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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힘 이은애 저 | 생각학교
『관점의 힘』은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고민 12가지와 동서양 고전 24권을 통해 자기만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왕따와 공부, 폭력 등의 현실적인 고민으로 시작해서 사랑과 행복, 권리와 정의 등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삶의 본질적 가치들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푸는 열쇠는 무엇일까? 바로 고전이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생생하게 전해지는 철학, 역사, 문학 고전은 인간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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