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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서재는 책과 씨름하는 전쟁터”

『강신주의 다상담 3』 출간 홀로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분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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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글 쓰는 것도 항상 긴장된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면 책은 읽으나마나 이고, 글도 너저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지요. 책을 완독했거나 글 하나를 완성한 다음에, 서둘러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그런 긴장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거리의 철학자, 횡단성의 철학자, 가장 쉬운 철학의 언어로 저작을 풀어 쓰는 철학자. 철학박사 강신주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참 많다. ‘철학’, ‘인문’하면 느껴지는 묵직함을 그 덕분에 조금 덜어낸 사람들도 참 많다. 필자도 그 중 하나였다. 대학 시절 그의 저작 중 하나인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이 시발점이었다. 그 속에서 본 이야기는 기존의 것과 달랐다. 강신주의 장자는 역동적이고 행동적이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 고대의 장자는 활자 속에서 어느 새 21세기형 장자가 되어 우리의 일상을 종횡 무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장자는 명쾌하고 쉬웠다. 그렇다. 강신주의 글은 무척 쉽다. 설사 당신이 그가 다룬 주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버릴 문장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명사의 서재 역시 강신주 박사다웠다. 그가 추천한 도서들은 어느 한 권 버릴 것이 없다.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독서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또는 책 읽기에 가장 빠졌던 한 때가 있으신지요?

초등학교 시절, 볼거리로 심하게 고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몸이 불덩이 같았고 어지러워 계속 며칠 동안 방에만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누나가 보던 문학 책들이 제게 유일한 친구였죠. 그 후 책은 제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장 책 읽기에 빠졌던 시간은 아마도 철학과 대학원 시절 거의 10년 동안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철학, 문학, 과학 등등 마치 무언가에 중독된 것처럼 책을 읽었습니다. 그 10년이 없었다면, 아마 저는 저자가 될 수도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책을 ‘친구’라고 부르실 내공이니, 사뭇 궁금해집니다. 선생님께서 책을 고를 때 나름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머리말 중 첫 문장과 첫 구절입니다. 거기에 전체 글의 수준과 문체가 다 응축되어 있으니까요. 다음으로 목차를 훑어봅니다. 뻔하지 않은 목차여야 합니다. 한 마디로 목차 내용 중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을 펼치고 읽어봅니다. 여기서 강한 자극을 받는다면, 저는 그 책을 구입합니다.

강한 자극을 받은 책과 철학가들이 많으실 텐데요. 특별히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하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철학, 삶을 만나다』 라는 책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 알튀세르의 영향이 내용이나 형식이란 측면에서 모두 깊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알튀세르의 간명한 문체와 경쾌한 서술 방법이 없었다면, 아마 『철학, 삶을 만나다』 는 지금 모습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 또 그의 우발성 개념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었다면, 『철학, 삶을 만나다』 는 평범한 철학 개론서로 독자들에게 기억되기 쉬웠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시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두 권이 있습니다. 하나는
『철학 VS 철학』 이고, 다른 하나는 『김수영을 위하여』 입니다. 『철학 VS 철학』 을 통해 저는 제 나름대로 10여년 동서양 철학서들을 독해했던 경험을 집대성할 수 있었습니다. 10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아마 제 집필 활동의 튼튼한 토대로 계속 작동할 겁니다. 『김수영을 위하여』 를 통해 저는 제 정신적 아버지인 김수영 속내를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객관화는 이별의 행위이니까요. 이 책을 통해 저는 마침내 김수영이란 아버지의 품을 떠나 제 갈 길을 가는 어른이 된 것이지요.”

최근 『강신주의 다상담 3』 를 출간하셨고, 일명 ‘다상담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신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2년 동안 벙커1에서 진행되었던 <다상담>이란 코너를 정리한 마지막 책입니다. 우리 시대 우리 이웃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분, 혹은 홀로 고민에 빠져 절망스럽게 허우적거리는 분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강신주의 다상담 1』『강신주의 다상담 2』 도 그랬지만, 마지막 책 『강신주의 다상담 3』 도 거의 1/3 정도의 분량은 새롭게 썼습니다. 직접 상담을 진행할 때는 명료했던 것도 글로 옮겨지는 순간, 불명료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작품 활동을 쉬지 않 하시기로 유명하시잖아요. 다음 책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요?

2014년 하반기에는 돌베개 출판사를 통해 정치철학과 관련된 한두 권의 책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저는 민주주의와 진보의 의미를 깊게 고민하는 자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계속 다양한 정치철학자들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르크스, 벤야민, 블로흐, 랑시에르, 벤사이드, 바디우 등등. 동시에 우리 시대와 사회를 진단하는 우리 사회학자들의 책들도 읽고 있고요.

선생님께 서재란 어떤 의미인가요?

‘전쟁터’입니다. 책과 씨름하고 모니터와 씨름하는 곳이니까요. 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글 쓰는 것도 항상 긴장된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면 책은 읽으나마나 이고, 글도 너저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지요. 책을 완독했거나 글 하나를 완성한 다음에, 서둘러 바깥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그런 긴장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를 고민한다는 것, 혹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살펴본다는 것.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에겐 통과의례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강신주 박사는 말한다. ‘깊게 함께 고민해보자.’ 그 고민들은 다소 일탈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 혹은 ‘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길을 얌전히 걷는 우리에게 벽 너머의 공간의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이 철학의 시작이 아닐까. 그런 공간을 보여준다는 것, 그 곳에서의 삶을 꿈꾸게 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나를 상상하는 것. 짧은 물음표들이 수없이 벽에 던져지고 틈이 벌어지는 순간, 우리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명사의 추천


김수영 전집

김수영 저/이영준 편 | 민음사

저희 아버님께서 제 몸을 키워주셨다면, 김수영 시인은 제 정신을 키워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김수영 시인은 제게 물어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당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저/강영계 역 | 서광사

제게 철학의 정신뿐만 아니라 방법까지도 제게 가르쳐준 고마운 철학자가 바로 스피노자입니다. 그의 주저 『에티카』 가 없었다면, 철학자로서의 저의 방황은 상당히 길었을 겁니다.






철학적 탐구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저/이영철 역 | 책세상

철학자들 중 천재가 있다면, 오직 비트겐슈타인 한 명 있을 겁니다. 대학원시절 저를 항상 좌절하게 했던 철학자입니다. 그래서 그의 주저 『철학적 탐구』 를 완독했을 때의 희열은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정했을 때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일방통행로

발터 벤야민 저/조형준 역 | 새물결

‘사회적 감수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시대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글쓰기가 어떠해야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누구도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를 우회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임제어록

정성본 저 | 한국선문화연구원

동양철학의 가능성의 중심에는 임제 선사가 있습니다. 『임제어록』 을 통해 저는 스피노자보다 니체보다 더 성숙하고 유머러스한 자유정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퓨어

리자 랑세트 감독/알리시아 비칸데르, 사무엘 플로러

알리시아 비칸데르라는 매력적인 여배우가 출현한 스웨덴 영화입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습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삶의 서러운 진실을 아프지만 소망스럽게 우리 심장에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마테호른

디데릭 에빙어 감독/톤 카스, 르네 반트 호프

연극적 기법을 사용한 탓인지 상당히 상징적이지만, 너무나 근사했던 네덜란드 영화입니다. 영화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쉽게 공감이 갔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관을 나올 때 제게 생각할 것을 많이 제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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