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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여행에는 캐릭터가 필요해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봉현 작가와 함께한 한여름 밤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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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여름 밤, 홍대 피노키오 책방에서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의 저자 봉현 작가와 함께하는 일러스트 수업이 열렸다. ‘한여름 밤의 스케치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평소 여행 스케치를 꿈꾸던 독자들이 모였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봉현 작가이지만 연필을 든 모습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사진 촬영을 수줍어하는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 카메라보다는 스케치북과 연필을 들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작가 소개와 함께 빈 노트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보라는 봉현 작가. 작은 책방에 옹기종기 모인 독자들은 금세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한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독자들은 봉현 작가의 도움 없이도 뚝딱 그림을 그려냈지만, 봉현 작가의 색칠이 더해지자 캐릭터에 생기가 돌았다. 공원 속을 걷고 있는 여행자, 파리 에펠탑 앞에서 손을 흔드는 청춘, 2층 다락방의 창문을 활짝 젖히며 방긋 인사하는 소녀 등 각자가 상상하는 여행지에서의 모습을 그렸다.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의 저자 봉현 작가는 언제나 단출한 차림으로 여행을 떠난다. 낡고 편한 신발을 신고 늘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케치북과 10년 넘게 써온 낡은 필통을 친구 삼아 거리를 거닌다. 작가는 2년 동안 유럽을 시작으로 중동을 거쳐 인도까지, 홀로 세계를 걸었다. 그림 그리는 작가니 멋진 배낭 여행을 했을 것이라는 오해는 접어두자. 몇 페이지만 읽어도 고단했던 여행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티칸의 천치창조도,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광장도, 고대 건축물인 콜로세움도 그녀의 마음에는 와 닿지 않았다. 이름 없는 골목 어딘가의 사람들 모습이 흥미로울 따름이었다.

봉현 작가가 2년간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은 20권의 수첩에 남았고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가 만들어졌다. 쓸쓸한 여행기는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예쁜 미소로 독자들에게 인사한다. “웃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봉현 작가는 여행 덕분에 조금은 강해지고 그녀다워졌다. 대책 없이 떠난 여행이지만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내가 여기서 쓸모 있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위안을 줬다. 독자들은 그녀의 글과 그림을 보며, 맨 얼굴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꾸미지 않아서 아름다운 거구나.” 이 단순한 이치를 봉현 작가의 심플한 글과 그림을 보며 깨닫는다.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덧칠을 찾아볼 수 없다.

“여행에서 내가 매일 앞으로 나아갔던, 초라하지만 당당하고 행복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금 힘이 나요. 길가에 널린 여느 보통의 존재 중 하나이지만 조금은 마음속에 다른 것을 품고 살아간다고 믿으려 해요.”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그림을 그리려고 파리에 왔다. 그림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느낄 수 있고,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그러기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상태의 흰 종이는 늘 두렵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늘 나 자신의 모습을 그리거나 길가의 건물이나 나무를 그리곤 했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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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봉현 저 | 푸른지식
이 책은 우리 주위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십대의 자아 찾기 과정이 일러스트와 함께 진솔하게 펼쳐진다. 스물다섯 어느 날 문득, 자기 자신과 서울의 모든 것이 싫어진 저자는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여행길에 오른다. 쓸쓸한 베를린의 가난한 방에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왔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자기를 찾기 위한 긴 여행자의 길로 들어선다. 2년여 동안 유럽 일대와 중동, 인도 등을 여행하며 방랑한다. 산티아고 길도 두 번이나 걸었다. 그리고 그 방랑 끝에서 ‘아주 예쁘게 웃고 있는’ 자기 자신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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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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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봉현> 저12,4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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