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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만 알려주는 그림 잘 그리는 비밀 –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30초에 한 장씩, 손보다는 눈을 훈련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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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이미지의 상징이 실제와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때 제일 중요한 것은 관찰이란다. “실제와 내가 느끼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그림은 70%가 관찰이고, 30%가 그리는 것인데, 우리는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봤다고 믿는 걸 그리죠.” 그는 인간의 판단과 기억이라는 것이 굉장히 불안정하다며, 그래서 뭘 그려도 실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반영한단다.

초겨울을 알리는 듯 쌀쌀한 바람에 마음도 싱숭생숭 해질 무렵이면 사람들은 무언가 마음 붙일 곳을 찾곤 한다. 10월 30일 밤 7시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김충원 교수의 <힐링 드로잉 강연회>를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림이 “과연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영혼을 힐링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당연한 물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YES24와 진선 출판사가 함께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에 3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초등학교 때 그림을 못 그린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깨닫고, 중학교 때는 미술시간을 제법 잘 수습하고, 고등학교 때 예체능 시간을 주요 과목 문제 푸는 데 할애한 이도 분명 있었을 테다. 그러니 ‘그림으로 힐링한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그림 그리기란 굉장한 인내를 요구하는 노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충원 교수가 이 강의에 굳이 힐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을 강의가 끝나갈 때쯤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꼭 쥐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지 드로잉’으로 외로움을 떨쳐내고, 마음을 치유하는 비밀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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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욕구, Be creative! 

 

전방위 디자이너라는 별명을 가진 김충원 교수는 각자 책상에 놓인 스케치북에 토끼를 그려보라고 주문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Be creative!”를 칠판에 적으며, “TV광고에서 이 슬로건을 본 적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스마트폰 광고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는 비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은 거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림 그리는 것과 크리에이티브 한 것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요.” 그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며 '창조적' 혹은 '창의적'이라고 하는 것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창조적ㆍ창의적이라고 하는 것을 학생들에게는 '남들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단다. 하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는 '남들하고 다르게 살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단다. “더 정확하게는 남들과 긍정적인 방법으로 다르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습관, 편견, 무의식, 왼쪽 뇌 때문이란다. 그림 그리는 과정은 이 네 가지와 싸우는 과정이다. 창의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우리 안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습관, 편견, 무의식, 왼쪽 뇌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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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습관' 이야기. 그는 손이 가진 습관을 바꿔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고 했다. “토끼 다 그리셨죠?”라고 물어보며, “여러분이 그리신 토끼 안에 이 네 가지가 다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백지를 놓고 연필로 무엇인가를 그렸을 때, 그 안에는 그린 사람의 습관이 들어찬다. 습관이라고 하는 것은 반복된 행동의 결과다. 그는 “아마 여러분들이 마지막으로 토끼를 그려본 것은 상당히 오래됐을 겁니다”라며 “여러분은 토끼의 실제 모습이 아닌 습관화된 이미지를 그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토끼를 그렸는데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이 들어가요. 여러분이 그린 모든 그림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죠. 자기가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지 토끼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토끼의 크기나 분위기가 실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요. 결국은 토끼가 가지고 있는 상징을 그린 게 되는 겁니다” 그는 손이 가지고 있는 습관을 바꿔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고 했다. 평소 글씨를 쓰는 습관만 있는 사람은 손가락 끝만 이용해서 딱 필요한 만큼 손목을 움직여 그림을 그린단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릴 때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노래하는 사람이 발성연습을 하듯 라잉 드로잉 연습을 계속 해서 평소에 쓰지 않는 어깨근육과 팔꿈치 전체를 움직여 보기를 조언했다. “신문지 같은 큰 종이를 두고 30분 정도 선긋기 연습을 하면 선을 긋는데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모두들 그의 말에 집중했다.

 


 

두 번째, '편견'과 '왼쪽 뇌' 이야기.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지는 편견과 왼쪽 뇌로 사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오른쪽 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5~6살 때 제일 편견이 없어요. 그래서 이 때 그림이 제일 멋집니다.” 그는 아이들이 이 시기에 평생 그릴 그림을 다 그릴 정도로 그림 그리는 활동이 왕성하다고 강조했다. “상상력은 시각이미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요. 문자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잖아요. 아이들은 떠오르는 이미지를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꾸미고 둘러대죠.” 언어와 계산적인 논리 같은 왼쪽 뇌의 능력이 아직 표현 욕구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림으로 전달하려고 한단다. 머리맡에 두고 그리다 그대로 자고 일어나 깨자마자 그리는 아이도 많다. 유치원에서도 7~80% 이상이 그림 그리는 활동이다. 이때 아이들이 꾸며내고 둘러대며 하는 이야기를 부모가 '거짓말'이라고 오해하고 혼내면서 잘라버리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때 아이들의 능력을 부모가 잘 계발해주면 커서 작가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어른에게 거짓말이지 아이에게는 아니거든요.”

 

세 번째, '무의식' 이야기. 의식이 무의식을 극복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무의식은 그림을 그리기 힘들게 만든다. '난 그림 잘 그리고 싶어!'가 나의 의식이라면, '네가 무슨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너 그림으로 칭찬받은 적 없지?'가 무의식이다. 항상 무의식이 의식을 이기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자신을 옥죄고 좌절하게 만든단다. 조금 해보다가 '난 역시 안 돼'하는 것이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림은 절대로 소질과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모두 그 말에 희망이 생긴 듯 빠져들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그림에 대한 모든 상처는 잘못된 거예요. 선생님이 잘못된 것이죠. 선생님은 절대 여러분한테 수채화를 가르치면 안 됐어요. 선생님 조차도 수채화를 몰라요.”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운 것이 '수채화'고, 그 다음이 '크레파스화'라며 그 중에서도 '투명수채화'는 기법이 매우 어렵고, 굉장히 좋은 붓과 종이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술시간에 선생님은 화분 하나 올려놓고 나간다. 물통이 회색으로 변하면 켄트지에 그린 그림도 탁해진다. 이런 잘못된 미술 교육은 선생님도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그려봤느냐에 따라 그림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대한민국 미술교육의 가장 잘못된 점은 바로 “어떻게 그리는지 가르쳐 주지 않고 상상력으로 그리라”고 하는 것이라며, “상상력으론 절대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내가 봤던 게 아니면 못 그려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리는 모든 그림은 이전에 다 봤던 것이라며, '상상력'하면 '우주'를 그리는데 이것도 역시 본 것에 기반해서 그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받는 학생은 여러 번 그려봤기 때문에 미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된 것일 뿐이다. 결국 그림은 소질과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마치 사람 성격이 혈액형으로 나눠진다고 믿는 것처럼 그림은 소질이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는단다. 그림 실력은 연습으로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시각이미지에서 그림이 나오기 때문에 열 번 그린 것은 잘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가능성은 없어요. 엄밀히 말해 그림도 높은 레벨은 존재하죠. 하지만 잘 그린 그림이 뭐냐고 물었을 때 이야기는 달라져요.” 3만년 인간의 역사 중 최근 100여 년 사이에 '잘 그린 그림'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단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카메라가 나오면서 실물처럼 똑같이 그린 그림이 꼭 잘 그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형태를 무시하고 그린 그림은 '폴 세잔' 때부터 나왔다. 그가 있어서 피카소도 있었다. 결국 우리가 후기 인상파 그림인 고호, 모네의 그림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고 올드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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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잘 그리는 두 가지 비밀

 

“잘 그린 그림의 개념을 바꾸기 시작하면 책 제목처럼 이지 드로잉이 될 수 있어요.” 그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두 가지 비밀을 알려주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건) 내가 재미있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관념과 무의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을 쉽게 그리지 못한단다. 노래도 내가 재미있게 불러야 잘 할 수 있듯 모든 표현이 마찬가지다. 그는 그래서 재미있게 그림 그리는 과정을 따라가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지 드로잉』 1, 2권을 펴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었어요. 교과서 겉 표지를 한 장 넘기면 속표지에 그림이 있고 가장자리 여백이 있잖아요. 거기에 넝쿨을 가득 채웠어요. 선생님 목소리가 아득해질 때까지.” 그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이어 말했다. “수업시간 끝날 때까지 그리고 있으면 몰아일체의 경지에 가요.”(좌중웃음) 그는 이것도 아주 재미있는 그림의 하나라며, 사람들이 이런 것을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못 그린다고 했다. 형태에 관한 관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 그리기가 어렵다. 몰두할 수 있으면 그림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반복을 계속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 느낌은 잘 설명이 안 되는데, 마치 뇌파가 각성 상태에서 트랜스 상태로 가는 것과 같아요. 명상할 때와 같은 상태로 가요. 굉장히 기분이 편하고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내 안에 점점 쭉 빠져들어가요.”라며 그림 그리는 마음가짐에 대해 안내했다. 

 

그는 예쁘게 잘 그려서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수록 '나다운 그림 그리기'가 힘들어진다며, “여러분이 그릴 그림은 1년 동안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마세요!”라고 재미있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마음먹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그림'이란다. 왜냐? 조금 있다가 버릴 그림이라 아무 미련이 없어요.”(좌중 웃음) 연극으로 치자면 독백 같은 것인데, 우리가 중얼거리고 수다를 떠는 이유도 외로우니까 그런 것이다. '드로잉'이 '힐링'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외로움을 내 그림이 달래주기 때문이란다.

 

“어떤 구체적인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손을 놀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적당한 조건의 빛과 책상, 미술도구 등 대단한 준비가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세요. 조그만 영수증에 그려도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유, 재미, 평온을 그림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는 그림 그리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직접 그리면 더 좋다며 그림 그리기를 거듭 추천했다. 나 혼자 노래를 부르거나 중얼중얼하면 미친 사람으로 보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좋게 봐요. 제가 여행을 많이 하는데, 귀퉁이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쉿' 조용히 하라고 일행에게 말하며 멋있게 봐 주는 사람이 있죠.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친절하게 대해 줘요. 내 스케치북을 보고 싶어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두 번째 비밀은 꾸준히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걸 우선 그리라고 주문했다. 그림 그리는 대상이 내가 좋아하는 대상으로 정해지면 꾸준히 그리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되면 feel이 와야 그리게 되요. 1년 동안 아무것도 못 그릴 수 있는 거죠.” 내 눈에 신발이 보이면 신발, 건물이 보이면 그 이미지를 그냥 그려보라는 것이다.

 

완성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단다. “아이들은 너무 칠하기 싫은데 선생님이 크레파스로 하늘을 끝까지 칠해야 완성한 것으로 인정해줬거든요. 책상에 크레파스가 다 묻을 때까지요.” 그는 잘못된 미술 교육 방식을 다시 한번 비판했다.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우리 조상도 여백을 중요하게 생각했지 형태나 선 중심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30초에 한 장씩, 손보다는 눈을 훈련시키자.

 

그는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이미지의 상징이 실제와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때 제일 중요한 것은 관찰이란다. “실제와 내가 느끼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그림은 70%가 관찰이고, 30%가 그리는 것인데, 우리는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봤다고 믿는 걸 그리죠.” 그는 인간의 판단과 기억이라는 것이 굉장히 불안정하다며, 그래서 뭘 그려도 실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반영한단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에게 약간 물러서서 보는 눈을 훈련시키라고 일러주었다. “보는 눈과 그리는 손 사이에 우리 뇌(혹은 마음)가 있어요. 보는 눈은 컴퓨터로 따지면 스캐너고, 뇌는 CPU나 하드라고도 할 수 있죠. 손재주라는 말도 있듯 우리는 그리는 걸 손으로 생각하는데, 머리가 좋기 때문에 손재주가 있는 것이에요. 손이 아니라 관찰을 잘 하는 눈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그는 보는 훈련의 대표적인 노하우로 '30초에 한 장씩 그리기'를 꼽았다. 절대 30초를 넘어가면 안 된단다. 많이 생각하지 않고 정신 없이 손이 바로 가서 그리면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단다. 그는 그 자리에서 주스 병을 그려냈다. 윤곽을 잡고 특징적인 부분을 잡아내는 정도였다. 말한 대로 잘 그리는 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되고, 그리는 손보다는 보는 눈에 집중하는 훈련이었다. 그는 그것을 'I'와 'hand'의  '콤비네이션(combination)'이라 칭했다. “우리는 손에만 너무 집중해 왔어요. 그러니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상징적인 점만 그렸죠.” 그는 그림 그리는 행위의 매력에 점점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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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통해 사람들이 제일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 그리기'도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통 머리를 몸통보다, 눈과 코를 귀보다 훨씬 크게 그린다고 알려주었다. 자신의 코와 귀의 길이를 비교해보도록 하며, 귀의 길이가 코보다 훨씬 더 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코는 얼굴의 중심에 있으니 크게 그리고 가장 자리에 빠져있는 귀는 작게 그리거나 안 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아이가 팔을 그리지 않았어요. 팔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엄마가 먹여주고, 입혀 주고 다 해서 팔이 중요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아이 그림에 팔이 없는 것이었어요.” 결국,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크게 그리는 잘못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책도 2편인 '사람 그리기'가 잘 팔린다고 했다. “우리는 나를 표현하고 싶은 겁니다. 내가 사람이니까.” 그는 그림을 그리며 '안목'의 가치를 깨닫기를 부탁했다. “그림은 얼마나 세련된 눈을 가졌느냐에 결정됩니다. 안목의 핵심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이에요. 그것만 해도 인생의 반은 성공합니다.”

 

그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사람들의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예요. 32초에 1명이 자살을 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데 있어요. 모든 자존감이라는 것은 우리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데서 생겨요. 안목이 발달하고 좋을수록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걸 발견하게 되죠. 내가 몰랐던 사실을 보게 됩니다. 보는 훈련은 우리 삶 전체에서 그만큼 중요해요. 우리는 보기 싫은 걸 안 보고 외면해 버립니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휴대폰 보잖아요. 애니팡 하고. 그거 다 외로워서 그런 거죠. 뭔가 들여다보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다고 외로움이 사라질까요? 휴대폰 끄는 순간 다시 원점이죠.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기쁨을 알게 되면 자신을 표현하게 되고, 우울증과 외로움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그림 그리는 습관이 생기면 창조력도 습관처럼 커진다고 했다. 우리의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자녀를 키우면 자녀에게도 창조력을 물려줄 수 있단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반드시 노력을 해야 하고, 좌절하고 실망하지 말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그려야 한단다. “그때부터 여러분의 진짜 그림이 만들어 집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곧 이루어갈 꿈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했다. “전세계 디자이너가 오랜 세월 동안 노력을 기울인 것이 '언어 없이 그림으로 소통하는 것'인데요. 제가 그 꿈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년 11월 말부터 시작해서 만든 몬스터톡이라는 것으로요. 카카오톡이 문자로 소통한다면 그림으로 소통하는 메신저를 만든 것이지요. 드로잉 작업의 연장선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몬스터톡'은 '물과 빵을 먹고 싶다'고 하면 그 말에 맞게 그림으로 표현된다. 일부러 이모티콘을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2500개의 그림과 700개의 캐릭터가 내장되어 있고, 그림은 점점 더 늘어날 계획이다. 베타버전이 최근 나왔고, 이제 곧 정식버전 나온단다. 직접 스티커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친구가 소연이라고 한다면, '소연아 사랑해'를 자신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제작해서 보낼 수 있다. 드로잉과 IT 기술의 만남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과 가까워지고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는 김충원 교수는 말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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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고 싶은 그림 이야기

 

덧1. 책으로 나온다는 스케치북을 보여주며.
스케치북이 30권 정도 있는데 이것은 여행 다닐 때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파버 카스텔을 굉장히 좋아한다. 연필을 제일 먼저 만든 회사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은 색연필로 그린 것이다. 사람들이 감탄을 하자, “이 정도 그리려면 25년 정도 그리셔야 돼요”(좌중 웃음) 마차를 끄는 나귀, 파키스탄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히말라야 산맥 정상은 스트로크 방향에 따라 느낌을 다르게 표현했다. 색연필은 있는 숫자만큼 그 색깔을 다 사용한다. 색깔을 풍부하게 쓸수록 좋은 표현이 된다.

 

덧2. 인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그릴 때 핵심은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그 주변(배경)을 분리시킨다. 사람을 그릴 때는 전체를 먼저 따야 한다. 화면을 잡아서 종이 안에 어느 정도 차지할 지 미리 예상한다. 아니면 눈부터 그려서 나중에 종이가 모자라게 된다. 도가니에 발이 나오는 참사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을 순수 윤곽 드로잉이라고 한다. 사람 그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계속 뒷모습만 그리는 것이다. 눈코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덧3. 70대 시인 할머니가 자신의 책에 그림을 그려 넣고 싶다고 방법을 묻자.
정말 욕심 많으시다. 왜냐면 시를 쓰시면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다. 그림 그리기 힘들면 시를 쓰면 된다. 시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느냐 시각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는 방식의 차이다. 그래도 그림에 욕심이 나시면 그냥 그리시면 된다. 다만 시 옆에 들어있는 예쁜 삽화에 대한 관념을 없애야 한다. 시를 쓴 본인이 시가 어떤 이미지를 가졌는지 가장 잘 아니까, 잘 그렸다 못 그렸다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할머니에게 박수를 쳐 주며) 우리 모두 50세 때는 시인이 될 수 있겠다. 그럼 50세 때까지는 그림을 그립시다.

 

덧4. 다문화가정 아이들 멘토하는 분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림이나 말이나 노래나 다 같은 것. 그래서 어려우면 다 어렵다. 언어가 그 중에서도 가장 표현이 어렵고, 그림이 좀더 쉬울 순 있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언어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그림은 내 자신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림으로 다른 사람한테 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힘들다. 그림이 평가 받는 것이지만, 자신이 평가 받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두렵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아이에게 습관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덧5. 공대생도 취미생활로 혼자서 그림 그릴 수 있나요?
네.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덧6. “아들이 그림수준이 보통 아이들보다 많이 낮은 것 같다”는 학부모에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 엄마가 남자아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엄마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좋아하는 그림도 다르다. 크레파스도 여자 아이들은 핑크색, 남자아이들은 잘 닳진 않지만, 파란색 초록색이 빨리 닳는다.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데, 남자 아이들은 자신을 확인 받기 위해 그린다. 잘한다고 자꾸 말해줘야 한다. 존중감이나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으려고. 엄마가 계속 칭찬하고 북돋아 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엄마의 역할이 중요. 그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들은 하나의 경쟁으로 생각하는 경우 너무나 쉽게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덧7. “도움도 안 되는 그림을 왜 배우냐는 말을 주변에서 한다”는 사무직 여성에게
도움 많이 됩니다.
 
덧8. “특별히 그린 대상물이 있었나?” 하는 질문에
특별히 그린 어떤 것은 없었다. 노래방 가서 무슨 노래를 부를까 고민하듯 우리는 뭘 그릴까를 너무 많이 고민한다. 이것은 미술 시간으로 길들여진 고정관념이다. 오늘은 뭘 그리지? 뭘 그리지?  뭘 그리지? '뭘 그리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지?'가 중요하다. 뭔가를 그리고 싶다는 건 어떤 대상에 대해 자신의 무의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 애착이 가는 것만 그리고 싶어한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재미있어 하려면 단순히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떠나야 한다. 재미있어지면 애착대상에서 조금씩 떠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림 그리기는 어려우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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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세라

요즘 우쿨렐레 연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악기를 다루는 것도 세상을 사는 것도 '재미'가 필수! 하지만 진짜 재미가 뭔지 알려면 지루하고 고단한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거라고,거침없이 믿고 끈덕지게 달리는 유쾌하고 튼튼한 여장부다.
뇌에 쥐나도록 아는 단어를 모두 끌어와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용기를 북돋는 것이 지상 최대의 기쁨이자 삶의 낙이다. 언제까지나 개념과 지혜를 갖춘 푼수로 살고 싶다. 채사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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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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