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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김연수 작가와 함께하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낭독의 밤 절망과 희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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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 나온 후, 지난주에 이어 ‘자음과모음 북까페’ 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저번 만남이 신작에 대한 질의응답과 같은 시간이었다면 이번 시간은, 신작에 대한 감상회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작가의 신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 나온 후, 지난주에 이어 ‘자음과모음 북까페’ 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저번 만남이 신작에 대한 질의응답과 같은 시간이었다면 이번 시간은, 신작에 대한 감상회 같은 그런 시간이었다. (이날, 진행자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낭독이 행해졌던 의 방영찬 PD가 담당하였다.)


작가와의 대담: 낭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


질문

작가님이 직접 출연하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북트레일러는 현재 유튜브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실 수 있는데요.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낭독의 읽기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답변

저는 책을 쓰다가 안 풀리는 부분이 있으면 잘 읽힐 때까지 읽어보는 편이에요. 길게 낭독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단편소설의 경우는 1시간가량 걸려 읽어본 적이 있는데 벌서는 느낌이라 좋았어요.(웃음) 그런데 이번 경우는 조금 의미가 남달랐어요. 처음에 라디오에서 책을 낭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청취자들이 지루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방송되는 날 되도록 듣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당일, 그 시각 할 일도 없고 해서 작업실 옆 호수 공원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듣는데 의외로 좋더라고요. 여름 해질 때쯤까지 들었는데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어요. 영화를 보듯 실시간으로 독서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가끔씩 외국인처럼 자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요. 라디오에서 낭독한 것을 들었을 때 그런 상태에서 통독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질문

김연수 작가님 작품은 버릴 문장이나 표현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듣기에도 좋은 작품 책으로 봐서도 좋은 작품이라는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저희 라디오 공개방송을 할 당시, 낭독과 라이브를 겸해서 하게 되는데 낭독과 음악이 접목된 느낌이 어떠하셨나요?

답변

트레일러에서 뮤지션인 요조 씨가 「밤과 낮」이라는 시를 읽으셨는데요. 이 시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썼던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시의 화자만 바꾸어 쓴 시에요. 제가 예전에 문샤이너스의 공연장에서 제 시를 읽었을 때 반응이 별로였는데요. 요조 씨가 「밤과 낮」이라는 시를 읽었을 때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는 뮤지션들을 만나는 일이에요. 언젠가 다음에 태어나면 요조님 옆에서 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편영애 작가가 부끄럽다며 혼냈던 일화가 있어요.(웃음)

질문

이제부터는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할 건데요. 원래 책 제목은 「희재」 였고 ‘제3부 우리’에서 끝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갑자기 제목과 내용을 바꾸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답변

‘제목의 달인’ 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희재」 는 전체 스토리를 모를 때 단순히 붙인 이름이었어요. 다 쓰고 나서 객관적으로 이름을 생각해 보았을 때 「희재」는 너무 중립적이라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도 후보로 두었는데 노르웨이 스릴러 느낌이라는 부정적인 평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고민하던 중 후보로 적어놓았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문구가 마지막에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결정을 하니까 나중에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지은이었고, 실제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 이기 때문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제목이 그러한 서정적인 느낌을 잘 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질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은 작가님도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퍼즐을 맞추듯 쓴 소설이었는데요. 최초에 쓰고 싶었던 소설 장르는 어떤 것이었나요?

답변

이 소설은 사랑을 둘러싼 소문이야기에요. 그 소문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입양아가 부모를 찾아오는’ 장르가 된 것이죠.


낭독의 시간: 절망과 희망을 말하다.





이윽고, 낭독의 시간이 되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낭독을 담당했던 박솔 성우가 등장했고, ‘제 3부 우리: 저기, 또 저기, 섬광처럼 어떤 얼굴들이’ 의 일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숨소리를 죽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사진을 보고서야 미옥은 진남조선소에 다닐 당시 아버지가 얼마나 젊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실제로도 이제 우리 나이는 돌아가실 무렵 미옥의 아버지보다 더 많아졌다. 그런데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 뿐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절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마찬가지다. (p.285)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검모래로 봄 소풍을 가서 단체로 사진을 찍는 여고생들이 아니다. 우리는 질투심에 불타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거짓말로 지어내는 십 대 소녀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는 걸. 그렇다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사랑 했으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 그가 수집하고 싶었던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p.287)



박솔 성우가 낭독하는 동안, 낭독회에 참여한 독자들은 숨죽인 채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고 몇몇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낭독을 끝마친 후, 김연수 작가는 이 부분을 빌어 세상은 우리에게 원하면 뭐든 잘 될 것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김연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지은이가 처음으로 희망을 언급한 ‘특별전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 1986년 3월 무렵, 에밀리 디킨슨의 시’ 의 일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거기, 엄마가 가리키는 곳에 흙과 낙엽들 사이로 뭔가가 보인다.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두 손으로 바닥에 쌓인 것들을 걷어냈다. 잔돌들은 차가웠다. 내 손은 금방 식었다. 누렇게 말라버린 잎들과 부서진 나뭇가지와 검은 흙들 사이로 묘지석이 보였다. 거기에는 ‘Alice McLean 1933~1939’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었다. 그 글자가 보이자, 지은이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여기에 앨리스의 묘지석이 있다는 사실은 엄마와 나밖에 몰라. 엄마는 이 묘지석 때문에 이 집을 떠나지 못한다고 했어. 앨리스를 지켜야 한다며.”
“여기 희망이 숨어있네요.”
지은이 묘지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매클레인 목사 부부가 낯선 땅에서 죽은 어린 딸을 위해 새긴 에밀리 디킨슨의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라는 시가 있었다. 우리는 함께 그 시를 읽었다. (p.319-320)



소설 후반부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을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심연을 뛰어넘어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때 필요한 존재로 ‘날개’가 언급된다. 하지만 날개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존재이므로 꿈을 상징되는 말로도 표현되고 있다. 김연수 작가는 지은에게 있어서 ‘카밀라’는 날개라고 했다. 지은이가 죽고 난 후, 자신의 아이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도착한 부분은 카밀라가 그 둘의 심연을 잇는 날개였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낭독 후, 작가의 이야기


낭독의 시간이 끝난 후, 작품과 관련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는 많은 시가 나오는데요. 듣기로는 집에 써놓은 시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는데, 시집을 내실 생각은 없나요?

답변

저는 처음에 시인으로 등단했었어요. 지금 집에도 시가 많이 있고요. 그런데 고향친구이자 시인인 문태준 씨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서 시를 내는 길이 막혀있어서요. 최근에 몇 년 전 시를 보여주니, 잡지에서 소설가가 시를 쓰게 하는 청탁이 있어도 절대로 응하지 말라는 평을 들어서요. 아무래도 텃세를 부리는 것 같아요.(웃음)

질문

앞으로의 계획과 끝인사 부탁드립니다.

답변

10월 중순까지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구요. 현재는 휴식중인데 다음번에는 긴 장편 소설을 쓸 예정이라 오랫동안 잊혀진 채로 지내고 싶은 원대한 계획이 있어요.(웃음) 저는 제 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놀라워요. 제 책이 나온다는 것은 없던 책이 생겨서 생기기 전과 그 후의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책을 읽으신 분들도 뭔가 그 전과 후가 바뀐다는 사실에 제가 대단한 일을 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저는 책 읽고 난 소감이 나쁜 평이든, 좋은 평이든 그것을 읽는 일을 좋아하고 그것을 기대하게 되요. 그래서 항상 독자들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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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저 | 자음과모음
이 소설에는 2012년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21세기 미국과 한국, 일본, 방글라데시와 1988년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한국 남해안의 소도시 진남을 오가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격인 카밀라 포트만(한국명 정희재)를 비롯하여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장(場)에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며 편지와 사진, 라디오 사연과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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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나리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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