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나눈 이야기가 걸작 뮤지컬로? <헤드윅>
오만석, 박건형으로 돌아온 <헤드윅>
동독 출신 트렌스젠더 록 가수라는, 헤드윅을 설명하는 거추장한 설명은 관두고 헤드윅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을까? 헤드윅의 화장, 가짜 가슴, 가발 그 속에 숨겨져 있는 한셀 그 자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상처 많은 사람,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인간의 이야기는 사랑의 본질적인 부분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물론 락앤롤 음악에 맞춰 가장 멋진 방법으로, 헤드윅의 외모처럼 가장 섹시한 방법으로 말이다.
첫 공연 기분이 어땠나?
이영미:정말 많이 긴장했다. 꼭 마지막 기분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박건형: 나는 첫 공연이었는데, 거대한 파도와 서핑하는 기분이었다. 연습실에서 리허설 할 때보다 관객들 앞에서 할 때 오히려 더 편한 기분이었다. 정말 포근하게 공연했던 것 같다.
오만석: 7년 만에 <헤드윅> 공연을 했다. 긴장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에 딱 돌입하니까, 제가 긴장하고 있더라. 대사도 틀리고 어떻게 공연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무대에 서서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행복하다는 걸 7년 만에 다시 느낀 것 같다. 되게 행복했다.
안유진: 나도 정말 행복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말 재미있고 다행스러웠다.
이번 <헤드윅>을 연출하면서 어디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나?
김민정: 헤드윅의 관계, 기억, 히스토리 세 개에 주안점을 뒀다. 헤드윅과 이츠학, 헤드윅과 신, 헤드윅과 해드윅. 음악과 조명과 공간은 이런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그게 얼마나 무대 위에 표현 되었지는 관객이 느끼고 얘기해 줄 거다. 하고 싶은 걸 무대에서 다 펼쳐낸 느낌이고 그래서 나는 뭔가 모를 빈 느낌을 갖고 있다. 공허함? 굉장히 즐거운 공허함이 있다.
첫 공연 반응은 어떤가?
박건형: 팬들이 나한테 많이 질투하더라. 다들 몸매 관리에 돌입하겠다고 다짐하고 갔다.(웃음) 회사 관계자 분들은 말을 못걸었요. 나는 늘 내가 여장을 하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는데 상상을 많이 해서인지, 처음 분장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얼굴이 무겁고 눈꺼풀이 떨어지는구나. 입술이 무겁다.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앞으로 이 공연을 하면서 얼굴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연습하면서 하루에 두 번씩 면도를 했었는데, 지금은 이틀에 한번 한답니다.(웃음) 수염이 잘 안 난다. 정말이다. 여성호르몬이 나오나보다.(웃음)
오만석: 나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털이 잘 자란다. 제모 크림을 써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올라온다.(좌중 웃음)
매일 공연 4시간 전부터 분장하잖나. 힘들지는 않은지?
오만석: 배우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월요일마다 뮤지컬 축구팀에 참석하는데, 어제는 가서 구경만 하고 왔다. 근육이 더 붙을까 걱정 되고 살이 탈까 걱정되고 다칠까봐 신경쓰이더라. 그늘에서 호루라기 불고 오프사이드만 봐주고 왔다.(웃음) 생활 패턴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식생활도 낮에 샐러드 위주로, 채소 위주로 먹게 되고, 살 타는 곳에는 다니지도 않는다. 야식은 참고 술도 참고 여러 가지로 포기해야 하는 게 많은 역할인 것 같다.
헤드윅 하기 잘했다, 싶을 때는 언제인가?
박건형: 대사를 빨리 외우지 못해서 연습할 때 오래 대본을 들고 있었다. 어느 날 대본을 놓았을 때, 그 순간에 내가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내가 치유가 되니, 다른 사람도 치유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고, 여장 하는 게 즐거워서 더 예뻐지고 싶어졌다. 반짝이 더 달아달라고 얘기하고(웃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한 거 같다. 헤드윅을 하기 잘했다.
역대 <헤드윅> 중에 누가 제일 예뻤나?
박건형: 나. 나다. 다른 사람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보고도 모르겠나? (좌중 웃음)
오만석: 나는 아닌 것 같고.(웃음) 외모로만 봤을 땐 김다현 씨가 제일 예쁘지 않았나. 워낙 얼굴이 하얗고, 고왔던 것 같아요. <라카지>에서도 정말 예쁘다고 하더라. 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건 외적인 것과 내적인 면이 동시에 되는 거라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차마 내 입으로 말할 수 없다.(좌중 웃음)
연출이 바뀌었다. 이전과 어떤 게 가장 달라진 것 같나?
오만석: 조명에 상당히 디테일을 많이 가져간다. 노래 부를 때 양족 벽면으로 헤드윅의 그림자가 보인다든지. 양 옆에 가발이라든지 의자나 샹들리에, 박스 이런 걸 사용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작품 내적인 면에 있어서도 약간의 대사들도 달라졌다. 신,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되기도 했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한 것 같다. 이제까지 같이 해온 분들, 새로운 분들의 노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김민정: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이전에 공연을 본적이 없다. 오리지널 텍스트와 악보만 놓고 작업을 해서 이전과 비교하기 어렵다. 조금 다락방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빛은 작지만 따뜻했으면 해서, 마음 한구석에 있는 빛의 근원들을 굉장히 많이 찾아내려고 애썼다. 조명 큐가 예전보다 세 배가 넘는다. 헤드윅이 가지고 있는 관계를 잘 표현하고 싶어서 정성을 쏟았다.
가장 애착이 있는 장면이 있다면?
김민정: ‘미드나잇 라디오’,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에 하나다. 그에 나도 손을 들어 하나가 되고 싶은 느낌? 넌 외롭지 않아. 우린 함께 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헤드윅과 이츠학이 가장 짧고 작은 왈츠를 추는데, 올해 제가 본 가장 훌륭한 춤이다. 단지 한 바퀴를 돌 뿐인데 정말 숭고하고 아름답다. 모든 이가 손을 들어줄 때,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고, 객석의 외로움도 더 이상 나의 것은 아닐 것 같다.
둘 중에 누가 더 예쁜가?
김민정: 잔인한 질문이다.(웃음) 2막은 건형이가 예쁘고, 1막은 만석이가 예쁘다.
헤드윅이 정말 앞에 나타난다면 사랑할 수 있을까?
오만석: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사랑이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성간에 연애하는 것만을 사랑이라고 하기에, 본래 값어치보다 작은 느낌이 든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사랑은 창조 그 자체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라면 헤드윅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정되어질 수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