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축농증, 수술이 답은 아니다 - 『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

비염 축농증 고치던 한의사, 생태공동체로 눈돌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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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는 사실 모든 것들이 제위치를 벗어났기에 생긴 문제다. 그래서 제 위치로 돌아가기만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그 문제의 해법을 위해 내가 선택한 방식은 생태공동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름은 이우정이고, 나이 마흔 아홉에 채식을 하는 아줌마 한의사다. 오래전 채식만 하는 사람 중 뚱뚱한 분을 보면서 정말 채식하는지를 의심했는데 내가 그 꼴이다. 이제부터는 소식(小食)을 병행해서, 조금 더 진보된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요즘 제일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
 

서울 살다 시골에 살면서 제일 즐거운 일은 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은하수가 펼쳐진 하늘을 경이롭게 바라보면서 차마 그 하늘이 아까워 눈을 붙일 수 없는 느낌. 모기장 텐트 치고 야영을 즐긴다. 사실 야영이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집 밖에서 하늘 보고 누우면 별이 쏟아진다. 벌똥별을 세면서 자는 즐거움을 자랑하고 싶다.


최근에 여수에서 여섯 번 치료 받으러 오신 환자분의 안내로 아주 편하게 여수엑스포를 구경했다. 공동체 사람들 4명이 같이 갔는데 교통편 뿐 아니라 그 분이 김밥과 김치전, 삶은 고구마도 준비하고 얼린 물도 준비해서 상상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 이것이 의사의 보람인 듯하다. 평생 고생해온 축농증을 해결 받으셨다는 감사의 표현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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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란 직업에 만족하나?


아주 오래전부터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한약방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침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침을 통해 환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해 오며, 스스로는 외과의사를 하면 참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지금 비염 축농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침을 통한 미세수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젠 지나간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걸쳐 비염과 축농증을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완성되었다고 느낀 후, 이것이 돈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체인점을 낼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았다. 강남의 유명 병의원들처럼 마케팅을 위한 인터넷 광고와 고액의 진료비 수납체계를 갖춘 한의원을 꾸몄다. 한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경영인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명상을 하면서 진정한 치료는 병을 잘 고쳐주는 것 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 치료 할 수 있도록 지도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수준 높은 의사의 길이더라.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며, 생태공동체를 꾸미는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금은 고흥의 작은 마을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시골 진료, 처음엔 많이 힘들더라. 젊은 사람들만 상대하며 치료하다가 평생 농사만 지어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허리 무릎 어깨를 상대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떠올리며 치료의 한계와 진정 치료란 무엇인가를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오로지 통증을 모르게 하는 것이 내가 갖고 있었던 치료의 목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늙고 병드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더욱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짧지 않은 임상경험을 되돌아 보면 이렇다. 처음엔 학교에서 배운대로만 치료한다. 그러면서 점점 응용력이 생기고, 자신만의 골격을 갖추어가면서 특화 분야가 생긴다. 특화 분야는 환자들이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어느 환자가 위장병을 낫게 되면 자신과 비슷하게 고생하는 환자를 만나면 데리고 온다. 그 환자는 또 그렇게 한다. 점점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쪽 분야에 일가견을 갖게 된다. 나도 처음엔 위장병을 잘 고치는 한의사였다.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단 병을 잘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치료했다. 그러다 비염 축농증을 치료하면서 자신감이 붙어 기고만장해졌던 것 같다. 남들이 못 고치는 부분을 내가 잘 고치니까, 소명을 다하고 있다고 여겼다.

 

시골 한의사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잘 고칠 수 있는 병을 가진 환자를 만나야 명의가 될 텐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비염 축농증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니 내 코가 쑤욱 빠지게 되더라. 잘난 척을 할 수가 없는 병을 치료해야하니까.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한다는 것을 지금은 이렇게 정리했다.  환자를 진정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병을 치료할 수 없더라. 단지 위로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진정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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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는 어떤 책인가, 책을 쓴 계기가 있나?


제목 그대로 “생태공동체를 뚝딱 만든”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비염을 전문으로 치료를 해오며, 또 명상을 계속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호흡기 질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환경오염이다. 현대의 감기는 상한傷寒이 아니라 상독傷毒이기에 치료가 어렵다. 오염된 공기를 계속 들이마시니 그 독기를 제거할 수 없어 불치병이 되는 거다. 세상의 호흡기 치료에 관여하는 의사들이 조금만 더 트인 시야로 본다면 당연히 환경보호가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지구 전체의 상황에 어렴풋이 관심이 가게 되더라. 지금의 문명은 아무래도 지구와 공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지구와 공존을 못한다는 뜻은 인간의 생활이 지구를 더 오염시켜간다는 뜻이고, 비염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서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계속 처해지는 거다.

 
마침 같이 명상하는 커뮤니티에서 생태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라. 어느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내가 함께하는 명상커뮤니티도 다양한 직업들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 환경전문가도 있고. 그렇게 생태공동체 이야기가 나오고 우리라도 먼저 그런 삶을 살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생태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생각만 하다가 현실에 안주했겠지만, 여럿이 같이 모이다 보니 수월하게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생태공동체가 만들어졌고, 난는 이렇게 매일 밤 멋진 별들과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나의 이야기 외에 7명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각자의 삶을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사람이 생태공동체의 삶을 결정하기까지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을 글로 옮긴 진솔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삶에 때때로 회의를 느낄 거다. 경쟁위주의 교육도 그렇고, 세계적인 기상이변, 경제 불안도 그렇고, 직업이란 게 돈벌이 이외에는 보람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그러나 그런 모든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을 시간도 없다. 생태공동체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멋진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생태공동체를 일군 사람은 수퍼맨이 아니다. 보통사람들이다. 우리가 먼저 재밌게 살아보자. 그래서 사람들에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유를 가지며, 재밌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런 취지에서 우리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게 되었다.

 

『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에서 소개하는 공동체는 주로 교외지역인 듯하다. 도시에서도 생태 공동체 꾸리기가 가능할까?


아무래도 생태공동체를 일구려고 하니 자연히 시골을 찾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공동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생태’공동체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자연과의 공존까지도 생각하는 게 생태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도시에서의 삶은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골이라면 음식물 쓰레기가 별로 생기지도 않지만, 생겨도 주위 텃밭에 뿌려서 거름으로 바로 활용한다. 그러나 도시라면 별도로 쓰레기를 수거해간다. 벌써 자연과의 순환이 어렵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 않나?

 

나도 가끔 서울에 가면 수세식 화장실 안 쓸 수가 없다. 도시는 물건이든 먹거리든 사서 포장지를 뜯는 순간 쓰레기가 만들어지는데 그에 대해 잘못되었다라든지 고쳐야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 없는 구조다. 나도 그랬다. 전체적인 조직의 구성원으로 혼자서는 잘 하고 싶어도 잘 할 수 없는 곳이 도시다.

 

우리가 원하는 생태공동체의 모습은 우선 자연과 벗하며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이룰수 있도록 농사로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고.  둘째,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 주택과 생활방식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이 이루어지고. 셋째, 자연과 교감하는 명상을 통해 밝고 맑고 따뜻한 삶을 만들어가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가꾸기가 힘들다.

 

많은 사람이 귀촌, 귀농을 꿈꾸면서도 경제활동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맞다,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다. 특히 가정을 이루고 있는 가장이라면 도시를 벗어난 삶을 살고 싶어도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모를 위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에서의 삶을 이루어갈 수밖에 없다. 큰 마음 먹고 귀촌을 하더라도, 농사로 수익을 내기까지의 과정도 험난하다. 게다가 도시와는 다른 농촌 인심에 적응하는 데 애로를 겪기도 한다고 들었다.

 

개인이 귀촌, 귀농을 하면 생기는 어려움이 생태공동체의 형태를 이루면 많은 부분 손쉽게 해결이 된다. 경비가 정말 많이 절약된다. 개인의 생활은 존중해주고, 공동으로 해결할 것들은 공동으로 해결한다. 공동 주방에서 함께 식사 준비를 하므로 식비가 많이 들지 않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능한 가전제품도 공용으로 사용한다. 먹는 물은 지하수를 이용하고, 생활용수는 빗물을 저장해서 쓴다. 천연 재료로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등 웬만한 것은 직접 만들고. 생활용품도 공동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집은 크지 않아도 넉넉하게 살 수 있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생태공동체는 아이들이 행복하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 처음에 생태공동체에서 대안학교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의 모습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면서부터는 점점 자발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보이더라. 처음엔 자율을 강조하는데에 익숙치 않아서 갈팡질팡 했었던 것 같다. 짜여진 스케줄대로 살다가 묶고 있던 끈이 끊어진 듯 힘들어 했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신나서 하니까 행복해 한다. 둘러보면 지천으로 널려있는 들풀과 열매가 맛있는 간식과 음식이 되고, 맑은 공기와 싱싱한 자연 등 생각을 달리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천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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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통해 독자들이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막상 해보면 아닌 일들이 많다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생태공동체를 일군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생태공동체가 충분히 행복한 삶의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그리고 해법에 동의하지 않더라고,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지구 전체의 상황에 대해서 눈을 돌리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내가 있는 생태공동체는 ‘선애빌’이라는 이름의 마을이이다. 마을의 한 주민으로도 계속 마을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는 일은 계속 할 예정이다. 한의사로서는 마을 주민들의 의료상식 수준을 높이고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킬 수 있도록 건강에 대한 강좌를 계획하여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또한 내가 알게 된 비염 축농증의 치료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스스로 치료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처음에 “코골이 축농증 수술 절대로 하지마라” 책을 쓸 때는 유명해지고 싶어서 썼다. 지금 2편으로 다시 쓰고 있는 책은 진정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처음 책은 “돈 내고 코푸는 세상”이 되었다고 알리는 책이었고, 새로 쓰는 책은 “돈 안내고 코 잘 푸는 방법”을 알리는 책이다. 코를 잘 풀면 인생도 잘 풀릴 거다.

 

그리고 너무나 중요한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앞서 말씀드렸던 내용인데,  비염 축농증이 이렇게나 범람하는 이유가 환경 오염 때문이라는 거다. 생태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더욱 더 열린 시야이다. 내가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비염 축농증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환자 아닌 사람이 없다. 호흡기 질환으로 공기 오염 때문이다. 그래서 비염 축농증 환자만이라도 더욱 환경오염에 관심을 갖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서 생태공동체에 합류하는 식구들을 자꾸 만들어낼 거다. 결정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자꾸 말하는 거다. 그러면 사람들이 점점 생태공동체에 더 관심을 갖게 되겠지. 더 늦기 전에 생태공동체가 삶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을 자꾸 말하고 싶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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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 시골 한의사 등저 | 수선재

생태공동체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근본 원리로 삼는 공동체이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주거와 생업, 놀이와 예술, 육아와 교육 등을 같이 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아직 주류의 움직임으로 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국내외에 많은 생태공동체들이 생겨나 각자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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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우정 | 질문 : 손민규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24년째 이비인후과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해 왔다, 특히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비강과 부비동의 기능을 집중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보존적이며 근본적인 치료법을 연구하여 치료해 오고 있다.
KBS, OBS등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하였고, 지역의료 자치를 위한 건강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의원 두이비안 원장이며 주행한의학회, 대한 한의학회, 대한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정회원이며 채식 의사회인 베지닥터의 광주. 전라지역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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