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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인터뷰]그 사람이 경험한 실패가 궁금했다. - 소설가 천명관 인터뷰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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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 말고 좀더 소설적인 것, 소설 원형에 가까운 그런 건 뭘까? 내가 쓰고 있는 것에서 영화적인 걸 빼면 어떤 게 남을까? 살만 루시디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런 소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소설에 가까운 거예요."

[리뷰]
나의 삼촌 브루스리
[인터뷰]
소설가 천명관
[스페셜]
박민규에게 천명관은?

 

『고래』(2004), 『유쾌한 하녀 마리사』(2007),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소설가 천명관의 작품 목록이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로 십 년이 지났고, 그간 더해진 네 권의 작품을 보며 생각한다.  『고래』가 나온 2004년과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나온 2007년 사이의 3년 동안 그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그 이후  『고령화 가족』이 나온 2010년까지, 그러니까 2008년, 2009년에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3년마다 한 권 꼴로 드문드문 주저 주저 새 작품을 내던 탓에 마치 군대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많은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지만, 다시 천명관은 돌아왔고 이번에는 더 빨리 왔다. 『고령화 가족』이후 2년 만에 이니까.

 

 

                                                

고래

 

문학동네

 

왜 이렇게 그의 소설을 기다리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 『고래』에는  대단히 ‘특별’한 무엇이 있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표현을 누군가 쓰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독자들은  『고래』를 읽고 깜짝 놀랐다 한다. 뮤지션 장기하도 그렇다. .

 

“『고래』를 읽었을 때 판소리를 열심히 듣고 있던 때였다. 판소리에서 느꼈던 끝없이 유장하게 흐르는 느낌을 소설의 문체에서 느끼고 깜짝 놀랐다. 우리의 서사적 전통에 힘입은 개성적 문체다. 이야기도 물론 최고!”  - 아름다운 서재 중 장기하의 추천

 

아직 『고래』를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이 소설의 매력에 대해 설명을 좀 더 하면, 첫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분주해질 만큼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 , 둘째 등장하는 인물들이 참 개성 있다는 것, 셋째 그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 표현되는 삶의 희, , , 락이 생경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원시적이면서도 격정적이라는 것, 넷째는 어떨 땐 익살맞게, 어떨 땐 자세하게, 어떨 땐 비장하게, 또 어떨 땐 담담하게 들려주는 화자의 입담이 최고라는 것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예담

 

오로지 ‘그’가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가 천명관이 이번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삼촌에 대한 그리고 삼촌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삼촌의 이야기는 70년대 영웅의 상징 ‘이소룡’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바깥살림을 차려서 낳은 서자로 들어와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한 삼촌은 이소룡처럼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태생부터 원조나 본류가 될 수 없었던 삼촌의 운명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인생의 구비 구비 좌절하게 되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와 민주화 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 좀더 발을 딛고 있다. 우리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물고기를 다 잡았다 놓치고,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운명에 굴복해 버리는, 어쩔 수 없이 실패와 좌절을 맞닥뜨려야 한다.   


 “어쩌면 모든 소설은 결국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언제나 나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길 바랍니다.”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작가의 말에서

 

꿈이 있었지만, 현실 속의 우여곡절 속에 우스꽝스러워지고 좌절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예의 그 입담으로 유장하게 펼쳐내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필자는 소설가 천명관이 경험한 실패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혹시  고래』유쾌한 하녀 마리사』 사이의 3. 그리고 유쾌한 하녀 마리사』 와 『고령화 가족』 사이의 3년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800 페이지가 넘는 서사에 묻어나는 진하디 진해 모든 것을 녹여내버릴 것 같은 그 정서의 근원이 알고 싶었던 거다. 이 인터뷰는 그 질문 하나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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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들고 온 소설가 천명관

                         

                                                                           

 

"스무 살 전후로 작가 님이 어떤 모습이셨을까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다니실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놀기도 제대로 못 놀면서 공부는 바닥인, 그런 인생이었죠.  제가 단편 「二十歲」를 통해서 스무 살 때를 얘기했어요. 대학 진학을 안하고 군대 가기 전에 어정쩡한 다방 죽돌이 생활 이야기죠. 고등학교가 미션스쿨이었거든요. 인문계였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많았어요. 명문 고등학교인데다가 공부 조금만 안 해도 바로 꼴지를 하거든요. 졸업 한 후 10년쯤 뒤에 최종 학교 성적 증명서를 떼러 갔는데 그때 알았잖아요. 제가 반에서 58명 중에 58등을 했더라고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랬었어요. "

 

"공부에 뜻이 없으셨나 봅니다."

 

 공부도 안 했고.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학업에 뜻이 없고, 학교 분위기에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벌써 30년도 더 되었는데 그때도 그랬어요. 대학 입시 공부로 밤 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하고…. 진짜 적응을 못해서 괴로웠어요. 학교 가기 너무 싫고, 자주 나가지도 않았고, 가출을 할 용기도 없고, 소위 노는 애들하고 어울리기에는 몸도 약하고….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얼치기 생활을 했었죠."

 

"그때 주로 뭐하셨어요?"

 

"책을 좀 읽었죠. 이문열, 이청춘, 한국 단편 전집을 읽었어요. 책은 좀 읽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문학 소년까지는 아니고요. 그때는 그런 게 나의 엔터테인먼트였죠."

 

"군대에서 훗날 ‘장산곶매’라는 영화 창작 집단에서 <파업전야>와 같은 영화를 연출한 장동훈 감독과 친구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대 후 우연히 장동훈 감독과 만나 영화 일을 하게 되셨다고 하는데요, 제대 후 장동훈 감독 님과 만나기까지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거죠. 제대하고 나서 그야말로 소위 노가다 좀 하고, 골프 샵에 취직해서 3년 있었어요. 그러다가 답답해서 보험 판매원을 2년 했어요. 그때 차 끌고 다니면서 밖으로 돌아다니고 했죠."

 

"그런 사회 생활이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어요. 그때는 의욕도 많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했으니까, 돈도 많이 벌었고. 그땐 뭘 해도 재미있었을 나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벌써 20년도 더 됐으니까 오래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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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블로그에 연재하셨을 때도 그렇고, 이번 책에도 영화에 대한 소설은 이제 마지막이 될 거라는 말씀을 의미심장하게 하셨어요. 영화 일을 하셨던 시기에 작가 님은 어땠을까, 또 영화에 대한 애정의 깊이는 어느 정도였을까 궁금합니다. "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순수하게 좋아서 했죠. 꿈도 있었구요. 일을 한다는 마음이 아니었어요. 너무 재미있고, 몰입이 굉장히 강했죠.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 소설을 시작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 열기를 가지고 문학을 했다면 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을 텐데…. 안타깝죠."

 

“제니 필즈는 마흔한 살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으며 그녀가 원하는 바는 바로 그런 내용을 글로 쓰는 것이었다.” ? 존 어빙 『가아프가 본 세상』 중에서

 

"왜 그렇게 영화에 몰입을 했을까요?"

 

"재미있었어요. 영화라는 매카니즘에 매혹이 됐던 것 같아요. 플롯을 짜고 그것을 화면에 담아내는 한 시간 반짜리의 이야기에 굉장히 매혹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어요. 영화에 대한 소설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구요. 제가 소설을 영화적 감수성으로 쓰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어디서 끊고 시작하는지, 인물들의 대화, 소설 속 서술 문장들을 영화를 만드는 감수성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

 

 이런 것 말고 좀더 소설적인 것, 소설 원형에 가까운 그런 건 뭘까? 내가 쓰고 있는 것에서 영화적인 걸 빼면 어떤 게 남을까? 살만 루시디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런 소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소설에 가까운 거예요. 본질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에 조금 더 가까운 소설다운 소설. 그런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좀 더 소설적인 게 뭐인 것 같나요?"

 

"모르겠어요. 어떤 소설을 보면,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이론을 보면, 자기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나 만들 수 없는 소설. 그런 게 정말 좋은 소설이라고 주장하는 게 있어요. 정말 그런 건가. 잘 모르겠고, 근데 사실은 제가 쓰는 소설들이 다.. 제가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얘기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상상의 출발은 언제나 영화였던 거예요. 그렇지 않은 걸 써보고 싶은 거예요. 소설로서 처음 생각했던 것. 그런 걸 생각하는 거죠."

 

"작가로서의 재능을 최초로 영화계 사람들에게 인정 받았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

 

"없는 것 같은데요.(웃음) 보험회사 영업사원이 영화 하러 왔는데, 저한테 뭐 기대하는 게 있었겠어요. 영화사에서 처음에는 총무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시나리오를 처음 썼어요. 그때 영화사의 프로듀서 형들이 보고 너 회사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라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걸 보고 ‘얘가 시나리오로 재능이 있구나’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게 최초의 기억이 아니었나."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 시나리오가 영화화되진 않았어요. 우디 알렌 영화처럼 수다스러운, 영화판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에로 영화를 찍는 감독의 이야기였거든요. 한 형이 뭔가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영화 한다고 시나리오를 들고 다니기도 했었어요. 제가 시나리오 쓰기가 학습이 되어 있던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며 이런 식이 아닐까 하고 쓴 건데, 비슷하게 쓴 거죠. 그걸 재능이라고 하면 재능일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이후에도 시나리오는 많이 썼으니까. "

 

"90년대 영화판 풍경이 어땠나요?"

 

"그때가 기획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기업이 영화에 투자를 하던 시기라 다들 의욕이 넘쳤죠. 그리고 실제로 크게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있구요.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들도 나오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파들, B급 무비를 영화적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 때가 한국영화의 중흥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그 시기를 같이 보낸 거예요. 근데 저는 열차에 못 올라 탄 거죠. "

 

"열차에 못 올라 탔다고 표현하셨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수도 없이 생각했죠. 내가 왜 실패했을까? 계속 곱씹어 보죠. ‘내가 만약 그 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내가 그때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뭔가 제가 부족했던 거겠죠. 영화 감독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치력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 사람이 영화적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사람만 보고 어떻게 알겠어요? 그때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많지 않아서, 제가 믿을 수 있는 건 제 시나리오밖에 없었잖아요. 경력도 없고 인맥도 없고 정말 시나리오 밖에 없는데, 제가 쓴 시나리오가 대박이 났으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여러 가지로 무리수 였던 거죠.

 

차분하게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거나 아니면 다른 기회를 엿봤어야 하는데, 무작정 시나리오 써서 영화사 들고 가고, 계속 기다리고 그랬던 거죠. 영화적인 열정과 시나리오 쓰는 능력 말고는 누가 객관적으로 인정해 줄만한 게 없었던 거죠. 거기에 대해서 아픔은 있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작자나 투자자가 20, 30억을 맡겨야 하는데, 그런 신뢰를 주지 못했나봐요."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게 놀랍습니다."

 

"다 지난 얘기고, 그땐 정말 그게 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마흔쯤 됐을 때 영화 데뷔 실패하고 나니까, 내가 인생에 실패했구나, 라는 강렬한 확신이 있었어요. 내 인생은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구나. 그러니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은 다 감사하죠. 지금도 그래요."

 

"이번 소설 속에 도치라는 덩치 큰 인물이 호떡을 100개 먹고 게워 내는 장면 있잖아요. 장관인 거예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기억할 것 같은데, 작가 님께서 이번 소설 쓰시면서 무척 공들인 장면이 있으신지요."

 

"종태네 소 있잖아요. 송아지를 사고, 소중하게 키우다가 그 소가 죽게 되는 과정. 그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좋아요. 농촌의 가난한 집에서 닭, 돼지, 염소 키워서 그걸로 소를 사서, 그 소가 큰 재산이 되어줄거라 기대했는데, 그 소가 죽잖아요. 그래서 아버지도 농약 먹고 자살을 하시구요. 제가 어렸을 때 농촌마을에서 느꼈던 소박한 꿈, 그리고 그 꿈이 좌절되는 모습을 그려져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전체 플롯하고는 다른 이야기인데, 오히려 저는 그 이야기에 애정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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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작품 특징이 마치 변사처럼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삼촌의 조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요."

 

"삼촌과 조금 더 가까운 인물, 주인공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인물이 지켜봐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독자들도 주인공의 눈으로 삼촌을 봐주길 바란 거죠. 누군가는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연을 헤아리고, 그런 장치죠. 이번에 나라는 화자는."

 

"작가님 작품들 보면, 문명 이전의 원시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을 받아요."

 

"사람 사는 게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본질은. 주거 형태들이 계속 달라졌지만, 뭔가 복잡해진 것 같은데, 사람은 계속 집에서 사는 거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죠. 그런 눈으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원형적인 것들을 보려고 하죠."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꿈에 대한 거라든가, 노동에 대한 것, 남녀의 차이, 그런 거죠. 가난. 벗어나려고 하는 것. 욕망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다 비슷한 거잖아요. 변화된 것에 대해서 저는 관심도 없어요. 특히 90년대 문학을 보면 소설 속에 세련된 서구 음악 같은 장르를 담으려 하고…., 그런 시대와 문화가 있었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어요. 오래되고 변하지 않는, 그런 걸 담아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 속에서 인터넷이나 휴대폰 같은 것이 나온다던가 하면 이상하더라고요.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어떻게 이야기를 끝낼까 고민하셨던 걸로 압니다. 예스블로그에서 연재하셨던 것과 실제로 결말이 달라지기도 했구요. "

 

"연재할 때는 좀더 비극적이었는데, 뭔가 조금 더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다 죽고 딱 끝나는 것보다는 여지가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도 들었구요.  여운이랄지, 희망이랄지 그래도 뭔가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끝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수정했어요. 수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죠."

 

"삼촌을 만들고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세요? 연민의 마음이 있으신가요. "

 

"구체적인 사연은 다르지만, 저 자신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뭔가 꿈이 좌절되고 상처받고, 그런 모습들. 저 뿐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다 그런 요소가 있잖아요. 삼촌에게 그게 유난스러웠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런 과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독자들이 공감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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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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