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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 몇천년 후 우리 삶은 몇 센티의 흔적으로 남을까?

12월, 이달의 시인 -『박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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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비장하고’ ‘서럽고’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는’ 옛 노래를 불러주는 허수경 시인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허 시인은 다양한 톤의 노랫가락과 이야기를 한껏 안고 한국을 찾았다.

올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허수경 시인
시인의 스카프 패턴으로 소설 『박하』의 표지가 꾸며졌다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그 심장이 차가워질 때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태어날 별을 찾을까.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뜨겁고’ ‘비장하고’ ‘서럽고’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는’ 옛 노래를 불러주는 허수경 시인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허 시인은 다양한 톤의 노랫가락과 이야기를 한껏 안고 한국을 찾았다. 올 초 1월에는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과 소설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12월에는 장편소설 『박하』를 출간했다. 지난 12월 13일. 다시 독일로 돌아가기 이틀 전날, 허수경 시인을 홍대에서 만났다.


“고향, 세계에서 가장 낯선 곳 중 하나”


허수경 시인은 1987년 등단 후 1992년 훌쩍 독일로 떠났다. 2006년 뮌스터 대학교 대학원 고대 근동 고고학 박사 학위를 땄고, 그곳에서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해 머물고 있다. 신간 출간으로 한 달 하고도 이틀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10년 만에 찾은 한국의 인상, 어땠나요? 홍대의 인상도 궁금하고요.

“찬란한 지옥이죠. 모든 소비와 욕망이 가시화되어 있는 공간이잖아요. 이렇게 술집과 식당과 옷 가게가 밀집해있는 공간은 세계적으로 드물 거예요. 소비에서만 나오는 생동감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식의 창조로 이끌어질지 잘 모르겠어요. 홍대 문화 안에서 제가 쉴 곳이 없어요.”

-소설 『박하』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서울은 시끄러운 곳, 바쁜 곳. 그런 작은 시간의 단위는 들릴 듯 말 듯 물처럼 흐르고 말 곳 (p.93)” 시인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다이내믹 코리아의 수도잖아요.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떠나 바쁜 곳이고, 그래서 아픈 사람도 많죠. 정치적인 문제도 얽히고설켜 있고. 제가 서울에 살았던 기간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죠. 데뷔하고 첫 시집을 낸 곳이 서울이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곳도 서울이고요. 제 한 젊음의 공간이 서울이었어요.”

-독일에 계신 뮌스터라는 도시는 어때요?

“뮌스터 대학에서 18킬로쯤 떨어져 있는 시골이에요.”

-집에 계실 때 평상시에는 어떤 소일거리 하세요?

“집에 작은 정원이 있거든요. 정원을 돌봐요. 어릴 때 보던 것들을 많이 갖다 놓으려고 했어요. 독일에서도 살 수 있는 게 많거든요. 동백, 매화도 있어요. 기후가 달라서 그런지 매화가 6월이 지나도 피어 있어요. DVD로 영화도 보고요. SF영화를 좋아하고요.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좋다는 얘기 들으면 찾아보는 편이에요.”


-독일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고향이 낯설어지는 순간은 문학 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순간이에요. 자신의 뿌리를 낯설게 보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저에게 고향은 세계에서 가장 낯선 곳 중 하나죠. 자신이 가진 것들을 깨버리고 충격과 접한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서 사는 일은 좋은 것 같아요.

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신이라는 게 하나만 존재하지 않거든요. 낯선 곳에 사는 일은, 전혀 몰랐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언어적인 측면에서 고향은 단 한 번도 낯설어진 적이 없어요.”


-고고학 박사 학위를 따시고, 다시 문학에 완전히 전념하시겠다고 하셨어요.

“고고학을 시작한 것 역시 문학 때문이었으니까요. 저의 삶의 중심에 문학이 있다는 것을 공부가 끝나갈 즈음 새삼 알게 됐어요. 이제껏 해왔던 문학을 어떤 식으로든 더 잘하고 싶고,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완성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바람 쐬러 독일에 왔다가 어느 순간 (공부를) ‘하자!’ 싶어서 학위까지 받게 된 건데, 그런 학위가 저한테는 중요한 게 아니었나 봐요.”

-어렸을 때도, 문학소녀를 꿈꾸셨다고 들었어요. 한결같이 커지는 문학에의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웃음)

“좋아서요. 제가 문학이라는 걸 좋아하나 봐요. 글을 쓴다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별로 한 적이 없으니까.”


고고학, 당신과 나의 시간을 찾는 작업


『박하』의 주인공 이연은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독일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선배가 건네준 고고학자의 노트를 읽는다. 고대 도시 하남을 찾아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고고학자 이무의 이야기와 현실 속 이연의 이야기가 얽혀 들어간다. 소설 『박하』를 끌고 가는 독일, 고고학자, 고대도시, 터키 등의 키워드는 여러 장면에서 작가 허수경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도 그런 낭만적인 고대 도시 찾기에 마음을 빼앗기느냐며 나를 힐책했다.(p.47)”는 대목이 나와요. 작가님은 무엇에 마음을 뺏겨 고고학에 매료되었나요?

“‘시간’이라는 말과 ‘당신’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나간 시간 속에서 인간의 자취를 찾는 일이잖아요. 남은 시간을 찾는 건,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당신’이라고 말을 하죠. 너의 시간을 찾는 거니까. 그러면서 나의 시간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이 소설은 어떻게 쓰게 되신 건가요?

“6년 전쯤,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어요.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미 고고학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와 제가 지어낸 것 반반이 섞여 있어요. 발굴하러 찾아간 도시에,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멀리서 박하의 향기가 나는 거예요. 그게 소설의 시작이었어요. 첫 장의 제목처럼 ‘박하향기의 기원’ 그때 발굴 작업을 하면서, 세기말, 세기 전환에 대한 관심이 몰려왔고, 우리들의 시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하남’이라는 고대 도시가 등장합니다. 작가님께 ‘하남’은 어느 곳인가요? 찾고 싶고 그리운 곳.

“바뀌어요. 어쩌면 서울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제 고향 진주이기도 하죠. 고대 미지 도시는 아닐 거예요. 책에 쓴 대로 그런 곳은 이미지일 뿐이거든요. 많은 고고학자가 이미지에 사로잡혀서 평생을 써버리기도 하잖아요.”

-최근에 터키에 발굴 다녀오셨잖아요. 작업은 어떠셨나요?

“일하고 쉬고, 밥 먹고, 그날 했던 기록을 정리하고, 도표를 그리고. 아주 평범한 일상이 지나가요. 그곳은 독일인들이 100년 동안 발굴한 곳이었어요. 집이 잘 지어져 있었어요.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일할 땐 텐트에서 자기도 하고, 남의 집을 빌리기도 해요.

안 가본 사람들에게는 시적인 공간일 수 있지만,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터에요. 20미터 담장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자로 다 일일이 재어서 1 : 20으로 축약을 시켜요. 모눈종이 위에다 트랜스페이퍼라는 흰 종이를 깔고 그림을 그려요. 도 닦는 일이죠.”


-그야말로 정교하고 수학적인 작업이겠네요.

“고고학의 시작은 현장조사의 측량으로 시작돼요. 발굴하는 도시 전체를 격자로 만들어야 해요. 측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죠. 측량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여야 고고학적인 기록으로 성립되거든요.”


“내 삶은 지층 속에 몇 밀리미터로 남을까?”


-“나는 갑자기 마음이 졸아들었다. 저 여자가 사는 시간과 내가 사는 시간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한 공간에 서 있지만 다른 공간 속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p.178)” 메소포타미아 고고학을 공부하다 보면, 시공간에 대한 사유가 깊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를 의심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은 어떤가요?

“시간이라는 건 고고학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거예요. 범박한 예를 들자면, 500년의 세월이 2미터로 축약돼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거죠. 낭만적인 상상을 하는 건 어렵지만, 훨씬 후대의 사람이 그 시간의 흔적을 바라볼 때 갖게 되는 낯섦, 경이로움이 있어요.

저는 고작 70년, 80년을 살 텐데 내 시간은 지층 속에서 몇 센티, 몇 밀리미터로 남을까. 그 안에서의 나의 괴로움, 상처는 어떤 흔적으로 남을까. 아무 흔적도 남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 같아요.

“이건 이론이고요. 인간은 바둥바둥 살아가는 거예요. 순간에 매여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고고학을 공부하기 전과 이후, 사유하는 방법이나 폭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15년 동안의 공부가 헛것은 아니었을 테니 달라졌겠죠. 개인적으로는 시간에 좀 성실한 인간이 됐어요. 공부는 수업을 들어야 하고, 리포트를 써야 하고, 규칙이 정해져 있는 일이잖아요. 사고하는 것도 분석적이 되고,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없이 의심하고 믿지 않는 습관이 생겼죠. 시를 쓸 때 좋은 미덕은 아니에요.(웃음)”

-그런 고고학이 시적 감수성, 시적 언어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많은 고고학적인 상상력이 시속으로 들어와요.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이 대표적인 예죠.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이런 것들이 시 속으로 들어와요. 고고학은 종합학문이거든요. 생물학에는 아무 조예가 없지만, 기관적인(organic) 흔적은 실험실로 보내고, 금속이 나오면 금속을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요. 지질학자, 건축학자와도 끊임없이 대화하고요. 이런 복합적인 시스템이 사유 속으로 들어오는 거죠.”

-소설 속에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는 게 그의 한결같은 답이기도 했다.”(p.48)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허수경 시인이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타인을 위로하려고 하는데 타인에게 저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제일 무서워요.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몰랐다는 거니까 진짜 무섭죠. 두 번째 무서운 순간은, 시집에 나와요. 갑자기 눈을 떴는데 미아가 되어서 어떤 공간에 버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럴 거에요. 독일의 뮌스트라는 한 도시. 괴테 거리에 있는 우리 집. 그 침대에서 눈을 딱 떴는데 낯선 순간이 있어요. 그런 기분, 서울에서도 들지 않으세요?”


“구멍이 뻥뻥 뚫려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있고 싶어요”


허수경 시인의 시는 뜨거운 노랫가락이다. 애달프고, 수다스럽고, 정겹고, 저릿한 가락으로 세상사의 슬픔과 비애를 담아낸다. 허수경 시인 특유의 노랫가락을 두고 함성호 시인은 ‘뽕끼’라고 표현했고, 서영채 문학평론가는 ‘울렁거림’이라고 말한다.

진주 사투리로 걸쭉하게 뽑아낸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부터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등의 시집을 내며 그녀는 다양한 음역으로 생명력 넘치는 노래를 해왔다.


올해 낸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특유의 구성진 가락이 여전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고고학적 상상력이 한껏 뛰놀고 있는 시집이다. 허수경 시인은 “내 문학적인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춤은 새의 다리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심리학자의 병도 어쩌면 나비의 심장에서 나온 것일지도 몰라요. 제 고향 바닷가에 있는 암벽에는 공룡의 발자국이 있지요. 새 발자국처럼 아련했어요.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나봐요.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새벽이면 먼 나라에서 새들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요. 마치 아주 어린 당신이 나를 마중 나오는 것 같아요.

가슴에 꽉 찬 이 물은 해류처럼 자꾸 움직여요. 대륙보다 물이 더 많은 지구를 내 몸은 닮아가는 것 같아요. 차가운 물이 혈관을 지나갈 때마다 짐승들은 죽어가고 뜨거운 물이 지나갈 때는 식물들이 죽어가는데 속수무책으로 내 몸은 별로 향해 가고 있어요.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성교처럼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은 흐느끼지요. 마치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갈 때 정류장으로부터 따라오던 검은 비 같아요.

-울음으로 가득찬 그림자였어요, 다리를 절던 까마귀가 풍장되던 검은 거울이었어요. (혹은 잠을 위한 속삭임) 중

-이번 시집에는 희곡, 산문의 형태를 띤 시도 담겨 있어요. 장르를 넘나드는 시 쓰기를 통해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시라는 게 모든 문학의 시초였죠. 여러 장르로 분화된 거거든요. 그래서 사실 실험한 것도 아니고, 시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왜 희곡같이 쓰냐, 산문같이 쓰냐, 이렇게 보는 시각은 좀 좁은 것 같아요. 저는 왔다 갔다 하는 게 좋아요. 구멍이 뻥뻥 뚫려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있고 싶어요. 이 시집은 통풍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에서 습기 먹은 하마를 수십 마리 거느리고 있는 시집이에요. 사는 게 답답하고 어려운데 예술이라도 통풍이 잘되어야죠.”

-시와 일반 언어와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하나에요. 시인은 일상 언어를 시 속에 끌어들이거든요. 모든 일상의 언어를 시라고 생각해요. ‘밥 먹는다’라는 말도 시 속으로 들어오면 시적인 언어가 되잖아요. 시인들은 모든 일상언어가 시가 되는 상태를 지향해요. 어떤 의미에서 시인들은 이미 그런 곳에서 사니까. 저는 구별하지 않아요. ‘빌어먹을’이라는 말도, 시 제목이 되는 순간 일상성에서 확장되어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잖아요. 일상어가 시어로 변하는 이 과정, 그것 자체를 우리가 탐구하는 거예요.”

-엉뚱한 질문입니다만, 일상어를 쓰는 보통의 사람들은 어떻게 시인이 될 수 있을까요?

“시를 쓰면 됩니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아마 모든 시인이 각각 다른 대답을 할 거예요. 저는 아직도 시를 쓰는 순간이 신비해요. 그 순간이 어떻게 나에게 찾아오는지. 어느 순간 불쑥 찾아와요. 그 순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2011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작가님,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제 문학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집이 나온 해고요. 10년 동안 방문하지 않은 이곳과 다시 재회한 해였죠. 발굴 작업으로는 굉장히 운이 없는 해였고. 왜 10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느냐고들 그래요. 아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공부가 끝난 뒤에 어떻게 문학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하는 데 4년이 걸렸어요. 이 시집을 쓰고, 내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길을 어떻게 가고 싶은지 아주 명확해졌어요. 중요한 시간이었죠.”

-내년 계획을 들려주세요. 한국에서는 언제 또 뵐 수 있을까요?

“독일에 들어가서 일단 파울 첼란의 시를 번역할 거예요. 그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죠. 한국에 언제 다시 올지 아직은 계획이 없어요. 하지만 삶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라고.”


살아가는 거야, 서로 사랑하는 우리.
상처에서 짓이겨진 박하 향기가 날 때까지

박하 향기가 네 상처와 슬픔을 지그시 누르고
너의 가슴에 스칠 때
얼마나 환하겠어, 우리의 아침은

어디에선가 박하 향기가 나면
내가 다녀갔거니 해줘

-『박하』 270p.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글 허수경 | 문학동네

여자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로, 목청껏 지르고 싶었으나 도저히 삼킬 수밖에 없었던 세상사의 많은 슬픔과 비애들을 다양한 음역을 가진 시로 표출해온 허수경 시인이 네번째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이후 햇수로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에서 고고학적인 세계와 국제적 시야를 바탕으로 그사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유는 더욱 깊고 더욱 넓어졌으며 더욱 간절해졌다. 그 간절함의 대상은 우리가 쉽게 정의내릴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하며 가벼운 것이 아니다. 무한이다…

 

박하 글 허수경 | 문학동네

사고로 아내와 아이 둘을 잃고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 한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 이연, 『박하』는 바로 그 사내, 이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라고 쓰인 노트 속 칸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전개된다. 이연은 출판 편집자다. 한 사람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으나 참고서 팀으로 발령이 나더니 결국 실업자가 되고 만다. 거기다 저릿한 연애 시절을 거친 후 결혼한 아내마저 두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두 번이나 불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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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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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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