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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소설가 김중혁의“잘 놀고 잘 사는, 비법”

김중혁 작가가 달라졌다?!『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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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가 달라졌다?! (하루에 원고지 1매를 쓴다고 하여) 일명 ‘일매 김중혁’ 작가가 작년 장편소설 『좀비들』 이후,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를 연달아 발표했다.

“더 비틀어보고 싶어요”


김중혁 작가가 달라졌다?! (하루에 원고지 1매를 쓴다고 하여) 일명 ‘일매 김중혁’ 작가가 작년 장편소설 『좀비들』 이후,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를 연달아 발표했다. 독자 입장으로서야 반갑기 그지 없지만, 이 놀라운 창작 속도는 어찌된 일일까? 김중혁 작가를 직접 만나 그 심경의 변화(?)를 물었다.

“약간은 긴장이 풀어진 것 같아요.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도 되겠다 싶고, 문단의 중앙에 있거나, 한국 문학을 이끌고 가는 일은 힘들잖아요. 구석에서 내가 할 일을 계속 해보니까 내 자리가 마련된 것 같아요. 여기서 내 얘기를 하면 되겠구나, 감을 잡은 것 같아요. 에세이집은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라 책으로 내길 두려워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낼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제 자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과거, 현재, 미래가 합해진 장소”라고 답한다. “글 쓰는 자의식을 가진 나의 자리에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일수도 있고요. 어렴풋하게라도 구역이 생긴 것 같아서 편해졌어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좀비들』 쓰고 나서 더 그랬고, 『미스터 모노레일』 을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이제는 더 새로운 걸 써보고 싶어요. 장르를 더 세게 비틀어보고 싶기도 하고.”

여기서 김중혁의 자리를 짚고 넘어가자. 잘 알려진 바 대로 김중혁은 김연수, 문태준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김천 동문이다. 김연수가 1993년 시로 등단 후 8권의 소설을 발표했을 즈음, 문태준 시인이 세 권의 시집을 내며 젊은 시인으로 주목 받던 2003년, 그 해 김중혁 작가는 등단 6년 만에 『펭귄뉴스』(2006)를 발표한다. 단 한 권의 소설집으로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일매’ 김중혁이라는 아호로 작품의 희소성을 높이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 아닌) 전략을 꾀한(듯 하)다.



그 전략이 성공한 걸까. 몇 편의 작품으로 김중혁 작가는 문단 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냈다. 『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그리고 지난 해와 올해 이어 발표한 장편소설 『좀비들』(2010) 『미스터 모노레일』(2011)은 김중혁이라는 작가가 어떤 작가이고,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독자들과 평론가들에게 뚜렷이 각인시킨다.

세상을 나름대로의 박자에 맞춰 사는 인물들로 구성된 김중혁 작가의 세계 속에서는 어떤 독특한, 혹은 이상한 인물도 소외되는 법이 없다. 따뜻한 감성, 유쾌한 유머로 그는 누구라도 끌어안는다. 나름의 매력적인 박자를 갖고 있다는 점, 같이 있으면 금새 옆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중혁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꼭 닮았다. 종종 그의 에세이가 소설보다 재미있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기록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작가의 책의 또 하나 매력적인 점은, 그의 텍스트가 일종의 하이퍼텍스트라는 점이다. 소설가로 데뷔 이후에도 웹디자이너, DJ, 잡지 기자 등등의 다재 다능한 영역에서 끼를 발휘했다. 이러한 경력들은 그의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소설 속에는 여러 장의 음악 CD가 녹아있고, 직접 그린 몇 컷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새로운 개념이나, 그의 발명품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 속에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참으로 요소요소 녹여낸다.

그간 김중혁 작가가 소설 속에서 그려낸 그의 취향과 코드가 맞는 독자라면, 올해 출간된 에세이집 『뭐라도 되겠지』가 더욱이 반가울 것이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그리고 써낸 이 책이 김중혁 작가의 실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취향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들이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쓴 글을 모았다.


“산문집이라고 하면 그 작가의 모든 알몸을 본다고 생각하는데, 알몸은 아니거든요. 속옷 정도 입은 거라고 할까요. 글 쓰는 자아가 쓴 글이니까요.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글쓰는 자아가 실생활의 자아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평소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든지, 까탈스럽지 않거든요. 이 글 속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긴 것 같지만, 숨기고 드러내는 데 어떤 가치 판단이 작용된 셈이죠.”

초대 ‘무용지물 박물관’의 관장을 꿈꾸고 있는 김중혁 작가는 오래 전부터 무용한 것의 유용성을 설파해왔다.

쓸모 없는 아이디어들, 실패한 계획들, 필요 없는 물건들, 세상에서 낙오된 제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두면 참으로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어를 제목으로 단편소설도 쓴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심심할 때마다 그 단어를 붙들고는 이리저리 굴려본다.(p.322)



아마 김중혁 작가의 팬이라면, 그의 소설세계를 관통하는 이러한 시선에 매료되었을 것. 이번 산문집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말하는 “뭐라도 되겠지”는 허무한 체념이 아니다. “내가 커서 뭐가 될까?” 라고 말할 때, 그 무한의 뉘앙스를 가진 ‘뭐라도’다. 김연수 작가는 ‘이 책에 건질 게 있으려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라고 착잡한 추천사를 적었지만, 만약 무언가 건져야 한다면 김중혁 작가의 아래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예전에는 CD나 책을 보다가 위로 받았다는 얘길 들으면, 솔직히 그게 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요즘 쇼케이스 사회를 보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이 작은 것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더라고요. 글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누군가 내 책을 사서 그걸로 위안을 받는다는 것, 그러니까 문화라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게 느껴져요. 그런 것들이 동질감, 연대감을 느끼게 하고, 소중하게 여겨져요. 살아가는데 이런 감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스물다섯 살까지는 정말 그저 그런 인생이었다.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고, 운동을 잘한 것도 아니었고, 잘생긴 것도 아니었고. 열심히 논 것도 아니었고, 큰 사고를 친 것도 없다. ‘평범’이라는 단어를 이마에다 문신으로 새기고 다녀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남자였다.(…)
그저 그런 학생으로 지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그저 그런 청년으로 살면서 재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노력했다. 직업을 찾기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p. 21)



김중혁 작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뭐라도 되겠지』를 보면, 김중혁 작가님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보냈는지 짐작이 된다. 소설을 썼으며, 온갖 발명품을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좋은 그림을 감상하고, 때로는 직접 곡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시간이 많았지만, 그만큼 바빴다.

누군가는 입에 달고 사는 ‘뭐하지?’라는 질문 따위는 그의 사전에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있다니!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김중혁 작가에게 어떻게 시간을 쓰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그만의 놀이 철학의 정수를 캐내기로 했다.

“20대 때 쓸모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보거나, 영상 작업을 하는 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젊은 날에 해야지, 나이 들면 못하는 일이 있거든요. 20대부터 너무 쓸모 있는 일만 하면, 나중에 허탈하고 힘들어져요. 어렸을 때 운동장에 뛰어 놀 때의 기억 같은 것들로 지금의 성격, 긍정적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 같아요. 시간을 낭비해 봐야, 시간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거죠.”

단 1분의 시간도 낭비하지 말고 계획하라는, 보통의 성공계발서의 역행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의 문제다. 당신이 만약 김중혁 작가의 예측불허 상상력과 독특한 감성을 탐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좀더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노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자양분이에요. 생각의 흐름을 막지 않는 게 저에게는 노는 일이에요. 정말 쓸데 없는 생각들 있잖아요. 전철을 탔는데 누군가의 등에 실 오라기가 하나 붙어있다. 그 실오라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을 상상해보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끝까지 해봐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게 한편 다 놀이잖아요. 약간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노는 데에도 방향성이 필요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일들에 영역을 넓혀나가면서 놀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문화적인 일 하는 사람은 이런 일이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늘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까지 하지 못한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여건이 되는 한, 하고 싶은 일을 ‘참지 않고’ 해왔다는 거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면, ‘시간을 잘 쓴다’는 말은 일견, ‘자신이 뭘 하고 싶어하는 지 잘 안다’는 말과 같은 말처럼 들린다. 왜 시간을 아끼는가? 왜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이렇게 질문해보면 쉽다.

“노래를 만드는 일이나 글을 써보는 일이 되게 좋은 일이에요. 몰입해서 작업하는 중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예요. 가사 한번 써 보면 모든 가사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고, 소설 한 번 써보면, 김중혁이 얼마나 잘 쓰는지 알게 되고(웃음) 그 원리를 파악하는데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문화적인 게 그런 것 같아요. 보고 느끼는 것보다 해봐서 느끼는 게 정말 달라요. 그림 그려보면 피카소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다른 이름으로 정의하자면, 아마도 상상력일 것이다. 세상에는 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이 존재하며, 답을 알 수 없으므로 하나의 질문에 무수히 많은 답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세상을 아주 자세히 관찰하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답이 생겨나게 된다.(p. 58)




선택과 포기를 잘하는 것이 비결


“사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하면서 살잖아요.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으려면, 제가 보기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일을 우리는 스무 살 때 선택하라고 하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천천히 선택해야 하는데, 젊은 친구들에게 그럴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어요. 충분히 놀고, 시간을 보내고, 삶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생길 때 그때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뭐라도 되겠지’ 정신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이 자신의 기쁨을 온전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하릴없이 파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마구 뛰어 놀 수 있어야 하고,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굶어 죽을 걱정 하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어야 한다.(p.240)



어떤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바쁘다. 학창시절 땐 학교에 과외활동, 졸업 후에는 회사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한 일정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반면 여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다시 그 힘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중혁 작가는 후자에 속할 터. 과연 어떤 차이로 삶의 속도가 달라지는 걸까.

“?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돈을 포기했어요. 제가 더 열심히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포기하면 시간이 많아지거든요. 그걸 선택한 거예요. 돈은 그렇게 많이 벌 필요가 없으니까. 그 돈을 버는 대신에 더 놀겠다는 거죠. 자동차를 없앴어요.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동차세나 보험료가 필요 없게 됐어요. 대신 다른 불편함이 있지만, 분명 거기에서 다른 게 생기거든요.”

자신의 선택과 포기의 총합이 내 삶의 모양새를 만들어간다는 얘기. 김중혁 작가는 여기에 더해 ‘포기를 잘 하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요. 지금 엄청난 부를 누리는 사람도, 어떤 것을 포기했을 거예요. 그 포기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포기를 잘하는 것이 삶을 여유롭게 꾸려갈 수 있는 비결이라는 얘기죠. 아무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포기를 굉장히 잘합니다. 노력해서 가질 수 없는 걸 포기하면, 노력을 안 해도 되잖아요. 대신 다른 걸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사람이라는 신기한 문화적 물체”


만약 소설가가 되지 않았으면,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었을까? 그는 “AS기사가 됐을 것”이란다. 기계 대신 펜을 들었을 뿐, 여전히 그는 독자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어하는 ‘AS 작가’다.

“전 소설가가 안됐으면 기자나 엔지니어가 됐을 거예요. 멋있어 보였어요. 뭔가 고장 났을 때 그걸 고쳐주는 걸 좋아했어요. 사람들이 기뻐하잖아요. 엔지니어가 그런 일 하는 사람은 아니죠? AS기사가 하는 거죠. 네, 그러면 저는 AS 기사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그러다 소설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요즘 그는 ‘상상마당 인디밴드 쇼케이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매달, 주목할 만한 음반을 낸 뮤지션의 음악을 라이브로 소개하는 자리다. 그리고 여전히 웹진 문장에서 <문장의 소리> 프로듀서를 맡고 있고, <산울림 낭독 페스티벌> 공연 기획에 최근엔 비디오자키 수업까지 듣고 있다고. 전방위로 주파수를 세우고 있는 그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자극은 역시 ‘사람’이다.

“요새는 사람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정현종 시인이 그랬죠.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고요. 한 사람이 이태까지 겪은 일, 만난 책, 영화, 음식 이런 게 얘기하다 보면 다 나오는데, 그걸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되게 신기한 문화적 물체구나 느껴요. 한 사람 안에 많은 게 들어가 있고, 그것들을 통해 서서히 바뀌게 되는 것들이 재미있어요. 소설 속에도 그런 것들을 담아내려고 하고요.”

그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올 12월에 일본에서 『악기들의 도서관』이 번역, 출간된다. 『악기들의 도서관』을 좋아하는 번역자 분이, 그 소설을 ‘NHK 한국어 강좌’ 교재로 사용했대요. 그 소설을 보고 몇몇 일본 분에게서 팬레터가 오기도 했어요. 어떤 할머니께서는,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는 첫 문장을 보고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뭐든 해보려고 한다’는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기뻤어요.” 일본 독자와의 만남도 갖는다. 김중혁 작가는 올 겨울, 더 많은 사람들과 접속하게 될 예정이다.


“작가는 상상한 시간을 건네주는 직업”


“잠들지 못한 새벽 2시거나, 일찍 일어난 새벽 6시, 음악을 틀어 놓고 앉아서 글을 쓰다가 문득 ‘아, 소설가가 정말 좋은 직업이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고즈넉한 세상에서 혼자 정면으로 세상과 마주한 느낌이거든요.” 그런 작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저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 많은 시간 동안 어떤 상상을 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책이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거예요. 바쁜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없죠. 대신 이 책을 사서 그 시간을 읽을 수 있어요. 작가라는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시간을 들여 쓸데 없는 상상, 남이 하지 못하는 상상을 하고 그걸 독자들에게 주는 것도,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니까 가능한 거죠.”

딱 일년 전에, 김중혁 작가와 2011년을 앞두고 편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년은 ‘우리에게 또 어떤 시간이 될까요?’ 물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독자에게’ 편지 보러가기☞ ) 2012년을 약 한달 앞두고 있는 때. 그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느냐고 다시 물었다.

“해보고 싶은 일은 다 해본 시간이었어요. 소설도 막무가내로 써봤고, (11년 전부터 꿈꾸던) 에세이도 과감하게 내봤고. 다 해본 것 같아요.” 역시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제껏 발표한 소설을 묶은 단편소설집을 곧 낼 예정이고, 또 다른 소설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매 김중혁’에서 ‘(노트북만 열면 글을 쓴다고 해서) 열면 김중혁’으로 변신했다는 말이 과히 농담이 아니다.

지금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우리가 이제 그의 책을 읽는 동안 또 어떤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여줄까? 그의 시간을 엿보고 상상할 수 있는 신작을 곧 만날 수 있다니 더 없이 반가울 따름이다. 어떤 이야기든 아마도 이런 책이 아닐까.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책. 술렁술렁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잠시 멈추게 되는 책.(…) 다 읽고 나면 인생이 즐거워지는 책. 긍정이 온몸에 녹아 들어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 닥쳐도 어떨 수 없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되는 책.” ( 『뭐라도 되겠지』 ‘책을 내면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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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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