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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달의 시인] 심보선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시인은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 시인, 詩로 비밀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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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스물 네 살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된 후 무려 14년 만에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단숨에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을 사로잡았다. 무려 9쇄를 넘겼다.


기획인터뷰 - 11월, 이달의 시인 -

시가 좋단다. 시를 읽으란다. 올해 인터뷰했던 많은 명사들은 시 읽기를 권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건, 평소 얼마나 책과 친분을 맺어왔건 상관이 없다. 시는 누구에게나 낯설게 다가간다. 때로는 시사만평보다 날카롭게, 때로는 영화대사보다 낭만적으로, 시가 당신의 삶을 읽어낼 것이다.
채널예스도 당신에게 시 읽기를 권한다. 매달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한 명의 시인을 찾아가,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11월, 옷깃을 스치는 바람처럼, 가을도 훅 날아가버릴 것 같은 스산한 날씨. 당신에게 심보선 시인의 시를 권한다.






詩, 비밀들의 나눔
“누구나 비밀을 갖고 있잖아요. 시란, 그런 비밀과 비밀이 감응하고 만나는 게 아닐까요? 독자도 그렇고 쓰는 사람도 그렇고. 세상에서 보여지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 내가 평소에 말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서로 만나는 것 같아요. 시는 이런 비밀들의 나눔, 비밀들의 교류인 셈이죠.”

70년대 생 심보선 시인은 두 권의 비밀을 독자들 앞에 내놨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2008)와 『눈앞에 없는 사람』(2011). 1994년, 스물 네 살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된 후 무려 14년 만에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단숨에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을 사로잡았다. 무려 9쇄를 넘겼다. 시집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14년 만에 첫 시집이 나온 것도 놀랍지만, 그 짧지 않은 시간차를 뛰어넘어 그가 보여주고 있는 시적 감각이 사람들을 놀래 켰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감수성은 90년대를 관통하고 2000년대의 젊은 시인들과 함께 동시대적인 감각에 이미 선착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비유는 시를 읽는 순간 내게로 찰싹 달라붙는다. ‘아!’하는 짧은 통찰을 건네주는 시구들이 마음에 묵직하게 다가오고, 그런 시에서도 특유의 점잖은 유머는 빠지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 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 테니
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
열까지 세라
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
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
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 테면
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
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
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의 독한 죽을 휘젓는 소리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착한 그대여
착한 그대여
아직도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어이 환한가
천 만 억을 세어도 나의 폐허는 빛나지 않는데
그 질퍽한 어둠의 죽을 게워낼 줄 모르는데



- 식후에 이별하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올해 출간된 두 번째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심보선 시인은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이렇게 비교했다. “첫 번째 시집은 저 혼자 썼다면, 두 번째 시집은 친구들과 같이 쓴 셈이에요. 나에게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함’속에서 시가 나왔어요.”

첫 시집에 호평 이후 불안감이 있진 않았냐고 떠보자, 웃으며 대답한다. “첫 번재 시집을 냈을 때 전전긍긍했고,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나선, 이전과 반응이 비교될까 불안해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기쁨이 커요.”


“관계 속에서 말들이 꺼내져 나왔어요”

“나의 문디여.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내가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Mundi에게 中 『눈앞에 없는 사람』



‘Mundi에게’ 시집 첫 장에 이런 문구가 있다. Mundi라고 칭해진 친구들. 그를 둘러싼 세계.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함이다. 소중한 인연들의 흔적이 시의 곳곳에 묻어 난다. 운명같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인연의 힘.

“첫 시집은 내가 혼자였고, 고독하기 때문에 계속 세상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 속에 있구나 하는 자아의 투덜거림. 자학, 냉소적 유머를 던지는 화자가 있었죠. 두 번째 시집은, 막상 세상에 들어가보니 그 안에 여러 가지 슬픔, 기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많이 배워서 쓴 시들이죠.”

가출도 아니고 출가도 아니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집이 점점 멀어져 갈 따름이다
그리하여
나의 근황은 한때의 방황이고
나의 방황은 유일한 정황이다



위의 「멀어지는 집」의 첫 대목이 첫 시집에 담긴 ‘혼자’ 의 느낌이라면, 두 번째 시집에 담긴 ‘함께 함’ 은 「인중을 긁적거리며」의 대목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쓰게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나는 홀로 깨달을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그의 시는 좀더 커지고 좀더 많이 세상과 사람들을 끌어안고 있는 듯했다. 그가 Mundi라고 부르는 세상은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기에, 나의 mundi를 떠올리며 읽는 곳곳에서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한발 떨어져서 세상을 보던 시인은 어떻게, 그 속으로 마음을 밀어 넣게 되었을까?

“2006년까지는 외국으로 유학 가 혼자 공부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여기에 적응하는데 급급했죠. 완전히 적응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관계 속에 있어요. 친구들을 알게 됐죠. 예전에 동인 활동을 할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너무 멋진 선배들 앞에서 항상 부끄러워만 했어요. 지금 친구들과의 관계는 평등하죠. 같이 연대하고, 같이 고민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예전에는 그저 묻혀 있었던 감각이나 말들이 꺼내진 것 같아요. 관계가 저를 들끓게 만들었고 그런 것들이 시로 나온 거죠.”


시인, 한 번 더 고민하고, 말로 표현하는 사람들

“그런데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 사랑은 나의 약점 中 『눈앞에 없는 사람』


그의 친구들에 대해 물었다. 시인들은 서로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시간을 보낼까? 서로의 민감한 감수성을 어떻게 교류할까? 어떤 환상을 가지고 질문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심보선 시인의 대답을 들으면, 시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하죠.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요즘 이런 글을 쓴다는 얘기도 하고, 세상사 이야기도 하죠. 시인이라도 특별할 건 없지만, 다른 게 있다면 시인들은 뭔가 이면을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떤 현상을 볼 때 항상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하고, 뭔가를 하더라도 한번 더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함께 집회에 갔다 왔다면, ‘아 정말 훌륭한 일이었어. 또 참여해야지.’ 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집회에 간다는 건 뭘까’ ‘거기서 참여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는 거죠.”

심보선 시인은 조르주 바타유가 언급한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라는 대목을 언급했다.

“현장에 있어도, 저는 현장과 약간의 거리를 둬요. 거기에 함몰 될 수도 있어요. 눈물 흘리고 분노 할 수 있죠. 그 때 아주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구호를 외친다고 할 때, 멈칫하면서, ‘구호를 외칠까 말까’ 하다가 외치잖아요. ‘이렇게 하는 건가, 뻘쭘한데?’ 하면서 하잖아요. 둘 다 중요한 거죠. 멈칫. 흔들림, 이 순간이 되게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사람이거든요. 남들이 시키는 대로 그저 따라 하면 그건 기계죠. 그 멈칫하는 순간을 확대해보면, 거기에 온갖 감정들이 다 담겨 있을 거예요.

이 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틈에도 불구하고. 그걸 넘어서서 (뭔가) 하잖아요.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거리를 뛰어넘는 일도 중요한 거예요. 이런 것들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시인이고, 사실은 누구나 예민한데 말로 하지 않는 거죠. 사실, 이 멈칫함이 사람을 고독하게 만들거든요. ‘나는 왜 이러지? 왜 망설이지?’ 이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시인은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이죠. 너는 뭐하니. 왜 하니. 왜 여기 있니. 관찰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 무조건 행동만 하면 따라쟁이가 되겠죠. 그래서 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시를 쓰는 기쁨

아무도 나를 붙잡을 순 없어
우주 전체가 나의 옷깃이야
아무도 나를 비웃을 순 없어
나의 연보는 수십억 광년이야

- 연보(年譜) 중 『눈앞에 없는 사람』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자면, 심보선 시인은 서울대 사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그는 콜롬비아 대학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으러 유학을 떠났다 2006년 돌아왔다. 사회학과 공부가 그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사회학과 시쓰기를 비교해서 설명했다.

“사회학은 질문이 많고 집요하고, 의심 많고 비관적인 학문이에요. 사회학이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너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얘기에요. 심지어 네가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 조차 사회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라고까지 표현하긴 어렵지만, 사회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는 거죠. 그게 사회학이에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죠. 아무리 정교한 이론도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죠.

사회학은 끝까지 얘기하진 않아요. 여기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자. 부족한 부분은 다음 책에서 연구해보자는 거죠. 하지만 시는 언제나 시 한편에서 할 말을 다 해야 해요. 하나의 삶, 하나의 인간, 하나의 세계를 시 한편 속에서 보여줘야 해요. 세 줄의 시라도, 그건 할 말을 다 했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에도 그는 드문드문 시를 써왔다. “누구나 그렇지만, 유학생활이 힘든 점이 있잖아요. 우울했어요. 그런 감정에 대한 저의 처방이었겠죠. 시를 쓰면 좋았으니까. 시 쓸 때가 제일 좋아요. 위로가 되죠. 유학생 때는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가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혼자 쓰고 좋아하고, 맘에 안 들면, ‘에이 별로다’하고 말고.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쓰고 싶어요.

그런 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시를 썼을 때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잊지 않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등단 이후에 그런 시간을 가졌다는 게 굉장히 좋아요.”


사회학을 공부하다 보면, 사회 이면에 감춰진 것들을 더 보게 되고, 수치와 통계로 사회를 공부하게 되니 조금은 냉소적이 되지 않을까? 그가 말했던 것처럼 “할 수 없다”는 전제로 시작하는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문디를 품을 수 있는 시를 쓰게 되었을까.

“그건 제 성향이나 능력보다는, 오히려 문디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나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고, 나를 기쁘게 하고, 말을 들끓게 하는 존재가 문디거든요. 세계이자 연인인 문디라는 존재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심보선 시인의 경이로운 순간들

“모든 것이 이해되는
단 한 순간이 필요하다”

- 필요한 것들 中 『눈앞에 없는 사람』


문디. 그렇게 부르자 세계가 한층 친숙하게 느껴진다. 문디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시인은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거기에 심보선 시인이 갖고 있는 비밀이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제도가 바뀌거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학적으로 보면 언제나 제도적인 개선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거든요. 하지만,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제도에 의해 배제되거나 지배당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한 사람이 내쳐지고 내몰리는 순간에도 저 사람은 저런 말은 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구나. 저래서 사람이 영혼을 갖는구나. 싶은 그런 순간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걸 더 찾고 싶고 더 말하고 싶죠. 사회학 공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진데 그런 일을 통해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런 순간들을, 그런 존재들을 발견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세상 속에, 사람들 속에 감춰진 것들이거든요. 그런 걸 더 배우고 싶고, 더 찾고 싶고 더 드러내고 싶어요.”


최근에 경험했던 경이로운 순간에 대해 물었다. “어느 식당 아줌마였어요. 이 아줌마의 입에서 영혼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옷도 그렇고, 외모도 행동도 사회학에서 말하는 소위 최빈곤층의 사람에게서 영혼이라는 말을 우연히 들었고, 영혼이라는 말로 그가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장면을 봤거든요. 그때 전 경이로웠어요. 한 식당 아줌마, 영혼이란 말을 쓰다. 이게 특종이 되겠어요? 저에게는 희망버스 못지 않은 특종이에요.”

그래서 그는 경이로움이 있는 곳에 간다. 그가 강의를 하고, 회의를 하고, 두리반 모임에 나가 시를 읽고, 희망버스에 올라타는 것은 그저 그곳에 있는 경이로움 때문이다. “경이로운 순간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순간에 내가 동참할 수 있다면 계속 가게 되겠죠. 현장에 나가는 일이 제게는 양심적, 지식인, 시민적 의무가 아니에요.” 그곳이, 그것이 그가 두 번째 시집을 헌정한 ‘Mundi’다.


우리는 가까스로 인간이다

“선행과 상관없는 동행.
그런 것을 언제까지고 반복해보고 싶다”

- 외국인들 中 『눈앞에 없는 사람』


“경이로운 순간이 많으면, 자기 연민에 빠져들지 않아요. 낙관에도 빠져들지 않고요.” 그는 요즘 행복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의 능력이 있고, 그것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보려고 해요. 행복이 발휘되기 되는 사람들을 보면, 평범한 것 같은데 그 속에 자기만의 고유한 싸움이 있어요. 삶과의 싸움. 사회 계층론으로 따져보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발휘하는 행복에의 의지가 있어요. 자기만의 싸움 속에서 행복을 가까스로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심보선 시인에게,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고 시를 쓰게 만드는 질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인간”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질문을 던져요.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인간이냐, 동물이냐, 아니면 사물이냐. 속물이냐. 괴물이냐. 인간이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떻게 인간이 저러지? 그 질문이 나한테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인간은 이래야 인간이지. 몇 가지 가정들이 있잖아요. 도덕을 지키고, 생각을 하고, 그런데 그런 생각을 무참하게 깬단 말이에요.

요즘은 이렇게 말해요. ‘인간은 가까스로 인간이다.’ 우리는 항상 인간이 아니에요. 저만 해도 뭐 먹을 때…… 진짜 게걸스럽게 먹거든요. 누가 보면……(웃음) 어떻게 인간인가. 어떻게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 저에겐 사회학적인 질문이기도 하고 문학적인 질문이기도 하죠.”
그의 비밀을 더 알고 싶다면, 이제 그의 시를 읽으면 된다.


우리가 영혼을 가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오늘은 그중 하나만 보여주마.
그리고 내일 또 하나.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 말들 『눈앞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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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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