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북살롱] 이병률 "제 책 읽고 프러포즈한 여자 있지만..."

길 위에서 사랑한 사람, 이병률의 여행노트 - 『끌림』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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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저자가 도착한 그 장소에는 이미 40명 넘는 팬들이 정각 전에 도착해 그와 마음 열고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상마당에서 열린 7월의 향긋한 북살롱에는 여행을 사랑하는 매력남 이병률 저자가 주인공. 여행자의 하늘을 옮겨온 듯 구름을 표현한 공간과 모두에게 건네준 붉은 와인 한잔이 제법 근사한 분위기를 예감해준다.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이병률 저자가 도착한 그 장소에는 이미 40명 넘는 팬들이 정각 전에 도착해 그와 마음 열고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상마당에서 열린 7월의 향긋한 북살롱에는 여행을 사랑하는 매력남 이병률 저자가 주인공. 여행자의 하늘을 옮겨온 듯 구름을 표현한 공간과 모두에게 건네준 붉은 와인 한잔이 제법 근사한 분위기를 예감해준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문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다.”

재벌은 아니지만 그는 여행을 통해 부자의 마음을 느끼는 듯하다. 길가의 돌멩이도, 느리게 벤치에서 쉼을 취하는 노인들도 그에겐 다 보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인으로도 불리는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저자는 여행은 사람을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새긴다.

“당신은 실온의 사람이었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나온 것 같은 차가운 사람도, 급하게 전자레인지로 돌려져 따뜻해진 사람도 아니었다. 당신은 마음의 키가 큰 사람이었다.”

이병률 저자의 마음이 커진 것도 여행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 다니는 여행 동안 마음의 키가 커졌다. 특히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그에게 큰 행복이다. 여행자인 그를 경계하면서도 속내 다 풀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지라도 그에겐 마냥 즐거운 여행의 순간들이다.


“뭔가를 먼 여행지에 두고 왔다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지라도 물건일 경우 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람인 경우 소중한 누군가를 그곳에 두고 왔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곳에 남아 있다면 언제건 다시 그곳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 서른다섯. 그가 「뭔가를 그곳에 두고 왔다」를 부드러운 음성으로 읽어주는 동안 같은 공간 안의 그들은 금세 이병률 작가에게 스며들었다. 언젠가 한번은 제일 좋아하는 옷을 두고 온 그가 느낀 것은 사람은 물건과 달리 두고 왔다고 그냥 포기해버리기엔 힘든 존재라는 것. 여행이란 많이 떠나는 자가 하는 것이기에 이별의 선수가 될 수밖에 없지만 사람 문제만큼은 그러지 못하는 그의 면면이 사람 냄새 가득한 이 책을 쓴 원천인 듯하다.

“이 책은 5년 전에 작은 글들을 어느 지면에 올리면서 책으로 처음 만들어졌었다. 좋은 시를 써서 유명해지고 싶은 작가의 입장에서는 시에 대한 순정이 흐려지는 듯해서 오히려 많이 안 팔렸으면 하는 책이었고, 사람들에게 충분히 무시 받을 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고, 극소수의 끼를 가진 이들에게만 눈에 띄길 바라던 책이었는데, 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엉뚱한 사람, 끼 많은 사람이 많은 시대인 모양이다.”

처음의 『끌림』책보다 35~40%를 새로이 덧입힌 이 책에선 한마디로 조금 구린 듯했던 것은 치웠다. 문장력보다는 공감과 소통에 초점을 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니북도 만들었고, 소니뮤직의 제안으로 <길 위에서 사랑한 사람과 인연 그리고 음악 이야기>라는 이름의 끌림 음반도 만들어 놨다. 좋아서 하는 여행인데 여행으로 인한 흔적이 계속 생긴다.

“저는 이기적인 피를 가지고 있는지 여행가고 싶을 때 못 가면 많은 이들을 괴롭힌다. 짜증내고 술만 먹는 편이다.”

떠나지 않으면 욕구불만과 유아적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야만 한다는 것인가? 지인에게 “너 지금 여행간 지 한 달 되어서 그러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이니 재벌도 아니지만 여행자로 사는 그의 방랑벽은 유목민의 피를 입증해준다. 텐트만 봐도 가슴이 뛰는 자신을 발견하며 텐트 들고 다니면서 산 속에서 자는 게 장래희망이 되어버렸단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활력이 되는 것일까. 춤을 추면서 와인을 마신다는 그에게서 정말 자유롭게 미쳐서 살고 싶은 소망이 느껴진다. 다행히도 항공사에 다니는 친누나를 비롯하여 그의 떠남을 돕는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들으니 더 부러워진다. 혼자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누구랑 같이 가는 게 무서워졌다는 그는 과연 어떻게 여행할까?

“여행 가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옆으로 간다. 모든 것을 포용해주고, 닮고 싶어지는 분들이다. 한번은 예멘에 갔었는데 20분씩 서로 가만히 앉아있다가, 흡연자일 땐 담배도 권하고, 반지도 빼서 껴보고, 이름도 물어보고(물론 3명 중의 한 명은 무하마드이다), 쌀 파는 할아버지가 끓여주는 차도 마시고, 찻잔도 설거지했다. 이 싱거운 일들이 나는 참 좋고 행복하다. 최소한의 상황에서 나눠지는 기분이 참 좋다.”

혼자 떠나서 좋은 것은 사람들이 현지 언어로 말을 건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가는 것은 그에게 즐거운 상황이라고 한다. 물론 낯선 곳에서 이 커다란 트렁크를 누군가 딱 5분만 맡아준다면 더 좋은 숙소를 싸게 구할 수 있을 것도 같고 화장실에 트렁크 들고 들어가는 게 곤욕이지만 말이다.

한때 돈 쓰는 것이 아까워서 기차에서 잤던 경험도 있고, 2년 동안 떠돌아다닌 적도 있었는데, 그러면서 느낀 건 이왕이면 사람이 귀한 곳으로 가라고 말해준다. 뉴욕에선 거지 아니면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을 것이지만 그런 곳에선 친구를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갑을 노릴 수도 있고, 호의를 베풀면 일단 의심부터 드는 게 맞지만, 의심하는 것이 곧 잃는 느낌일 수도 있으므로 인연 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는 말한다.




“꿈에도 나오는 티벳, 네팔, 인도는 다시 가지 않겠어.”

아름다운 첫사랑을 마음으로만 품듯이 그에게 최고의 여행지로 남아 있는 티벳, 네팔, 인도는 꿈속에서도 볼 정도라고 한다. 그곳에 다시 가게 되면 첫마음과 환상과 기억 속의 장면이 사라질까봐 다시 가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구핵을 찔러 정반대에 있는 브라질도 좋았고, 아시아이지만 아랍은 우리의 생각을 환기시켜준다고.


“여행은 혼자 해도 사랑은 혼자 할 수 없잖아.”

이 책을 밤새 읽고 이 남자랑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 팬이 이 자리에 와 있었다. 한번은 어떤 잡지에 이혼을 3번 한 사람으로 인터뷰가 잘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시인인 만큼 그 기사를 사랑의 경험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요즘도 때때로 이메일로 “어느 공원 3시에서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와라. 사진과 같으면 말을 걸고, 아니면 그냥 지나치겠다”는 프러포즈 비슷한 것을 받곤 한다지만 어느 날부터 어떤 청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묘한 결심을 했다고 하는 그에게 더 이상 사랑경험을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떨리는 지점이 있는 그 순간을 포착하라.”

그가 항상 여행지에서 보는 것은 사람이다. 나에게 마음이 열려 있는지,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를 보고 대화를 한다. 그 다음에는 물가를 보고, 마지막으로 단골 삼을 만한 편한 공간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곳에서 느낀 짤막한 메모들이 때때로 방송 원고로 사용되기도 했고,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생기니 지속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쫓아다니면서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 카메라를 의식 못 하는 사람, 의식하지만 포토제닉이 되어주는 사람 등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의식하지 못했을 때의 장면이다.

좋은 사진을 만들려면 먼저 몇 롤을 찍는 척하면서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속도감 있게 카메라를 꺼내는 게 중요하단다.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 메모와 카메라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그는 철이 없을 때와 달리 지금은 사진에 대한 욕심은 사라지고 점점 더 현지인처럼 다니거나, 어디에든 편하게 앉아서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진을 아예 안 찍으면 그것도 최상의 여행은 아니라며, 그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길 권한다.




“말보다 글이 쉽다는 이 남자, 그는 시인”

그는 카메라는 빼앗겨도 시를 못 쓰게 하면 못 견딜 것만 같다고 한다. 시를 쓰는 동안 유일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에게 파리는 어둡던 자아를 여실히 통과해낸 터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또 가?”라고 말해도 1년에 한 번 이상 꼭 파리에 가서 자극받았던 첫마음을 끄집어내서 예전의 그와 오늘의 그를 비교하곤 한다. 그만의 충전방식인 셈이다.

시인의 마음이어서 도덕성에 결벽이 느껴진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블로그와 트위터 등의 소통장소도 상업적으로 쓰이는 것을 원치 않고 가슴이 아파서 늘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병률 저자를 시인으로서 더 좋아하는 한 팬은 짧은 인연이었지만, 자신의 늦장 때문에 저자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고, 자꾸 『끌림』『떨림』으로 읽게 된다고 했다. 작은 소통에도 감격하는 팬을 보니, 저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여행하고, 시에 대한 단상이 담긴, 그의 시 ‘동유럽 종단열차’를 낭독하며, 저자에게 번져드는 시간을 마무리했다.

저자사인회 줄이 유독 길어진다. 한 명 한 명 듣고 싶은 것을 관심 있게 물어보고 사인과 함께 가치 있는 글귀를 적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참여한 김영원(33세, 직장인) 씨는 “이병률 작가를 직접 만나니까 정말 느리게 사시는 분 같다며 책만큼이나 자유인의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이동신(31세, 직장인) 씨는 책으로만 봤을 땐 남성적이고 고독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여성스러운 느낌, 수다쟁이의 느낌도 받는다면서 이분이 결혼 생각은 없어도 사랑은 할 거 아니냐며 궁금해했다. 여행과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사람과 사랑으로 점철된 그에게 직접 사랑에 관해 물었더니 와인을 닮은 필체로 답변한다.

“사랑은 술이다. 스며들고 번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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