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시인의 책장
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글ㆍ사진 유희경(시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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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에반스 트리오 | 음반


빌 에반스 트리오의 첫 번째 앨범. 빌-스콧-폴의 인터플레이는 하나의 별자리이다. 길을 잃은 심정이 될 때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듯 듣는 명반. 주저하지 않는 젊음은 스스로 아름다움이 된다.



생각의 여름 | 음반


시의 잠들어 있는 리듬을 잔잔히 흔들어 깨우는 음악-목소리. 감히 확언하건대, 이만큼 시에게 곁을 내주는 음악은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긴, 안팎으로 귀한 작업, 뛰어난 재능이다. 더없이.



롤랑 바르트  | 동문선


명문과 미문으로 가득한 나의 경전. 그리움을 톺아보는 마음이 이처럼 우아할 수 있을까. 나에겐 세 권의 『밝은 방』이 있다. 두 권은 읽기 힘들게 너덜너덜해졌고 다른 한 권 또한 같은 모양이 되어가고 있다.



리베카 솔닛 /김현우  | 창비


사진가 머이브리지의 삶과 19세기의 발명이 시공간을 어떻게 변혁해 내는지 지금 여기에 무엇을 주고 앗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책. 통찰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뛰어난 에세이스트의 섬세한 문장 또한 감탄스럽다. 역작이란 이런 것.



김혜순 저 | 문학실험실


더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한국어 시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죽었다 깨어나는 과정을 통해 삶에 대한 다른 감각을 되돌려주는 놀라운 그야말로 놀라운 시집이다.



* 필자 | 유희경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등을 펴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인이고,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서점지기이다. 시집을 펼쳐 잠시 어딘가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마중한다. 종종 서점에 머무는 독자들에게 머그에 커피를 담아 건네곤 한다. 종일 이 작은 서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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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시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별을 가두다」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가 당선되며 극작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 있으며 현재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