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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중

글쓴이: 눈처럼 하얀 세상 |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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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은 여자공감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 이전부터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 그리고 에세이 이야기들로 먼저 만나보았다.

그리고 무덤덤해보이는 그림체와 말투,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어쩌면 우리가 궁금해했던 여자들의 그 마음 속 이야기의 적나라한 발로가 아닌가 싶어 무척이나 공감이 간다 싶었는데...

이번 편은 읽으면서..그 뒤가 궁금해 더 덮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젊은 시절, 아니 어린 시절의 연애에 대한 동경.

39의 마스다 미리가 되돌아본 어린 시절 못해본 것들에 대한 동경을 아쉬워하며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는 그런 이야기인데..지금 사실 그녀는 그때보다 더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최근에도 그렇고 딱 지금 내 나이 또래의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어느 부분은 공감하고 또 어느 부분은 나와 다른 상황이기도 하고 하는 식으로 여러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39에도 홀로였던 그녀는 아직도 혼자인듯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결혼은 안한 것 같고, 39세에는 남자친구가 있었던 이야기가 나오고.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으며 내 어린 시절엔....이라고 이야기를 자꾸 꺼내게 된다 생각했는데 마스다 미리의 경우에는 그런 공감을 더욱 많이 이끌어낸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일까? 나 역시도 잊고 지냈던 수많은 것들. 아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부끄러울지 몰라 미처 말도 못꺼낸 것들까지 그녀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과감히 드러내고 있다.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보이지만 글 자체는 과감해서 이 정도로도 충분히 그녀는 용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안타깝게까지 보이는 남자친구가 생겼으면..하는 그녀의 바램.

아마 당시엔.. 십대엔 티조차 못내고 속으로 삭였을마음이었겠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워서 그들이 하는 것을 미리 다 연습해보고 준비하고 하는 그 부지런함에 애잔한 마음까지도 든다.

 

예를 들어 반짇고리를 미리 챙겨 갖고 다니며 혹시나 어느 남자 아이가 옷이 튿기지나 않을지.. 그럼 그게 인연이 되어 사귀게 되는 상황을 예상해보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10대에 연애를 하면 남자친구에게 손수 폭신폭신 알록달록한 퀼팅 원단으로 륙색을 만들어주는게 유행이었다한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여자친구가 직접 수제가방을 만들어 선물하고 그러면 그 남자는 감동해서, 10번이나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그런 이야기를 마냥 동경하고 부러워했던 저자는 미리 헝겊가방을 어떻게 만들지, 색상이나 디자인 등을 구상까지 하고 알아보기까지했으나, 정작 연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써먹어보지 못했다 한다. 나이들어 남자친구에게 선물해주니 어디 아프냐는 말이나 듣고...

 

뭐든 제때가 아닌...시간이 지나 하는 것은 다 아쉽긴 하다.

 

발렌타인의 수제초콜릿.

판 초콜릿을 녹여 하트 판에 부어 만들어 놓고 포장해 갖다 주는 수제 초콜릿이 10대들의 사랑에는 어울리지만 30대에게는 찌질해보일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난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30대엔 좀더 멋지게 만들수도 있는거니까. ) 저자 말로는 30대에는 고급 초콜릿을 백화점에서 사다 줄 나이라 말을 한다. 아뭏든..

뭐든 시간이 지나니 그 효력?을 잃나보다.

 

저자가 맨 처음 썼던 롯데리아의 사랑 역시 그렇다.

롯데리아에서 버거를 같이 먹던 남학생과 연애하던 친구들. 남자친구가 대신 버거를 사주고, 쉐이크를 같이 먹고.

 

마흔을 목전에 둔 그녀가 10대에 통째로 잃어버린 연애를 아쉬워하며, 아직도 방과후 사랑 고백을 해올 멋진 축구부선배를 꿈꾼다는게 스스로도 섬뜩하다 말하는데..

대놓고 말을 안해 그렇지. 내게도 그런 맘이 아예 없진 않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그녀와 차이가 있다면 난 사랑을 이루어 결혼을 했고, 그래서 나이를 먹어가는게 아쉽기는 해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졌다는것. 다만 남편에게라도 더 예뻐 보이기 위해 꾸미고 노력하는게 사라져서.. 너무 퍼진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 그건 좀 미안하다는 것.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연애의 달콤함에 대한 수많은 꿈을 꾸고 환상을 갖는다.

나 역시도 10대와 20대 초반엔 그랬던 것 같다.

남자들이 신물나 하는 그런 아름다운 로맨틱한 영화, 순정만화 같은 사랑들. 실제 그런 사랑을 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의 비위를 맞춰주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우리 신랑만 해도 결혼하기 좋은 사람일진 몰라도 연애하기 합격점 받을 그런 사람은 없었다.

우선 낭만 점수에서 많이 감점들어가시고..(아..이거 신랑 보면 안될 40금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겠다.ㅋㅋㅋㅋㅋㅋㅋ)

기념일에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해준다거나.. 뭐 공주 안기..(음..이건 내 무게때문에 힘들듯.) 그런거 해준다거나 그러기 힘들다.ㅋ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농담처럼, 우리도 비비안 리처럼 허리가 꺾어지는 키스 이런거 받아보고 싶다 했었는데..

지금 울 신랑이랑 그런거 해보려다간 둘 중 하나가 진짜로 허리가 꺾어질.. 수 있으니 자제해야할 연령이다.

 

나이를 먹는다는건 참 그만큼 넉살이 는다는 이유도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이라는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10대때의 나의 설렘을 되살려볼 수 있어 좋았다.

사실 그때의 내게 연애란 환상 같은 것이었지만, 절대 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남편이나 나나 모범생으로 자라다보니 사실 우리 아들도 10대에 화려한 연애같은건 안해보길 바라는 바이다.

연애하는 감정은 부러웠지만 10대의 연애는 노는 아이들이나 하는 거라 생각했고, 연애= 성적 하락. 나쁜 길로 가는 것 등등이 강하게 입력되어 있어서.. 사실 하지 말란것은 절대 하지 않고 자란 나로썬, 연애를 그냥 머릿속으로나.. 그리고 만화책 속에서나 꿈꿀 수 밖에 없었다. 그 땐 순정만화가 그래서 참으로 달콤했는데..사실 10대엔 순정만화도 못 읽었다. 만화방 가지 말래서 만화방도 안갔고. 오빠가 빌려온 슬램덩크, 드래곤 볼. 시티 헌터 이런거나 같이 보고 자라는 야생의 소녀였다. ㅡ,.ㅡ

순정만화는 고등학교때 만화광 친구가 빌려줘서 그때 본걸로..

 

중학교때는 남녀공학이지만 합반이 아니라 전혀 무관하게 살았고..(물론 아주 드문 미모를 지닌 여학생의 경우-내 친구- 남자반에 소문이 대단하게 났다는데.. 난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중3때는 경시대표로 뽑혀서 남자 6에 여자 1인 내가 들어가 방과후 같은 교실에서 경시대회 준비를 해야했다. 드디어 남자아이들과 같이 하는 공부니, 혹시나 연애가 될까? 까지는 아니어도 남자친구가 생기는 무슨 그런 꽃보나 남자같은 멋진 상황을 생각해보았지만.. 대표로 뽑힌 남자아이들도 그리고 홍일점인 나도 공부하는데 서로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 외모여서 서로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각자 공부하는 걸로. ㅡ,.ㅡ

 

고등학교때는 여고가 되어 남자아이들 바지끝 하나도 구경할 일이 없었는데..

통학 봉고를 타고 가다보면 등하교길에 다른 학교 남학교 봉고를 만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괜스레 설레고, 남자아이들 또한 봉팅을 하자며 방을 붙이고 그래서, 우리도 아저씨에게 봉팅을 주선해달라 조르고 막 그랬는데...정작 아저씨가 s고와 봉팅을 잡아오자, 무서워져서 발뺌을 해버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봉장(돈걷어서 아저씨 드리던 친구)이랑 한두명의 친구가 끌려나갔는데 상대방에서도 그리 멋진 아이들이 나오진 않았다고. 멋진 아이들이 많이 타기로 소문났던 그 봉고에 초등학교동창이었던 l군이 아침부터 폼잡고 공부하고 있어서 지나가다 웃었었는데.. ㅡ,.ㅡ

암튼 내게는 이런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이 남아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때까지 나 좋다는 남학생이 있어서 사귀지는 않고 선물이나 편지 정도는 받았지만. 그러고보니 그 아이와 따로 음료수 한잔 마셔본 적이 없네. 같은 과외팀이었을뿐.

 

암튼 그렇다.

그래도 저자처럼 부럽다.

연애를 해보진 않더라도 고백 정도는 받아볼 외모가 되고 싶었고 20대 대학생이 되어서도 얼굴이 예쁜 친구들이 그래서 정말 부러웠다.

 

얼굴 예쁜 사람 참 부럽다 싶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보다 더 부러운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직장 다닐때 한살 많던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얼굴 예쁜 여자랑. 공부 잘하는 여자랑 복 많은 여자였나?

그 시리즈 확실하지 않은데..암튼 그중 최고는 복많은 여자였다.

다른거 다 필요없고 복많은 여자는 정말 평생 행복하게 잘 산다는거. 얼굴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복도 많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아니면 복만 많아도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뭐 지금의 내 삶이 나름 만족스럽기는 하다. 간혹 불평불만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만.. 나이들어 감에따라 더 젊은 시절이 사라져가고 있는데..

자꾸 살찐거 포기하고, 꾸미는거 포기하고 해서..

지금의 한살이라도 더 어린, 더 젊은 모습을 기억할 수 없게 한다는게 아쉬워졌다.

이 나이가 아니면할수없는 것들.

어머님들이 말씀하시는 네 나이땐 젊으니까 뭘 해도 다 좋아~ 괜찮아~ 하시는 것들을 나는 살이 쪘다고 못해보고 있다.

아, 마흔이 되기 전에 나는 살을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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