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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기까지, 변호인

글쓴이: 미라클의 지극히 주관적인 서재 | 201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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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얼마 전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러 갈때까지만 해도 그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한 편의 영화인가보다 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스크린 속에 조금씩 집중하며 보면서 이제 시작이구나, 라며 편한 마음을 안고 보기 시작한게 전부였다. 



 


송강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며 그가 조금씩 성공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모습들에만 괜시리 마음을 쓰며 보고 있었다. 그렇게 중반이 지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에게 드리우게 되는 세상의 현실은 동일한 시대에 살고 있던 그에게 너무도 다른 생경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초반의 성공 가도로 달리던 상고를 졸업한 한 변호사의 삶은 중후반이 지나며 그가 세상에 진실을 토해내는 뜨거운 과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을 보고 오리라던 나는 2시간의 런닝타임 동안에 몇 번의 눈물을 흘러내렸는지 모르겠다. 환희에 찬 눈물이 아닌, 이것이 세상의 모습이었구나, 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로 흘러내리는 눈물들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반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들고 있으면서 다시금 그때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는 왠지 모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서 이 책을 보고 난 탓인지 매 페이지마다 영화 속의 장면들이 오버랩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송우석이 김상필변호사를 찾아가 머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그 순간에도 송강호의 음성이 들렸으며 돼지국밥을 하고 있는 순애와 그의 아들 진우를 보면서 김영애와 시완이 보이는 것은 당시 감독이었던 양우석이 이 책 역시 집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으로 마주하는 이 책은 영화 속의 순간순간으로 지나갔던 배경이나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 후 밀어닥친 가난과 산업화의 영향으로 온 국민이 심각한 영양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려야 했던 1963. 우리나라의 한 제약회사에서 박카스라는 획기적인 피로회복제 겸 영양제를 생산해 낸다.



 이후, 박카스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온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다. -본문



 



 한국 전쟁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급성장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는 21세기 현재 어느새 1인당 GDP 2만불 시대를 뛰어 넘어 전 세계 33위라는 랭킹에 자리하고 있다. 기억도 나지는 않지만 86년 아시아 게임에서부터 88년도에는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던 우리나라의 그 동일 시간 상에는 드러나지 않던 통한의 시간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부 소수의 문제들로 치부되고 있었고 밖으로 드러났을 때에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것으로 전달되고 있었으니,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로 들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각종 규제가 난무하던 당시에 어찌된 일인지 지금보다도 더 선정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들을 보면서 어찌하여 저 시대에 저런 영화들이 만들어졌던 것일까, 라는 생각들이 스쳤지만 별달리 알아보고자 하는 생각 없이 1~2초 간의 상념으로 흘러보냈던 적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이야기의 답을 대신해서 해주고 있었다.



 



 1980 12, 신군부는 컬러 TV 방송을 실시했다. 이전 정권이 수출용으로만 만들고 내수용으로 시판을 미루어 오던 컬러 TV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국민들에게 안긴 것이었다. 이어 두발 자유화, 교복 자유화, 통금 해제 같은 것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자신들의 폭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애썼다. (중략)



 국민소득에 비해 무리라는 우려를 뒤로한 채 프로 스포츠를 무리하게 출범시킨 것도 이즈음이었다. 신군부는 '스포츠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온갖 스포츠 산업에 매진했다. 프로야고, 프로축구, 프로씨름까지. 이러한 움직임의 결정판이 1986년 아시아게임과 19888년 서울 올릭픽이었다.  -본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학생들이 읽은 책들이 불온서적이라는 이름 하에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단죄를 묻고 있었지만 그 아이들에게 죄라면 그 시대에 태어난 다는 것과 누군가의 눈에 띄었다는 점, 그것 뿐이었다. 짜고치는 고스톱 속에서 죽어나가는 것은 무구한 시민들이었고 그들에게는 또 만들어진 죄목만이 진실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의 목을 죄고 있었다.



 



 정당한 법적인 절차는 그저 활자속에서만 살아있을 뿐이고 현장은 참혹했으며 구타와 폭언, 끊이질 않는 폭력과 가압 등이 끊이질 않는다. 모르고 있었을 때에는 그저 바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현장은 유리 장벽을 넘어 마주한 현실 속에선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한때는 돈을 끌어모으는 그 방법들에만 미쳐있었던 송변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바위를 계란으로 깨트리려 하고 있었다.



 



 수경아! 먼저 정말 미안하다. 내 신문 보고 뛰어나갈 때만 해도 다 때려칠라 캤다. 그런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진우한테도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나나 당신한테도 인러면 안되는 거고..... 근데 내 여기서 때려치면 계속 이럴 거 아니겠나. 여보, 내 포기할 수가 없다. 우리 건우, 연우한테 이런 세상 물려줄 수가 없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본문



 



 정의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과정들을 쫓아가면서 영화를 보면서 가슴에 메였던 그 모습들이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제금 밝은 출구로 나가는가, 싶으면 다시 턱 박힌 두터운 벽이 마주하고 있고 힘겹게 넘기면 또 다시 다른 산봉우리가 나타나는 그 막막한 시간들을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읽어내려가기만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송구한 마음이 든다.



 



 그 시대 속에서 올바른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이렇게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영화를 다시금 본 듯한 그 뜨거움이 이 책 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질 수 있기에 영화를 본 사람은 물론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일독해 볼 것을 권해 본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이 어떠한 것들이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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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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