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으면 힘들고, 혼자 있으면 외로운 마음의 정체
『감정은 상처가 아니다』 저자 ‘상담심리사 웃따’ 인터뷰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방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죠. 그냥 있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금 내가 너무 싫다면 그 싫어하는 마음조차도 그저 그냥 두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2024.07.01)
누적 조회 수 1500만 회를 기록한 구독자 18만 명의 유튜브 채널 ‘상담심리사 웃따’의 두 번째 책 『감정은 상처가 아니다』가 출간됐다. ‘웃음을 주는 따뜻한 심리상담사’라는 의미의 ‘웃따’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하는 그이지만, 사실 그는 ‘가면성 우울’로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채널을 사랑하는 구독자들은 친구처럼, 언니처럼 친근하게 심리 문제를 상담해주는 그에게 자신의 깊은 속을 털어놓곤 한다. 내담자들과 구독자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들어주던 그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사람이 싫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이번 두 번째 책에서는 이처럼 ‘사람이 싫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았다. “함께 있으면 괴롭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저자에게 물었다.
2019년부터 유튜브에서 심리 상담 콘텐츠를 만들어오셨는데요. 유튜브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당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저희 남편이 유튜브를 시작해보라고 했어요. 원래도 그런 말을 자주 했었는데 그날따라 그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고, 제 마음에도 어떤 결심이 섰던 것 같아요. 공부한 것을 정리해 영상으로 남기면, 저에게도 배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처음엔 청소년 심리 콘텐츠로 시작했어요. 제 청소년기가 좀 쉽지 않았고 요즘 청소년들의 심리적 어려움 또한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더 진지하게 영상을 봐주시고 많은 위로를 받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나에게 어떤 금전적 이득이 되지 않아도 내가 해야 할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구독자분들이 댓글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그렇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제 채널이 그런 공간이 되어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벌써 5년 정도가 되었는데, 저는 아직도 심리학으로 할 말이 많아요.
유튜브 채널 운영과 별개로 심리 상담도 하고 계시는데요. 사람들의 문제는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다르지만, 또 어떻게 보면 큰 틀에서는 모두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저를 찾아오시는 내담자들은 영상을 보고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이 있으면 그 시즌에는 대부분 그러한 문제를 가진 분들이 많이 오세요. 이건 아마 다른 상담사분들과 매우 다른 점일 거예요. 그래서 주로 제 채널에서 다뤘던 내용과 관련된 문제들을 호소하시곤 하는데요. 이를테면 열등감, 대인관계, 예민함, 자의식 과잉, 부모와의 갈등, 강박,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대인관계 문제예요. 처음에는 다른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을 시작해도 결국은 대인관계 이야기가 빠질 수 없어요. 나 혼자서만 힘든 사람은 없거든요. 결국은 누군가와 어떤 역동이 있기 때문에 현재 정말로 힘들다고 느끼게 돼요. 반대로 타인과 관계가 편안하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타인 때문에 힘들다고 할 때는 주로 눈치 보는 것, 집착이나 회피, 분리불안, 인정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것, 미움 받을까 봐 두려운 것,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신경질적이고 못되게 구는 것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어요.
이번 책에서 쓰신 내용 중에서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은 함께여도 괜찮고, 함께여도 괜찮은 사람은 혼자일 때도 괜찮습니다”라는 부분이 정말 와 닿았습니다. 다른 사람 때문에 괴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마음이 괜찮지 않아서 괴로운 거라는 이야기지요. 이런 분들께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는지요?
그런 분들에게 처음부터 혼자서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만 어려운 것이죠.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함께여도 괜찮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어려서부터 부모와 친구와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이 나중에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돼요. 충분히 함께 있어줘야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분들을 치료하는 첫 단계는 먼저 상담사로부터 충분히 함께해주고 사랑해주고 수용해주는 경험을 받아보는 거예요. 그러니 저는 혼자서도 괜찮아야 한다는 말을 결코 하지 않죠. 그저 제가 먼저 함께 있어주는 것이 곧 치료가 됩니다.
상담을 받지 않는다면 의지하는 친구나 선생님이나 연인으로부터 충분히 수용되고 사랑받는 경험을 쌓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관계의 경험을 충분히 갖다 보면 점점 대인관계의 불안도가 낮아지고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타인에게 집착하거나 소유하려는 형태의 상호작용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해요. 사람을 자꾸 잃게 되면서 불안이 점점 높아질 거예요. 그렇게 관계가 잘 조절이 되지 않을 때 상담을 받는 것이고, 상담을 받을 수 없다면 내가 불안을 느끼는 그 상대방과 솔직하게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절해보는 것이 좋아요.
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오랫동안 ‘가면성 우울’을 겪었다고 고백하셨는데요. 특히 10대 청소년들, 20대 여성들 중에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유독 우울감을 느끼는 특정 세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 있을지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 위주로 몰리고 성공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너무 획일화된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우울증 수치나 자살의 수치는 세계적으로 월등하게 높죠. 이건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빠른 성장을 하면서 물질적 성공을 생존과 결부시킨 것 같고, 이로써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것이죠. 그렇다 보니 아직 정착을 하지 못한 10대와 20대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삶에 대한 굉장한 압박감을 느끼고 이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해결될 수 없는 굴레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사실 성공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꼭 물질과 높아지는 것과 결부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그렇게 주입시키고 가르치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회사 문화도 너무나 비인격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회사에 강연을 다니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갑갑함이 몰려와요. 출근 시간은 정확히 지켜야 하면서 퇴근 시간은 보장해주지 않죠. 세상에 어떤 나라가 이 정도로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정말 큽니다. 우울 친화적인 성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런 성격이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이렇게 여유가 없이 경쟁과 압박 속에서만 살면 세로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겨서 누구라도 우울하고 번아웃이 오고 무기력해질 거예요. 10대 20대라면 더욱 자신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타인의 압박에 의해 궁지에 몰리니 우울감이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BTI가 유행하며 ‘외향인(E)’을 부러워하는 ‘내향인(I)’이 많아진 것 같아요. 흔히들 내향인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에너지가 다 소진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 내향성을 단점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내향성을 장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사회적인 환경에서는 외향인이 더 유리할 수는 있어요. 에너지가 잘 소진되지 않고 사람이 많거나 외부적 환경이 강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회적 환경이 아닌 업무적 환경에 들어가면 내향인이 더 유리할 수 있어요. 다른 외부적인 상황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고 자기 내부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효율성이 더 높죠. 실제로 회사와 같은 어떤 영리 목적의 집단에서는 어울리고 거래하고 그럴 때는 외향인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치밀하게 일처리를 하거나 확실히 맡길 만한 사람이 필요할 때는 내향인을 더 선호할 거예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는 흑백논리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퍼센트로 봐야 하는 거니까요. 100퍼센트 외향인이거나 100퍼센트 내향인이면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아마 검사를 진지하게 다시 받고 상담도 받아야 할 거예요. 정상적인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면 자기 성향 반대의 것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내향인 안에 있는 외향성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죠. 자기 안에 외향성이 아주 없다면 아마 그건 성격이 아닌 상처나 경험과 비롯된 다른 문제일 거예요.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든, 내 마음의 문제든,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끝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아요.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어떻게 치유 과정을 거치셨을지 궁금합니다. 또 치유되었다가도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일도 있는지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다 인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된다는 게 문제죠. 어떻게 하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도 사실은 방법적으로 접근을 하겠다는 것인데,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방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죠. 그냥 있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금 내가 너무 싫다면 그 싫어하는 마음조차도 그저 그냥 두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너도 오죽하면 그러겠니?” 하면서 자책과 한탄의 마음조차도 수용하다 보면 어느 정도 내 안에 공간이라는 게 생길 수 있어요. 내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여유 공간 같은 것이죠.
살다 보면 나아진 것도 같다가 어느 날은 다시 돌아간 것 같고 할 때가 있어요.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한 것이고, 결코 괜찮기만 한 사람은 없습니다. 수직 상승을 하는 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나선형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예요. 그것은 아주 지극히 정상적이고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내려가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어요.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심리 공부를 계속 하고 계신데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 또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아주는 일에 심리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신지요?
늘 도움이 됩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도 심리학 서적을 읽는 것이겠죠. 의학도, 철학도, 신학도, 예술도 어떤 학문과 지식을 접하면 일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심리상담학은 더욱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이다 보니 활용도가 더 많습니다.
심리학도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상담심리학 공부는 가족이나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성장과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상담학을 전공하시는 선생님들의 증언은 대부분 비슷해요. 내가 힘들어서 시작했다가, 혹은 상담사가 되려고 시작했지만 내가 치유받았다고 해요. 상담사는 자기 자신이 도구인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을 탐색하고 돌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심리학 공부는 매우 유용했습니다. 저는 꼭 상담사가 되는 게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 공부를 통해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껍데기가 아닌 삶의 본질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웃따
구독자 18만 명의 유튜브 채널 ‘상담심리사 웃따’를 운영하며 마음 건강을 위한 심리학 솔루션을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30대 중반에 여성 목사가 되었고, 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 졸업 후 현재 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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