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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장혜영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2024 가정의 달 특집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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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인 여성과 그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모든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지만, 주위에서 우리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들, 이웃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다 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2024.05.22)

ⓒ 포테톳


제도 안과 바깥에서, 한국과 한국을 벗어난 자리에서, 혼자 그리고 여럿이, 우리는 이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가족의 의미를 묻습니다.


우리 사회가 법적,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범위보다 현실의 사람들은 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가족, 생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발달 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살며 장애인 자립에 관한 법 제정을 위해 힘써 왔고, 나아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장혜영을 서면으로 만나 가족의 의미를 물었다.


영화 <어른이 되면> 스틸컷 


의원님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2인 자매 가족입니다. 저의 동거인은 발달장애를 가진 저의 한 살 어린 동생 혜정이에요. 저희는 ‘다시 만난 가족’이에요. 동생은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근교의 장애인 거주시설로 보내졌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떨어져 살았지만,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평범하게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생이 서른, 제가 서른한 살일 때 탈시설을 결심하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했어요.

모든 것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인 여성과 그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모든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지만, 주위에서 우리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들, 이웃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다 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이렇게 함께 살면 살아진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썼던 책이 『어른이 되면』입니다.

기억에 남는 가족 에피소드가 있나요?

동생 혜정은 다른 사람이 콧물을 훌쩍거리거나 기침 소리, 재채기 소리를 내는 것을 무척 싫어해요. 너무너무 싫어서 으으 짜증을 냅니다. 그러면 짜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저도 모르게 해명과 사과를 합니다. “언니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나는데 어떻게 해. 미안해.” 물론 억울한 마음도 듭니다.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나! 특히 아플 때 기침했다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억울함은 배가 됩니다. 그러나 같이 사는 사람의 감각을 배려한다는 기분으로 그냥 사과를 합니다. 나중에는 아예 기침을 작게 하거나 적게 하거나 간발의 차로 예고편을 날리고 기침하는 기술이 생겼습니다. “언니 기침한다…! 에취!” 재미있는 것은 정작 자기가 훌쩍거리거나 재채기를 크게 할 때면 혜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이가 없지만 귀여우니까 봐줍니다. 

한 인터뷰에서 가족의 중요 키워드로 '일상생활'을 뽑으신 적이 있더라고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를 가족의 의미로 정의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대표 발의하신 법안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탈시설지원법은 제 동생처럼 시설에서 살고 있던 장애인들이 시설 밖으로 나와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자원과 서비스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드는 법입니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거의 그 가족에게 전가해왔습니다. 가족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장애인을 돌보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생활동반자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비혼출산지원법)은 제가 작년 가정의 달의 마지막 날인 5월 31일에 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의 두 법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혼인평등법인데요. 우리 사회의 가족구성에서 ‘4인 가족’ 표준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가장 많은 가구형태를 차지하는 것은 1인 가구입니다. 법적 가족이 아닌 타인끼리 함께 살아가는 ‘비친족가구’도 계속 증가하며 100만 가구를 돌파했습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혼인, 출산, 입양의 세 가지 방식밖에 없는 가족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들이 늘어났어요. 이러한 현행법 테두리 밖의 가족들도 가족으로서 국가가 법적 가족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 라는 법적 가족 관계를 신설하는 것이 ‘생활동반자법’입니다.

‘비혼출산지원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혼인 관계를 전제로 제공되는 국가의 보조생식술 지원을 출산을 원하는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혼인평등법’은 지금도 불법은 아니지만 행정에서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을 겪는 동성 배우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도 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규정하는 법안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이 답변을 작성하고 있는 날은 임기를 9일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에요. 선거 이후 원내대표를 맡고 계시던 심상정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제가 원내대표 직무대행으로 마무리 역할을 바쁘게 수행하고 있어요. 21대 국회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후회 없이 유종의 미를 다하고 향후 계획은 임기가 끝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궁리할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족의 범위는 다소 좁지만, 사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다양한 가족, 생활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24년인 만큼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인정받을 권리를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요?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해 조금 더 의식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1인 가구’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청년층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1인 가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노년층입니다. 인구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사회는 이미 이주 배경 인구 비율이 5%가 넘어 OECD 기준으로 다문화 다인종 국가입니다. 등록 장애인으로 따지면 인구의 5%가 장애인이고,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까지 추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 속에 얼마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한다면 그 다양한 모습을 존중하기 좋은 포용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그런 책들을 차분히 읽는 것도 구체적인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족을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요?

삶의 이정표.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책을 추천해 주세요. 

<어른이 되면> 이후의 혜정의 삶이 궁금한 분들, 그리고 어떻게 발달장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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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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