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살아있는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과 치르는 장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88회)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4.04.11)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돌베개출판사의 유예림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예림: 안녕하세요,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팟캐스트에 출연해 제가 만든 책을 소개하는 건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출판 관련 잡지에 편집 후기를 써본 적은 있는데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책을 팔러 나온 건 처음이라서요. 너무 떨립니다.(웃음)
불현듯(오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웃음) 저희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된 보선 작가님의 그림에세이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입니다.
보선 저 | 돌베개
불현듯(오은): 먼저 이 책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유예림: 일단 전작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는 『나의 비거니즘 만화』라는 책으로 먼저 소개되었던 보선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입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에서는 비거니즘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사실 그 책이 좀 잘 됐어요. 그래서 당시 회사에서 빨리 차기작을 계약하라는 압박을 받았고요.(웃음) 여러 아이템을 생각하던 중에 보선 작가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요. 그렇게 만들게 된 책이고요. 말하자면 보선 작가님의 ‘나의 장례식 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현듯(오은): 장례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분히 슬프고, 마음이 가라앉힐 수 있을 텐데요.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오히려 환영하는 느낌의 장례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만들 때 표지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이렇게 밝은 톤, 약간 귀여운 톤으로 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던 건가요?
유예림: 사실 책을 계약한 지 꽤 오래됐어요. 2019년 즈음에 한 기억이 나는데요. 그간에 작가님이 다른 책도 내셨고요. 작가님도, 저도 약간 우울증이 심해져서 몇 년을 앓았어요. 또 제가 회사를 옮기는 일도 있었죠. 이런저런 일들을 거치면서 오래 걸려 책이 나온 거라서요. 실제 집필 기간과 편집 기간은 그에 비해 짧았어요. 표지는 책을 만들면서 원고가 조금씩 모이고, 책의 틀이 갖춰지면서 구상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이 있었던 거죠.
캘리: 책 본문에 편집자 님에 대한 얘기가 있어서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 보선 작가님이 마감을 못 하고 자괴감과 우울감에 힘들어 하고 있었던 때예요. 이 책을 어떻게 써야 될지 갈팡질팡 하면서 괴로워했는데 편집자 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대요. “누구나 살아봤잖아요. 그러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작가님도 할 수 있어요.”라고요. 보통 작가 분들이 에필로그나 감사의 말 같은 곳에 편집자 분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시는데요. 본문 내용에 편집자 님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 드문 일이어서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두 분의 작업이 굉장히 끈끈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유예림: 처음 작가님이 ‘나의 장례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씀하셨을 때, 저는 직관적으로 ‘이건 죽음에 대한 책이 되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죽음에 대한 책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거든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죽음을 사유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그 말은 죽음에 대해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의미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게다가 작가님과 저는 서로 우울증을 고백한 상태였기 때문에요. 우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누구나 살아봤잖아요, 라는 얘기를 하게 된 건데요. 사실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냐, 그러니까 우리는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렇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와중에 흘러나온 이야기였죠. 어쨌든 죽음이라는 건 한 순간이 아니라 향해 가는 과정이잖아요. 또 그게 삶이고요.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결론으로 치환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아닐 때는 아닌 이야기를 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살았으니까, 살아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죽고 난 다음에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죠. 우리가 옛날에 웰빙을 이야기했듯이 지금 웰다잉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어떻게 하면 삶의 과정 속에 있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잘 죽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노력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죽음 관련 책들을 요즘 많이 읽었는데요. 보면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인 거예요. 내가 얼마나 삶을 사랑했는지, 이 삶에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이 있는지, 어떤 가치가 내 삶에 뿌리 내렸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들이 많았거든요. 보선 작가님의 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혔어요.
캘리: 기분이 좋을 때는 삶에 대해서 쓰고, 안 좋을 때는 또 그런 상태에서 썼다고 하셨는데요. 읽으면서도 그 심리 변화가 읽혀서 좋았어요.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의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는 계획을 했다면, 실제로 장례식 이후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책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고, 그저 삶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어져요. 그런 것들을 보여준 것도 뜻밖에 좋았어요. 정말로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불현듯(오은): 재미있는 게, 보선 작가님께서 자신의 장례식을 치른 날이 본인의 생일이었잖아요. 그것도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의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 장례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분들이 보선 작가님 가상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셨어요. 저는 그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현재 유튜브에 그 당시의 영상이 남아 있어서 찾아보긴 했지만요. 본인이 느끼는 것과 제가 보면서 짐작하는 것과는 다를 테니까요. 그나저나 편집자 님께서는 그 현장에 계셨을까요?
유예림: 있었다고 말해야겠지만요. 제가 초대장을 받았는데 알람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방명록도 일부러 남기지 않았는데요. 그 내용은 책에 담아야겠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저의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았어요. 그 현장에 제가 있었다고 해야 사실 감동적일 텐데(웃음) 없었습니다.
불현듯(오은): 저는 처음에 왜 가상 장례식을 치르는 것일까, 약간 갸웃한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저도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례식을 치르는 이유는 어떤 것일지, 장례식을 치르고 난 다음의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질지 궁금증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보선 작가님처럼 자신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에 대해서 두 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또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생각이 변했는지 궁금했어요.
캘리: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것이 살아 있을 때 내 장례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기도 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일이라서요. 저는 죽음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하지만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냥 죽음은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할 범위를 넘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죽을 날짜를 알고, 살아 생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생각해 본다면 무엇일까 따져봤어요. 놀랍게도 그것이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장례식을 하는 거더라고요. 죽기 전에 내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솔직하게 진심을 담은 인사를 건네고 헤어지고 싶다는 바람이 책을 읽고 생겼어요. 살아있는 동안에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요. 이 생각은 진짜 이 책으로 배우게 된 거라서, 하루 빨리 실현시켜보고 싶은 생각이기도 해요.
유예림: 사실 저는 장례식이 식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식의 장례식을 퍼포먼스 같은 영역에서 하거나 유언장을 미리 쓰는 워크숍 형태의 활동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고요. 장례식은 사실 의식이잖아요. 저는 모든 의식에 대해 약간 간지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의식을 인간이 치르고, 기념하고, 준비해서 하잖아요. 그러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라는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나의 장례식에 어서 오세요』를 작업하면서 다시 한 번 하게 된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저는 영혼의 존재를 믿어요. 그래서 장례식장에 제가 있을 것 같거든요. 누가 왔구나, 저 친구가 와주었구나, 하면서 고마워 할 것 같긴 한데요. 커뮤니케이션은 안 되겠죠. 와주신 분들 역시 여기 어딘가에 오은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예전에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텐데요. 보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구나, 말이 오가는 장면이 필요하구나, 생각을 했고요. 그러면서 장례식이라는 의식이 갖는 어떤 중요성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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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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