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조수로 변신한 디자이너의 유쾌하고 눈물 나는 수난시대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작가 서면 인터뷰
직장 생활과 퇴마가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비유적으로 ‘저 사람 악귀 들렸나?’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 말이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 중 하나가 직장이 아닐까요? (2024.03.14)
최근 영화 ‘파묘’의 신드롬급 흥행으로 문화계 오컬트 장르의 돌풍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퇴마소설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가 출간되었다. 동명의 단편만으로 이미 출간 전부터 드라마 판권 계약이 성사된 이 작품은 작가 이사구의 데뷔작으로 소심하고 평범한 디자이너와 18만 유튜버 무속인이라는 이색적인 매력의 콤비가 활약하는 코믹 퇴마물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주인공이 악귀들린 직장상사 퇴마하는 과정에서 무속 유튜버의 디자이너로 스카우트 되어 악귀 퇴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는 이야기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들과 대화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악귀와 퇴마에 대한 긴장감 넘치는 묘사도 놓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약 4년간의 집필 끝에 데뷔작이 출간 되었고 출간이 되기도 전에 웹툰과 드라마화 계약이 성사되는 겹경사도 있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실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출간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회사를 다니며 출간 전과 놀랍게도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는 내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일을 했다면, 이제는 ‘나도 책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더 기력 있는 모습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같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책을 읽은 분들이 남겨 주신 감상평을 찾아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고요. 일과는 똑같지만 전반적으로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그런데 첫 에피소드를 쓴 지 4년이 흘렀다고 한 말이 집필 4년으로 번진 것 같아 바로 잡자면…… 실질적인 집필 기간은 2년 정도랍니다.)
평범한 중소기업 직장인이었던 일러스트레이터가 18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무속인과 함께 퇴마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직장생활과 퇴마, 이 두가지 소재를 선택하고 연결짓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현실에 판타지가 가미된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직장 생활이라는 소재는 극도로 현실적이고, 퇴마라는 소재는 극도로 환상적이기에 이 반대되는 조합에 매력을 느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퇴마를 자행하는 무속인이라는 존재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기에 연결이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또한 직장 생활과 퇴마가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비유적으로 ‘저 사람 악귀 들렸나?’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 말이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 중 하나가 직장이 아닐까요?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부터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토무당 사업 번영부’등 부적 이름으로 표현한 소제목들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집어든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망과 당부를 담은 부적을 한 장 건넨다면, 뭐라고 이름 붙이시겠어요?
이 책 독서 만사형통 마음안정 우환소멸부…… 이 책을 읽으면 만사가 형통하고 마음이 안정되며 우환이 소멸된다는 부적으로, 실제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방금 만들었습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고통, 무능한 상사를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 직장 내 괴롭힘, N잡러에 대한 꿈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 등 주인공 하용을 둘러싼 에피소드들과 하용의 심리묘사가 직장인으로써 무척 공감이 갔는데요, 직장인의 희노애락을 이렇게 잘 그려내신 비법이 무엇일까요?
일단 제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일화들은 거진 실화보다는 상상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그 부분은 제가 다른 직장인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던 점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짜 회사는 재미없는데 남들 회사 이야기는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직장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일화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거나 친구들한테 얻어 듣기도 하고, 「오피스」나 「IT크라우드」처럼 회사를 배경으로 다룬 시트콤을 즐겨 보기도 합니다. 아마 극도로 웃음이 제한된 공간이기에 거기서 발생하는 웃음이 더 아이러니하면서도 값어치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내 ‘코믹 퇴마물’ 답게 웃음을 주다가도 악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실감나는 묘사를 보여주셨습니다. 눈앞에 그려지는 듯 실감나는 표현을 위해서 집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실제로 눈앞에 그려지는 것처럼 상상을 하면서 많이 썼습니다. 덕분에 집필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365일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었네요.
극을 이끄는 K 직장인 하용과 신세대 무당언니 명일 두 주인공 모두 굉장히 사랑스럽게, 매력적으로 그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 중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것 같지만, 조금 더 애정이 가는 인물을 꼽자면 누굴까요?
둘 다 좋지만, 지금 굳이 꼽아보자면 하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1인칭으로 극 전반을 서술하다 보니 이입을 하기 쉽기도 하고, 성격도 평범한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기도 하고요.
무당언니의 경우는 극 후반에서 하용이 무당언니를 생각하며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서술이 나오는데, 저도 비슷한 감정입니다. 책을 다 쓰면서 이제 조금 알게 된 것 같네요.
안어울리는 듯 잘어울리는 두 콤비의 활약을 보며 이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속편 계획이 있으실까요? 속편이 아니더라도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분량이나 흐름상 담지 못한 이야기도 있고 책을 다 쓴 후에 떠오른 소재도 있어서, 기회만 된다면 속편을 쓰고 싶습니다. 만약 쓴다면 이번 책보다 더 다양한 시점의 이야기를 담고 싶네요.
*이사구 서울에 산다. 회사를 다니며 출퇴근길과 주말에 소설을 썼다.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지만 쓰는 일은 언제나 힘겹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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