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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쌤이 들려주는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이장규 저자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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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집 『어깨동무 14호』에서 저는 20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빌려 “우리가 나눈 얘기와 추억들이 비록 다 잊혀 차가운 연탄재로 남는다 해도 그 시절 서로에게 뜨거웠던 우리들이기에 함부로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2024.03.12)


제자들이 다 ‘짱구쌤’이라 부르는 이장규 선생님. 1992년 임용된 뒤 한 해도 빠트리지 않고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펴내며 교실에서 지내다가 2020년 공모제를 통해 지리산 자락 작은 초등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운동장에서 노고단이 보이는 아름다운 학교에서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이런 호사를 누리나”라고 할 만큼 행복한 4년을 보냈다. 교문에서 전교생이 다 등교할 때까지 아침맞이를 하고, 교장실에서 예약한 아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아이들과 실내화를 빨거나 전래놀이를 하고, 학교 곳곳에 아이들의 아지트를 만드느라 드릴을 들고 활보하는 세상에 없던 교장 선생님. 유쾌하고 자유로운 짱구쌤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아이들이 빚어내는 빛나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지난 1월, 20년 만에 제자들을 만난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그 특별한 만남의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후일담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꿈만 같아요.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만나기 이틀 전에 제자 한 명이 제 블로그에 댓글로 “그날 만나는 거지요?”하고 물었을 때까지도요. 서른세 살 먹은 제자들이 20년 전 약속을 믿고 진짜로 찾아와 줄까 생각했거든요. 놀라운 일이었지요. 저한테도 제자들한테도요. 그리고… 용량이 커서 저희끼리 공유하려고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시다니 그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고요.

후일담도 있어요. 우선 영상에서 청첩장 들고 왔던 제자의 결혼식이 2월 말에 있었어요. 신경 써서 차려입고 결혼식에 가서 예전 학부모님을 다시 만나 너무 좋았고요. 결혼식 내내 지난 20년간 치열하게 살았을 제자를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와 혼났어요. 또, 화제가 된 그 영상을 찍어 올린 제자가 제가 있던 구례 용방초등학교로 찾아온 일도 있었네요. 그날 못 왔던 제자들의 소식도 전해 듣고 못다 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어요. 제자들은 지난 20년 삶이 조금은 위안받은 것 같아 좋았대요. 저는 그 말에 가장 행복했어요. 20년 전 제가 학급문집에서 했던 말이 실제로 이뤄진 거니까요. 학급문집 『어깨동무 14호』에서 저는 20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빌려 “우리가 나눈 얘기와 추억들이 비록 다 잊혀 차가운 연탄재로 남는다 해도 그 시절 서로에게 뜨거웠던 우리들이기에 함부로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20년 만의 만남을 『어깨동무』에서 제안하셨군요! 교사 임용 때부터 학급문집 『어깨동무』를 꾸준히 펴내셨는데, 오랜 세월 지속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해서 어떻게 이어올 수 있었나요?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란 오랜 믿음이 있었어요.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이 말한 “살아있는 글쓰기”를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첫 발령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아이들과 내 목소리로 모든 날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모두를요.

1992년 임용되어 완도 소안초등학교 4학년을 맡았을 때부터 매달 학급신문을 만들고 연말에 그것을 엮어 학급문집 『어깨동무』로 펴냈어요. 그리고 2019년 순천 별량초등학교 3학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냈지요. 『어깨동무』를 펴낸 지 20주년이 되던 때에는 일면식도 없던 신영복 교수님께 “촌에 사는 선생인데 20년 동안 이런 일을 해왔습니다. 여기저기 제호를 많이 써 주시던데 저한테도 좀 써 주십시오”라고 무작정 편지를 보냈어요. 일주일 만에 학교로 등기우편이 도착했는데, “몰라봐서 죄송”하다는 편지와 함께 무려 3장의 제호를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동을 했던지요.

그런데 2020년부터는 어쩌다 공모제를 통해 구례 용방초등학교 교장이 되는 바람에 학급문집을 만들 수가 없게 됐어요. 교장은 담임 맡는 학급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학급 대신 학교 문집을 만들자 하고 계간으로 『용방 어깨동무』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생생한 기록이 되기에는 부족했어요. 고민하다 『짱구쌤 용방살이』를 만들게 되었어요. 책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B4 용지에 복사해서 손바닥만 하게 접어 만든 일종의 소식지라고 할 수 있지요. 교장실과 관사의 밤을 밝혀준 서툰 그림과 어쭙잖은 글을 실은 그 소식지가 바로 이번 책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모 교장 4년 임기를 마치고 이번 3월부터 순천 인안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아 다시 교실로 돌아왔으니, 원래 하던 대로 달마다 학급신문 『어깨동무』를 만들 생각입니다. 물론 연말에는 학급문집 『어깨동무』로 엮어내고요.

제자들이 선생님을 ‘짱구쌤’이라는 별명으로 친근하게 부릅니다. 짱구쌤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있나요? 또, 짱구쌤이라고 불릴 때 기분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름이 장규니까 라임도 맞고, 뒤통수가 볼록 튀어나온 짱구니까 자연스럽게 ‘짱구쌤’이 됐지요. 사실 그렇게 부르라고 제가 적극 권합니다. 편안하고 좀 만만한 선생이 되고 싶은데, 짱구쌤이라는 별명이 아이들과 거리를 좁혀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어른들은 선생님을, 특히 교장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게 두다니 아이들 버릇이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사리분별을 잘합니다. 친근한 것과 버릇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하지요. 저는 아이들이 짱구쌤이라고 불러줄 때가 참 좋아요. 그래서 “이장규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일부러 대답 안 하다가 “짱구쌤!” 하고 부르면 얼른 반갑게 대꾸합니다.

공모 교장으로 지낸 구례 용방초등학교는 어떤 학교인지, 또 그곳에서 선생님은 어떤 일을 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용방초등학교는 1940년 개교하여 84년 동안 졸업생 4천명 이상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한때는 1,000명이 재학했을 만큼 융성했지만 지금은 전교생 60명이 조금 넘는 작은 학교가 되었죠. 지리산과 섬진강을 지척에 둔 아름다운 환경을 자랑하고, 청정 구례에 어울리는 생태교육을 지향합니다. 4개국 7명의 다문화 학생이 재학 중인데, 모두가 저마다의 빛깔로 빛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태극기를 포함해 5개국 국기를 게양하고 있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20Km이상의 자전거도로가 학교에서 시작되고 학생들 모두 1인 1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아름다운 섬진강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봄부터 틈틈이 연습을 시작해서 가을이면 섬진강 자전거 마라톤을 합니다.



교장의 일과는 매일 비슷했어요. 아침마다 40분 정도 등교하는 학생을 맞이하고 일주일에 4시간 정도 ‘짱구쌤 수업’을 했습니다. 실내화 빨기, 전래놀이, 그림책 읽어주기 같은 놀이 중심 수업이었지요. 중간놀이 시간에는 교장실에서 예약한 아이들에게 차를 대접했습니다. 교장실 문 앞에 걸어 둔 칠판에 차 마시고 싶은 날짜와 이름을 적어 예약하게 했는데, 가끔 ‘노쇼’도 있었지요. 그 밖에 틈틈이 교정을 순회하며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고치거나 만들기도 하고, 결재와 상담도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교장실에서 아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학교 시설물을 고치거나 만든다고요? 흔히 생각하는 교장 선생님 모습과는 많이 다르네요. 그런 일들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되었는데요. 내부형 공모제는 일정 이상의 경력을 가진 교사에게 교장에 공모할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교사에서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는 일반적인 승진 과정을 거치지 않는 거죠. 전남의 경우는 전체의 약 2% 학교에서 시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평교사를 하다가 곧바로 교장직을 수행하는 거라 조금 다른 리더십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수평적 리더십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차 마시기는 제가 워낙 차를 좋아해서 공모 교장이 되기 전에도 늘 해온 일이었습니다. 차 마시는 동안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생각보다 아이들도 차 마시는 걸 참 좋아하고요.

용방초등학교가 학교공간혁신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전면 개축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학교가 될 거라고 하는데, 공모 과정과 설계 과정 그리고 완성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용방초등학교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개교 80주년이 지났습니다. 학교 건물 대부분이 오래되어 낡았지요. 다행스럽게 4년 전 ‘교육부 학교 공간 전면 개축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세상에 없던 학교’를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하면 긴 복도에 일정 높이의 규격화된 콘크리트 교실이 떠오르지요. 그것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학교 건축을 꿈꾸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의 오랜 꿈을 반영한 사업계획서로 공모에 선정된 후 사용자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전문가와 함께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2년 반 정도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해 마침내 청사진이 완성되었고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가장 큰 특징은 한 건물에 모든 교실을 집어넣지 않고, 각각 다르게 생긴 낮은 건물을 여러 채 짓는 것입니다. 저층분절화라고 하지요. 3미터 이상의 높은 층고에 박공지붕, 천창, 툇마루, 통창을 갖춘 건물을 학년군별로 4채를 짓고, 이들 독립적인 집들을 연결해 주는 ‘함께 쓰는 집’을 1채 더  짓습니다. 목조 건축을 통해 안정감과 친근감을 부여하기로 했고요. 가령 ‘1?2학년 배움의 집’에는 두 개의 교실과 함께 사용하는 거실, 주방, 교사연구실, 마당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마을 같은 학교,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한 교실이지요. 다른 학년 교실을 방문할 때에는 이웃집 마실 가듯 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구호는 ‘핀란드는 그만, 이제부턴 용방 가자!’입니다. 2025년 8월에 완공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공모 교장 임기를 마치고 이달부터 다시 평교사가 되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9년 전에 떠났던 순천 인안초등학교 3학년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편안함을 느낍니다. 교장일 때는 교장실에서 치열했듯이 이젠 이 교실이 저의 일터입니다. 언제나 제 꿈은 하나입니다. 좋은 선생이 되는 것이지요.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 흑두루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을 찾아옵니다. 흑두루미가 찾아와 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교육을 신명나게 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옆 반의 훌륭한 동료 교사들과 함께할 겁니다. 가장 좋은 멘토는 옆 반 선생님이거든요.



*이장규

제자들은 다 ‘짱구쌤’이라 부른다. 1992년 임용되어 28년간 매달 학급신문 《어깨동무》를 펴내고, 그것을 모아 매년 학급문집 《어깨동무》로 엮으며 교실에서 지냈다. 2020년 지리산 자락 작은 학교 용방초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하여 4년을 보냈고, 이제 다시 교실로 돌아간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날마다 조금씩 그럴싸한 어른이 되어 간다. 학교가 일터라서 다행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손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면 신이 난다. 〈세상의 모든 음악〉 애청자이자 타이거즈의 40년 ‘찐팬’이다.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이장규 저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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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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