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교사와 간호사, 승무원과 방송 작가의 공통점은?” (G. 이슬기, 서현주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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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여자들이, 어디에 있든 자기 본위대로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시는 이슬기 기자님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서현주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4.02.15)


이 책은 전통적으로 여자 하기 좋은 직업에 종사했던 여자들의 새로운 삶을 다룬다. 1980년대 출생 여성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좋은 직업이라 여겨지던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들의 실상과 이를 넘어서기 위해 분투한 여자들의 노고를 그린다. 수많은 여자들이 지적하듯 애초에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그 말은 육아나 살림 같은 가사 노동을 여성의 기본값으로 놓고 이와 병행 가능한 직업으로서 해당 직업들을 선전하거나, 직장에서 결정권자인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로 여자의 롤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직업들에 짧게는 1년, 길게는 13년가량 투신해 온 여자들은 더 이상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보는 일을 멈추고 본연의 기질대로 살겠노라 다짐한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이슬기, 서현주 작가님의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모두 대표적인 여초 직업이죠. 그런데 여자들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과연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순수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일까요? 왜 많은 교사들이 직업적 안정성을 박차고 학교 밖으로 나오는 걸까요? 왜 많은 여성 직업인들이 직장 내에서 엄마 혹은 막내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쓰신 이슬기, 서현주 작가님을 모시고, 이 질문들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이슬기, 서현주 편

오은: 두 분이시니까 한 분씩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슬기 작가님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슬기: 안녕하세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쓴 ‘직때녀 2’ 이슬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서현주: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 교사로 일하다가 직업을 때려치운 ‘직때녀 1’ 서현주라고 합니다.

오은: 먼저 때려치운 순서대로 1, 2가 되는 거군요.(웃음) 반갑습니다. 서현주 작가님은 이전에도 단행본 책을 출간하신 적이 있습니다. 2018년에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 시작 때부터 선정위원으로 활동하시기도 했고, 2021년에 공저로 『오늘의 어린이책』을 펴내시기도 했어요. 작년 10월에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하셨습니다. 왠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실 때부터 어린이책과 성평등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아요.

서현주: 교사로 일할 때는 성평등 의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사실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교사였는데요. 어떻게 보면 억압적이고, 규율을 따르게 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그런 선생님이었거든요. 성평등 의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게 나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출산이 계기가 됐어요. 아이를 키우는 게 굉장히 고귀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고민하다가 보니 결국 그 끝은 여성주의 도서로 귀결이 됐어요.

육아 휴직 동안에 여성주의 독서 모임에 많이 참여했고요. 이후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도 참여를 하게 된 거거든요. 그러다 2022년에 학교로 돌아갔는데요. 그때는 제가 성인지에 대한 감각이 많이 발달이 되어 있는 상태잖아요. 막상 학교에 돌아가 보니 학교에서 성평등 의제를 실현시키기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적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사직을 결심한 것도 있고요.

오은: 이슬기 기자님은 현재 프리랜서 기자예요. 프리랜서 기자가 되기 전에는 <서울신문>에서 9년간 일을 하셨습니다. 물론 신문사 재직 시절, 젠더 팀에 계시기도 했었는데요. 이전 직장에서의 쓰기와 지금의 쓰기에 같은 점도,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이슬기: 저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룰 때와 관심 없는 분야를 다룰 때 낙차가 큰 사람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관심 있는 일은 집요하게 과몰입 하고, 관심이 없는 일은 좀 나 몰라라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근데 이런 면이 어느 부서에 가든 기사를 뚝딱 써내야 하는 직장인 기자로서의 윤리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이 났을 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편이었죠. 한편 지금은 제가 의제를 선정해서 글을 쓰다 보니까 훨씬 밀도 있는 기사나 칼럼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회사 소속일 때는 제 글에 대해 데스킹을 봐주는 분이 있잖아요. 근데 지금 저의 데스크는 오롯이 저예요. 혹은 출판사 편집자님이실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전과는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예전 기사보다는 조금 더 제 주장을 많이 실어서, 나라는 주어를 넣어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오은: 이슬기 작가님부터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쓰고 말하며 사는 기자, 칼럼니스트. 1988년 대구 출생, 창원 출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에서 9년간 사회부, 문화부, 젠더연구소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를 연재 중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일에 관심이 많다.” 이어서 서현주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작가, 성교육 활동가. 1985년 서울 출생.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초등교사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는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 『오늘의 어린이책』 시리즈(공저)가 있다.”

이제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서현주 작가님께 부탁드려요.

서현주: 14년 차 초등 교사가 의원 면직을 하면서 들었던 질문들,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인데 왜 그만뒀냐”에 대답하기 위해 글을 쓰다가요. 혼자 쓸 수가 없어서 친한 기자 이슬기를 낚아서 쓴 책이고요.(웃음) 전현직 여초 직군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한 책이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뷰와 구조적인 문제가 합쳐진 ‘짬짜면’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책이 사회, 정치 분야로 분류되어 있는데요. 저희 책을 읽으신 독자 분들이 그런 분야의 책이라기에 굉장히 자극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이슬기 기자님이 마라로제 떡볶이와 같은 책이라고 말했었어요.(웃음) 또 이 책을 읽으면 ‘영국에서 온 행운의 편지’처럼 ‘퇴사각’이 세워지는 그런 매력적인 책입니다.

오은: 이슬기 기자님을 낚았다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어떻게 제안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서현주: 슬기 기자님이 <서울신문>에서 ‘대담한 언니들’이라는 시리즈의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요. 거기에 인터뷰이로 참여를 한 적이 있어요. 『오늘의 어린이책』 관련해서 출판사 대표님과 같이 나갔거든요. 그때 인상이 강렬했어요. 사실 언론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기자라는 직군을 처음 봤기 때문에 강렬했는데요. 얘기를 하다 보니 통하는 측면이 많은 거예요. 더구나 ‘대담한 언니들’ 시리즈를 보면 저 이전에 인터뷰하신 분들이 정말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요. 영광스러운 마음에 기자님한테 차 한 잔 하자고 사적으로 먼저 제안을 해서 만났어요.

그때가 복직을 앞두고 있을 때라 기자님한테 “학교로 돌아가기 싫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기자님도 교사인 친구들이 있고, 교사 그만둔 친구도 있다고 얘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 와중에 학교에 돌아가 보니까요. 그전에도 물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가 겹치면서 학교 현장 교사들이 굉장히 많이 번아웃이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 여러 이유로 사직을 결심하게 됐는데요. 이후에 받게 된 여러 질문들에 답을 하는 게 너무 버거운 거예요. 이것은 말로 할 수 없고 반드시 글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 글밥을 먹고 사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서, 어떻게 보면 필요에 의해 제가 이슬기 기자님께 요청을 했던 거예요.


오은: 이 책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건 시의적인 이야기라는 점이었어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분들을 살펴보면, 여초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어요. 그 중에서도 교사, 간호사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고요. 그 밖에 승무원과 방송 작가분들이 작은 줄기로 등장합니다. 여초 직업이라고 하면 문화예술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나 텔레마케팅, 그리고 보험 외판업을 하시는 분들도 떠올라요. 또 성형외과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분들도 거의 다 여성이시죠. 그러니까 이분들까지 다루면 포괄적인 이야기가 될 텐데요. 이 책은 교사, 간호사를 중심으로 승무원과 방송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선택과 집중을 한 책이거든요. 이 선택과 집중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됐는지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슬기: 이 책이 철저히 저의 주변과 서현주 선생님 주변에 있는 여성들의 삶에서 길어 올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애초에 책이 ‘선생을 때려치운 여자들’에서 시작을 했잖아요. 진행을 하다보니 교사 외에도 비슷한 직업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먼저 떠오른 직업이 간호사였죠. 저희 어머니가 간호조무사 생활을 하시기도 했고요. 교사와 함께 가장 많이 여성들에게 권해지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이후 항공사 승무원과 방송 작가가 작은 줄기로 붙었는데요. 그것 역시 제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온 것이에요. 이 두 직업의 공통점은 역시 대표적인 여초 직업이기도 하고요. 화려해 보이는 외피를 가진 한편으로 굉장히 열악한 노동 환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직업들이라는 점이거든요. 친구 중에는 항공사 승무원을 하다가 허리 디스크 때문에 그만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항공사 승무원이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외모적 코르셋이 굉장히 강하고, 성적 대상화에 쉽게 노출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방송 작가 같은 경우는, 책에도 소개된 사례인데 ‘승희’라는 가명을 쓰는 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의 삶을 봤더니 그 일을 하면서 밤낮이 뒤바뀌고, 4대 보험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 생활을 이어가면서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요. 이런 친구들의 삶을 같이 포괄하게 된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밖에도 여초 분야가 엄청 많죠. 금융 쪽이나 출판 노동도 그렇고요. 뿐만 아니라 연령을 조금 올라가면 요양보호사라든지 가사 노동자도 절대적인 여초인데요. 거기까지 저희가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해요. 이후 저작들에서 그분들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그 직업들을 조명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이슬기: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이라는 에세이인데요. 봄날의책에서 나왔어요. 이 책이 떠오른 건 제가 공황장애를 겪었을 때 만난 책이기 때문이에요. 책 챕터 가운데 ‘공황장애가 가져다준 것’이 있어요. 작가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와중에 공황의 위협을 겪게 되고, 만원 지하철 타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고요.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루하루 이어가다가 어느 날 비를 만나 급히 뛰어든 책방에서 문예지 한 권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거기서 짧은 소설을 선 채로 다 읽었는데요. 그때 자신도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소설가가 되면 지하철을 안 타도 된다, 공황을 피할 수 있다, 하면서요.

그런 이야기가 정말 크게 와 닿았어요. 작가가 외적으로 일어난 우연을 통해 자기 인생으로 바꾼 거잖아요. 저 역시 서현주 선생님을 만난 것, 그리고 서현주 선생님이 먼저 사직을 한 것, 이후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를 쓰다가 저도 ‘직때녀’가 된 것 등 외적 우연이 다 저의 내적 필연으로 승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참 인생이 재미있고 살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현주: 이윤주 작가님의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제가 빵 중에서 깜빠뉴를 좋아하는데요. 이 책은 깜빠뉴 같은 책이에요. 겉으로 봤을 때는 까칠해 보이지만 꼭꼭 씹어서 먹어보면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하고 풍미가 있어서 자꾸 생각이 나는 책이거든요. 이윤주 작가님은 본인을 굉장히 까칠한 사람처럼 묘사하고 있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분이고요. 질투가 날 만큼 글을 잘 쓰시는데요. 누워서 휴대폰으로 쓰신다는 것이 정말 킬링 포인트였어요.

또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가 이윤주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 곧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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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이슬기,서현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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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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