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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믿음이 우리를 구하고 세계를 구한다” (G. 우다영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77회)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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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기도할 수 있고, 그걸 떠올릴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놀라운 일이고, 무언가를 계속 원하고 믿고, 간절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우리의 몸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무기물이래요. 이게 다 모여서 움직이니까 생명인 것인데, 반복과 움직임을 잃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지속되리라는 믿음이 있어요. (2024.01.25)


그때 효주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놀라며 발견했다. 불현듯 손을 뻗어 얼굴과 목, 가슴과 배, 팔다리를 빠짐없이 모두 만져보았다. 그것들은 효주가 찾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효주가 살았던 모든 삶과 세계가 적층되어 있었다. 그 어떤 것도 훼손되지 않고 아름다운 질서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공간도 아니고 시간도 아닌 형태로, 오직 효주가 머물던 ‘시선’을 연결한 궤적이었다. 세상에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가장 많은 세계를 관통하는 시선이었다. 쿵쿵. 효주는 다시 심장박동을 느꼈다. 이번에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효주 안에서 거대한 똬리를 틀고 있는, 저 끝과 시작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시선의 태동이었다. 그것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신이었다. 효주는 2만 번의 삶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을 마침내 자신의 깊은 속에서 찾았다.


우다영 작가의 책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우다영 소설가 편>

오늘은 세 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를 쓴 우다영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일단은 자기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우다영: 네, 저는 소설 쓰고 있는 우다영입니다. 이번에 세 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를 냈습니다.


황정은: 방송을 준비하면서 우다영 작가님의 단편소설 책들을 읽었거든요. 제가 읽으면서 ‘너무 너무 천재다’ 이런 생각을...

우다영: 녹음이 되고 있나요? (웃음)

황정은: (웃음) ‘너무 천재다’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었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질문을 준비했는데요. 듣는 분들도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 일단은 이 단편집들을 읽으러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너무 아름답고 지적이고 뛰어나고 빼어나고, 막 다 하는 거예요. 이 소설들이.

우다영: 제가 지금 너무 영광인데, 가만히 들어보겠습니다. (웃음)

황정은: 이런 설레발을 해서 죄송합니다만 정말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얼른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에 시작부터 이런 호들갑을 떨어봤습니다.

우다영: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황정은 작가님 좋아하는데 처음 만나자마자 소설 얘기부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웃음)


황정은: 오늘은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2023년 12월에 나온 우다영 작가님의 세 번째 단편집이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쓴 5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무척 좋아요. 어떻게 만드셨나요?

우다영: 제목이 사실 제발트 소설 『토성의 고리』에서 나왔는데, 제가 이 문장을 이전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작가의 말에서 한 번 쓴 적이 있었어요. 그때 쓴 의도와 지금 가지고 온 의도가 같은데요. 제발트 『토성의 고리』에서도 어떤 그림 안에 있는 텍스트에서 여러 번 레이어들을 거쳐서 가지고 온 문장이라는 게 가져오는 동안 여러 의미가 좀 탈락했을 수도 있고 변형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른 곳에 닿았다는, 그런 식의 이동으로 도착한 문장이라는 게 저한테 좀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서로 다른 어떤 의미를 가진 생각들이 다른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나서 결합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표제작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황정은: 저는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읽었거든요. 역순으로 읽은 셈이잖아요. 그런데 이 두 책은 같이 읽었을 때 더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에 걸쳐서 낸 두 권의 책이 이렇게 연결이 된다는 것은 어떤 생각이 끊임없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혹시 어떤 생각들이었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우다영: 제가 소설을 거의 10년 동안 쓰고 있지만 두 책을 낸 5년 동안 가장 많은 소설들을 몰아서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내가 가진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이 좀 자연스러워질 때에 소설을 쓸 때마다 계속 부족함을 느끼며 ‘다음에는 이런 걸 좀 더 해보아야지’ 이렇게 몰랐던 걸 계속 알게 되는 과정에서 ‘다음에는 이것에 집중을 해봐야지’라는 자잘한 과정들이 두 번째 소설집 세 번째 소설집에 연결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단행본으로 나뉘다 보니까 약간은 형식상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을 때 나눠본 것이고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공유된 것들이 있어서 분명히 저도 작가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이 책을 같이 연관성이 있다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황정은: 이 책에 실린 단편 「긴 예지」를 쓴 후에 인터뷰를 하셨어요. 그 자리에서 ‘SF 소설은 다른 근육을 쓰는 글쓰기였다.’ ‘SF 화법으로 쓰고 싶은 게 있었다.’라고 하셨는데요. 그때까지 써온 글쓰기와는 어떻게 달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다영: 이 세 번째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쓰인 거긴 하지만 제가 2020년에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이라는 소설을 쓴 후에 소설 쓰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인 부침도 있었고 SF의 화법을 사용해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낯설다 보니까 여러 번 시도를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1~2년 동안은 너무 소설 쓰기가 어려워서 여러 번 실패를 했었고, 나머지 네 편은 2020년 한 해 동안 다 쓰게 되었어요. 그 한 해는 조금 기뻤던 게 한 계절에 한 편씩 쓰는 기쁨이 조금 있었던 것이고 ‘이런 식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라는 조금 길을 찾아서 기뻤었는데, 이랬던 것 같아요.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에서는 거기에 여러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지만 제 뒤에 안에 가지고 있던 세계를 바라보는 어떤 사유 같은 것들은 제가 혼자 가지고 있고 암시적으로 소설이 드러났었는데, 이 소설을 같이 읽은 동료나 독자 분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결국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나 시선이나 내가 느꼈던 감정 같은 것들을 같이 나누게 되더라고요. 계속 숨겼던 것들을 아예 골조로 끄집어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 SF의 매력이더라고요. 아예 ‘세계가 어떻다’ ‘세계는 이렇지 않을까’라는 골조를 꺼내놓고 상상의 살을 붙여보는 방식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하였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웃음)

황정은: 소설 속에서 사고 실험을 할 수 있다는 면이 있죠.

우다영: 네, 그것으로도 우리가 이전에 하던 이야기들을 충분히 나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고 제가 잘해내고 싶었는데 한 2년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떤 관념을 조금 드러내고 나서 무언가를 끌고 가다 보니까 소설 쓰기에 대한 원래 제가 자연스럽게 했던 것들에 대해서 좀 잊게 돼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시 처음부터 연구를 해봤어요. 소설 쓰기에 대해서. 오히려 다시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황정은: 이번 단편집에 실린 첫 단편의 제목이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입니다. 알파와 오메가로 격리되어서 자라다가 하나로 통합되어서 어른이 된다는 설정이 있고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지칭을 하셨더라고요. ‘언젠가 성장을 이야기하는 소설을 쓴다면 꼭 책의 맨 앞에 두고 싶었다’라고 하셨어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우다영: 좀 부끄럽지만 제가 이제야 뭔가 성장을 경험한 것 같기도 한 느낌을 받았었어요. 시기 시기마다 성장이 좀 있었던 것 같다라는 깨달음을 키가 클 때는 모르는데 자라고 나서 좀 아는 것처럼 ‘그때 내가 좀 바뀌었다’ 이런 생각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는데, 그 시기들을 지금 떠올리면 제가 분명히 달라졌고 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 같은데 그럼 그 이전에 있었던 ‘나’들을 좀 추억하듯이 다시 기억에서 소환해 봐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이 성장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쓰고 그런 소설들을 썼던 세 번째 소설집에는 성장 소설로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이렇게 나름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성장 소설을 하나 첫 번째 소설로 넣겠다는 얘기를 여기저기 좀 했었는데 지킬 수 있어서 뿌듯했고요.

황정은: 성장소설의 오랜 주제가 등장하지 않습니까? 통합하고 싶지 않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를 ‘나’와 통합하는 일을 다룬 소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리고 알파 오메가라는 설정도 재미있었는데, 어쩌다 그런 설정을 생각을 하셨어요?

우다영: 이 소설집에 들어간 소설 중에 먼저 쓴 소설은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인데 그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나와 너에 대한 분리와 합치’ 이런 고민들이 있었어요. ‘어디까지가 나일까’ 이런 것이었는데, 그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보자면, 그 소설을 쓸 때 제가 알레르기에 대한 생각을 했었어요. 알레르기가 없다가 우유 알레르기가 생겼는데 그 질환에 대해서 원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을 겪는데 원인이 무엇일까 들여다보니까 어떤 병균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려는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해서 나 자신을 공격하는 구조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너무 신기했고, 내 몸 안에 있는 피를 흘러 다니는 나의 일부가 나를 공격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고치려면 장내에 좋은 균을 넣어줘서 그 균들이 내 면역 체계를 돕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는데 ‘그럼 내 몸 안에 넣어주는 균은 나일까’ ‘어디까지가 나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어요.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끝내면서 그 소설을 썼었는데, 그러다 보니 다음에 나올 소설들에 대해서 특히 성장에 대해서는 그걸 조금 더 단순화한 나와 너 그래서 알파와 오메가를 이야기를 좀 깊게 해보고 싶었어요.


황정은: 우다영 작가님의 소설에서 ‘강력한 믿음이 미래가 된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등장을 하기도 하거든요.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와도 통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님이 스스로 믿는 바이기도 할까요?

우다영: 네. 엄청 강력한 믿음을 가지기는 사실 어렵잖아요, 사람마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면서도 내심 불안하고, 어떤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을 때도 ‘아니게 된다면 상처받지 말아야지’ 이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살면서 많은 믿음들이 나를 계속 지나갈 텐데. ‘전체적인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안쪽에 있는 마음이 뭘까’ 고민을 했을 때, 제가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죠’라는 문장을 제목으로도 쓰고 소설 속 노래 제목으로도 사용을 했었는데, 그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 돼’라고 막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도왔어’라고 막 알려주는데 진실이 아니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죠’라는 연약한 믿음이 사실 우리를 구하고 세계를 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작은 연약한 믿음이 부서질 수 있지만 우리 모두 이걸 마음 깊이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이런 것이 발동하고 그래서 믿음이 완벽하고 강력하다면 정말 환상일 수 있죠. 이것이 바로 미래가 된다면. 그렇지만 약간 이 의지를 계속해서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너무 기적 같은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제목 「기도는 기적의 일부」가 나왔어요. 무언가를 기도할 수 있는 그걸 떠올릴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중요한 놀라운 일인 것 같고, 무언가를 계속 원하고 믿고 간절함을 계속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저한테는 항상 움직임이 중요해서 반복이 중요했거든요. 반복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허무하다’로 가지 않고 ‘이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건 살아있는 거잖아요. 움직임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고. 우리의 몸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무기물이래요. 세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 안에 있는 건 단백질 비타민 이런 식으로 무기물인데, 이게 다 모여서 움직이는 하나의 체계가 되고 계속 움직이니까 생명인 것인데, 그래서 그 반복이 움직임이라는 걸 잃지 않는다면 믿음도 잃지 않고 간절함도 잃지 않는다면 지속되지 않을까 이런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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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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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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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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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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