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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김지연 "미술에는 삶과 사랑이 모두 있어요"

『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김건희, 김지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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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에서는 예술을 매개로 10살 차이를 넘어 가까운 친구가 된 두 여성이 전시 공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 예술에 대한 생각을 계절의 흐름이 느껴지는 편지로 나눈다. (2023.08.22)

(왼쪽부터) 김건희, 김지연 저자

미술관은 작품을 위한 곳인 동시에 그곳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의 삶이 담긴 공간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주제로 한 서간집 『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에서는 예술을 매개로 10살 차이를 넘어 가까운 친구가 된 두 여성이 전시 공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 예술에 대한 생각을 계절의 흐름이 느껴지는 편지로 나눈다. 전시와 작품, 예술가와의 대화, 영화와 책을 자연스럽게 경유하는 스무 통의 편지 사이에서, 독자들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미술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자연스레 짚어 보게 된다. 또한, 세대를 넘는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의 연대, 사계절을 통과하며 이뤄지는 성장의 서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달하는 책이다.



편지 형식의 미술 에세이라니 재미있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나요?

김지연 : 건희 작가와는 일하다가 만난 사이예요. 책에도 소개가 나오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라는 월간지에서 저는 외부 필자, 건희 작가는 신입 기자였어요. 이야기가 잘 통해 따로 만나서 밥을 먹고 전시를 보면서 친구가 되었고, 종종 편지를 주고 받았어요. 마침 평소에 같이 전시를 보고 나누는 이야기를 글로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책을 써보자고 했죠. 처음 책을 쓰는 사람이 되도록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자연스런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제게 편지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김건희 : 처음 제안을 받고 많이 놀랐어요. '내가 정말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저는 글을 많이 써 본 사람도 아니고, 사실 제대로 된 글을 써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글을 쓰고 싶어서 애타게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과 거리가 먼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렇지만 평소에 지연 작가의 글을 좋아해와서 기쁜 제안이기도 했어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사람과 재미난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해보기로 하니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책 제목의 뜻이 궁금합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김건희 : 첫 번째 편지의 제목이 '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인데요. 그 편지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것 같고요. 처음엔 특정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편지를 나누면서 점차 확장된 것 같아요. 작품 혹은 전시이기도 하고, 제 얘기를 들어주는 지연 작가님이기도 하고, 이 책의 독자이기도 하고요.

김지연 : 책 제목은 큰 고민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됐어요. 저 역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복잡한 삶의 문제들을 갖고 미술관에 갔을 때 이해받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역시 우리의 편지에서 이해받는 기분을 느꼈으면 합니다.

책을 쓰는 도중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김건희 : '편지'라는 형식이요. 사적인 편지는 수신인이 한 명이잖아요. 하지만 책 출간을 전제로 한 편지를 쓸 땐 불특정 다수의 수신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저는 글을 처음 쓰는 것이라 더 신경이 쓰였어요.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적인 편지가 책이 되려면 내가 릴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편지라는 형식이 조금 갑갑하게 느껴졌는데, 해서 짧은 소설 형식이나 메모 형태로 쓰기도 하고 「진짜 편지」라는 파트에서는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기도 했어요.

김지연 :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글을 계속 업으로 써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일단 쓰고 퇴고할 때 고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편지처럼 쉽고 자연스레 썼어요. 실제로 편집 과정에서 과도하게 사적인 내용은 들어내기도 했고요. 제가 어려웠던 점은 톤을 맞추는 일이었어요. 건희 작가는 몰랐겠지만 저는 편지를 쓰는 동안 이야기의 주제, 그동안 다룬 작가와 작품, 분량 등을 기록하면서, 전체 구조가 편향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요. 또 건희 작가가 형식을 파격적으로 바꿀 때마다 당황하지 않아야 했죠.(웃음)

두 분 다 미술을 좋아하시잖아요. 어떤 이유일까요?

김지연 : 저는 '언어'로서의 미술을 좋아해요. 삶의 모습도, 감정의 모양도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우리가 가진 언어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미술은 언어처럼 소통의 도구이지만, 훨씬 더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언어'예요. 단어나 문장보다 더 구체적이고 풍부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미술 앞에서 '이해받는 기분'을 느끼곤 하는 것 아닐까요?

김건희 : 미술은 역사적으로 항상 이전의 사조나 담론을 뒤집어 엎고 새롭게 탄생해왔어요. 그런 전복적인 특성, 아방가르드의 역사가 매력적이에요. 때론 예술가들이 정치인이나 학자보다 사회 변화의 징후를 더 빨리 감지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보면, 어떤 문제가 말로 정의되기 이전에 그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어요.

전시를 어떤 방법으로 보시나요?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지연 : 저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전시장 전체를 봐요. 작품 하나를 감상하는 것과 달리 전시를 보는 건 하나의 큰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과 같거든요. 전시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조명은 밝은지, 소리는 어떤지, 어떤 작품이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 등등 모든 것이 이야기를 이루는 요소거든요. 또, 이리저리 시선을 달리해서 보는 편이에요. 가까이서 보았다가 멀리서 보길 반복해보거나,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기도 해요. 회화 작품의 경우 캔버스의 옆면을 꼭 살펴보는 편이에요. 작가에 따라 옆면까지 재미있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김건희 : 저는 전시 도면을 먼저 살피고 공간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지연 님이 말한 것과 연결되는데요. 관객이 어떤 동선으로 작품을 보길 원하는지, 전시 기획자의 의도가 거기 담겨 있기도 하거든요.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아요. 그리고 작품 캡션도 꼼꼼하게 챙겨 보는 편이에요. 작품의 제목, 제작 연도, 작품의 크기 등의 정보도 작품 감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전시가 재밌어야 하죠. 재미 없는 전시는 어떻게 보아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책 속에 다양한 전시들이 나오는데요. 최근 본 전시 중에선 어떤 전시가 재밌었나요?

김건희 : 사실 올해 본 전시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인 전시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이라는 말을 빼면 소개하고 싶은 전시가 너무나 많은데요. 일단 저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미술관에서 다시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참 좋고요, 최근에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서용선 화백의 <내 이름은 빨강> 전시를 인상적으로 보았어요. 확실히 작업을 직접 보기 전에는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사진으로 볼 때는 전혀 기대가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작가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도 상영중인데 감동적이었습니다. 10월 22일까지 하니 꼭 가서 보시길 추천 드려요.

김지연 : 저는 최근에 오히려 회화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형식의 미술이 나타나는 시대에 전통적인 회화를 왜 지속해야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지 생각 중이에요. 최근에 회화 전시들을 많이 봤고 좋은 전시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지난 7월 드로잉룸에서 열렸던 김민수, 로지은 작가의 2인전 <허밍>을 얘기하고 싶어요. 두 작가가 일상의 풍경을 마치 일기처럼 그려내거든요.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예술로 만드는 시선, 그리는 행위의 즐거움 같은 것을 생각해보면서 우리 인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이 편지의 배경은 '미술관'이라는 곳이잖아요. 두 작가에게 미술관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김지연 : 제게는 자유로운 공간이에요.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전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 좋아요. 사실 미술관은 관람 규칙이나 작품 감상 방법 등 제한이 많은 공간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반대라고 생각해요.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자유는 오히려 사람에게 불안을 가져올 수 있거든요. 적절한 틀을 만들어서 사유를 보조해주고, 안전한 감정 상태를 만들어줄 때, 새로운 생각이나 마음이 쉽게 탄생해요. 거기서부터 더 자유로운 '다음'이 있을 수 있고요. 미술관과 작품은 그 시작을 도와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김건희 : 끊임없이 새로운 대화가 발생하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신비롭고 흥미로운 공간이지요. 책에 "미술은 말이 없어서 좋다"고 했는데요. 언뜻 모순되는 듯 하지만 대화가 꼭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시각 예술이 가진 함축성은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고, 거기서 저는 자유롭게 제 마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이해받는 기분을 느끼는 건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김건희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를 졸업했다. 미술과 책을 좋아한다.



*김지연


미술 비평가. 계간 문화예술비평지 <크리티크 M>의 편집 위원이며, 다수 매체에 미술과 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한다. 대학과 기관, 문화 공간 등에서 글쓰기와 현대 미술 강의를 하며, 국악 방송 라디오 <글과 음악의 온도>에서 전시를 소개했다.




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김건희,김지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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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면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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